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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주변산행기

2006.10.23 10:42

금원산 散步記

조회 수 213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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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총동창회 사무실 근처서 비봉산악회 5대의 버스 중 2호차에 오르니,김덕균 김병지 박홍식 서태병 이화웅 정우섭 총각이 앉아있고,김원용 김화홍 손부일 이병소 이인기 이창국 친구는 웬 이쁜 여학생 하나씩 데리고 앉아있다.가을 지리산 근처 가서 진주 친구들 얼굴이나 볼겸해서 나도 따라나서 보았다.

그런데 가보니 산이 뜻밖에 아름답다.거창군 위천면 상천리에 있는 해발 1352미터 금원산은 명산 智異 德裕 伽倻山 옆의 낮선 산이지만,숨어있는 미인처럼 자태가 아름답다.

매표소 근처부터 범상치가 않다.보름달 뜨는 날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였다는 선녀담이란 연못가 단풍은 진홍이요,물은 싸파이어처럼 푸르다.잠시 너럭바위에 앉아서 물소리에 귀를 씻노라니,여기 은거했던 옛날 선비들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처음부터 분위기 팍 살아있다.

서태병 정우섭 친구와 일행이 되어 산보하듯 천천히 오르는데,‘儒案廳 계곡’이란 계곡 이름이 특이하지만,그 뜻 이야기해줄 사람은 없고,물소리 따라 올라간 곳에 자운폭포가 있는데,그건 한글로 적혀있어 또 그 뜻이 애매하다.넓은 반석이 비스듬히 드러누운 臥瀑이라,물빛이 紫색 구름같이 아름답다고 紫雲폭포라 했지 않겠는가 짐작될 뿐이다.

근처 공기는 수정처럼 맑은데,넓은 반석 위로 시원스럽게 물은 쏟아내리고,골짜기 덮은 푸른 소나무와 붉은 단풍이 속세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여기서 한그루 복숭아 나무를 보았는지 모르겠다.
푸른 이끼 낀 바위를 덮은 그 복숭아나무가 봄바람에 붉은 꽃잎을 옥같은 물 위로 떨어트리면,그대로 이태백의 ‘桃花流水杳然去 別有天地非人間’ 싯귀나올 법 했다.

여기서부터 산은 완전히 仙界로 변하여 계곡의 바위와 나무와 물은 저마다 山水美의 극치를 보여준다.물은 바위를 휘돌아 흐르기도 하고,혹은 바위를 타고 폭포로 떨어지기도 하고,옥구슬 물방울이 되어 허공을 적시기도 하고,넓은 반석 위에 작은 沼는 밑바닥까지 투명해 에메랄드 거울같이 되기도 한다.
나무는 둥치가 바위 위에 범처럼 웅크린 기괴한 것도 있고,뿌리가 바위를 기묘하게 덮은 것도 있고,혹은 전신을 물 위로 던지듯 멋을 내고 드러누운 것도 있다.

유안청계곡 전체가 예술이다.
내가 일본의 궁성들,북경 이화원,소주의 졸정원같은 외국의 이름난 庭園들은 구경했지만,여기 물과 바위와 나무같은 생동감을 느껴본 적 없다.돈 주고 외국 나들이 할 것이 아니라 제나라나 제대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길이 계곡 옆이라 싫컨 물구경하며 오르니,우리 세 거북이들의 목적지인 ‘유안청폭포’가 나온다.산을 가로지르고 비스덤히 들어누운 그 거대한 암반의 길이가 한 100미터 쯤 될까?이태백이라면 대뜸 飛流直下三千尺이라고 후라이 쳤을 것이다.가을 가뭄 끝이라 수량은 많지 않았지만,은하수처럼 아득히 하늘 위에서 떨어지는 폭포 아래 물가 바위에 우리 세사람이 앉으니,단풍은 표표히 떨어져 옷깃을 스치지,금방 羽化而登仙할 것 같다.

‘산은 되도록 천천히 오르는 사람이 진짜다.
되도록 많이 쉬고,유유히 감상하면서,詩도 읊어보면서,오래 늑장을 부리는 우리가 진짜다.’
서태병 친구와 나눈 이야기다.

