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산마을>산마을 일기

이곳은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조회 수 1176 댓글 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3월 둘째주

비가 온다며 신랑은 속리산 근처에 귀농해서 사시는 큰집의 큰누님 댁에 가는 중이라고 합니다.
어머님이랑 한이 한빛을 데리고 ,,,,

나오면서 단성 병설유치원에 들렸다는데 한이는 장난감 집도 있고 친구들도 많고 놀 것도 많다고 아주 좋아라 하더랍니다.

보은행을 타고 출발, 늦은 시각에 식구들과 합류했습니다.
바람이 무지 불고 눈발이 조금씩 휘날립니다.
한이와 한빛은 너른 방이 좋아서 뛰고 기느라 신이 났습니다.

한빛은 형님의 빨간 루즈를 집어서는 입술이며 얼굴, 옷에 범벅을 해 놓았답니다.
바람이 잠잠해진 틈을 타 한이랑 신랑 손잡고 야밤에 가까운 개울가까지 산책도 했습니다.
하늘에 별들이 조용히 빛나고 있더군요.^^

월요일부터 한이 유치원 갈 거라고 스케치북이랑 색연필, 싸인펜을 준비했더니 녀석은 그림 그리고 바람개비 만든다고 밤 늦도록 신이 났습니다.

☆ 토요일

잘 놀던 한이녀석이 방으로 들어가더니 조용하다 싶어 빠끔히 들여다보니 방 한구석에서 둥근 거울을 보고 있습니다.

뭔가 일을 꾸민 것 같은 분위기…… 사방을 휘 둘러보니 벽에 빨간 루즈자국이 보이지 뭡니까!
정면 벽에 점점점,,, 반대편 벽에도 점점점,, 커튼에도,,,

녀석 얼굴을 보니 입술에 빨간 루즈를 칠해서는 벽에다 뽀뽀를 해 놓은 것입니다.
하,,, 참,,, 고놈,, 어제 동생이 칠하던 루즈가 무척이나 궁금했었나 봅니다.

큰고모님께 먼저 말씀 드리고 사과하라고 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집으로 나서는 길 제가 항상 쉬어가는 인삼랜드에 들려 한이 손잡고 한이가 먹고 싶다는 호도과자랑 신랑이 먹고싶다는 오징어랑 어머님 드실 우유를 샀습니다.

마을에 들러 성준이형 꺼 실내화를 물려받고 이제 유치원 갈 준비는 다 되었습니다.

집에 도착해 신랑이 잠시 눈을 붙이는 사이 한이랑 저는 밖으로 나와 공차기, 숨바꼭질을 하고 놀았습니다. 방안에서는 바람 소리가 크게 들려 추울 것 같았는데 나오니 따뜻한 햇살에 바람도 잦아들어 춥지 않습니다.

저번주에 시간이 없어 하지 못했던 화장실 똥 푸기를 내일 할 거라고 했더니 한이녀석이 지금 하자고 합니다. ‘그래? 그러자!^^’

녀석이랑 둘이서 화장실 문을 열어 제치고 작업을 시작 했습니다.
우선 땅 한쪽에 비닐을 깔고 그 위로 작년에 모아 둔 톱밥이랑 나무껍질들을 나르고(이건 한이 담당) 저는 손잡이가 기다란 바가지로 똥을 퍼서는 조심조심 옮깁니다.

겨울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냄새가 진하지 않습니다.
한쪽으로 물이 흐른다 싶으면 얼른 녀석에게 ‘이쪽에 톱밥 좀 부어 줘 ’ 부탁하고 한이녀석은 온몸에 톱밥 범벅이 되어서는 들고 달려옵니다.
그렇게 똥 한칸 깔고 톱밥 한칸 깔고 하다보니 어느새 바닥이 보입니다. ㅋㅋ

어머님이 나와 보시더니만 하도 안 들어와서 밖에서 뭐하나 나와보셨다면서 나중에 그 위에 톱밥을 좀 두툼하게 깔아주라고 하시더군요.

그럼 우리가 똥으로 거름 만들기를 제대로 하고 있는 거네~ ㅎㅎ 하면서 모자가 신이 났습니다. 저녁엔 신랑이 고생했다며 아구찜 요리를 해 주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ㅎㅎ

☆ 일요일

일찍 일하러 간다는 신랑은 아침을 먹고 올라가고 그 동안 밀린 빨래를 세 번이나 돌렸습니다. 좀 있으려니 올라간 신랑이 바람이 많이 불고 춥다며 다시 내려왔습니다.
방에서 한빛이랑 한이랑 딩가딩가 놀고 있는데 차가 두대 들어왔습니다.

오브넷 김수훈님 일행이 오셨습니다. ㅎㅎ
성제봉 산행을 하고 왕산 공수님 댁에서 주무시고 올라가는 길에 들르셨다고 합니다.
시꺼먼 장정들이 들어서는 통에 사람 수도 헷갈리고 얼른 얼굴이 눈에 들어오질 않습니다. ㅋㅋ
오해봉님, 김수훈님, 허허바다님, 편한세상님, 진로님, 진로님 여친님, 여인님

여인님이랑 둘이서 큰 솥에 라면 열 개를 끓입니다. 이렇게 많이 끓여보기는 또 처음입니다.^^

점심으로 라면에 밥 말아 배불리 먹고 서울 가는 길에 저를 태워주신다 합니다.
이번에도 한이에게 허락을 구하고 한참 있다가 녀석의 대답이 떨어졌습니다. ㅋㅋ
그렇지만 다음에는 꼭 버스 타고 가셔야 한다고 하고 말입니다.

