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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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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6 10:57

첫눈 오다

조회 수 1142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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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를 보여주고 있는 한이와 아낙네님과 소청님,
아래는 잠이 덜깬 한빛,, 녀석은 지난 밤에 드디어 '엄마'라고 발음을 했습니다.
그 소리에 아빠, 오빠  서운하다고 난리가 났었지요.^^
사진은 김수훈님이 찍어주셨습니다.

2005년 1월 셋째주  

★ 금요일

원지에 도착하니 한이가 ‘엄마~’ 부르며 뛰어옵니다.^^

녀석을 안고 우리차 앞에 타니 뒷좌석 할머니 품에 있던 한빛은 누군가 싶어 쳐다보다가 엄마인지 알아보고는 안아달라고 울기 시작합니다.

어머님, 신랑, 한이, 저, 한빛 ,,,
동그란 상에 가족이 모여 따뜻한 저녁을 먹습니다. 밥이 얼마나 고소한지~^^.
설거지는 한이가 고무장갑 끼고 도와주고, 후식으로는 얼음이 동동 떠있는 식혜 한 사발 마시고~^^

신랑이 어디 다녀오면서 사왔다는 홍시(대봉) 맛보라 해서 그릇에 하나씩 담아 숟가락으로 떠먹는데 얼마나 찬지 속이 얼얼합니다.

어머님은 한빛에게 숟가락으로 떠먹이시는데 이 녀석 입으로 오물오물 받아 먹더니 맛있는지 할머니가 숟가락을 대주기도 전에 입이 먼저 그릇으로 갑니다. ㅋㅋ

얼마나 먹성이 좋은지 식구들 밥 먹을 때도 숟가락 왔다 갔다 하는 걸 애절한 눈빛으로 쳐다보니 우리만 먹기가 미안해 하는 수 없이 밥풀 떼기 한 두개 입에 넣어주게 됩니다.


★ 토요일

년초에 낳은 병아리 아홉마리와 어미 닭은 따뜻한 양지에 비닐을 덮어 바람을 막아주었고 수탉은 웬일인지 뒷산의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있습니다. 요새 사냥꾼들이 자주 들어오는데 그 총소리에 놀랐는지 밤새 높은 나무꼭대기에서 내려 올 생각을 안 합니다.

한이랑 장대로 한참동안 툭툭 건드리니 푸드득 거리며 날아서 내려옵니다.

며칠 전 아빠는 위에서 일하고 한이는 논에서 놀고 있었는데 차가 들어와서는 총을 쏘았는가 봅니다. 가까운 곳에서 나는 총소리에 놀란 한이가 어찌나 울어대던지 달래느라 힘들었다고 어머님이 그러십니다.

암탉 한 마리가 없어진 것도 그렇고 수탉이 놀랜 것도 그렇고 동네와 떨어져 있고 야산이다 보니 사냥철이다 싶으면 밖에 나가기가 조심스러워집니다.
한밤 중에도 차들이 들어왔다가 불빛을 보고는 차를 돌려서 나갑니다.

신랑은 ‘사냥금지’라는 팻말이라도 붙여놓아야 겠다고 합니다만 어쨌든 두고 볼 일입니다.

일을 마치고 들어온 신랑은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저에게 뭐 먹을 거 없냐고 기웃거리더니 명태 말린 것을 찾아서는 불에 굽습니다.
초장에 찍어 한입 넣어주는데 쫄깃하고 구수한 것이 맛이 좋습니다.

저녁 메뉴는 닭도리탕,,
우선 끓는 물에 닭을 한번 삶아 기름기 있는 물은 버리고,

미리 받아놓은 쌀뜨물에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풀고 한이가 썰어놓은 감자를 넣고 보글보글 끓입니다. 그 다음 닭고기를 넣고 포도액기스도 조금 부었습니다.
푸욱 끓인 후에 버섯이랑 대파 양파를 넣었더니 달달하니 맛이 우러납니다.

어머님이 말려놓으신 시금치랑 고구마순도 끓는 물에 삶아 기름에 볶아 내고 윤기 흐르는 밥에 한상 차려 들였더니 어찌나 맛나다고 잘 먹는지 먹지 않아도 배가 부릅니다. ㅎㅎ


★ 일요일 아침

한이가 그렇게 기다리던 첫눈이 밤새 소리없이 내려 쌓였습니다. 정말 온 세상이 하얗게 말입니다.^^
녀석은 좋아서 아침 밥 먹을 생각도 안하고 저랑 놀자고 그러더군요.

