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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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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22 17:47

대보름 달집 짓기

조회 수 929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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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2월 18일 금요일

옆 부서 차장님께서 올해 6살인 막내가 쓰던 애기 변기를 챙겨주셔서 그거 들고 원지에 도착, 털레털레 내려서는 신랑을 기다립니다.

한빛 녀석 우유 먹이고 오느라 조금 늦었다고 그러네요.^^

일주일 동안 한빛 보느라 꼼짝을 안 했다니 한이가 이틀 전부터 먹고 싶다던 통닭도 사고 시장도 보고 가족이 오늘에야 밖으로 외출을 나온 거랍니다

밤 하늘에는 달 주위로 자그마한 무지개 빛 달무리가 져 있습니다.

한이는 엄마 보여 준다며 거북이를 가져와서는 위에서부터 휘리릭 떨어뜨리는데 거북이가 날아가는 거라면서 자세히 보아 달랍니다. ㅎㅎ

녀석이 만들었다는데 거북이 등판이며 머리와 꼬리, 튼실한 다리까지 녀석의 솜씨가 일취월장입니다. “우와~~ 이거 진짜 거북이 같다. 한이 대단한데~^^” 하고 띄워주었더니 녀석 씨익 웃으며 방으로 들어가네요.

저녁을 먹고 한빛 녀석이랑 눈 맞추고 안아보고 얼굴을 부비고 한이는 무릎에 앉혀놓고 ‘아기돼지 삼형제’를 같이 읽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신랑은 또 뒷전입니다. ㅋㅋ  


☆ 2월 19일 토요일

밖의 바람 소리가 매섭습니다.
아침을 먹고 제 주민등록증 재발급 신청하러 면사무소엘 나왔습니다.
면에 나온 김에 논에 뿌릴 자운영씨를 물어보니 마을 이장님께 신청하면 된다고 합니다.

차 한잔 하러  단성의 점식이아주버님네에 들렀더니 오늘 저녁에 계모임이 있다고 합니다.

바람이 불어 날이 추워 일은 못하겠다니 들꽃님이 하시는 황매산 바람흔적미술관의 ‘지리산 사진전’ 보러 가자고 했습니다.
황매산 자중님께 전화 드리니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등 공예를 배우고 있다고 합니다.

황매산으로 출발~!!

한이는 도연이와 애들을 보더니 쪼르르 달려가서 놀기 바쁘고, 어른들은 등 공예 선생님을 모시고 5~6집이 모여서 대나무 살로 수박등, 골무등, 닭등, 종등 모양을 만들고 있습니다.

오늘 내일 만들어 보름날 각자 집 대문에 걸어놓을 거라고 합니다.
황매산에서 귀농한 사람들을 주축으로 배움의 시간을 마련했다니 부럽기도 하더군요.

잠시 바람흔적미술관으로 갔습니다.
바람이 어찌나 불던지 밖에 있는 바람개비가 씨잉씽 잘도 돌아갑니다.

조용한 전시관에 들러 지리산 사진들을 돌아보고 햇님의 이쁜 꽃꽃이도 보고~ 자그마한 전시관에 따스한 햇살과 꽃과 사진의 어우러짐이 참 좋습니다.

강의시간 끝나기를 기다려 자중님 댁으로 가서 차를 마십니다.
얼굴만 보아도 좋은 자중님 지연님^^, 애들은 애들끼리, 어른은 어른끼리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차를 마시며 새우깡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가 계속 됩니다.
도연이에게도 올 9월이면 이쁜 동생이 생길 거라 축하할 일도 있고 말입니다.^^  

한빛은 처음 먹어보는 새우깡이 맛있는지 아예 식탁으로 올라와서 과자를 집어 갑니다.
녀석 먹는 걸 너무 밝히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ㅋㅋ

7시 마을로 돌아옵니다. 마을 어르신들은 정월 대보름날 집집마다 돌면서 지신밟기를 하신다며 장구며 소고 꽹과리를 고치고 새로 장만도 하셨다고 합니다.

내일저녁부터는 노인정에 모여서 연습을 하신다니 열정이 대단들 하십니다.^^

점식이 아주버님네에 모여서 저녁을 먹고 대보름날 달집을 지을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열띤 토론이 이어집니다.

