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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두아이를 둔 가정주부이자 가족생계을 책임지는 가장이였다.
마흔 중반인 그녀의 소원은 단 한가지 아이들의 성공이다.

큰애는 아들 고2, 작은애는 딸 중3에 올라간다.
그러던 그녀에게 문제가 생겼다.
애지중지한 아들이 방학중에 받는 훈련을 빼먹고
며칠째 집에 들어오지 않은것이다.

아들은 인라인 스케이트 경기도 대표에다 팀 주장인데
가출도 하필 감독과 코치 그리고 선수들을 집으로 초청한
이틀전에 일어난 사건이기에 그녀를 더욱 당황하게 했다.

아들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대며...
"오늘 해질무렵까지다, 들어오지 않으면 다 죽을줄 알아" 라는
엄포에다 혹은 살살 달래며 일단 나랑 통화좀 하게 해주라 며
아들 친구들을 회유했지만, 아들은 끝내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놈에 새끼 난 못살아! 이렇게는 못살아"하면서
갑자기 아파트문 앞으로 달려가더니 자동문 비밀번호를 바꾸고 나서,
다시 전화기를 들어 전화국에 전화를 걸어 집전화 번호 변경을
요청하다가 나의 제지로 통화 도중 전화가 끊겼다.

그녀를 진정시킨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앉자 차를 마시며 있다가
조용한 이야기 궤도속에 놓이게 된다.

*******

그녀는 이 사건이 있던 2주전 방학중인 아들과 딸의 허락을 받아
이웃 친구에게 집을 잠시 맡기고 사랑하는 친구 셋이랑
여행길에 올랐고 그중 2박3일간을 두지터에 머물렀다.

내가 참으로 사랑하는 누님들이기에...
갑자기 불쑥 들이 닥친 그녀들의 방문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누님들! 연락도 없이 오면 어떡해요. 제가 없으면 어쩔려고?"
"뭐 열쇠 있는곳 아니깐, 우리끼리 지내다 가면 되지,..."
"하하하 여기 산중 겨울은 불을 때야 되는데 불땔줄 알아요?"
"그~럼 나 불 잘...때?!,..."

세분중 한분이 혹독한 어느해 겨울...
연하천 산장에서 매일 불때며 살았던 경험을 무용담처럼 나열했다.

이윽고 두지터 차실로 들어선 그녀들은 잠시나마
남편과 아이들을 벗어난 자유인이였다.
좀더 적나라게 예를 들면 임상수감독이 만든 영화
[바람난 처녀들의 저녁식사] 처럼 속세의 기운이
저만치 날아가고 있었다.

정갈한 이부자리는 이미 구들장 밑으로 파고드는 그녀들의 몸놀림을
감당하지 못했으며, 김장김치와 동치미가 묻힌 단지 뚜껑을 여는 순간
조아라 하면서 애기처럼 날뛰고, 꼬불쳐 놓은 말린 나물을 내놓자
"야 넌 어쩜 그렇게 예쁘니! 누나가 오늘 저녁 안아줄까"
하면서 애써 산중 휴가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들 또한 한잔술이 들어가자 돌아가며 온통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에 모든 초점을 할애하고 만다.

그중에 풀릴 수 없는 것중에 하나가 바로 아이들에 관한 것이였고
세분중 특히 홀로 자식을 키우며 인고의 세월을 이겨낸
그녀에게 있어서는 자식이 전부였던 것이다.

두지터에서 보낸 2박3일의 행복한 시간에 대한 보답으로
한 누님의 생일날을 다같이 보내자며 나를 그녀의 집으로 초대했다.

17일 인천행은 그렇게 이루어졌고...
나는 가출한 아들에게 혼이 빠진 가련한 여인 앞에 서게 되었다.

망연자실한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을 앞에 두고...
나는 마음속으로 신께 기도했다.

제가 할수있는 것이 무엇입니까?
저에게 지혜를 주십시오 라고,...

찻잔를 마주하고 긴 침묵이 흘러가고 있을쯤..
내마음속에 뜨거움이 흘러나왔고
이윽고 나는 그녀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누나! 아들을 사랑합니까?
아님 누나가 아들을 통해 이루고 싶은 자신의 욕심을 사랑합니까?

세상에 당신께서 아들을 사랑한다고요?
그럼 왜 자식이 방황을 끝내고 지친 몸을 편히 쉬어야할
이곳의 집 대문을 걸어 잠그시고,

혹, 급한 전화가 올지 모르는데..
왜! 집 전화번호를 바꿀려고 합니까.?

그리고 가출한 오빠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누나가 사랑하는
딸에게 까지 화를 내고 윽박 지르십니까?

지금 누나는 무엇을 해야겠습니까?