저는 장갑 끼고 그 위에 고무장갑으로 무장하고 녀석은 모자에 목도리, 잠바 걸쳐 입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녀석이랑 소리지르며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들고 눈 위로 털퍼덕 누워 눈 사진도 찍고, 녀석에게 눈 사진 찍으라 했더니만 천사 한다면서 누워서 손과 발을 왔다 갔다 하더니 진짜로 날개 달린 천사를 만들어 놓더군요.^^

아침 밥 먹고 신랑은 밖으로 나오더니 아예 삽까지 가져와서는 입구에 아주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었습니다.

나뭇가지로 담배도 만들어 물려주고 손도 만들고 말입니다. ㅋㅋ
어머님도 고무장갑 끼고 나오셔서 눈사람 만들고 한이랑 눈싸움도 하고,
한빛은 처음 보는 눈이 신기한지 자꾸만 고개가 아래로 떨어집니다.

날이 포근하니 생각보다 빨리 눈이 녹고 우리는 아버님 산소를 거쳐 산 정상으로 해서 산책을 합니다.

한이는 비료푸대를 가져와 썰매를 탄다고 했는데 눈이 녹아서 미끄러지지 않는다고 투정입니다. ㅋㅋ

오브넷 김수훈님 일행이 지리산행을 마치고 올라가는 길에 저를 태우고 가신다고 들르셨습니다.

한이에게 오늘은 엄마가 좀 일찍 큰 아빠 차 타고 올라갈 거라고 했더니 버스타고 가면 안되냐고 물어보고는 안되겠는지 ‘그럼 오늘만 큰 아빠 차 타고 가시기에요~!’ 하면서 허락을 해 줍니다. ^^
  • ?
    선경 2005.01.26 13:37
    천사는 멀리있는것이 아니고 우리 한이 한빛이 천사입니다
    맑고 맑은 눈망울 ....
    온식구가 만드는 눈사람의 사랑이 멀리 멀리 은빛지리산에
    퍼져 메아리쳐 들립니다
    평화롭고 행복한 산골한이네 기쁜일로만 가득했으면 바래봅니다
  • ?
    허허바다 2005.01.26 17:33
    아드님의 허락을 기다리시는 끼득이님
    엄마와 좀 더 있고픈 한이
    애틋한 심정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가득 채워집니다...
  • ?
    소청 2005.01.26 17:59
    끼득이님의 가족분들을 뵙고 와서 그런지 상상의 나래가 너무나도 분명하게 펼쳐지네요.
    행복한 가족의 모습 훔쳐 보고 갑니다.
    끼득이님께는 이것저것 여쭙고픈 것들이 많은데...차차 하도록 하죠.
    귀찮다고 쫓아내진 않으시겠죠? ㅋㅋ
    한빛이 한번 안아보고 싶었는데 아쉽네요. 담에 가서는 꼭 안아봐야겠어요.
  • ?
    끼득이 2005.01.27 14:43
    소청님 쫓아내다니요~!!
    만나면 밤새워 진솔한 이야그 나누자고요.^^

    김현거사님 방금 두메지기에 다녀왔습니다.
    갑자기 쨘~ 하고 나타나셔서 가심이 놀랬구먼요~ ㅎㅎ
  • ?
    김현거사 2005.01.27 17:59
    나도 거기서 끼득이님 이름 보고 얼마나 반갑던지...

    내년에도 쌀 좀 나눠 먹읍시다.
    쌀이 얼마나 좋은지 집사람한테 칭찬 많이 들었지요.
  • ?
    아낙네 2005.01.28 14:35
    나, 자연으로 돌아갈래~
    부풀려보는 바램에 그칠지라도 두둥실 머릿속에 떠다닙니다.
    소청님과 나누시던 이야기 살짝 웃으며 엿들고 있었었지요.
    다시 그려보는 부풀려지는 바램을 껴안을 수 있는 용기있는 사람이
    되진 못해도 다시 찾아보고싶은 곳에 끼득이님이 계시니
    제집 드나들듯이 가야겠습니다. ^^*[혹 한이가 이모를 찾지않던가요?ㅎㅎ]
  • ?
    진로 2005.01.31 12:26
    아름다운 지리그늘 아래에서 한이와 한빛이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어 기쁘답니다.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야 ......
    저도 올해엔 쌀 좀 먹어봐야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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