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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주변산행기

조회 수 2126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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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도협 트래킹코스 약도(퍼옴)와
협곡 산행길 도중에 만난 폭포수


28고개의 정상을 밟는 순간
지금까지의 피로감은 밀려오는 구름과 함께 어느덧 밀려나고...
이런 곳이었구나!
어떤 생각도 할수 없었고 그저 바람의 손길과
그곳의 숨결을 느끼는 것!  이것이 전부인냥 마냥 행복하다.
세계제일의 협곡!!!  이런 느낌이었구나!
바람은 몸이 흔들릴만큼 거세고 저 멀리 천길 밑의 냇가는
실오리만큼 작아보인다.
협곡 반대편의 설산은 거친 남성적 기세를 맘것 발산한다.
뒷따라 오른 일행들 환호를 한다.
다들 죽을똥 살똥하지만... 이미 그윽한 미소는 나를 더 반기운다.
제일 힘든 28고개를  넘긴 일행은 여유만만이지만....
이제사 발동이 걸린 건 나다. 이미 이 경이로운 맛에 넔이 빠져
일행을 앞서 먼져 나서고... 중띠엔 샹그릴라까지 가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오늘 Half-way게스트까지 가야한다는 건데...
일행들은 5km전  Tea-Horse게스트까지만 간다고 하고...내일 아침 Half-way에서
기다린다는 어정쩡한 약속을 하고 떠난다.
협곡사이로 길이 꼬불 꼬불 직선으로는 50미터정도의 거리가 둘러서 1km는 된듯 싶다. 나시족의 집들이 뜬금 뜬금 중턱에 눈에 든다.
어린 꼬마 아이가 양을 지키고 있다.
양치기소녀다. 바위위에서 혼자 논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채 양을 보기도 하고 산을 보기도 하고 그리고 나를 보기도 한다. 관광객에게 익숙할만한데도 슬적 슬적 쳐다보면서도 수줍어한다. 애써 손을 흔들지만 소녀는 미소만 짓고 만다.
그 모습이 더더욱 아름답다.  
어둑 어둑해지고 시간은 6시가 넘어서는데... 용기내어 Tea-Horse를 지나친다.
어떻게 되겠지 막연히 맘먹고 발길이 빨라진다. 그런데 생각보다 어둠은 빨리온다.
랜턴을 집어 꺼내서 비쳐며 가야한다. 앞이 잘 안보이기 시작하고..
점점 긴장감이 몰려온다.
내가 왜 그랬지? 반쯤은 더 온것 같은데...
길은 좁고 추락에 대한 약간의 경계가 있지만... 짜릿한 느낌도 재미있다.
더더욱 이 낮선 곳에 조용한 이 협곡의 길을 이렇듯 혼자 걷고 있다는 자체가
얼마나 낭만적이고 멋찌고  잊지 못할 일인가 생각하니 뿌듯하다.
마치 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양~~~
랜턴불이 꺼질까 걱정이된다. 미리미리 확인을 했어야하는데...
고민해도 해결되지 않을일이라... 운명에 맡기는 수밖에....
이젠 랜턴을 끄면 한치앞도 안보이네.... 이런!!!
아직도 멀었나?
이건 용기가 아니라 미련한 것이다.
너무 흥분했었나보다. 그래서 이성적인 판단을 못했다. 어둑해질 무렵 T-Horse에
머물렀어야했건만... 갈 수 있다는 자만감과 주위의 높은 산으로 인해 일찍 해가 지는 것을 간과했다.
길이 나누어지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간간히 날 안심시키는건
바위의 Half-way의 화살표시!  제대로 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가. 이런 길이 안보인다.
어디가 길인지... 길 같지 않은 길 들이 이쪽 저쪽으로 나 있는데....
산세의 느낌으론 어느쪽으로 가든 모여질 것도 같은데...
약간의 막막함을 느낀 후 느끼는대로 정면돌파다.
운이 좋아선지 아님 합쳐지는 길인진 알 수 없지만.. 길을 잡은듯 하다.
속으로 "역시 난 재수덩어리야 뭘 하든 운이 좋다는 걸 오늘도 여실이 들어났잖아~~~"  이렇게 위안을 하며 조금더 걷자
어라~~ 집이 몇 채 보인다!! 그곳에 내가 찾던 곳이 자리잡고 있다.
마치 Half-Way는 가정집처럼 아늑하다. 거친 바람을 막기 위해
집은 둘러져 있고.... 그런데 왠 숙소에 한 사람도 보이질 않는다.
썰렁하다. 분명 내 머리속에 그려진 것은 이런것이 아니었다.
이곳에 나 혼자 덜러덩 널부러진 기분이다. 정말 아무도 없다니... 이건 말도안되!
내가 할 수 있는건 잠뿐이다. 참 허무하다.
내가 잘 방은 2층 침대 5개 총 10명이 자는 방이고 스잔하기 짝이없다.
이런 방이 3개쯤 된다. 그런데 나 혼자란 말인가....
이제 8시인데 긴장이 풀린 탓인지 몸도 나른해지고 마땅이 할 것도 없어 잠을 청하는데... 이러다 만두속이 되는거 아냐!!  한 생각 스치며 웃음이 퍼뜩 난다...
신용문객잔에서 장만옥이 자기네 숙소에 드는 손님들을 잡아 만두속을 만들어 파는데.... 이거 완전 그 객잔 분위기다. ㅎㅎ
그런데 더 재미있는건 내가 진짜 누가 들어올까
문단속을 한다는거다.  진짜 만두속 될까시리 ㅎㅎㅎ
내일 두 눈 말짱히 뜨길 기원하며 얼어죽지 않기 위해 내 침낭위에 두꺼운 솜 이불
2장을 더 언져 잠에 빠진다.

