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주춧돌

by 끼득이 posted Jan 1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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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은 들어가는  현관의 주춧돌 2개를 요렇게 자리잡아 놓고 기둥과 벽체를 어떻게 해야할지 구상이 떠오르지 않아 며칠을 고민하더니,
나무 기둥 두개를 세우면 되겠는지 두툼한 나무 둥치를 찾아놓고 지금 조각을 하는 중입니다.^^

올해에 방 하나라도 들이자며  맘은 급하지만 이 추운 날씨에 산 정상에서 부는 바람이 장난이 아니라서 말입니다.
점심 드시라고 올라가 보았더니 눈만 나오는 빨간 털모자를 쓰고 쭈그리고 앉아 조각을 하고 있더군요.
"우와 정말 솜씨가 점점 좋아지네요^^" 했더니 이 두툼한 손이 재주꾼 인거 몰랐냐면서 씨익 웃습니다.
캬캬~


올해 들어서면서 한이는 부쩍 엄마를 독차지 하려고 합니다.
아장아장 기어서 오려는 동생을 보면 부리나케 엄마 품에 안겨서 두 손으로 꼭 껴안아 달라고 말입니다.

한빛이 누워있을 때는 그런대로 몰랐는데 지금은 쑥쑥 자라 기어다니고 잡고 일어서니,
동생에게 엄마를 빼앗기는 것은 아닌가? 싶은게 지금 녀석의 심정일 겁니다.

한이를 안고 있을라 치면,한빛 녀석은 또 어떤지 아십니까?
멀리서 잘 놀다가도 울먹울먹 하면서 저에게 기어옵니다. 안아달라고,,
아빠도 있고 할머니가 계신데도 두 녀석이 엄마를 놓고 서로 차지하겠다고 싸움입니다.

신랑은 저에게 "한빛 배 속에 있을때 꿀 발라 놨지?" 그럽니다. ㅋㅋ

토요일 오후 하동에서 신랑 친구들 모임이 있어 한빛을 어머님께 맡기고 나갔는데 한참만에 전화가 왔습니다. 녀석이 지금까지 울고 있다고,,
옆에 아줌마가 애기 어디 아픈거 아니냐고 넘어왔다면서,,
그래 걱정이 되어 먹는 둥 마는 둥 한이랑 가 보았더니, 제 얼굴을 보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방글방글입니다.
어머님은  엄마만 찾는 한빛녀석 봐줘도 소용없다고 속상하다고 그러십니다.
어찌 하오리까? ㅋㅋ

또 녀석은 까만 눈망울 반짝이면서 어른들이 지에게 좋은 이야기를 한다 싶으면 방긋 웃다가도
흉을 보면 금방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얼굴 빨개지도록 울고 맙니다.
뭐든지 입으로 가져가는 걸 오빠가 뺐을라치면 아빠 얼굴 보면서 앙앙~ 그럽니다.
갖고 싶다고 ,,

방에서 벽잡고 놀고 있는 걸 확인하고 잠깐 부엌으로 나와 볼일을 하다보면 어느새 제 뒤에서 무언가 손가락으로 주워먹고 있습니다.
어찌나 날랜지 모릅니다. ㅋㅋ

최근에 한빛 걸음마 연습 하라고 빌려 온 보행기는 한이 장난감입니다.
다 큰녀석이 그 자그마한 곳에 엉덩이를 집어넣고 두발로 굴리면서 다니는데 이거 조만간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부서질거 같아 아슬아슬 합니다.
마치 녀석 어릴때는 이런 거 안타봤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한빛이 가만히 있느냐 하면 또 아닙니다.
녀석도 만져볼거라고 보행기 잡고 일어서서 뒤뚱뒤뚱 거리고 있습니다.
오빠에서 태워달라고 애절한 눈빛을 보내면서 말입니다. ㅎㅎ

일요일 아침 고기가 먹고 싶다는 녀석 손을 잡고 하동시장엘 나갔습니다.
걸어서 15~20분 거리라 둘이서 손을 꼬옥 잡고 모자랑 목도리도 눌러쓰고 갔습니다.
말랑말랑 조그마한 녀석의 손이 참 좋습니다.^^
햇볕은 따스한데 간혹 부는 바람은 거세고 차갑습니다.

녀석이 알고 있다는 정육점엘 갔으나 문을 닿아 그냥 정처없이 시장골목을 헤매다 고깃집 발견, 생고기를 사고 마트에 들러 양념장이랑 사이다도 한병 사고,
길가에서 파는 오뎅도 먹고 룰루랄라 그림자 밟기 놀이도 하면서 걸어옵니다.

한이가 엄마랑 단 둘이 데이트했다고 어찌나 좋아하던지요.^^

배  갈아넣고 양파랑 대파도 썰어넣고 토란대 말린 것도 삶고 고기랑 넣어서 양념에 잘 버무려 놓았습니다.
6시가 넘으니 한이도 신랑도 배가 고픈지 먹고 싶다고 아우성입니다.
밭에서 뽑아온 배추에 양념고기 얹어 싸먹는데 아주 맛있습니다
배추가 어찌나 달던지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말입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한빛은 기어와서 싱싱한 배추들고 아삭아삭,, 끊어서는 입속에서 오물오물하고 있습니다.
아래에 난 이빨사이로 얼른 손가락 집어넣어 빼내니 씨익 웃고는
다시 아삭아삭 끊어놓습니다.

요즘 이빨이 간지럽다고 아무거나 닥치는 데로 입으로 가져가는데 손에 든거 빼앗으면 또 울고 맙니다. ㅋㅋ

자라나는 한빛 눈망울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애기들은  태어날때 자기 먹을 복은 가지고 태어난다'는...

겉으로 보기엔 서 있음이 어설퍼 보이고 앉아있음이 불안해 보여도 끊임없이 가지가 원하는 것을 향해 움직이고 있음을,,
그리고 그 원하는 것들이 저절로 녀석에게 가까워져 감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