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戀憫)...번민(煩憫)

by 공수 posted Feb 0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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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봉창을 두드려도 유분수지 ...답지않은 말씀을 올리려니 영 내키지도 않는다.

지난 일요일에 이곳의 마당발 친구 허허바다님은 참 의미있는 말을 하고는 바람처럼 달려 가 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곰곰히 생각 해 보니 역시 그런 것 같다.

'사는게 요새는 참 불쌍하게 느껴진다'고...
아내가 불쌍하고 아이들이 불쌍하고 그래서 요즈음 사는 모든이가 불쌍하다고...

힘이 들고 어렵더라도 이런 말은 솔직히 꺼려하는 단어인지라...순간 내심 당황했지만...역시 그렇다.

불쌍하다 그래 불쌍하다 그 말이 맞다!







뭐~ 나도 표현은 늦었지만 비슷한 느낌은 언제나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시골에서 일이 바빠 잠시 부산에 늦게 내려온 날이면...우리 성현이는 반쯤 쓰다가 만 일기장에 얼굴을 묻고 자는 모습이 안스럽고...

잠시 할머니가 출타를 하는 날이면...우리 주현이는 저녁을 먹다만 상 앞에서 아빠를 기다리다 그냥 자는 모습이 불쌍하고...

그것을 보고 속상해 하는 엄마의 모습에 나는 더 성질을 부렸다.






나이를 조금씩 더 먹어가면서(죄송?) 그리고 이기적인 꿈을 하나 둘 접어가면서 점차 가족과 친구 이웃들의 실체를 알아가는 것 같다.

그동안 싫으면 밉고, 미우면 싫었는데...그리고 우찌 그리 적도 많았는지.
그러나 지금은 미운것도 확신이 없고 싫은것도 그 감정에 자신이 없다.

미우나 고우나 있으면 고맙고 고마워서 더 예쁜게 가족이고 친구고 이웃이며 지인들 인것도 같다.




누군가는 이런 감정을 순수성을 잃어가는 아주 평범하고 저질적인 세속화의 한 과정이라고 한다.
정말 그런 느낌도 든다. 뭐 순수가 뭔지도 아직도 모르는데...잃을것도 애초에 없을것도 같은데...


지난 여름 더운날에...
맨발로 콩밭을 매다가 마당으로 들어선 아내가  발을 씻고 방으로 들어와서는
씻지 않고 먼저 들어온 나에게 고래 고래 소리치는 모습에 경기(驚氣)가 날 정도로 미웠는데...



오늘은 더운물에 한참이나 발을 씻더니...큰 칼로 발바닥을 긁어내는 모습에 경악에 앞서 그것도 불쌍하고 미안타.

참으로 사람의 감정이란 알다가도 모르겠다.



올해는 불쌍해서 고민스러운 일이 조금이라도 줄었음 좋겠는데...
그것도 욕심인줄 알면서 그냥 또 욕심을 부려보고 싶다.

내일이 설날인데 이래 저래 번민이 앞선다.

이런 모습에 "당신 참 불쌍 해졌다"하는 아내의 말에 울어야 할지 고마워 해야 할지 그것도 헷갈린다.

참 마음만 복잡하다.







오랫만에 뵙습니다.
<산마을 일기>란이 생겼군요!
이곳의 주제와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친구 허허바다님의 한마디에...그냥

새해에는 나름대로의 좋은 모습 뵙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