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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주변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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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우리나라를 삼천리금수강산이라 하여 많은 시인묵객들의 칭송을 받아왔는데 이번 비계산→별유산 산행을 통해서 새삼 그 말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였다. 그만큼 이번 산행이 즐거웠으며 비계산, 별유산은 아름다운 산이었다.

4월 13일 새벽 4시 반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어제 저녁 챙겨놓은 등산배낭과 옷가지들을 차에 싣고는 합천읍으로 향하였다. 새벽하늘을 보니 달은 그믐을 향해 가는 듯 반달보다 조금 더 작았는데 새벽의 별빛이 초롱초롱한 것이 등산하기에 나쁘지 않을 날씨가 될 것 같았다.

합천읍에 도착하여 24시간 영업을 하는 식당에 들러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는....다음 밥은 언제 먹을지 기약을 할 수 없으니.... 목적지인 가야면의 숭산 지역 방면으로 향하였다.

가야면 에서도 매안,대전,죽전리등의 마을이 모여 있는 이 지역의 이름을 숭산이라 하는데 지난날 숭산이 하나의 면소재지를 형성하여서 그리 이름을 붙였는지는 모르지만 숭산이라 불리는 곳으로부터 거창군 가조면에 넘어가는 경계점에 비계산이 위치하고 있다.
저번에 숭산에서 가조면으로 몇 번 넘어가다가 ´비계산등산로‘라고 보아둔 곳이 있어 오늘의 산행계획을 그곳으로부터 시작하여 별유산을 거쳐 적당한 곳으로 하산하는 것으로 잡았다. 컨디션이 괜찮으면 매화산까지 경유하여 내려올 욕심도 있어 혹 모를 야간산행을 고려하여 해드랜턴까지 챙겼다.

숭산에서 가조를 넘어가기 전 매안삼거리의 적당한 곳에 차를 세워 두고는 평소에 보아둔 ‘비계산등산로’라는 표식을 찾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등산로 표식에 정상 6.3km라는 글귀가 있는데 속으로 설마 6.3km까지야 되겠는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눈에 보이는 비계산 정상은 그리 멀어 보이지 않거니와 정상까지 6.3km라면 매우 먼 거리에 속하는데 뭔가 잘못되었겠지 하면서 등산화를 오르막길에 불편하지 않도록 느슨하게 매고는 등반을 시작하였다.

오늘 산행은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 음식물과 옷가지, 소요장비를 충분히 준비한 관계로 배낭의 무게가 만만치 않은 것이 10K정도는 됨직 싶게 듬직하였다.
산길은 돌멩이 하나 발에 밟히지 않는 전형적인 흙길로 된 오솔길이었는데 떨어진 솔잎이 쌓여있어 약간 미끄러운 것이 흠이라면 흠이겠다.
오르막 산길은 옛 나무꾼의 자취였는지 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작은 S형으로 달팽이처럼 되어있어 숨을 헐떡이지 않고서 비교적 편히 오를 수 있어 좋았다.

