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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주변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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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일 : 2월 13일(월)  맑음   실내 0˚c/ 실외 -4˚
   디보체(Deboche 3,820m) -(1:10)- 팡보체(Pangboche 3,930m) -(1:00)- 소마레(Shomare) -(1:40)- 딩보체(Dingboche 4,410m)

아침에 일어나니 또 머리가 아프다. 오늘은 고도 4천미터를 넘어서는 날인데 본격적인 고산증세가 닥칠까 걱정스럽다. 고도가 점점 높아짐에 따라 하루의 일정도 차츰 짧아지고 있다.
오늘은 <꽁데>를 뒤에 두고 정면 약간 오른쪽에 <아마다블람 6,856m>을 계속 바라보며 간다.
계곡으로 내려가서 물을 건너고 다시 비스듬히 올라가 팡보체에서 차 한 잔 하며 쉬었다가 출발하니 계곡 건너 저 아래로 <아마다블람> BC 가는 갈림길이 가늘게 이어지고 있다. 아마다블람은 임자체보다는 한 등급 높은 봉우리로 분류되어 입산료도 훨씬 많다고 한다. 주제 파악도 못하고 한동안 저기를 가볼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죽을려고 그랬었나?)
정면으로 <로체>와 <로체 샬>이 바라보이고 <탐세루크>와 <깡데카>는 점점 오른쪽 뒤로 멀어지고 길은 더욱더 좁아지는 계곡을 파고 든다.


     <팡보체 가는 길에 잠시 휴식>


     <저 뒤에 보이는 흰 산이 "꽁데"이던가?>


     <점점 깊어지고 좁아지는 계곡과 좁은 오솔길>


<소마레>에서 라면으로 점심을 먹고는 선블록을 처음 바르고 두통약도 한 알 먹었다. 이걸로 머리 아픈 게 없어져야 할 텐데. 이제부터는 고산증세와 아울러 햇볕에 타는 것도 조심해야 된다. 챙 넓은 모자를 꼭 쓰고, 아침과 점심 식사 후에 하루 2번씩 선블록을 바르고 립크린도 부지런히 발라야 햇볕에 화상 입는 걸 예방할 수 있다.  
어느덧 해발고도는 4천미터를 넘어서고 이제는 작은 오르막에도 금방 심장이 뛰고 숨이 차 오른다. 대략 국내산에서 보다 2배 정도 빨리 숨이 차고 회복 속도는 2배로 느린 것 같다. 점차 일행들간의 걷는 속도도 차이가 벌어져서 선두와 후미는 거의 5백 미터 정도까지도 벌어지는 것 같다. 그래도 서두르지 말고 비스따리("천천히"라는 뜻)를 입 속으로 염불하듯이 중얼거리며 자기 속도를 유지해야만 한다.


     <소마레를 떠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벌써 선두와 거리가 크게 벌어졌다>


     <가끔은 이렇게 고속도로 같이 좋은 길도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속도를 내는 것은 금물>


     <드디어 딩보체 마을이다>


여기서부터 비로소 우리의 목표인 임자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롯지 지붕 위로 웅장한 체구의 로체와 그에 바싹 붙어 구별이 잘 안 되는 로체샬이 버티고 있는데, 거기에서 뚝 떨어져 앉은 우리의 임자체는 마치 거봉들에 둘러싸여 겁먹은 아이처럼 보이고, 마칼루는 오른쪽 저 멀리 끝에 살짝 보일락 말락 머리를 내밀고 있다.


