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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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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실상사 학림에 계시는 스님 한분이 친구인 처사 한분을
모시고 두지터를 방문하셨다.

2월23일 실상사를 졸업하고 인도 뿌나 대학 이라는곳에 가기전
인사차 오셨는데 신기하게도 그분의 법명이 한자 뜻이 같은 허정이였다.

그분과의 인연은 오래전 실상사 학림에 공부하시던 스님 네분이
선녀탕까지 산행을 와서 허정가에 들리면서 시작 되었는데...

그날은 스님께서 마시던 차를 한 아름 들고 와 인도로 가기 전
작별인사겸 나에게 주려고 겸사 겸사 들린 것이다.

때마침 마천 도마 마을 황선생님이라는 분이 8년간 숙성시킨 마가목
曲茶가 선물로 들어와 있길래 두지터를 방문한 두명의 젊은 청년과
자리를 함께하며 우리들은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는 계기가 되었다.

이야기중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대목에
이르러 나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어린 나이에 나는 누구인가? 라는
태어나 문득 살아 가고 있는 삶의 현실을 알아갈쯤..

허름한 승복을 입은 스님의 손을 잡고 맑은 미소를 띄우는 동자승이나
어느 수도처의 수도사나 수녀의 손을 잡고 고요한 성당의 뒤편을 거니는
소년이나 소녀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닌가를...

부모가 누구이고 형제가 어디있는지 모르지만....
어느날 문득 나는 누구인가? 했을 때 청정한 그곳에 놓여 있는 아이...

세상이라는 문을 지나기에 앞서 바로 청정한 수행 현장에 놓일
그 아이가 바로 가장 행복한 이가 아닌가라는 나의 주장을 펼쳤다.

부모의 생각에 우선해 교육현장으로 약유강식의 삶을 고스란히
강요받다가 문득 철이 들면서 더할수 없는 고독에 놓일것 같은
우리의 아이들이 아니라,...

자연속에서 뛰어 놀며 절제되고
그윽한 가르침 앞에 놓일 그런 아이가
가장 행복하다고,,,

스님과 청년둘이 돌아간 며칠후,,,
날짜로는 설날 전 전날인 2월6일 저녁 이였다.

두지터에 스님과 수도사의 손이 아니라
아버지의 등짝에 매달려 한 아이가 왔다.

그 아이의 이름은 바로 효정이였다.

철화 김종덕, 오키 윤옥희님의 사랑스러운 생후 20개월된 딸이다.

우리는 사이트라는 공간에서 철화님을 철화님이라 부르기전,
빨치산 혹은 남부군이라 부른 정도로 지리산 곳곳을 누비며
많은 사람들을 지리장도에 안내하는 전형적인 산꾼으로 이해한다.

나는 지리산을 알고부터 그분의 명성을 누누이 들어왔고
첫 만남은 몇년전 지리산 연하천 산장에서 였다.

그리고 지리산꾼으로 참으로 존경하는 철화님께서 드디어
오키님을 모시고 효정이를 등짝에 매고 두지터를 오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이 세상에서 어쩜 가장 행복한 아이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생후 20개월 된,
이름은 김 효정, 여자애 이며 특이한 점은 아빠 엄마와 함께
가능한 매주 지리산 어디엔가 있다는 것이다.

때론 산행을, 때론 산꾼들아저씨, 아줌마, 오빠, 언니들과 함께
지리산 이야기속으로...

효정이가 어느날 문득 나는 누구일까라는
삶의 근원적인 물음앞에 섰설 때
그녀의 행복은 바로 그 앞에 지리산이 놓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누군가가 때론 무모하다해도 당신의 확신과 신념을 가지고
아이를 등짝에 업고 지리산을 누리는 철화님 과 오키님의 용기가
바로 미래의 효정이를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날 오도재 옆 삼정산을 오르며 추위에 떨던 효정이를 위해
철화님이 직접 등산용품 관련사이트와 종로5가 장비점을 누비며
특수 제작한 효정이표 동계용 등산복과
그리고 천막사에서 특별 주문하여 만든 방수을 전제로한
효정이표 비닐 카바를 둘러친 도이터 지게배낭과 그속에 놓여
맑은 눈방울을 이리저리 굴리는 효정이를.....