올라가는 길 좌우에는 분홍색 진달래꽃이 반기고 있었는데 아직 채 피지 않은 꽃망울이 대부분이어서 며칠 후면 산이 온통 진달래꽃으로 덮일 생각을 하니 황홀하여 현기증마저 돌 지경이다.
그런데 30분 정도를 올라가면서 여기 등산로의 특이한 점을 발견하였다. 이상하여 정상에 올라갈 때까지 유심히 관찰하였는데 그것은 등산로 주변에 일상으로 보이는 비닐봉지, 담배꽁초 등의 쓰레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마 이곳을 드나드는 비계산을 사랑하는 가야면 숭산 지역의 산사람들이 깨끗하게 관리하여 그렇지 않나 싶어 그네들의 얼굴을 알지는 못하지만 매우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눈앞에 정상이 보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하늘이 맞닿아있는 능선이 눈앞에 온 것이었다. 입구에서 들어선 정상 6.3km를 다시 생각하며 피식 웃으면서 정상의 조망을 생각하며 걸음을 바삐 움직여 정상에 올라섰는데 다시금 더 멀리 정상이 펼쳐져 있었다.
휴~~산 넘어 산이라더니 지금까지 올라온 것은 정상까지의 절반도 되지 않은 성 싶다. 하지만 체력은 거의 소진되지 않은 상태였고 컨디션도 최상인지라 잠시도 그 능선에서 쉴 틈이 없이 룰루랄라 경쾌한 기분으로 정상을 향하여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매안리 입구에서 비계산 정상까지는 돌 하나 디딜 여유 없이 등산하면서 관절에 전혀 무리가 없을 성 싶게 포근한 흙길의 연속이어서 입가에서 흥얼거리는 노래 소리가 끊이질 않으며 기분이 그지없이 좋기만 하였다.
어느덧 비계산 정상에 거의 도착할 무렵에 다른 쪽으로 난 길이 보이면서 작은 삼거리가 있었는데 그 부근에서 하산 길에 헛갈리지 않게 ´매안마을 방향´이라는 이정표를 조그만 나무판에 써서 달아 놓은 것이 보여 숭산 지역 등산인들의 애향심과 자상함이 엿보였다.

드디어 정상에 올라서니 주변의 조망이 한 눈에 들어오고 "飛鷄山 해발 1125.7m 합천군 숭산비운 산악회"이라고 글을 새겨 정상에 세워놓은 큰 돌이 있었다.
시간을 보니 입구 등산로에서 6시 10분이었는데 지금은 8시였다. 6.3km 정상까지의 소요시간이 1시간 50분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 등산로가 완만한 경사에 편한 오솔길이라서 그런가보다.

비계산 정상에서 별유산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려니 이제까지 올라온 길과 달리 정상부분은 자일에 의존하지 않고는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험한 암벽과 낭떠러지들이 몇 군데나 있어 아찔하였다. 성격이 평소에 그지없이 온순한 사람도 성질부리면 사납듯이 비계산도 또한 그리한가 보다. 그래 인생길 굽이굽이 어디 편안한 길만 있을 것이냐!
아까의 숭산비운산악회의 돌에서 20여 미터 떨어진 곳에는 ´거창군 비계산 1125.8M´라는 글을 스테인레스 판에 새겨놓은 것이 있었는데 비계산은 닭이 날라 가는 형상이라 하여 비계산이라 부르고 우두산 정상까지는 6.2KM이며 등산 후 근처 거창군 가조면 온천에 목욕을 하면 좋다는 안내문까지 친절하게 덧붙여있다.
그리고 바로 뒤에 누군가가 별도로 조그맣게 붙여놓은 ´비계산 1130.2M, 無心´이라는 것도 눈에 띄었다.

비계산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88고속도로와 합천 가야면 숭산의 정경과 거창 가조 그리고 주변 우두산, 의상봉, 가야산의 연봉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비계산에서 내려다보이는 주변의 산하대지는 너무나 아름다웠고 우주 속에 던져진 인간은 너무나 왜소한 존재임을 느끼겠다.
서양의 어느 시인이 70몇 세인가의 생일날에 지은 시에서 살아온 생애를 돌이켜보며 ´나는 자연을 사랑하였고 그 다음으로 예술을 사랑하였다´고 노래하였는데 사람의 일생에 있어 진실로 자연이란 최우선적으로 사랑치 않을 수 없는 존재임이 분명한 듯싶다.