     <왼쪽의 큰 봉우리는 로체이고, 그 오른쪽으로 가운데 약간 펑퍼짐하게 낮게 보이는
      봉우리가 우리의 목표인 임자체. 이 사진에서는 마칼루는 보이지 않고 있다>


     <확대사진- 오른쪽으로 약간 어둡게 보이는 봉우리가 임자체>


     <시간 여유가 있자 제일 젊은 정君이 포터들과 미니 축구를 즐기고 있다>


     <부산의 김兄은 "니마"가 한국어 공부하는 걸 도와주고 있다>


오후 1시가 넘어서자 갑자기 구름이 몰려들면서 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런 것이 이 지역 날씨의 특징인가 보다. 밤부터 정오까지는 아주 맑고 바람도 전혀 없던 날씨도 오후 2~3시부터는 스멀스멀 구름이 밀려들고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기 마련이다.
이 동네는 집은 몇 채 없는데도 띄엄띄엄 떨어져 있어서 마을 입구에서 끝에 있는 롯지까지 가는 데에도 15분이나 걸릴 정도이다. 집집마다 지붕에 태양전지판을 얹은 것이 이제부터는 소수력발전소가 없는 모양이다. 이 말은 곧 배터리 충전요금이 엄청나게 비싸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3시가 넘어서자 어디선가 갑자기 몰려온 구름들로 꽉 들어차서 아무 것도 안 보인다.
주변에 변변한 나무들은 보이지 않고 땅에 바싹 붙은 듯한 관목과 마른 풀들만 보이는 것이 롯지에서도 난로에 나무는 하나도 없이 말린 야크 똥만 집어넣고 불을 지핀다.
오늘 저녁에도 두통약을 하나 먹었다.

■ 제8일 : 2월 14일(화)  맑은 후 짙은 구름  0˚c/-2˚c
   딩보체(Dingboche 4,410m) -(2:20)- 추쿵(Chhukhung 4,730m)

처음엔 한국식당보다 더 낫다고 추켜세우며 맛있게 먹던, "다와"가 만든 식사도 이제는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트집을 잡으며 밥을 남기고 있다. 사실은 냄새가 나는 게 아니라 고소증세로 입맛을 잃어서일 텐데, 그걸 의식하지 못하는 탓이다.
억지로 아침을 먹고 난 뒤의 컨디션은 그런대로 괜찮아서 힘차게 출발하지만 나무 한 그루 없이 황량한 벌판과 강돌이 잔뜩 널린 너른 개울 바닥을 걸어 추쿵에 도착할 때 쯤에는 다시 머리가 아프다.










     <추쿵 가는 길의 풍경들>


     <사진에 보이는 천막은 목동이나 포터들의 긴급 피난처로 만들어 놓은 것>


     <드디어 추쿵이다. 그런데 빤히 보이는데도 쉬어야만 한단다>


     <추쿵 롯지에서- 왼쪽부터 부산의 김兄 , 왕추 셀파, 대구의 허兄, 수원의 정君>

오전에 도착해서 시간 여유는 많이 있는 데도 만사가 귀찮게 여겨져서 달리 뭘 하고 싶은 것이 없다. 그냥 시간 나는 대로 드러눕고만 싶다. 롯지 주인에게 부탁해서 야크 똥을 잔뜩 집어넣어 뜨겁게 달구어진 난로불을 쬐고 있으니 몸의 피곤이 좀 풀리는 것 같다.


     <롯지 주인이 난로에 야크 똥을 집어넣고 있다>



     <추쿵의 롯지 마당에서 보는 풍경>


이곳의 배터리 충전 비용은 시간당 350루피(5달러)인데 배터리 한 개 충전하는데 3시간쯤 걸리니까 대략 15,000원이다.
저녁에 두통약을 미리 먹었다.

■ 제9일 : 2월 15일(수)  흐리고 약간의 눈. 바람 심함. 0˚c/-7˚c
   추쿵(Chhukhung 4,730m) -(3:20)- 임자체 베이스캠프(Imjatse Base Camp 5,070m)

아침에 식욕이 없고 머리가 아프길래 예방 차원에서 다이아목스를 복용했다. 다이아목스를 먹으면 오줌이 자주 나오고 손발이 저린 현상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오줌이 자주 나오는 건 잘 모르겠고 손발은 정말 저리다.


     <트레킹 시작한 지(=세수한 지) 일주일 째- 약간 지저분한 가요?>

하늘은 흐렸다 개였다 하더니 세찬 바람과 함께 눈발이 흩날리기도 해서 몹시 춥다.







