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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일 오후,

규만이가 울집 앞에 도착했다.

4시45분께 수원으로 출발이다.

규만의 옵티마 레갈은 자알 달렸다.

경수산업도론지 1번 국도를 타고 갔다.

다소의 막힘이 있었지만

은근과 끈기에 익숙한 규만은,

나의 오판일런지는 몰라도,

전혀 짜증을 내지 않았다.

당초 6시반쯤에 수원에서 길수를 픽업하기로 했는데

조금 일찍 출발해서인지

6시가 다 돼서 그의 회사 앞에 도착했다.

처음 가는 길수네 회사였지만

규만은 능숙한 운전솜씨와 지리파악 능력으로

정확하게 그의 회사 앞 사거리에 정차를 했다.

길수가 나왔다.

이제 고속도로.

문막에서 저녁을 해치웠다.

길수가 갑자기 옛날, 나중에 확인한 바로는 3년전,

퇴사한 회사 동료가 강릉 인근 횟집을 경영한다면서,

여기저기 전활 했다.

주문진 바로 윗쪽 남애항,

거기서 처음 만난 길수의 옛 동료는,

남애항이 한국 3대 미항, 나폴리 같은, 가운데

첫째로 꼽는다고 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우리가 도착한 시각이 9시가 넘어서 였고,

그 아름다운 항구라는 남애항의

전경이며, 횟집에서 바라다보이는 항구의 표정을

감상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아쉬움은 길수의 동료란 분이

내온, 남애항 앞 바다에서 새벽에 잡아온, 내가 이름을

알지도 못하는 싱싱한 횟감과

강원도에서 사랑을 받는다는,

山 소주 한잔을 털어넣는 순간,

사라져 버렸다.

그날 먹은 회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

지금 나는 맛자랑 멋자랑을 하는게 아니라 산행기를 쓰는 자리니까.

다만

이틀간 충실하게 운전사 역할을 겸했던 규만에게

미안하단 말을 덧붙인다. 그래도 규만은

그 자신을 위해, 길수 동료였던 횟집을 경영하는 분의

특별 배려로 각종 양념과 깻잎, 상추를 곁들인

즉석 포장된 회와 소주, 맥주를 속초 숙소에서 마음껏

즐겼으니 그나마 위안이 됐을 것이다.



3일 새벽 4시반에 일어나서

설악동을 가자고 철석같이 약속했건만

아무도 그 시각에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누가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자는 다른 사람을 깨우지

않은 채 다시 잠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눈을 뜨니 5시 10분이다.

전날 1시가 넘어서 잔데다

속초항 위로 솟은 보름달(±하루)을

소폭잔에 담아 보느라

정신을 놓은 터에,

몽롱한 정신을 깨우기가 싫었다.

그래도 설악에 온 목적은 공룡정벌이었으니,

나는 창문을 열어 젖혔다.

시원한 공기가 방으로 파고들었다.

티비를 켰다. 자고있던 규만과 길쑤가

부시시 눈을 뜬다.

5시반 조금 넘어 하루를 묵었던 설악수련원을 나섰다.

2만원에 잤으니 경제적이다.



5시50분 조금 안돼 설악동에 도착했다.

이런 사방에 인적이 없다.

하늘은 다소 음산하다. 다행히 비는 안뿌렸다.

식당도 문을 열지 않았다. 주차비 4천원을 냈다.

주차관리하는 청년에게 물어보니

식당이 30분 정도 더 있어야 문을 열거란다.

다시 콘도쪽으로 갔다올까 고민하다

식당 앞에 어슬렁거리는 아저씨에게 아침식사 가능여부를

물었다. 10분되면 온단다. 첫 버스가 6시 돼야 온단다.

예상보다 늦게 6시 50분에야 매표소를 통과했다.



설악동 소공원에 가보니,

이런, 그동안 애써 준비한

지도와 코스 소개 자료를 모두 규만이 차에 놓고 왔다.

그래도

이미 설악동-비선대-금강굴-마등령-공룡능선-127?고지-신선대-휘운각-대청봉(상황따라 가거나 생략)-천불동 계곡-설악동, 이라는 코스를 머리에 그리고 있던 터라

큰 문제는 없었다.



비선대를 넘어 유선대에 도달했다.

그동안 달력이나 그림책에서나 보던(규만의 표현) 설악의

장관이 우리를 아연실색케 했다.

중국 장가계보다 백배 낫다, 규만이 외쳤다.

지리산과 설악산은 맛이 달랐다.

웬 뾰족이들이 이리 많지. 나는 뾰족이란 단어만이 머리를 맴돌 뿐이었다.

처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규만은 와이프, 누나 등에게 전화를 걸어 자랑했다.

유선대 앞에 배낭을 풀어놓은 채

금강굴로 향했다.

끝없이 가파픈 붉은색 철계단.

단 한번의 헛디딤은 곧바로 생사를 갈라놓을 것만 같은

아찔함을 뚫고 금강굴이다.

금강굴 안엔 부처상이 있었다.

길쑤는 기념품을 사고, 나와 규만은 사지 않았다.

금강굴 꼭대기서 흘러내리는 생명수를

한잔씩 공양받고,

내리막길.