잠에서 깨어난 동생에게 ‘엄마 가신다는데 한빛 너 어떡할래?’ 하면서 서운한 마음을 표현하는 한이...  
2시,, 너무 밝은 대낮에 가려니 신랑도 뭔가 이상한가 봅니다. ^^

6시 오산에 도착 올라오는 길 슬기난님 댁에 들어 삼겹살에 된장국에 저녁을 배불리 먹고 진로님이 태워주셔서 집 앞까지 편안하게 왔습니다.
  • ?
    허허바다 2005.03.15 18:51
    음... 한이야 미안하다.
    다음엔 김수훈님 보구 전용차선 달릴 수 있는 큰 차 사게 꼬득여
    엄마 늦게 늦게 출발할 수 있도록 해 볼께... 쯔...
  • ?
    김수훈 2005.03.15 20:41
    단성에서 출발할 때는 평소보다 서너 시간 일찍 떠나고서는 실제로는 더 늦게 도착하기를 벌써 두 번째-
    이러다 한이 아빠한테 신용 떨어질라!
  • ?
    오 해 봉 2005.03.16 12:27
    사진보다 훨씬 늠늠하고 예쁘게생긴 한이와 한빛 이드군요,
    한이엄마손님을 자기가도맏아 정답게 맞아주는 한이아빠의
    자상한모습에서 사람사는 인정과 도리를 느꼈답니다,
    1인 2-3역을 하면서 바쁘게 살아가는 한이네 엄마 아빠께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 ?
    끼득이 2005.03.16 13:26
    김수훈님 신용이 떨어지기는요^^.
    저는 슬기난님과 사람을 반갑게 맞아주시며 말씀 또한 구수한 안해님을 또 뵙게되어 어찌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울 신랑도 제가 좋았다 하면 더불어 기뻐할 겁니다. ㅋㅋ
    앞으로도 종종 쳐들어 오시기 바랍니다.
  • ?
    구름모자 2005.03.17 10:16
    똥푸는 일도 즐거움일 수 있다면
    그것을 아이들과 함깨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건 삶의 방법과 의미와 이치를 깨달았다는 뜻 아닐까요
    그런 삶이 부럽네요
    그런 자연에 들어 살아가시는 님이 엄청 부럽네요
    우리 같이 꿈도 꾸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들에게는...
  • ?
    진로 2005.03.17 10:44
    본디 제 운전이 얌전(?)하기로 소문이 났는데
    허허바다님 따라가느라 무리 좀 했습니다....ㅎㅎ
    야외에서 고구마, 라면, 특히 봄동 맛이 끝내주더군요.
    가족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
    편한세상 2005.03.17 14:18
    큰개 옆에 사각 틀안에 뿌려져 있는 톱밥을 보고 퇴비인줄 짐작은
    했지만 그것이 한이와 만든 작품이었군요.
    한이에게는 체험으로 느끼는 좋은 공부가 되었겠군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산마을일기 ㅣ 지리산 사람들의 생활일기 운영자 2005.01.17 2520
357 현관 주춧돌 12 file 끼득이 2005.01.19 1670
356 두지터 허정家 단상(斷想)[1] - 글을 시작하며 9 虛靜 2005.01.19 1636
355 두지터 허정家 단상(斷想)[2] - 아이들에 대하여.. 3 虛靜 2005.01.20 1129
354 사과집 간판을 만들었어요. 11 털보 2005.01.21 1487
353 첫눈 오다 7 file 끼득이 2005.01.26 1142
352 두지터 허정家 단상(斷想)[3] - 집사님들에게 드린 세가지 질문 3 虛靜 2005.01.26 1298
351 대목을 며칠앞둔 덕산장날에는.. 5 털보 2005.02.04 1673
350 연민(戀憫)...번민(煩憫) 7 공수 2005.02.08 874
349 두지터 허정家 단상(斷想)[4] - 효정이의 하루 5 虛靜 2005.02.11 1069
348 술 이야기 2,(털보의 진실) 8 file 털보 2005.02.11 1416
347 산에서 부르는 노래 7 털보 2005.02.21 1162
346 대보름 달집 짓기 4 끼득이 2005.02.22 929
345 두지터 허정家 단상(斷想)[5] - oneness의 편지 2 虛靜 2005.02.24 989
344 귀여운 매너^^ 8 file 털보 2005.03.03 879
343 소리없이 봄을 기다리고... 8 공수 2005.03.04 953
342 최근의 한빛 6 file 끼득이 2005.03.08 658
341 두지터 허정家 단상(斷想)[6] - 자유로운 영혼... 착한별 그리고 金山 虛靜 2005.03.08 1195
340 현관 달마상 10 file 끼득이 2005.03.11 1170
339 글쎄 봄인데요,아닙니까? 8 공수 2005.03.15 788
» 똥 푸다, 한이 유치원 가다^^ 7 끼득이 2005.03.15 117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8 Next
/ 1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