     <추쿵에서 베이스캠프 자리로 가는 길의 주변 풍광>


작은 언덕 하나를 넘어서부터는 별다른 오르내리막이 없이 큰 계곡 사이에 펼쳐진 고속도로 같은 평평한 모래밭을 걸어 빙하의 흔적이라 할 수 있는 모레인 지대를 계속 올라가니 먼저 도착한 포터들과 주방팀들이 캠프를 설치해 놓았다.


     <에고에고, 이제 다 왔다. 저기 가운데 파란 텐트가 보이시는지?>


벽돌 건물로 만들어진 화장실이 있고 주변에 너른 공간이 있었다. 화장실 남쪽에다 2인용 텐트 4개와 주방용으로 쓸 대형 텐트 1개, 총 5개의 텐트 설치했다.
포터들은 이제 다시 추쿵으로 돌아가고, 키친보이들은 동쪽 능선을 넘어 호수(임자초)에 가서 얼음장을 잘라 왔다. 주변에 물이 없기 때문에 녹여서 식수용으로 쓰기 위해서이다. 으음~ 요거 몇 년 묵은 얼음일까? 혹시 산삼같은 효력이?


     <호수에 가서 얼음장을 잘라오는 키친보이>


     <잘라온 얼음장을 녹이고 있다>


■ 제10일 : 2월 16일(목)  눈 내리다가 개임 -7˚c/-17˚c
   임자체 베이스캠프(Imjatse Base Camp 5,070m) -(2:00)- 전진캠프(Attack Camp 5,430m) -(1:00)- 베이스캠프

한밤중에 왕추 셀파가 날씨가 좋지 않아서 정상 공격을 연기하니까 일어나지 말고 계속 자라고 한다. 비몽사몽간에 생각없이 그냥 잤다. 아침에 일어나 얘기를 들어보니 밤에 제법 눈발이 날리는 바람에 위험해서 정상 공격을 하루 연기하기로 했다. 내가 보기에는 별로 심하게 내리는 눈이 아닌데- 지리산에서라면 이 정도 눈은 오히려 산행을 기분 좋게 해주는 첨가제 정도일 텐데, 전문가의 눈에는 그게 아닌가 보다. 아니면 밤중에는 더 심하게 내렸던가.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는 부산 김兄>


     <결전을 앞둔 용사의 표정을 지어야지- 그런데 좀 부었습니까?
      고소의 낮은 기압은 무엇이든지 부풀게 만듭니다. 특히 과자봉지 같은 거>

침낭 속에서 꼼지락거리다가 텐트 벽에서 우수수 떨어지는 서리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몸서리를 치면서 일어났다. 텐트 안에서도 추워서 글씨 쓰기도 힘들었는데, 아침 햇살이 퍼지면서 바람도 조용해지고 날씨가 따뜻한 것 같아서 야외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어제 키친보이들이 얼음을 잘라온 호수는 이 언덕 너머에 있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본 베이스 캠프>