비계산 정상에서의 조망을 한없이 즐길 수만도 없는 노릇인지라 아쉬움을 남기면서 우두산 정상으로 걸음을 옮기었다. 올라오던 길과 마찬가지로 하산 길도 완만하였고 길이 부드럽고 좋아 계속 걷는 중에도 내 몸은 즐거움에 겨워 노래 부르는 듯 하였다.
비계산의 하산지점, 우두산의 등산시작 지점인 마당재에 도착한 것이 아침 9:50분이다. 마당재에는 작년 가조에서 우두산을 오를 때 여기를 경유한 적이 있어 낮이 익은 곳인데 죽전저수지로 바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 듯 표시판이 있고 그 주변 일대는 갈대숲으로 뒤덮여있어 가을 어느 날 여기를 걷는 등산객의 마음을 설레게 할만 하겠다.

산길을 가노라면 눈은 게으르고 발은 부지런하다 하였는데 눈이 게으를 여가도 없이 발길은 부지런히 우두산 정상으로 향하기만 하였다.
마당재에서 우두산 정상까지 가노라면 여러 암릉들을 만나게 되는데 조심하지 않으면 낭패를 당할 수 있는 위험스런 곳이 몇 군데 있다.
그런 면에서 비계산, 우두산은 내 마누라 같은 산이다. 온순하고 부드러울 때에는 한없이 그럴 수 없다가 자신의 생각에 벗어났을 때 쌀쌀맞고 모질기는 서릿발같이 무서움의 대상으로 변하니 말이다.

우두산 정상 아래에 도착하니 ´샘 100M´라는 표기가 있었다. 시간은 11시 정각. 나는 여기서 점심을 먹고 정비를 할 요량으로 샘으로 내려가 보았는데 요즈음 가물어 그런지 샘터에는 마실만한 물이 없고 물이 악간 고여 있는 곳은 개구리 알인 듯한 것들이 있어 도저히 마실만한 것이 안되었다.
여기 위치 정도에 우물을 하나 정식으로 만들어 등산객들이 상시 목을 축일 수 있도록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늠해보니 행정구역상으로 거창군인 듯 하여 하산하면 거창군청에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건의해봐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다. 준비해 온 빵과 음료수로 시강기와 갈증을 달래고는 의상봉으로 향하였다.

의상봉은 신라 말 의상대사가 수도하던 곳이라 하여 그리 이름을 붙였다 하는데 남쪽 아래에 있는 고찰인 고견사와 함께 볼거리라 하겠다. 의상봉의 철사다리를 올라갔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는 곧바로 우두산 정상으로 다시 올라왔다.
다른 산 정상과는 달리 우두산은 정상의 기분이 거의 나지 않은 곳이다. 정상이라면 탁 트인 조망을 바라보는 장쾌한 기분을 즐길 수 있어 좋은데 우두산 정상은 그럴만한 곳이 못된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우두산보다는 의상봉을 말하는가 보다,
우두산은 산의 형상이 소머리를 닮아서 우두산(牛頭山)이라고 이름 지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우두산은 달리 별유산 이라고도 불린다.
별유산 이라는 이름은 당나라 시인인 이백의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인간이 사는 세상이 아닌 별천지’라는 시구에서 가져온 이름인 것 같다.

시간을 보니 12시이다. 의상봉과 반대인 매화산 방향을 바라보니 그 전에 암벽으로 구성된 두어 개의 봉우리가 보이는데 그곳을 지나야 될 것 같고 시간도 꽤 걸릴 성 싶은데 우두산 정상에서 그 방향으로는 ´죽전저수지´라는 팻말이 있다.
그곳으로 방향을 잡아 잠시를 내려가노라니 또 다시 우측방향으로 ´죽전저수지´라는 표식이 있어 오늘의 등산은 죽전저수지를 경유하여 세워둔 승용차 위치로 걸어가서 끝내면 어떨까하는 꾀가 생기는데 그것은 잠시의 마음뿐이고 아까 봐둔 암벽으로 된 봉우리를 향해 발걸음은 연신 그곳을 향해 내닫기만 한다.

