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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주변산행기

2003.09.28 23:49

북한산 종주기

조회 수 1858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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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천사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내일은 북한산 종주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이북5도청~비봉매표소~비봉~사모바위~승가봉~청수동암문~문수봉~대남문~대성문~평창동 코스만 고집하는 집착증이 있는 사람인데 S천사님과의 대화 도중 달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기 때문이다. 예전엔 대성문 너머 백운대까지의 코스에 이상하리만치 별 정이 가지 않았다. 산성 복원 때문에 어지러워진 등산로며, 인위적인 냄새를 풍기는 산성, 등산로의 녹 쓴 쇠줄에서 묻어나온 냄새 등등이 그 이유였으리라. 근데 이젠 그곳에 가고 싶다. 완전히 지리산 때문이다. 대리 만족이다.

오전 10시쯤 출발하여야 북한산 입구까지 가는 시간 등등을 보아 여유있는 산행이 되는데 그날 오전에도 S천사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에구 11시를 넘겨버렸다. 인사를 하고 떠나려고 메신져에 메세지를 남겨 보지만 S천사님 응답이 없다. 일을 하고 계시는 모양이다. 부랴 부랴 메일에 간다는 내용을 남기고 북한산으로 달려간다.

2003.09.27 오전 11:35, 이제 정오가 되어 가는데도 덥다는 느낌이 없다. 바람이 전혀 불지 않는데도 덥지 않다. 기압계도 최근 6시간 동안 변화가 없다. 그래 가을이다.

요즈음 ofof.net에 사진 올리는 재미가 솔솔 붙어 사진기를 혹사시키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대성문 너머부터 사진을 찍기로 한다. 정작 많이 찍어야 하는 곳은 백운대 근처인데 욕심이 많아 가다가 좋은 풍광만 있으면 막 찍으니 당연히 밧데리 2개가 버텨나지 못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그리되었다. 다행히 도선사 입구 아스팔트에서 밧데리가 떨어져 다행이었다. 히! 정확한 예상이다. 더 힘 좋은 놈을 구입할까 생각도 해보지만 그러면 무거워지고 거추장스러워진다. 하여튼 그 이전 코스의 사진들은 이미 사랑방에 좀 올렸기에 그것으로 위안을 삼고자 한다.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저번 주에 워낙 많은 분들이 오셔서 그런지 오늘은 정말 조용하다. 사람 구경하기가 어렵다. 가끔 연세 많으신 분들만 눈에 띈다. 향로봉에 올라서서 시간을 보니 12:10 이다. 자! 이제 능선길을 달린다. 물론 쿵쿵 뛰는 것은 아니다. 사뿐사뿐 빨리 가는 것이다. 이북5도청에서 올라오는 길과 마주치는 교차점을 지나 비봉으로 내닫는다.

난 비봉에 오르지 않는다. 내 눈앞에서 오르다 떨어져 세상을 떠난 어느 등산객 때문이다.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쿵쾅쿵쾅한다. 사람 체증 없으니 빨리 가는데는 그만이다. 비봉을 지나 승가봉, 청수동암문, 문수봉, 대남문을 지나 대성문에 도착하니 시계는 오후 1:15을 가리킨다.

땀이 비오듯 한다. 아무리 땀을 훔쳐 내어도 목젖 부근에 땀이 배여 그 부분이 따끔 따끔 거린다. 백운대! 자! 저기가 오늘 갈 곳이다. 이제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도 요놈의 고추잠자리 계속 졸고 있다. 디카로는 더 이상 줌이 되지 않아 멋있는 사진되기는 걸렀다...

이제부터의 북한산성과 같이 가는 능선길은 숲이 그늘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쓰기 싫은 모자를 꺼내 쓴다. 저 아주머니 모자에 게다가 수건으로 얼굴을 칭칭 감고 얼마나 답답하실고? 여성분들은 자외선이라 하면..ㅎㅎ.. 능선길은 넓고 표고차가 거의 없다. 물론 우측의 저 산성 사진과 같이 약 15m 내외의 오르내림이 반복되지만..

보국문 가는 길.. 이어진 산성.. 산성너머 저 수많은 아파트.. 각박한 세계.. 답답한 성냥곽.. 아파트! 우리에게서 자연을 앗아간 문명의 대명사..