두지터 툇마루에서 직접 보는 순간 나는 사실 눈물이 글썽,
감동하고 말았다.

아울러 다수의 지리산꾼들이 모여있는 주방에서 벌어진
열띤 토론에서 갑자기 배고파 울며 보채는 효정이를 살포시
가슴에 안아 무언의 웃음으로 "밥주는데 어때하며"
당당히 오키님 당신의 모유를 물릴때는

그녀가 왜 철화님을 만났고 효정이가 왜 주말마다
지리산에 있을 수밖에 없음을 나는 직감했으며...

현시대 어느 아낙보다 당당하고 거침없는 그녀의 사랑앞에
효정이를 데리고 지리산에 오고자 하는 철화님의 지리사랑에 대한
열변에서 나는 향후 다가올 효정이의 또 다른 미래를 예견하게 했다.

나는 빨리 세월이 흘러서면 좋겠다.

내가 나이 들고 효정이가 숙녀가 되어 또다시 지리산에서 만난다면
나는 옛날 옛적에 20개월 된 그녀의 무용담을 이야기하는 영광스러운
아저씨가 되면 좋겠다.

우거진 잡목 헤치고 산길을 개척하는 빨치산 철화님이
문득, 아차 하신단다..

등짝에 옹알거리며 당신은 피할때 정면에서 잡목을 맞닥뜨릴
어린 여전사 효정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 효정이는 바로 이 지리산 최초로 아버지와 함께
가장 어린 나이로 길을 개척하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것이다.

아비의 등짝에 매달려, 때론 노래를 옹알거리고
때론 아~바 어~마를 부르고, 때론 잠들어 버리는
이 행복한 아기에게 나는 이야기 하고 싶다.

효정아! 이 삼촌에게 나중에 너의 손을 잡고 칠선계곡을 오르는
영광을 줄수 있느냐고,,,

시간이 지나 우리 효정이가 초등학생이 되고,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고, 또 늙어 져서
세상사람에게 지긋 지긋 하다며 지리산에 대해 손스레를 친다해도

아마 그녀 자신은 알 것이다.

아버지의 등짝을 타고 흐르는 그 묽은 땀방울과...
그 뒤를 따라 함께 오르는 어머니의 참으로 경의로운 사랑을...

*****

오늘 효정의 하루는 아마,,,,
아빠 엄마가 기다리는 다음주 다가올 지리산꾼들의
신년 만남에 흠뿍 빠져 있을 것이다.

나 또한 효정이와 함께 할 그날 모임이 벌써 기다려 진다.
.
.
.
효정이를 본 순간 내 생애중 가장 어린 여인에게 빠진
사랑을 발견한다.

지리산과 함께!!!!
  • ?
    김용규 2005.02.11 10:02
    산골아래 첫동네! 두지터에서 창조되어지는 아름다운 이야기 잘 읽고 있습니다. 때 묻지 않은 허정님의 아름다운 시각으로 발견되어지는 순수함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는군요.
  • ?
    편한세상 2005.02.11 17:26
    지난 가을 은빛 억새가 춤을 추는 만복대에서
    효정이를 보았죠. 지게배낭 안에서 해맑게 웃으며
    옹알거리는 모습이 지리천사의 모습을 본 듯 하였습니다.
    철화님,오키님의 뒤를 이어 지리를 누빌 여전사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 ?
    슬기난 2005.02.12 16:31
    작년6월 관악산 꼭대기 시산제때 만났을 때 갓난아기였었는데
    이제 제법 지리 구석구석을 누빈 지리산꾼이 다 되어가나 봅니다.
    지리자락에서 맑은 공기 벗삼아 좋은 님들과의 좋은 만남을
    가지시는 허정님이 이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일듯,,,
  • ?
    오 해 봉 2005.02.16 00:17
    구수하고 정다운이야기 잘읽고 있답니다,
    그 철화님 오키님네 효정이를 사진에서는 여러번 봤으나
    산에서한번 보고싶네요.
  • ?
    아낙네 2005.02.16 11:55
    지리를 통해 철화님, 오키님 효정이에게
    많은것을 가르치시고 이야기를 들려 주시고 계시네요.
    비록 엄마 아빠를 통해 지리를 알지는 못했지만 바꾸어
    제가 지리로 가는 첫문 열어 드리고픈 다짐마져 드는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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