평일이니 사람이 없어서 어찌할 것이냐 하다가 결국은 내일 미리 짓기로 결론을 보았습니다.

애들은 달집 짓는다는 말에 졸던 녀석들 눈동자를 반짝거리면서 자기도 내일 대나무 옮길 거라고 신이 났습니다.

집에 돌아와 잠자려고 누우니 보니 2시 무지 졸립 습니다.  아아암~~~~


☆ 2월 20일 일요일

눈을 뜨니 10시 어제 얼마나 열심히 놀았는지 아직 한이는 꿈나라 입니다.
신랑은 저보고는 천천히 넘어오라면서 경운기를 몰고 마을로 넘어갔습니다.

한이랑 한빛이랑 놀다가 빨래 빨고, 한빛 변기 씻어놓고, 캐리어도 씻어놓고 보니
배가 등가죽에 붙어 힘이 없다는 한이녀석, 오뎅국 끓여 아침 겸 점심으로 먹고 이것저것 손보다 보니 3시가 훌쩍 넘어버렸습니다.

달집 짓는데 가봐야 하는데 이렇게 게으름을 부리고 말았습니다.

한빛 분유랑 물이랑 챙기고 서울 갈 채비도 하고 길에 나섭니다.
앞으로 한빛 안고 가방 세개를 메고 들고 한이는 지보다 큰 두발 자전거 끌고 간다고 옆에 섰습니다.
한발은 땅에 닿는데 아직 중심을 잡지 못하니 거의 끌어가는 수준입니다.

안겨있는 한빛은 버둥거리지, 바람은 매섭게 불지, 가방은 밑으로 내려오지, 마을까지 가는 거리는 왜 그리 먼지 말입니다. 장사익씨의 ‘삼식이’가 따로 없습니다 캬캬~

한이도 제 키보다 큰 자전거를 끌고 가려니 팔이 아픈가 봅니다.
겨우 현준네 도착하니 힘이 쭈욱 빠집니다. 한빛을 내려놓고 숨을 고릅니다. 푸하푸하~

논 한가운데 달집 뼈대가 서 있습니다.
경운기 3대가 나무를 하러 한번 더 갔다니 올해도 달집 크기가 거대해졌습니다. ㅎㅎ

한이는 아이들이랑 논다고 뛰어가고 현준엄마는 추운데 고생하는 사람들 먹을 김치찌개를 보글보글 준비하고 있습니다. 늦게 와서 도와주지 못한 제가 미안하기만 합니다.

애들은 추운 줄도 모르고 논밭을 뛰어다니고 수현네, 현준네, 딸기집네, 한이네 어른들은 달집 짓는다고 얼굴이며 코가 빨개져 있습니다.

5시가 넘어가는데 차를 끌고 온다던 신랑은 소식이 없습니다.

하는 수 없이 섭이아주버님께 부탁, 부랴부랴 논길을 달려 차를 몰아 오시고, 한이랑 한빛을 마을에 부탁하고 원지로 나옵니다.

차를 타고 가면서 신랑에게 전화했더니 배웅해주지 못해 못내 아쉬웠는가 봅니다.
아침에 나가서 잠시 얼굴만 봤으니 말입니다. 저도 무지 아쉽더군요.^^

수요일 정월대보름날 마을의 지신 밟기, 달집 태우기로 올 한해 풍년 농사를 기원해 봅니다.^^
  • ?
    허허바다 2005.02.23 23:07
    매 주말 기다려지시겠습니다...
    나즈막히 깔리는 아침 안개처럼
    시골의 삶, 참 평화롭습니다...
  • ?
    진로 2005.02.24 11:42
    주말마다 바람을 가르며 남으로 북으로 수고하십니다.
    옛 정취가 흠씬 묻어납니다.
  • ?
    오 해 봉 2005.03.01 10:53
    한이네집 아름다운 이야기에 미소지어 집니다,
    서울에있어도 마음은 산청에가있는 한이엄마께
    열렬한 박수를 보냅니다.
  • ?
    선경 2005.03.06 08:46
    자그마한 무지개빛 달무리처럼 잔잔한 한이네 이야기가
    참 정겹습니다
    정월 대보름의 지신밟기는 알고있었는데
    달집태우기라는 것도 있군요....저도 올한해 풍년을 멀리서나마
    기원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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