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찾은 내장산

by 머루 posted Nov 01, 2004 Views 1444 Replies 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6년만에 찾은 내장산이다.
그땐 산을 몰랐다
산은 내게있어 바라만 보는산 오를수 없는산.. 그것이 다였다
먼 발치에서 올려다 보는산은 높기만 할뿐 동네 야산조차도 오르고 싶다는 맘적여유도 없었지..

그때도 내장산은 단풍구경이 목적이었고 친구랑 둘이서 찾은 그곳은 인산인해의 사람들과 3킬로 남짓 걸으면서 즐기는 곳곳의 단풍나무의 아름다움에 취해서 사진에 담고 돌아왔다.

그리고 산이 좋아졌다
작은 산을 찾아서 오르고 이겨내지도 못해 헥헥그리면서도 산행의 고행이 점점 좋아졌다.
그러고 지금..
이제는 왠만큼의 산행은 겁도 없이 할수있는 체력을 다졌으니 그동안 산이 내게준 엄청난 큰선물은 건강이었다.

10월의 마지막 주말..
사람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내장산의 그유명한 단풍놀이 인파로 거리를 메운다.
늦은 시간이다.
아침에 부산서 출발해 친구랑 합류해서 내장산에 도착해서 산행시작하려니 오후 4시..
남들은 하산 하구만 우리는 간단히 과일과 물만 챙기고 오른다.
내장산 산행은 처음이라 그쪽지리를 잘아는 지인 한명이 코스를 잡는다.
써레봉으로 올라서 불출봉찍고 내려오자..계산하니 3시간 코스다
충분하다.
렌튼도 있으니까..뭐 걱정이랴
아직은 햇살이 있으니까 조망도 할수있고 날씨도 눈이 시리도록 맑다.
맘 같아서는  까치봉도 가고 장군봉도 가고 백양산도 찍고 그러고 싶은데 시간적여유가 없다..
이 먼곳까지 와서 이렇게 간단히 산행하고 가기는 넘아쉬운 맘이 많이 든다..어찌하랴..
어짜피 오늘 산행은 워밍업..
낼 또다른 산행을 잡아뒀으니 그게 어디냐고..

가뿐한 몸가짐이라 발걸음이 빨라진다..
다들 하산히고 오르는 이들은 우리3명..
베낭도 없이 산행해보기 또한 얼마만..
초입이 좀가파르다
가는길 중간중간 돌아보니 햇살에 반사되어 경치가 선명하지 못하다.
붉게 솟아 오른 태양은 이제 사양길에서 마지막 빛을 발하고 있다.
써레봉까지 두번 쉼에 도착하고 또 한없이 고도가 떨어진다 그리고 다시 불출봉까지
내려온만큼 오른다..
불출봉 도착하니 한시간 30분 잡아 먹었다..

간단히 과일로 목을 축이는 사이
해는 꼴까닥 백양산넘어로 숨어버린다.
백양산 줄기로 뻗은 산길을 후다닥 뛰어가면 해를 다시만날수 있을까..
산넘어 떨어져버린 해는 어디로 갔다 다시 동쪽넘어서 나타나는지..
잠시 어리석은 생각도 해본다.

내려가야지..
어둡기 전에..
이미 어둡은 예고 되었지만 그래도 작은 미명이 산아래까지는 인도 해줄것이다.
불출봉에서 바로 하산하는 코스로 우리들은 내려간다.
뛰자..
어짜피 조망은 끝났고 렌턴불 의지하기보다는 뛰는게 낫겠다 싶었기에
세사람은 뛰었다.
한 이십분을 뛰어내려가니 예닐곱 사람들이 어슬렁 그리며 하산하고 있었다.(그들은 정상적인 발걸음 이겟지만)
추월해서 다시 뛰니 뒤에서 들리는말..무슨전사들 같다나..
어두워 지는데 그리 늦장부려서 되겠소??

30분만에 내장사 입구에 도착했고 미어터지는 셔틀버스를 타고 주차장까지 내려왔다
6년만에 찾은 내장산은 또 그리 싱겁게 끝이 났다.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산행을 무슨 번개불에 콩구워 먹듯 후다닥 해치웠으니
꼭 도둑질 하러온 사람들 같다.
마치 내장산이 도둑이라도 맞을것 처럼 그러한..

다음이 언제일지 모르나 그때는 종주를 한번 해보리라..
불출봉 정상에서 다짐하고 왔으니
언젠가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음미하면서 산행을 하리라 기약해본다.

내일을 위하여 오늘은 여기서 미련을 버린다.
내일은 월출산 종주산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