가는 도중 사람들이 그리 많이 다닌 등산로는 아닌 성 싶은데 여러 등산객들이 매달아놓은 리본이 걸려있어 최소한 조난당할 일은 없을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우두산 정상에서 바라볼 때의 몇 개의 암봉길 외에는 대부분이 낙엽이 켜켜로 쌓인 오솔길이어서 걷기가 매우 편하였고 숲 속에서 심포니 음악이 울리는 듯 기분이 그지없이 좋기만 하였다. 이런 길이라면 며칠을 하염없이 걸어도 힘들지 않을 성 싶었다.

우두산이 끝나가고 매화산의 초입이 다 와갈 무렵 두 갈래 길이 나왔는데 두 길 모두 등산객들이 달아놓은 이정표가 많이 매여져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두 길이 조금 가다가 만나는 길이던지  양쪽 모두 특정 목적지를 가진 정상적인 등산로라는 뜻이리라.
잠시 망설였다가 그래도 길이 조금 널어 보이는 쪽인 왼쪽 길을 택하였다. 하지만 그 길을 조금 따라가다가 방향의 가늠으로 이 길은 매화산으로 가는 길이 아니고 다른 쪽 방향 같아서 다시금 원위치로 돌아와 오른 쪽으로 난 길을 따라갔다.
毫釐之差(호리지차) 천리지류(千里之謬)라는 말이 있다.
한 터럭의 어긋남이 나중에는 천리 길로 멀어져 버린다는 것이다. 본디 진리를 구하는 사람이 사도(邪道)로 빠지지 말 것을 경계한 말인데 산에서 길을 선택할 때 이 말만큼 절실한 말이 없을 성 싶다. 산길의 방향을 아차 잘못 잡은 것이 몇 시간을 헤매며 고생하고 나면 ‘ 호리지차 천리지류’를 주문처럼 외기도 한다.

조심한 까닭인지 길의 선택에서 실수하지 않아 목적한 바대로 우두산이 끝나고 매화산의 초입부분에 닿았다. 그곳에는 깨끗하게 닦인 임도(林道)가 있었다.
매화산 들머리로 보이는 비스듬히 옆 오르막길에는 리본이 여러 개 달려 있었고 언뜻 방향으로 보아서도 우측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죽전저수지 방향이고 리본이 달려있는 길은 매화산 오르는 길이듯 싶다.

시간은 오후 한시 이십분을 가리키고 있는데 어느 길을 택할까를 두고 잠시 망설였다. 만약 매화산 정상을 올라가서 하산길인 청량사로 도착하면 다섯 시 경이 될 것이어서 시간은 그리 늦지 않아 문제가 없는데 청량사에서 차를 세워둔 곳까지의 택시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부터 지금까지 등산한 시간이 여덟 시간은 족히 되는지라 충분한 운동을 했다는 위안도 되고 말이다. 임도를 따라 하산을 하는데 조금을 내려오다 보니 지난 해 매미 태풍의 영향인지 도로 중간에 물길에 쓸려가서인지 움푹 패여 있어 차량통행은커녕 사람이 다니기에도 이리저리 길을 고르며 조심하면서 겨우 건넜는데 내려오다 보니 그렇게 망가져있는 길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그런 길을 계속 내려오는데 조그만 시내가 보이면서 내려갈수록 점점 커져 계곡이 형성되는데 세상에나 이런 아름다운 계곡이 이 곳에 숨겨져 있었다니 입이 닥 벌어져 다물 줄을 몰랐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 계곡의 이름이 석계계곡으로 불린다. 요즘 같은 가뭄에도 사람한길 넘는 시퍼런 웅덩이가 수십 개나 보였는데 가야산 홍유동 계곡에 비해서 나았으면 나았지 결코 못하다고 할 수 없는 매우 아름다운 계곡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사람들의 인적이 끊어진 길 아무도 모르는 깊은 계곡을 발견한 기분으로 매우 흡족한 기분으로 그 계곡에 내려가서 세수를 하고는 잠시 쉬며 즐기었다.