그러나 이것은 시작이었다.

8시 조금 넘었던가?

유선대로 내려왔더니 배낭에 있던 전화벨이 울리고 있다.

8시12분. 폭탄주의 전화였다.

전화기를 드는 순간 끊겼다.

다시 전화를 했지만, 내 전화는 not in service 였다.



마등령으로 가는 길은 끝없는 고난의 길, 그것의 시작이었다.

그래도 종주산행 경험이 없는 길수는 곧장 걸었다.

아주 잘 올랐다.

오르락 어쩌다 약간 내리락,

세명이서 선두를 교체해 가면서

또 중간에 약간의 간식들을 보충해 가면서...



마등령이다.

이제 공룡능선이다. 마등령에 오를때만 해도

보이지 않던 산사람들이 여기저기 모습을 드러냈다.

길수가 공룡 꼬리(아님 머리)에서 앞장을 섰다.

이런

절벽이었다. 우릴 몰살시키려나 보다.

후퇴다.

끝없는 오르막과 또 끝없는 내리막의 반복.

한차례 아침 설악동 식당에서 준비해 온 김밥을 먹느라

한참 쉬고,

나머지는 끝없는 오르막과 또 끝없는 내리막을 반복하는

공룡 등성이에서 잠시잠시 쉬는 것을 빼고는

전진을 계속했다.



길같지도 않은 길(나중에 신선대 전 고개에서 만난 한 50대 등산객의 표현)에

질려서 폭탄주가 강조했던 1275인지 1257인지, 1527인지...그 꼭대기를

오르는 것을 까먹었다. 지도도 없던 터에

그냥 지나친 것이다. 나중에 돌이켜 보니 그 봉우리 바로 앞에

사람들이 바글거려서

지나쳐 버렸던 것이다.



아무튼

하늘과 땅만 보면서, 걷고 밧줄타고

나뭇가지, 줄기, 뿌리 등에 몸을 의지하다 보니

어느덧 희운각 지붕이 보인다.

3시 조금 안돼서 희운각에 도착했다.



컵라면 세개를 사고, 플래스틱 소주 두개를 샀다.

다행이 뜨거운 물을 넣어 주었다.



규만은 대청봉을 찍고  오자고 했다.

그러나 3시40분에 천왕봉을 오른다면,

하산 시간이 문제였다.

희운각서 설악동이 8.5키로,

대청봉이 2..5키로

대청봉을 찍고 온다면 3시간 이상 지체될 터였다.



처음 가는 길을  태풍도 올라오는 상황에서

한밤중에 랜턴에 의지해 하산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었다.



천불동 계곡은 등산로 양편으로 병풍처럼 펼쳐진 깎아지른 계곡이 일품이었다.

천당폭포니 오련폭포니 많은 폭포들이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또 위험구간마다 이어지는 빨간색 철제다리들은

5월 하순 지리산 종주 당시

중산리 하산 당시의 악몽과 대비가 됐다.



설악동에 도착한 시간이

6시 40여분.

한두방울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시각 서울에는 비가 퍼부었다고 한다.



12시간의 여정이었다.



규만, 길수 모두 고생했다.

특히 규만은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일행들을 집까지 배달하느라고

특별히 고생했다. 오늘 일욜에도 근무하는데.



폭탄산악회 파이팅.

참고로 3일밤 설악산행을 마치고

귀경하기 전에 주문진 한 삼겹살 집에서

길수와 나는 소주 몇잔 이후

각각 소폭 두잔씩을 마셨음을 밝힌다.
  • ?
    허허바다 2004.07.04 22:59
    ㅎㅎ 정말 대단하십니다 ^^ 저길 12시간만에 허!
    어제 선후배들과 저길 10월에 가자 하곤
    그것을 위하여 한 잔 두 잔...
    7시가 되기도 전에 반 곤드레 되어 들어왔었는데...
  • ?
    박용희 2004.07.05 09:20
    저도 체력이 된다면 당일에 다녀오고 싶네요.
    널널한 산행을 좋아하지만
    요즘은 생각이 약간 바뀌어
    힘든 산행도 가끔 하고 싶더라구요.^^

  • ?
    산유화 2004.07.05 11:45
    와..정말 대단 하십니다.
    입이 딱 벌어져 말이 안나오네요.ㅎㅎ
    설악산행기를 보면 설악산이 가고 싶고
    지리산행기를 보면 지리산이 가고 싶고
    덕유산행기를 보면 덕유산이 가고 싶고...
  • ?
    진로 2004.07.05 12:07
    지난 5월 저도 같은 코스로 9시간30분만에 설악동으로 내려왔는데
    설악동에선 다리가 풀려 어떻게 운전을 하고 가나 고민이 되더라고요.
    어찌해서 서울로 오긴 왔지만 오는길에 30분정도 차에서 자고나니
    운전할만하더군요.
    님의 산행기에 공룡도 그리워집니다.
    7월17일 감행할 계획입니다. 날씨가 도와줘야죠.
    7월 17일 새벽5시정도 설악동 출발 예정입니다.
    늦어도 오후3시정도엔 비선대에서 하산주하고 있을겁니다.
    혼자 쓸쓸하게 동동주 마시고 있으면 저일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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