모레 초청한 감독과 코치 그리고 또 다른 아들들인 선수들의 밥을
준비하기 위해 시장을 봐야되지 않겠습니까?

아들의 친구들에게는 전화해서 다른 얘기들은 하지마세요,...제발!!!
단지 몸이 아프지 않는지? 잘지내고 있는지?
걱정된다며 어미의 슬프고 안타까움만 이야기하세요.

그리고 더 바랄것이 있다면 ....
잘있다는 연락만이라도 해주길 바란다는 말 이외는 하지 마세요.

그리고 누난 자신의 아픔을 이겨내고 평소처럼 일하며
묵묵히 아들이 돌아오길 기다리세요.

안된다고요?,... 사람이기 때문에 안된다고요?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모습이 될 때까지 이생애를 살아야하고,
이번 생애에 이러한 모습을 지니지 못한다면 ..
다시 다음 생애에 이와같이 똑같은 일을 반복하며 살 수밖에 없답니다.

그리고 과거 수백년 아니 수천년동안 누난 오늘처럼 살았기에
윤회를 거듭해 여기까지 온거에요.

이번에 또다시 이런 상황에 대해 종지부를 찍지 못하면
절대 좀 더 나은 삶으로 진화할수 없어요.

운동요? 강요하지 마세요. 인라인 스케이트 국가대표도 바라지 말고
올림픽 메달에 대한 기대도 접으세요
단지 아들이 자신과 싸워 이길수 있도록 기도하고 사랑하고
뒷바라지만 묵묵히 하세요.
그럼 그가 무엇을 선택하던 세계 제일이 될 수 있을테니깐요.
.
.
.
그리고 우리는 약속을 했다.

안달하지 않고 인내를 가지고 아들을 기다리면서...
스스로 고요히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그녀만의 시간을 갖기로.....

18일 오후 인천을 나서며...
아들이 돌아오면 다함께 지리종주를 하기로 했다.

아마 다음주 초 나는 그녀들과 함께 두지터앞 초암능선을 올라
치밭목에서 1박, 그리고 세석2박, 노고단 3박 화엄사로 하산하는
3박4일 지리종주에 나설 것이다.

혹 그녀의 아들과 함께일지도 모른다.

지리산으로 출발전 아파트 주차장으로 마중나온
그녀를 가슴에 꼭 껴안으며 신께 기도했다.

아이를 돌려 보내주세요. 하나님!
사랑하는 그녀의 품에... 제~발!!!

그리고 오늘 난 그 누님에게 칼리지브란의 시 한편을
메일로 보낸다.


[아이들에 대하여...]

너희의 아이는 너희의 아이가 아니다
아이들은 스스로를 그리워하는 큰 생명의 아들딸이니...

저들은 너희를 거쳐서 왔을 뿐 너희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다.
또 저들이 너희와 함께 있기는 하나 너희의 소유는 아니다.

너희는 아이들에게 사랑은 줄 수 있어도
너희의 생각까지 주려고 하지 말라, 저들은 저들의 생각이 있으므로.

너희는 아이들에게 육신의 집은 줄 수 있으나,
영혼의 집까지 주려고 하지 마라.
저들의 영혼은 내일의 집에 살고 있다.
너희는 결코 찾아 갈 수 없는, 꿈속에서도 갈 수 없는 내일의 집에.

너희가 아이들같이 되려고 애쓰는 것은 좋으나,
아이들을 너희같이 만들려 애쓰진 말라.
생명은 뒤로 물러가지 않고, 어제에 머무는 법이 없으므로.

너희는 활이요, 그 활에서 너희의 아이들은 살아있는
화살처럼 날아간다.
그래서 활 쏘는 이가 무한의 길에 놓인 과녁을 겨누고,
그 화살이 빠르고 멀리 나가도록 온 힘을 다하여 너희를 당겨
구부리는 것이다.

너희는 활 쏘는 이의 손에 구부러짐을 기뻐하라.
그분은 날아가는 화살을 사랑하듯이 ,

또 흔들리지 않는 활도 사랑하기에,...

*******

하나님은 자신을 보여 주기위한 최적의 조건으로
세상의 어머니를 선택했다.
  • ?
    허허바다 2005.01.20 13:52
    삶이란...
    예... 그래요... 그런 거지요...
  • ?
    편한세상 2005.01.21 09:38
    대한민국 어머니(부모)들의 표준이지요.
    사랑과 관심이라는 미명 아래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억눌림,부담,,,
    인생을 웬만치 경험한 어른들도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 못하는데, 어찌 아이들이 부모 마음을 이해 할 수
    있을까요?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여러번 곱씹게 되는
    글입니다.

  • ?
    하해 2005.01.22 02:41
    허정님, 안녕하세요.
    이곳에 삶의 이야기를 놓아주셔셔 반갑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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