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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모 교회 집사님 네 분은 정기적으로 두지터를 방문한다.
그리고 네분의 절도 있는 산중 휴식 방법은 매번 항상 규칙적이다.

먼저, 먹을 음식은 계절별 특산물로 준비한다.
한분이 일식집을 오래 하신 관계로 생선를 접목한 요리들이다.

평일 오전 10시경 도착, 두시간 가량 茶을 마시며 저에 대한 안부를
물은후 일상적인 이야기를 곁들인 신앙에 대한 설교를 하신다.

이윽고 마당에 장작을 피우고 요리를 해 드신후,
선녀탕까지 산행을 하고 오후 6시경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반드시 8시 저녁예배를 1시간 가량 드리고 다시 茶실에 모여
사는 이야기를 하며 나에게 다시한번 설교를 하신다.

매번이지만 간혹 곤욕스럽기도한 설교앞에 지루하기도 하지만....
어느덧 열성적인 설교앞에 미소를 띄우고 이야기속에 빠져드는
내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어떻게 생긴 인연인지 모르지만....
예배를 드리고 설교를 하시는 집사님들의 모습에서 간혹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지고, 때론 진지하다 못해 열성적인 모습이
깊은 산중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이색적이다.

설교로 일관하는 네분의 집사님 앞에서 나는 종교적 색깔을 띄우지
않을려고 무단히 애를 써고 가급적 개인 의견을 내세우지 않는다,...

왜냐하면 잘못 걸려들면 그 긴 시간동안 종교적 이야기에
빠질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기에 그동안 가능한 침묵으로 일관했었다.

그러던중 이번엔 내가 제대로 걸려들고 말았다.
허정가 벽면 벽서가 대부분 불교적 색채를 띠고 있기에 종교적 성향을
묻지 못했던 집사 한분이 내게 무엇을 믿는지 물어왔기 때문이다.

나는 긴 호흡을 가다듬고 질문에 대답했었다.

전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아울러 모든 종교를 존중한다는 전제을 가지고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이 생명을 다해, 이 모든 정성을 다해 오로지 단 한분을 섬깁니다.
이 세상을 창조하신 단 한분 하나님 아버지를 믿습니다.

나의 이 짧은 대답 앞에 다들 놀라시는 표정을 지우시더니...
허정님 기도 합시다 하시는 것 아니겠는가?
나는 기도를 함께 드리고 나서야 타 종교를 배척하는
긴 설득의 설교 앞에 놓이고 말았다.

특히 불교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 앞에 참으로 당황했고,...
성철 대종사에 대한 근거없는 이야기를 할때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반발심리로,
아니 예수님이 타종교에 대해 비방하지 말라고 하신 것 같은데
그쪽 교회에서는 다른종교는 무조건 않된다고 하십니까?

이게 바로 우리나라 기독교의 독설적인 단면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문제가 아닙니까? 라는

나의 이 몇가지 의견 개진이 결국 4대1로 이어지는 긴 토론앞에
놓이고 말았다.

구약, 신약, 교회가 벌인 종교전쟁, 이스라엘 그리고 예수님의 생애등
그 끝임없는 논쟁앞에 나는 결국 네분에게 세가지의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 질문에 혼쾌히 대답하시면 네분이 주장하는 오로지 예수님이라는
강압적인 주장에 동의 하겠다는 조건도 붙였다.

일순간 네분는 나의 질문에 바짝 긴장을 했고....
나는 다음과 같이 세가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첫째, 오로지 예수 믿으면 천국, 믿지 못하면 지옥이라 하셨는데
이 지구상에 수많은 불교도와 이슬람교도, 그리고 교회의 성립이
용이치 못한 아프리카 원주민 모두는 지옥에 가는 겁니까?

둘째, 성경(신약)에는 예수님의 생애중 태어나서 열두살까지 그리고
서른살에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활동하다 십자가에 못박히고
부활한 3년동안의 생애만 기록되어 있는데...

인생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열두살부터 예루살렘으로 돌아오기전
서른살까지 18년 동안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십시요?

셋째, 천국, 천국 하시는데 천국의 구체적인 모습을 정확히 말씀해
주십시오?

네분은 결국 세가지의 질문에 대해 답변하지 못했다.

그리고 오히려 나에게 허정님은 아시냐는 질문을 해왔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세상을 가지고 있으며,
나름대로의 종교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것이 옳다고 주장하고 막무가내로
타인을 설교 압박하는 순간 그 종교는 거짓앞에 놓이고 만다.

모든 종교가 추구하는 이상은 바로 타 종교를 존중하는 바탕에서
시작되며.. 이것이 해결될때 만이 이 세상 모든 분쟁이 사라질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지리산을 오르는가?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다양한 모든 존재를 끌어 안고
품어주는 저 위대한 자연의 존재를 자각함에 있지 않는가?

지리산처럼 모든 존재에 대한 이해 없는 베품이 바로 예수님이
우리에게 가르치고 보여주려는 거침없는 사랑이 아닐까 라고
나는 단정한다.

*******

집사님처럼 저도 허정가를 찾는 모든 이에게 하나님을
이야기 하고 있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칠선계곡 물입니다.
아무리 가물어도 항상 일정한 수량을 유지하는 저 계곡물의
끝은 어디며, 과연 어디에서 발원되는것일까요?

그 의문을 많는 사람들에게 던지고 받을때 우리는 그것을 가늠하게
하는 그 무엇이 바로 이 세상을 창조한 하나님의 모습이다.
라는 것을.....

내려가신지 며칠후 한 집사님께서 전화를 해 오셨다.
교회 목사님께 두번째 질문이 궁금해 물었는데 답변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다음에 두지터 오시면 茶를 마시며 긴 이야기를 갖자고 했다.

지리산 두지터에 다시 한번 긴 토론의 밤이 기다린다.
.
.
.
그리고...

전화를 끊기전 집사님의 기도 소리가 나를 충만하게 한다.

“하나님 아버지! 허정가를 찾는 모든이에게 아버지의 영광과
축복이 함께하길!!!....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 ?
    아낙네 2005.01.28 14:23
    열린 마음으로 나와 다른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필요하겠습니다.
    종교는 달라도 그안엔 분명 사랑이 있기마련이니깐요 ..
    내게 주워진 삶 실수투성이고, 더러 채우지 못하는 외로움들 가운데
    조금 늦더라도 고쳐가고 나누며 마침표 찍어주기를 바라고 계신 것이 그분의 계획된 뜻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 ?
    진로 2005.01.31 12:20
    종교를 초월한 지리사랑으로 인한 또 하나의 사랑과 자비는
    쭈욱 동조되어 갑니다.
    조용한 두지터에서 차 한잔 마시며 사는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 볼 날이 생길까?
    무척 고대해 봅니다.
  • ?
    정진도 2005.01.31 22:14
    어떤 종교든 위에서 글처럼 타종교에 대한 존중이 기본적인
    소양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얼마전 달라이 라마 애기를 유시화 라는분이 엮은
    " 달라이 라마 예수를 강의하다" 를 본적이 있는데
    이책에서는 정말이지 부처나 예수께서 설파한 말씀들이
    너무나 비슷하다라는것을 느끼게 됩니다.
    아마 순리(順理)라고 하는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허정님 항상 재미있게 잘보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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