한참 쉬다보니 시간이 아침 8시.한시간 반 산행이면 족하다고 이쯤에서 하산하고싶은 눈치가 역력한 정우섭 친구와 셋은 다시 거북이 걸음으로 유안청 제2폭포로 올라갔다.

역시 명품이다.
규모는 작았으나,그렇게 고전틱 할 수 없다.암벽 생김새도 좋고,수목도 울창하다.이런 데 토굴 하나 파놓고 10년 공부하면 도를 통하던지,得音을 하던지 둘 중 하나는 하지 싶다.

‘과일 좀 드세요.’
30회 선배 부인이 옆에서 우리에게 깍은 참외를 권한다.
천상선녀가 따로 있나?우리는 떡을 권했더니,웃으며 삶은 고매까지 또 건네주신다.

금원산 휴양림은 폭포 옆까지 임도로 차가 갈 수 있었다.
하산길은 임도를 택했는데,하늘을 찌를 듯한 낙엽송 숲속에 방갈로도 있고,물가에 데크도 있다.여름에 수박 한덩이 놓고 바둑삼매 빠질만한 곳이다.족구장에서 공 차고 늑장부리다 내려오니,진주 문성열원장과 강홍열대장이 빨치산처럼 획획 나르면서 올라온다.엊그제 설악산 대청봉 백담사 코스 다녀온 분들이다.보나마나 1353미터 금원산 정상이 목표다.

인사만 하고 내려오다 물가 바위에 앉아 洗足했다.
굴원은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하지 않았던가?마땅이 발이나 씻을 난세인 것이다.‘마하반야바라밀다!’ 일공은 般若心經 외고 거사는 손바닥 목탁 치며 놀다가 산행을 마무리 지었다.

  • ?
    오 해 봉 2006.10.23 22:03
    "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 "
    과연 김현거사님 다우신 말씀입니다,
    나이드신 동창 동문들과 좋은산행 축하 드립니다,
    밖에 나가시니 좋으셨지요,
    야생마가오면 가까운 관악산 이라도 가시는게 어떨런지요.
  • ?
    부도옹 2006.10.24 18:16
    벗들과의 산행은 언제나 즐거움을 주지요.
    유안청계곡이라면 영화 '남부군'에서 500여명의 빨치산들이 발가벗고 목욕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그곳이랍니다. ^^*
    '거창 문화관광'에서 유안청에 대해 설명하기를....
    " 유안청폭포의 본디 이름은 가섭동폭이었다. 옛날 금원산에 자리한 가섭사에서 비롯 된 것을 조선시대에 들어 유생들이 지방 향시(鄕試)를 목표로 공부하였던 공부방 격인 유안청(儒案廳)이 자리해 유안청 계곡으로 부르게 되었다. 유안(儒案)이란 청금록(靑衿錄)과 같은 말로 유생(儒生 선비)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 푸른 도포를 입은 사람이 청금(靑衿)이며 주자의 백록동규(白鹿洞規)에서 이 말을 쓴 후로 우리나라에 전파 되어 사림, 사족(士族), 유림이란 뜻으로 유안, 청금안(靑衿案), 향안(鄕案)들로 사용했는데 본래는 시경에서 따 온 말이다." ....
    언제 김현거사님을 위해 '광교산 싸목싸목 산행' 번개한번 치고싶습니다. ^^*

  • ?
    김현거사 2006.10.24 21:41
    지리산 가족분들과 등산은 겁나서 못합니다.
    빨치산 처럼 나르는 분들하고 어떻게 갑니까?
    '유안청'에 대한 설명 고맘습니다.
    야생마님 돌아오면 만나겠지요?
  • ?
    슬기난 2006.10.26 22:55
    산은 되도록 천천히 오르는 사람이 진짜다.
    되도록 많이 쉬고,유유히 감상하면서,詩도 읊어보면서,오래 늑장을 부리는 우리가 진짜다.’
    천방지축 뛰어다니기만 하는 몸인지라 가슴에 콕 와닿습니다!
    대진 고속도로 개통되기전 고향갈라치면 옆으로 지나며 눈길을 끌던
    멋진 곳을 다녀오셨군요.
    부도옹님! 언제 광교산 번개 함 주선해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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