한참을 더 내려오니 십여 가구의 조그만 마을이 나타났고 ‘희현암’이라는 절이 있었는데 그 절에는 공사가 한창이었고 일하는 스님에게 마을이름을 물었더니 죽전리 윗마을이라 하였다.
절의 앞마당 격을 크게 넓히는 공사를 벌려 놓았는데 길가 쪽으로 경사가 있어 집채만 한 바위를 몇 개씩이나 포개놓으며 축대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고 마무리가 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축대의 그 집채 같은 바위들이 영 눈에 거슬리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의 상태로는 사람이 지나가면서 그 축대에 위압감을 느낄 것 같은데 가람을 지나면서 사람의 심성이 경건해지고 부드러워지기를 바라는 것이 욕심일까? 여기 공사를 주도하는 사람은 어떤 생각으로 하는 것이지 궁금하였다.

죽전리 윗마을에서 이제 등산은 끝났다 싶어 내려가는 차편이 있으면 내가 승용차를 세워둔 곳까지 동행을 요구할 생각으로 주위를 관찰하며 천천히 걸어 내려왔지만 워낙 작은 마을인지 내려가는 차편이 없어 그냥 천천히 걸어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얼마를 걸어오다 보니 저수지가 있는데 누구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산위에서 바라보던 죽전저수지임이 분명할 성 싶었다.

그런데 죽전저수지에서 바라보면 오늘 등반을 했던 비계산과 우두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데 우두산을 별천지 같다고 하여 ‘별유산(別有山)’이라 이른 연유를 확연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죽전저수지에서 바라보는 우두산은 한 폭의 중국화를 감상하는 듯 기기묘묘함이 참으로 절경이 아닐 수 없어 다리의 피곤함도 잊고 한참을 넋이 나간 듯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장대비가 쏟아지는 여름날 죽전저수지에서 바라보는 별유산은 보다 특별한 멋이 있을 것 같아 막연하긴 하지만 다음 어느 날엔가 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와서 폭우 쏟아지는 여름날 별유산을 하염없이 바라볼 것을 기약해본다.

죽전저수지에서 왼쪽으로 바라보면 비계산이 전체적으로 드러난다. 별유산이 아기자기하고 기기묘묘한 중국화 같다고 한다면 비계산은 무어라 이름할 수 없는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산이다.
고서에 나오는 ‘외외호민무능명언(巍巍乎民無能名焉)이라 하는 구절이 떠오른다.
이 말의 본디 뜻은 위대한 왕의 치적을 우르러며 ‘높고 높아 무어라 이름 붙일 수 없다‘는 것인데 비계산에 이 말을 같다 붙이니 딱 맞는 말인 성 싶다.

길을 지나가는 차편도 발견하지 못하였고 지금에 와서 택시를 부를 호사도 누릴 수 없는데다 그저 걷는 것이 싫지가 않아 그럭저럭 내가 세워둔 승용차 위치까지 걸어와서 시간을 보니 네 시 정각이었다.
아침 6시 10분에 여기로부터 비계산에 오르기 시작하여 꼬박 10시간 만에 되돌아 왔는데 피곤하기는커녕 산 오솔길의 아름다움과 죽전저수지에서 바라보는 별유산의 그림이 꿈결인 듯 몽롱한 기분이 떠나지 않은 채 차의 시동을 걸었다.

<끝>

  • ?
    적벽부 2004.04.23 21:54
    이제껏 눈팅만 하다가
    산행기라고 올려 보았는데
    중언부언 글이 너무 길고
    글재주가 없다보니 무미건조한 것 같아
    죄송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이런 자책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계속 꿋꿋하게 글을 올릴 것이니 양지바랍니다.

    헤헤~~
  • ?
    김현거사 2004.04.24 07:59
    '한오라기만 틀려도 천리가 어긋난다' 산은 정말 그렇지요.
    좋은 글 자주 올리시기 바랍니다.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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