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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제일봉 산행기)
ㅇ산행일자:2003년 05월 16일
ㅇ산있는곳:경남 합천
ㅇ산행코스:청리주차장-매표소-청량사-남산제일봉(1,010m)-안부-관광호텔-치인집단시설지구
ㅇ산행시간:Am11;30 ~ pm14;00시

불꽃이 타 오른다.활활 타 오른다.그러나 뜨거운 불꽃은 아니다.온 산에 널려있는 바위와 암봉이 타 오르는 까닭이다.
경남 합천의 가야산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남산제일봉은 능선의 주봉을 비롯하여 일곱개의 기기묘묘한 형상의 암봉들이 마치 불꽃처럼 피어 있는 산이다. 짙어가는 신록에 여기저기 혹은 무리를 지어 자리하고 있는 암봉들은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혼란스럽게까지 한다. 그저 감탄이 절로 나온다.

88고속도로의 해인사 나들목으로 나가면서 우회전을 하면 길은 가야산의 해인사로 이어지는데 도로를 따라 해인사 중간쯤 가다보면 왼쪽 벚나무 아래로 좁은 세멘트 포장길이 얼핏 눈에 든다.조그마한 청량사 표지판이 있으나 눈여겨 보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다.
입구와는 달리 길을 내려서면 다리를 건너고 아스팔트 포장 도로는 꽤 넓게 이어지며 잠시후 오른쪽의 청량사 표지판을 따라 좁은 도로를 오르면 청리마을의 빈 공터에 이른다. 이 공터에 주차를 한 후 좌측 아래의 저수지를 두고 세멘트 포장길을 따라 오른다.
물론 매표소 옆에 주차장이 있으나 웬지 차를 몰고 그곳까지 오른다는게 조금은 불경스럽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 길을 1,5Km 오르면 매표소를 지나고 길은 계속 오르막으로 계속되며 양쪽에는 키 큰 소나무가 늘어서 있다.

잠시 후 커다란 자연의 표지석에 "천불산 청량사"라고 한자로 음각되어 있는 곳에 이르면 "남산제일봉 1,9Km" 표지판과 멧돌을 이용한 약수터가 있다.
이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좌측으로 이어지는 길로 들어서는데 이 길은 울창한 숲 아래로 이어져 햇빛하나 들지 않는 매우 시원한 그늘길이다.잠깐 사면으로 든 길은 이내 오르막으로 변하면서 하늘을 뚫을 듯 솟구친 소나무 숲 사이로 계속되는데 어느 해 풍우 때문이었을까, 길 바닥은 온통 돌덩이가 널부러진 너덜지대로 이어진다.

땀방울이 방울져 떨어질 즈음 왼편에 목책이 서 있고 이 곳에서 길은 갑자기 급격한 오르막으로 돌변한다. 돌포장길은 돌계단길로 변하고 다시 나무계단으로 변하며 발길을 잡아 당기듯 그 가파름은 한동안 힘들게 이어진다.쏟아지는 땀에 의지하여 바위가 널려 있는 잘룩이에 올라서니 12시 20분이 되었다.
여기서 지나온 매표소는 1,2Km. 차를 세워 둔 곳은 2,7Km 거리다.남산제일봉은 민초정(0,3km)을 지나 0,8km를 더 가면 된다.

호흡을 달래고 좌로 방향을 틀어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오르니 멋진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암봉이 펼쳐진 곳이다. 잘룩이 건너편 푸른 숲에 솟아오른 암봉은 눈을 호사스럽게 하고 가야산 정상도 호기를 부리며 뻗어 이어진다.
올라섰던 암봉들을 보내고 사면을 따라 길을 이으니 119구조 가야 04-03지점을 지나고 숲속으로 계속되는 오르막길은 부드럽게 이어진다. 잠시 후 암릉들이 군(群)을 이루고 있는 곳에 이르니 남산제일봉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온갖 형상의 바위가 마치 보석처럼 박혀 있고 이어지는 바위능선 넘어 우뚝 솟아오른 정상은 마치 활짝 피어 오른 불꽃을 닮았다. 각각의 바위와 암봉은 작은 불꽃이고 그 작은 불꽃이 모여 정상을 중심으로 커다란 불꽃을 피우고 있다.

어느 이들은 널려 있는 이 암봉들을 두고 다음과 같은 표현을 한다. 멀리서 볼 때는 엇비슷한 모양의 바위들이 가까이 다가서니 하나 하나 다르고 오묘한 형상이다.그러나 주봉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모든 바위들이 주봉을 향해 줄달음치듯 하기도 하고 주군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듯 엄숙하기도 하다.
아니, 어찌 보면 바위 하나 하나가 부처 형상이다.자비로운 관음보살도 있고 육도의 중생을 극락으로 이끌어 준다는 지장보살도 있다.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사천왕들도 있다. 이렇게 많은 부처를 보는 듯하다 하여 청량사 승려나 보살들은 남산제일봉을 천불산이라 고도 부른다.
다시 정상을 향하여 길을 재촉한다. 암릉 사이로 이어지는 철계단이 보이고 97개의 철계단을 올라서니 암릉의 정상으로 철계단을 따라 길은 이어지다 암릉사이로 발길을 당긴다.
철계단의 양편은 수십길 직벽의 벼랑이 내려 꽂혀 있고 이 곳을 지나 암릉을 돌아 오르니 다시 철계단을 지나고 신갈나무 사이를 지나 50여개의 철 계단을 지나면 90도로 방향을 틀어 또 철 계단을 지난다.
크고 작은 암봉들을 밀어내며 길을 이으니 또 다른 철계단을 지나는데 119구조 가야 04-04지점이다. 솟아있는 암봉을 우회하여 길은 계속되고 우측의 등산로 아님 표지판이 서 있는 정상 아래 철계단 앞이다.