어라~~ 눈이 떠지네...
아침 일찍 눈이 떠서 다행이다. . 그냥 먼져 갈까 하지만... 기다리기로 했던 기억과
어제 밤길에 제대로 못본 것이 아쉽기도 해서 일행들이 있는  T-Horse로
가본다..오길 잘했다. 신선한 공기의 느낌도 좋고 굽이치는 계곡의 멋도 새롭다.
오감을 멀쩡히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고  또한 이렇게 제 멋대로 여행할 수 있다는 것도 또한 감사하고...
지금 이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깊이 느끼면서 걷는다.
걸음 하나 하나에 숨결 하나 하나에 행복한 기운이 내몸에 들어온다.

어젠 밤길이라 2시간정도 소요되었지만....지금은 1시간도 채 안걸려 왔다
일행들을 놀려켜주고 싶어 슬쩍 소리 없이 드니 어제 일본학생들과 합석해서 아침을 먹고 있다. 나를 보고 화들짝 놀란다. 어찌된 영문인지.. 내가 왜 여기에 있는건지 눈이 휘둥그레진다.

식사후 짐을 챙겨 떠난다.
일행들은 중띠엔까지 가기를 포기하고 중호도협에서 돌아가기를 바란다.
이런!!! 어쩌나....
중띠엔까지 꼭 가보고 싶은데... 어쩌나..
걱정이 되는 것이다. 지금 한 겨울 2월이라 눈에 길이 막힐까말이다.
결국 중호도협에서 산을 내린다. 다음을 또 기약한다. ' 언제 또 오면 되지"
중호도협 한 게스트에서 점심을 하고 지프를 부른다. 주인의 전화 한통화에 냉큼 지프가 대기되고 우리는 치아터우까지 간다.  호도협 밑을 가르는 길을 따라 가까이서 굽이치는 물결을 볼 수 있다. 위에서 보는 거와는 사뭇 다른 느낌! 더군다나
물의 단아한 옥색물결이 또 사로잡는다.
지프는 잘 달린다.
전부터 뭘 하면 꼭 티를 내던 나!
연필을 깍으면 피를 보아야했고... 일을 좀 한답시면 옷을 찍히든가!
어찌 지프가 잘 간다 싶더니... 크릉 크릉 하더니만 멈춘다. 고장이다.
운전사는 대수롭지 않은듯 척 내려 살핀다. 상한 얼굴이면서 표정에 자신감 넘치는 20대 청년! 우리나라 80년대에서나 입은직한 회색의 양복을 입고 넥타이까지 맷다. 그런데 바지가 짧아 양말이 얼핏 보여 그 맵새에 웃음을 자아내게하지만 빗나는 구두도 신고 이쪽에서는 엄청난 멋쟁이인가 싶다.
그런데 이친구  이곳 저곳 살피는데... 심상치가 않다.
문제없다하지만... 벌써 30분이 되어가서... 다른차를 불러달라고 하자
그제사 둔탁한 핸드폰 번호를 눌러댄다.
그런데... 야~~ 정말 멋쟁인가보다. 핸드폰도 있고....
다른 차를 갈아타고 이길을 미끄러미 빠져나간다.


<호도협 트래킹시 주의점.>
- 우천시 피할 것.
   좁은 길이 군데 군데 있고 길이 미끄러워  위험 함.
-  고산지대라 햇볕이 따갑지만 밤에는 온도가 내려가 일교차가 심합니다.
    옷 준비를 철저히 준비하고...
- 협곡의 길이라 밤길 등산 위험.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하며 숙소간 거리가 약 5km
     되기때문에 2시간 정도의 시간여유를 가지고 숙소를 잡아야 합니다.










  • ?
    허허바다 2003.10.25 21:53
    지금 이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깊이 느끼면서 걷는다.. 그래요.. 만두속이 될까봐 ㅋㅋㅋ.. 정말 멋있는 곳을 다니시는 그 모습 상상하니 너무 너무 부럽습니다. 그 여유, 경험, 모험... 세상은 왜 이리 불공평할까? 휴!
  • ?
    길없는여행 2003.10.25 22:27
    그러면 제가 미안하죠!!! 전 가정의 짐이 없잖습니까!!
    대신 전 혼자이니까 공평하죠 뭐!!! 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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