기압의 변화가 없어서 그런지 옅디옅은 운무가 내리앉아 있다. 보국문을 지난다. 북한산의 여러 문과 같이 아직 누각을 갖지 못했다. 북동쪽으로 보이는 칼바위능선은 언제 봐도 이름과 그 수직감이 잘 어울린다. 근데 저기는 안간다. 칼에 발이 베일까봐 ㅋㅋ.

계속 이어지는 산성길.. 저멀리 보이는 백운대.. 하늘은 높고 단풍은 이제 가을을 준비한다. 햇살은 아직 따갑지만 여름의 그 맹렬한 기세는 이젠 없다. 저 소나무 얼마나 바람에 시달렸는지 마치 북서풍에 머리 휘날리는 모습이다.

걸음을 재촉하니 넓은 대동문 뒷마당이 나온다. 그나마 여기는 사람들이 조금 북적 댄다. (대동문을 통해 내려가는 길중 진달래능선이 있다. 어릴적 그 이름이 너무 좋아 항상 대동문에 오면 그 길로 하산하던 기억이 난다. 봄에 진달래가 만개하였을 때 진달래 한번 보고 머리 올려 삼각산 한번 보고.. 참 멋있는 길이었다. 요즈음은 진달래 만개한 때 그리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진달래는 커녕 백운대 보기도 어렵다. 하도 사람이 많아서 좁은 등산로에서 사람 피하기가 바쁜 곳이다. 그건 그렇고 여름의 경우는 비온 뒤 이 진달래능선으로 하산하다 중간쯤에서 우이계곡으로 빠지면 우거진 수풀과 쿵쾅거리는 계곡물로 시원함을 만끽할 수 있다.)

자! 갈 길이 바쁘다. 이제부터 북한산대피소까지는 정말 좋은 산책로다. 수풀이 우거져 청량감을 느낄 수 있고 등산로는 흙길로 부드러워 부담이 없다.

조금 가니 시단봉 위의 東將臺가 나온다. (장대-將臺-는 장수의 지휘소로 시단봉 위의 동장대, 나한봉 동북에 남장대, 중성문 서북에 북장대 등 3개소가 있었다. 이 가운데 동장대는 북한산성의 총지휘소 역할을 하였으며, 대동문에서 용암문에 이르는 사이에 있었다. 성을 쌓은 이듬해 숙종이 친히 동장대에 올라 시를 지어 오늘에 전한다. 당시 국가에서 북한산성에 쏟았던 용력과 기대를 짐작하게 한다. 지금 이러한 장대와 성문들의 완전한 모습을 찾이보기는 어렵지만 그 옛 터와 자취는 남아 있고, 동장대는 1996년 복원되었다.)

가끔 대남문 문수봉에서 백운대 쪽으로 가는 능선길을 내려다 보면 멀리 용암봉 아래 이 동장대 자태가 아련한 능선길의 낭만을 자아 내곤 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 가면 그 환상은 항상 깨지는 법..

동장대를 지나 나무로 포장된 아름다운 길을 조금 더 가니 북한산대피소가 나온다. 그 앞뜰의 넓은 공터 한쪽 구석에 있는 샘물은 맛있고 시원하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댄다. 위쪽의 북한산대피소는 한가하기 그지 없는데 말이다.

수많은 개발과 등산장비의 발전으로 백운대 주변의 4개 대피소들(백운대피소, 인수대피소, 우이대피소, 북한산대피소)은 지리산의 대피소들과 달리 이제 대피소로서의 역할보다는 산행중 점심 식사를 하는 공간으로 바뀌였다. 물론 인수봉대피소는 아직도 인수봉 암벽타기꾼들에게는 하룻밤을 묶는 곳이긴 하지만..

조금 오르니 용암문이 나온다. 자! 이제부터는 오르막이 심해진다. 여기서 등산화 끈을 다시 조여주는 것이 좋다. 가파른 암릉에서 발목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물론 발목을 보호할 수 있는 목 높은 등산화가 필요하다.

