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빈마을

by 끼득이 posted Feb 1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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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신랑은 자중님네 보금자리인 '문대'로 출근한단다.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데 같이 가면 어떻겠냐고 묻는다.
거의 다 되어간다고, 내부 청소만 조금 남았다고 냉장고랑 씽크대를 좀 닦으면 된다고 한다.
"그래요? 일 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겠어요?" 하고는 아침을 먹고 출발하려는데,

우리집 아들 한이는 동네 형들과 11시에 만나서 놀기로 약속을 했단다.
하기는 거기가면 전부 여자애들이라 녀석이 좀 심심하기는 하겠다 싶어 점심은 어찌하려는가 물으니
혼자 챙겨먹는단다.^^

한이를 운동장에 혼자 두고 문대로 향했다. 참고로 울집에서 10분거리,
예전 황매산까지는 40여분거리였으니 참으로 가까운 거리이다.
자중님네는 이제 합천군민에서 산청군민이 되는 것이다.ㅎㅎ

불이 나고 한달여의 시간이 흘렀다.
동안 이 집을 수리하고 닦아내고 뒤편으로 덧붙여내고,,
남정네들이 고생이 많았다.^^

이곳은 문대의 '한빈마을'이다.
남향에 위치한 조용한 가구 몇 채가 모여사는 곳, 참으로 고즈넉하니 참 좋다.
우선 완성된 부엌에 앉아 커피한잔을 나눈다.
문 사이로 보이는 나무로 된 마루와 문기둥과 처마기둥이 참 보기 좋다.
여기 앉아서 쳐다 보는것 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 지는 것이 어디 한옥에 놀러온 듯하다.

처음에는 이 나무기둥들을 다 덮으려 했으나,
신랑이 집이 워낙 튼튼하게 지어졌고 나무결이 좋으니 살리자고,,
그래서 그때부터 남정네들은 먼지를 마셔가며 열심히 나무기둥들을 그라인드질하였다.

그렇게 해 놓고 보니 참말로 좋다.ㅎㅎ
오늘은 그라인드된 나무에 수성니스를 바른단다.
한참을 칠하고 다시 보니 나무결이 은은히 살아나는게 정말로 좋다.

내가 하도 '좋다 좋다'  하니 울 신랑 걱정말라고 우리 서로 바꿔가면서 살기로 했다나~ㅋㅋ
조금 있어 다금님도 오시고 한빛은 도연이 언니랑 진이랑 같이 논다고 신났다.
여기는 시골집이라 숨을 곳도 많아 숨바꼭질 하기도 제격이다.

오늘 점심은 처음으로 이곳 부엌에서 먹기로 하고 원지마트에 들러 고기를 사왔다.
오늘 도중 한이가 걱정이 되어 마을로 가보니 이미 점심은 먹었고, 형들이랑 목욕탕에 가기로 했다면서,
같이 안가도 된단다.

벌써 녀석이 떨어져서 놀 나이가 되었다고 신랑은 내심 서운한 눈치다.ㅋㅋ
한빛도 곧 있으면 안따라 다닐것이라면서 더 서운한 맘인거 같고..

따뜻한 부엌 바닥에 앉아 조촐한 고기파티를 열었다.
여기서 음식을 해 먹기는 처음이라고 감격해 하는 남정네들,
이번주는 애들 봄방학이 있으니 주중에 조금씩 짐들을 옮기고 나면
아마도 주말에는 조촐하게 집들이를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좀 있으니 비가 내리고 봄날처럼 따스하던 바깥기온이 조금씩 쌀쌀해지기 시작했다.
날이 추워진다 하더니 참말인가 보다.
집에 돌아오니 한이는 형들이랑 운동장에서 야구를 하는지 아주 잘 놀고 있다.ㅎㅎ

신랑과 나는 부랴부랴 땔감을 챙기고 자르고 쟁여 놓았다.
그리고는 참으로 오랜만에 우리는 함께 방에 앉아 "꽃보다 남자" 재방을 보고~ㅋㅋ
한이는 저녁을 따로 챙겨주려니 다이어트 할거라고 괜찮다며 그냥 내 무릎을 베고 잠이 들었다.

곁에서 한빛은 오빠만 재워준다고 툴툴거리며 엄마가 밉다고 하더니만,
한이 재우고 녀석을 안아주니 씨~익 웃는다.
샘 많은 한빛 녀석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