시간은 13시 10분.
차례로 세곳의 철계단을 지나 또 다시 앞을 막고 서 있는 철계단 앞의 안부에서 숨을 가다듬고 다시 철계단을 올라 선다. "미끄럼주의"표지판이 서 있는 곳으로 암릉 사이를 이리저리 방향을 틀면서 이어지는 170여개의 철 계단을 10여분만에 올라서니 남산제일봉 정상이다.
이 정상은 가야산의 전망대로서 손색이 없다. 거대한 암벽으로 불끈 치솟아 있는 가야산이 우렁차고 수도산은 서릉으로 이어져 내리고 두리봉에서 깃대봉을 거쳐 의상봉으로 이어지는 남릉은 부드럽게 뻗어 있다. 오봉산도 뒤질세라 삐죽히 솟아나 고개를 내민다.
이 곳 정상에서 청량동매표소는 2,3Km이고 치인집단시설지구는 2,6km 거리다.

반대편의 철계단으로 내려 길을 잇는다.아담한 신갈나무 숲 사이로 이어지는 내림길은 부드럽고 편안하다. 올라서는 쪽이 골산이라면 이 곳 내림쪽은 전형적인 육산이다.물 소리 시원하게 들리는 계곡을 끼고 이어지는 길은 너무나 순해서 마치 산책하는 기분이 들 정도이다.
넓다란 임도에 돌로 포장된 길을 내려서면 깊은 봄의 정취가 넘쳐나는 치인집단시설지구에 이르면서 산행은 끝이 나게 된다.

신라 말 동방한문학의 비조(鼻祖)로서 동국문종(東國文宗)으로 일컬어지는 고운 최 치원은 난세를 비관하여 세상의 시비와 시끄러움을 피하여 가야산에 들어와 은둔생활을 하다 신선이 되었다는데 지금 그는 가야산 어느 골짜기에서 무얼하며 지낼까 생각해 보며 가야산을 다시 한번 올려다 본다.

<덧붙임>
산을 오를 때 남산제일봉은 분명 불꽃의 형상이다. 그 바위 불꽃의 기세가 너무 드센 나머지 주변의 모든 화기를 끌어 당기고 그래서 결국 주변의 화기를 누른다는 것일까?
해인사는 신라 애장왕(哀莊王. 788~809) 때 건립된 이후 국찰로 또는 호국신앙의 요람지로서 명성을 날렸지만 일곱 차례의 큰 화재를 겪었다.
그러던 중 남산제일봉이 해인사의 화기(火氣)를 누르는 기세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이후 매년 음력 5월 5일 단오날에 승려들이 정상에서 소금단지를 묻었는데 이 풍습은 지금까지 내려 오고 있다 한다.
(이 내용은 남산제일봉 정상 안내판에 구술되어 있다)
남산제일봉은 기복(祈福)터이기도 했다는데 단오날 산정에 올라 액비만복래(厄飛萬福來)라는 행사를 치르기도 했다 한다. 흙으로 구워낸 복(福)자 5개와 액(厄)자 3개를 가지고 정상에 올라 복자는 오른손에 쥔 채 머리 위로 높이 들어 3번 돌린 뒤 던지고 액자는 왼발 밑으로 던짐으로써 액을 날려 보낸다는 것이었다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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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메 2003.05.20 10:05
    남산 제일봉의 유래도 유서가 깊군요..항상 유익한 산행기를 잘 읽고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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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해 봉 2003.05.21 23:02
    두레네집에서 혹시오셨나하고 솔메님께 문의드렸답니다.솔메님.정진도님도 무척궁금해하며 이영진님의 좋은산행기 이야기를나눴답니다.거리가 어즈간하면 중간에서만나 동행하고싶은 마음이 든답니다.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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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진 2003.05.22 08:20
    오늘 아침 거리에는 안개가 자욱 합니다. 희미한 안갯속을 헤집고 또 일상의 하루를 시작 합니다. 늘 살아가는 인생살이가 행여 안개속을 헤집는 것은 아닌지...모르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이러한 까닭에 아직은 사람앞에 나서는 일이 두렵고 쉽지 않습니다. 더 산에 오르면서 마음을 다잡아 보겠습니다. 두레네 집, 마음의 고향 같은 곳 일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좋은 한 때가 되셨겠지요. 모두가 다 평안하고 산 오름이 축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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