등산화 끈을 고쳐 메고 있을 때 누군가가 휙 지나간다. 어디서 많이 보던 사람 같은데... 그분의 뒤를 따라 가다 보니 마주 오는 등산객들이 모두 정중히 인사를 한다. 아! 맞다! 도올 김 용옥 선생과 사모님이시다. 사진 한장 컷 하곤 e-Mail로 보내 드리겠다고 하니 그러지 말라며 그냥 가지고만 있으라 하신다. 무례하게 동의도 안 구하고 찍은 것은 물어봤자 찍지 말라고 하실 것이 분명하기에 염치불구 셔터를 눌러 버렸다. 이 글을 통해 죄송하다고 여쭙고자 한다.. 그래도 우리 사랑방 가족을 위해선 한장 찍을 수 밖에 없었다고..

쇠줄을 붙잡고 오르기도 여러번.. 손에 뭍은 녹 냄새가 진동을 한다. 뒤돌아 보니 가파른 암릉길이 아마득하다. 고개 들어 멀리 보니 지나온 길도 아마득하다. 사면 경사가 가파른 길을 계속 가다보니 탁 트인 경관이 나온다. 노적봉과 염초봉, 원효봉 사이에 있는 계곡이다. 진관내동까지 쭉 펼쳐진 경관이 장관이다. 염초봉과 원효봉 사이, 북문 아래에 있는 상운사가 조그많게 보인다.

왼손으론 쇠줄을 잡고 비탈진 암릉을 계속 가는데 아! 이쁜 단풍이 있다. 그래 저 계곡을 배경으로 사진 찍어 성주님께 선물해야지. 히! 근데 사진 찍기가 쉽지 않다. 위험을 무릎쓰고 쇠줄 난간 밖으로 간다. 악! 낭떠러지다. 요놈의 줌이 충분해야 할텐데.. 아! 소형 디카의 한계여! 어쨋든 열심히 찍는다. 한 10장을 찍었나? 땀은 비오듯 한다. 조심스레 난간 안쪽으로 들어왔다. 지나가는 사람이 '거 조심하슈' 하고 걱정을 표시한다. 상관없다.

'히! 그럼 음악은 뭘루 하지? 어떤 이쁜 구절을 붙이지?' 험한 암능길을 가면서 그 생각 뿐이다. 노래는 정했다. 김태곤의 송학사.. 글도 지었다.
아직 딴 놈들은 애써 청록을 유지하고 있건만
성질 급하여
저 혼자 새 옷 입었네.
그것이 겨울을 재촉하는 지도 모른 채...

오후 2:25을 넘기고 있다. 빨리두 왔다. 아슬 아슬, 비틀 비틀.. 위문 쪽을 향해 만경대 밑을 가고 있다. 속도가 느려 진다. 길이 좁아 자주 서야 한다. 잠시 쉬는 동안 왼쪽을 보니 아! 백운대가 턱 버티고 서있다. 수직감이 위압적이다. 저 수직벽을 타는 사람들.. 백운대로 오르는 사람들... 찰칵 찰칵!! 사진기에서 열이 난다.

오늘은 운이 참 좋다. 구름도 없고 바람도 불지 않는다. 여긴 자주 오지는 않지만 올 때마다 구름에 휩싸이거나 바람이 너무 불어 오래 머물지 못했었는데.. 오늘은 딱! 이다. 아! 저 높은 구름이 마치 솜털 같다. 푹신 푹신 할 것 같다.

맞은 편에서 오던 아주 긴 행렬이 다 지나 갔다. 외국인들이다. '@#$%^&, &**^%@!' 대화 소리가 요란하다. 목소리 큰 사람들 중에 한부류는 외국인들이다. 여기가 몽블랑보다 더 좋다는 말이 스쳐가며 들린다. 한국인 학생인가 본데 아주 유창한 혀굴림으로 '세계 어느 수도에 이만한 산이 있느냐' 라며 큰소리로 열 올리며 설명한다. 그래 맞다. 우린 복 받은 것이다. 어디에 이런 곳이 있으랴... 가자!