     <베이스 캠프의 남쪽- 추쿵 방향>


     <아무리 햇살이 좋아도 추운 건 추운 거지- 잔뜩 껴입고 식사하는 모습>


     <모처럼 한가로운 스탶- 왕추 셀파가 키친보이와 장난을 치고 있다>


정상공격이 연기되는 바람에 고도순응을 위해 전진캠프 자리까지 정찰 겸해서 다녀오기로 했다.
급경사 너덜지대를 지그재그로 올라가는데 30초도 못 가서 숨이 턱에 차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아서 멈추어 서야 했다. 30초 걷고 1분 쉬고, 다시 25초 걷고 1분 쉬고, 20초 걷고 1분 쉬고... 어제까지 4천미터에서의 상황과는 천양지차이다.
전진캠프는 특별히 자리가 지정된 것이 아니고 비탈면을 따라 직경 5백 미터 정도 되는 너덜지대에 여기저기 텐트 칠 만한 공터를 만들어 놓은 구역인데 각 팀이 마음대로 자리를 정해서 텐트를 치면 되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물을 구하기가 어렵고(따라서 취사가 곤란), 바람이 심하며 고소증세 때문에 잠자기도 어려워서 우리는 전진캠프를 설치하지 않고 BC에서 직접 정상을 치고 올라가기로 했는데, 이는 그만큼 더 일찍 출발해야 하고 스노우라인에 도달했을 때는 더 많이 지쳐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엄청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해서 금방 발길을 돌려 하산하는데, 바라클라바와 고글을 안 가지고 간 게 또 후회된다.


     <전진캠프 정찰을 마치고 내려온 일행들>


BC에 내려와 조금 있으니 대원 3명과 셀파 1명으로 구성된 이태리팀이 올라와서 조금 떨어진 곳에 중형텐트 하나를 쳤다. 베테랑들인지 포터도 없이 100리터쯤 돼 보이는 대형배낭들을 메고 셀파 한 명만 데리고 왔다. 내일 아침에 우리와 같이 올라가면 셀파들이 고정로프를 설치하는 데에 힘을 많이 덜 수 있을 것이다.
날씨가 다시 추워져서 점심은 텐트 안에서 쪼그리고 앉아 먹었다.
머리가 아파 오고 있다. 같은 텐트를 쓰는 부산의 김兄은 고소증세가 심해져서 멀미가 나고 거의 먹지를 못하고 있다. 재작년에 쓰구냥산에 갔을 때 막판에 나도 그랬었는데, 내일도 이 상태라면 정상 등정에 문제가 있을 텐데 걱정이 된다.
내일을 위해 일찍 저녁을 먹고 잠을 청한다. 저녁에 미리 두통약을 먹고 아침에는 다이아목스를 먹기로 한다.
날씨야 제발 도와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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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볕 2006.03.12 20:53
    숨가쁘게 흥미진진하게 ...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엊거제 TV에서 트레킹하는 다큐 나왔었는데
    거기서 보니 고소증으로 정말 고생하더군요.
    5편을 기다리며...
  • ?
    부도옹 2006.03.12 23:37
    이제야 좀 산행하는 맛이 느껴집니다. ^^;
    아자 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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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마 2006.03.13 07:55
    추쿵으로 가는 길의 히말라야의 풍경들이 참 경이롭습니다.
    임자쵸의 얼음을 깨와 녹여 물로 사용하는군요. 기막히네요.
    베이스켐프에서 하루만에 정상등정이 가능한가 보네요?
    저는 2년반 전쯤 안나푸르나 라운딩할때 틸리쵸에서 거의 초죽음일때
    처음 한 알 먹었는데 손발 저리는건 물론이고 내장이 다 저리고
    밤중에 초죽음 상태에서 화장실 가려 아주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랑탕트레킹 할때 오후 3-4시경이면 어김없이 우박이나 비가 내리던
    히말라야의 기상을 경외심으로 바라본 그날들이 마냥 그립네요.
    두통이 생겨서 어쩔까요. 드시지도 못할정도로 심한 상태인데...

    지금 잘 다녀오신 뒷얘기 인데도 제 손에 땀이 날 정도네요.
    우리님들 많이 오셔서 응원 해주십시오. 아자 아자~~
  • ?
    K양 2006.03.14 09:34
    이제 사진에서 고산에 오르는 분위기가 물씬 납니다.
    다이아목스가 정말 효과가 있나요?
    과자봉지가 부풀어 오른다니..... 경험해 보고 싶습니다.
  • ?
    선경 2006.03.15 11:29
    호수에서 잘라온 얼음장을 보니,,,실감이 나네요
    파아란 베이스캠프,,,이제부터 꿈의 산행입니다
    같이가신 일행분때문에 걱정이 많이 되네요
    내일의 임자체 산행 성공을 위하여,,,다시한번 화이팅!!! 김수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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