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에서

by 끼득이 posted Feb 2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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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셋째주

날씨가 풀리고 봄기운 돈다는 우수(雨水)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아 질퍽이고, 한낮의 햇살이 따스하다.
한이방 동그란 천정유리를 달던 신랑, 지붕위에서 sos를 친다.

부리나케 올라가 하나는 줄을 잡고 하나는 맞추고 접착제를 쏘아 고정시킨다.
지붕위에 내리쬐는 햇살이 어찌나 따스한지 둘이서 마주보며 하하호호^^
봄기운이 완연하다.

'여기 진짜 명당이다. 전망도 그렇고 햇살도 이리 잘 드니...'
'그래서 여기다 전망대를 맹그는 거쟎여~'  

역쉬 재주 많고 멋있는 신랑이다.

짧은 봄방학을 맞아 한이는 아빠 도와드린다고 바쁘다.
주말엔 엄마랑 옆 비닐하우스 나무둥치를 아래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녀석이 어찌나 힘이 세어졌는지 무거운 것도 잘 들어 싣는다.
평지의 경운기 운전은 한이 몫이다.

모두들 열심히 일을 한 댓가로
일요일 저녁은 오리 주물럭을 해 먹었다.
며칠동안 오리고기 노래를 불렀다는 아들을 위해
신랑은 오리를 사오고,
시금치, 부추, 감자, 버섯을 넣고 간단 양념으로 주물주물 하였다.



참기름에 굴도 찍어먹고, 오리고기는 상추에 마늘 고추 얹어 쌈 싸먹고~



신랑은 배부르다며 먼저 숟가락을 놓았고,
우리는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 아주 아주 맛나게 먹었다.
그 옆에서 신랑은 괴물을 보는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우리는 상관없었다.^^


햇살 따스한 어느날 오후
녀석을은 밖으로 나와 이 흔들의자를 열심히 돌리며 놀았을 것이다.
그러다가 한명씩 자리를 잡고 잠을 잤는가 보다.
녀석들의 모습에서 봄이 느껴진다.

"한낮의 오수(午睡)를 즐기는 산골 아이들 ㅋㅋ"
아마도 지붕에서 일을 하던 신랑이 찍었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