위문 아래 갈림길에 도착했다. 험한 암릉길은 다 지난 것이다. 저번에 공사하더니 깔끔하게 나무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위문은 아직도 복원 공사중인데 빨리 마무리 해야지 이 좋은 경치 다 깨겠다. 많은 사람들이 그늘 아래서 이것 저것 먹느라 정신들이 없다. 오늘 먹은 것이라곤 옥수수 하나에 녹차 2잔 그것이 전부인데.. 에공~ 먹고는 싶은데 다이어트 중이라... 참자! 참자! 아! 저 배! 저 복숭아! 돈다~ 돌아~ @.@

위문에 오르니 꽤 많은 사람이 몰려 있다. 대부분이 여자다. 왜냐구요? ㅎㅎ 가자, 안간다. 안 무섭다. 무섭다.. 옥신각신.. 중간쯤 갔다가 내려온 한 여성은 눈물까지 글썽인다. 그렇다. 후들후들 한다. 떨어지면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당연히 든다. 저번에 매스콤에선 떨어져 죽었다고 하지 않은가! 근데 올라가 보면 생긋이 웃음 지을 것을..ㅎㅎ 조금 오르다 뒤 돌아보니 북한산 백운대와 만경대 사이에 있는 위문.. 그 옆 위로 우뚝선 우람한 바위.. 그 수직감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뭐 같이 생겼다고 해야 하나? 이름 붙이는 것은 소주한잔님이 잘 하시는데 ^^*

정체가 시작된다. 이제 한 4살 먹은 어린이가 이 백운대 오름길에서 낑낑대고 있다. 난간이 없는 옆으로 치고 나간다. 남정네들은 다 뒤따라 오는데 여성분들은 보고만 있다. '자식들 여성들 손 좀 잡아주면서 같이 오면 어디 덧나나? ㅎㅎ'

이리 정체가 심하니 오르면서 사진 찍기는 걸렀다. 그래도 인수봉만은 찰칵! 살아있는 인간 거머리들.. 착 달라 붙었다..
에고 무서버라~

쇠줄 난간을 꼭 붙잡고 바위 틈에 난 홈을 밟으며 하나 하나 오른다. 헥헥 대며 좀 오르니 정상이다. 바람 한 점 없다. 탁 트였다. 아! 좋다. 허긴 이 맛에 백운대 오르지 ㅎㅎ.. 좀 있으니 조용한 이 산에 헬기 소리가 요란하다. 노적봉 너머 북한산성계곡 어디서 부상자가 생겼나 보다. 들것에 사람이 실린다. 헬기는 염초봉과 원효봉 사이로 해서 산 아래로 바삐 내려간다. 많이 다치지 말았어야 할텐데...

정상에서 한참을 멍하니 저 남쪽을 쳐다 본다. 남쪽에 지나온 길이 노적봉 너머에 어슴프레 펼쳐져 있다.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 문수봉, 보현봉.. 의상능선길에 열지어선 나한봉, 나월봉, 증취봉, 용혈봉.. 바로 앞의 노적봉..

동쪽으로는 빽빽하게 들어찬 서울 북부 아파트촌이 펼쳐져 있고.. 서쪽은 진관내동쪽이 염초봉, 원효봉, 상원사와 함께.. 그리고 원효봉 위 선명한 산성.. 서북쪽은 고양시 효자동 쪽.. 북쪽은 도봉산이 인수봉 너머 아스라히 펼쳐져 있다. 장관이다! 한참을 봤나 보다. 좀전에 위문에서 올라가지 않겠다고 눈물 보이던 그 아가씨, 올라와 이젠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잘 하셨수.. 안 보면 후회했을텐데.. ㅎㅎ'

아래를 보니 많은 사람들이 피곤한 몸을 쉬며 그 장관들을 멍하니 바라 보고 있다. 무슨 생각들을 하는지.. 저기 오리바위도 보인다. 고참! 어찌 저리 똑같이 생겼을꼬.. ㅎㅎ 정말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조물주의 솜씨! 이런 수직벽에 저런 오동통한 오리 한마리 올려 놓을 생각을 어찌 ㅎㅎ

저기 가서 다리 쭉 뻗고 쉬어야겠다. 한가함을 맘껏 즐겨야지.. 두 눈 감고 다음 주의 지리산를 꿈꿔야지.. 정상에서 내려와 바위 위에 드러 누우니 피곤이 싹 가신다. 허리 근육이 풀리는 느낌이 온다. 햇살이 왼쪽 팔을 내리 쬔다. 햇살에 힘이 없다. 그냥 둔다. 따스한 것이 좋다.

