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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마을>산마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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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874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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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봉창을 두드려도 유분수지 ...답지않은 말씀을 올리려니 영 내키지도 않는다.

지난 일요일에 이곳의 마당발 친구 허허바다님은 참 의미있는 말을 하고는 바람처럼 달려 가 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곰곰히 생각 해 보니 역시 그런 것 같다.

'사는게 요새는 참 불쌍하게 느껴진다'고...
아내가 불쌍하고 아이들이 불쌍하고 그래서 요즈음 사는 모든이가 불쌍하다고...

힘이 들고 어렵더라도 이런 말은 솔직히 꺼려하는 단어인지라...순간 내심 당황했지만...역시 그렇다.

불쌍하다 그래 불쌍하다 그 말이 맞다!







뭐~ 나도 표현은 늦었지만 비슷한 느낌은 언제나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시골에서 일이 바빠 잠시 부산에 늦게 내려온 날이면...우리 성현이는 반쯤 쓰다가 만 일기장에 얼굴을 묻고 자는 모습이 안스럽고...

잠시 할머니가 출타를 하는 날이면...우리 주현이는 저녁을 먹다만 상 앞에서 아빠를 기다리다 그냥 자는 모습이 불쌍하고...

그것을 보고 속상해 하는 엄마의 모습에 나는 더 성질을 부렸다.






나이를 조금씩 더 먹어가면서(죄송?) 그리고 이기적인 꿈을 하나 둘 접어가면서 점차 가족과 친구 이웃들의 실체를 알아가는 것 같다.

그동안 싫으면 밉고, 미우면 싫었는데...그리고 우찌 그리 적도 많았는지.
그러나 지금은 미운것도 확신이 없고 싫은것도 그 감정에 자신이 없다.

미우나 고우나 있으면 고맙고 고마워서 더 예쁜게 가족이고 친구고 이웃이며 지인들 인것도 같다.




누군가는 이런 감정을 순수성을 잃어가는 아주 평범하고 저질적인 세속화의 한 과정이라고 한다.
정말 그런 느낌도 든다. 뭐 순수가 뭔지도 아직도 모르는데...잃을것도 애초에 없을것도 같은데...


지난 여름 더운날에...
맨발로 콩밭을 매다가 마당으로 들어선 아내가  발을 씻고 방으로 들어와서는
씻지 않고 먼저 들어온 나에게 고래 고래 소리치는 모습에 경기(驚氣)가 날 정도로 미웠는데...



오늘은 더운물에 한참이나 발을 씻더니...큰 칼로 발바닥을 긁어내는 모습에 경악에 앞서 그것도 불쌍하고 미안타.

참으로 사람의 감정이란 알다가도 모르겠다.



올해는 불쌍해서 고민스러운 일이 조금이라도 줄었음 좋겠는데...
그것도 욕심인줄 알면서 그냥 또 욕심을 부려보고 싶다.

내일이 설날인데 이래 저래 번민이 앞선다.

이런 모습에 "당신 참 불쌍 해졌다"하는 아내의 말에 울어야 할지 고마워 해야 할지 그것도 헷갈린다.

참 마음만 복잡하다.







오랫만에 뵙습니다.
<산마을 일기>란이 생겼군요!
이곳의 주제와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친구 허허바다님의 한마디에...그냥

새해에는 나름대로의 좋은 모습 뵙기를 바랍니다.
  • ?
    최화수 2005.02.08 21:03
    사나이 가슴을 치는 글이로고...!
    이런 찡한 얘기 아주 뜻밖이지만,
    한 살 더 나이를 먹는 탓이련가...

    공수 아우,
    설날 저녁 우리집으로 부인과 함께 오시게나!
    박주라도 나누며 '불쌍한...' 아픔 함께 달래자.
    쌍재 풍경 오늘따라 어쩐지 외롭게 보이는고!!!
  • ?
    김용규 2005.02.08 21:30
    산촌에서의 새로운 시작은 낭만적인 만만함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렇지만 도시 생활에서는 절대 건질수 없는 또 다른 하나가 쌍재에는 있지 않습니까!
    산촌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곱게곱게 가꾸어 나가면 말 그대로 누구나가 그리워 하는 그런 곳이 꼭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해 봅니다. 내 자신도 항상 그런 세계를 그리워 하고 있거던요.
  • ?
    안병두 2005.02.08 22:12
    공수님!
    구별하는 것, 비교하는 것, 욕심과 욕망, 불편함과 편리함,
    육신의 피곤, 성취하려는 부담에서 벗어나는 길을
    자연에서 해답을 얻어 정립 시켰습니다.
    똑 같구나, 다행한 일이구나, 고맙고 감사하구나, 그대로가 좋구나...
    어떠한 경우라도 기쁨과 즐거움으로 하루 하루를 지낼 수 있었습니다.
  • ?
    오 해 봉 2005.02.08 23:49
    쌍재 공수님내외가 살고있는곳은 여산선생님을비롯 여러사람들로
    부터 이야기를듣고 생활상을 여러번 사진으로 보았답니다,
    그리고 아직도 저리맑고 순수한곳도 있구나하고 동경하고 있답니다,
    부산에두고온 주현이와 성현이의 교육문제 교통 전기 수도 산속오지의
    외로움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만 공수님과 사모님이 마음먹기 아닐까싶네요,
    허허바다님 이야기는 도시의 매연 소음등의 공해와 쌍재의 맑은곳을 비교한것 아니었나 생각되네요,
    공수님 사모님이랑 좋은 설 맞으시고 복많이 받으세요.
  • ?
    슬기난 2005.02.09 10:38
    아른거리는 촛불아래서 정담을 나눌 벗이 있고
    큰칼로 발바닥을 긁을망정 사랑하는 님이 옆에
    계시는 공수님!
    빈손으로 온 인생 그정도면 불쌍타고 하시는것은
    엄살이 과장된듯,,,ㅎㅎ
    더구나 이웃에 저리 좋은 님들이 계시거늘,,,
  • ?
    김현거사 2005.02.09 19:54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라고하는 그림을 보면 한겨울 엄동에 소나무 서너 그루가 작은 산방 옆에 그려져 있지요.
    이 그림이 싯가로 수십억 나가는 이유는 뭘까요?
    원체 유명한 그림이라 이름만 치면 인터넷으로 볼수 있을 겁니다.
    청산에서는 속세의 념이 짐이지요.
  • ?
    진로 2005.02.14 17:50
    저는 그 느낌 알것도 같고요. 알아도 몰라요....^^
    형님처럼 형수님 사랑해 주실분 아무데도 없습니다....^^
    안 그래요? 형수님....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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