한참이 되었나 보다. 아직 주변은 사람들이 많다. 어? 고도계 등의 기능이 딸린 산악용 시계가 작동이 안된다. 습기가 찼다. 완전히 가벼렸다. 거의 뛰다시피 오다가 사진 찍는다며 멈춰 선 순간 줄줄 흘러내리던 그 땀에 그리된 것 같다. 어제 시계포에서 밧데리 갈다 정확하게 조립이 안되어서 그리된 것이 분명하다. 몇일 걸린다는 말에 그냥 급한 마음으로 밧데리를 갈았던 게 사달이 난 것이다. 난감하다. 기록들이 다 지워져 버렸다. 정확한 시간과 고도, 기압 등이 기억 나질 않는다. 에고~ 또 정확한 산행기 써 볼려는 의도 산산조각 났네..

내려 간다. 그래도 좀 쉬어서 인지 몸이 가뿐하다. 비탈지고 험한 암릉길을 좀 내려오니 백운대피소가 나타난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피로를 풀고 있다. 가파른 길을 더 내려간다. 인수대피소가 호젓하게 자리잡고 있다. 조그만 개울을 지나 오르막을 오른다. 여러 명의 중장비 부대가 몰려 온다. 인수봉 암벽 연습을 위해 오르는 이들이다. 산꾼 냄새가 무럭무럭 난다. 시꺼멓게 탄 살갗, 튼튼한 팔뚝.. ㅎㅎ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니 수풀 사이 인수봉 우뚝 솟아 있다.

계속 내려간다. 도선사 가까이 오니 불경 낭독소리 울려 퍼진다. 다 왔다. 우이대피소는 완전히 폐허 상태다. 허긴 바로 앞에 상가가 조성되어 있고 거기까지 택시가 쌩쌩 올라오니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그래 맞다. 제 몫이 없으면 쓸모없는 폐기물이 되는 것이다. 도선사 주차장을 뒤로 하고 긴 내리막길을 털레털레 내려온다. 그 길이가 백운대에서 내려온 거리보다 길다.

한참 산악자전거 탈 때 이 비탈진 길을 훈련한다고 자전거로 반복해서 오르내린 기억이 스쳐지나 간다. 입가엔 미소가 번진다. 그래 좋은 시절이었다.

다시 속세로 왔다. 길가 왼쪽으론 간이 포장마차들이 줄지어 서 있고 우측에는 음식점들이 연이어 성업중이다. 조금 지나니 번화한 곳에는 등산용품점이 무수히 들어섰다. 그래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무사히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흥이 난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빨라진다. 마음도 급해진다. 지리산커뮤니티 가족에게 오늘의 감흥을 제대로 전달하고픈 생각이 막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 오늘의 이 기분을 나눌 가족이 있다! 우리 ofof.net의 가족들이 사는 그 무릉도원에서!! (끝)


음악 : 불의 전차 OST, Chariots Of Fire - Vangel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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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주한잔 2003.09.29 11:03
    역시 글 좋으네요^^.. 사진도 감각있으시궁...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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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해 봉 2003.09.29 13:11
    오랫만에 접한 북한산 산행기 참 좋네요.실지로 북한산 얼마나좋습니까.그높은곳에도 가제나 물고기가있고.비오고난뒤는 어디까지 다보이고.사진으로지만 얼굴을 기억했으니 그곳에가면 볼수있을까 싶네요.좋은산행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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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거사 2003.09.30 09:08
    지리산 컴뮤니티 가족에게 감흥 전하기 위한 맘이 폭팔해서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빨라졌다는 님의 뜻에 동감.지리 가족이 예의 밝고 정서가 순수하고 교양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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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kjs38 2003.09.30 11:23
    오 해 봉님 언제든지 오세요 ^_^ 김현거사님, 정말 그렇죠? 다 너무 좋으신 분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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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새 2003.09.30 13:55
    park-38님~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저는 항상 쿠키와 임시인터넷파일을 삭제시키는데 님이 올린 사진이 안보이네요 어케 해야하는지 아시는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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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omoon 2003.10.05 17:19
    또 한번 날 감동케하시니 박삼팔님의 열혈팬을 자처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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