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임자체 산행기-3

by 김수훈 posted Mar 11, 2006 Views 2791 Replies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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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일 : 2월 11일(토)  맑음 3.5˚c/실내
   남체 바자르(Namche Bazar 3,440m) -(2:00)- 에베레스트 뷰 호텔(Everest View Hotel 3,890m) -(1:00)- 남체바자르

오늘은 고소적응일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 아픈 것이 사라졌다. 아직 약을 먹지 않고 버틸 수 있으니 다행이다.
필름카메라가 고장나서 한창동안 씨름했는데 고쳐지긴 했지만 영 불안하다. 위로 올라갈수록 디카의 배터리를 충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비상용으로 가져온 것인데 이게 고장나면 고칠 데도 없고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아침 먹고 <에베레스트 뷰> 호텔(3,890m)까지 왕복 3시간 거리로 고소적응 차 다녀오기로 했다.
마을 자체가 계단식으로 들어앉았기 때문에 마을을 빠져나가는 것도 꽤나 힘든 오름질을 해야만 한다.


     <동네 끝에 있는 마니차를 돌려보고 있다- 티베트와 가까운 이 지역은 라마교의 영향이 크다>


마을 뒤의 급경사 언덕을 고도 3백미터쯤 갈짓자로 걸어올라 넘어가니 못쓰게 된 활주로가 나타났다. 인근에 <쿰중>이라는 큰 마을도 있고 루크라보다는 터도 넓기 때문에 비행장을 본격적으로 개설하려다가 주민들이 시위를 하는 바람에 포기했다고 한다. 여기에 비행장이 서게 되면 루크라에서부터 남체 사이의 많은 롯지들과 포터로 일하는 사람들이 생계가 막히기 때문이다.


     <활주로 자리>


활주로에서 다시 한 번 언덕을 올라서니 너른 계곡 끝으로 드디어 에베레스트가 모습을 나타내고 저 멀리 "에베레스트 뷰" 호텔이 보인다. 이 호텔의 야외 테라스에서는 에베레스트, 로체(8,414m), 로체샬, 타보체, 촐라체, 아마다블람(6,856m)이 한 눈에 보이는 것이 마치 포카라의 <사랑코트>에서 안나푸르나의 파노라마가 보이는 것에 비유할 수 있어서 이 지역으로 트레킹을 오는 사람들에게 거의 필수 코스처럼 빼놓지 않는 곳으로 돼 있다.


     <처음으로 모습을 보이는 에베레스트와 로체, 아마다블람>


     <"에베레스트 뷰" 호텔 테라스에서- 가운데 하얀 산 중에서 머리 왼쪽이 에베레스트,
       오른쪽에 로체와 로체샬이 붙은 걸로 보이고 사진 오른쪽으로 불끈 솟은 봉우리가
       아마다블람>


     <확대 사진- 에베레스트와 로체 그리고 붙어서 약간 내려앉은 듯한 로체샬>


     <확대 사진- 아마다블람>


공짜로 구경 하는 거 같아 미안해서 밀크티 한 잔, 아니 한 병을 시켰다. 이 나라는 아마도 영국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듯 차를 잔으로 파는 것이 아니라 병(pot)으로 팔고 있다.
남체로 돌아오는 길은 내리막이어서 수월하리라고 여겼는데 급경사 길이어서 생각보다 애를 먹었다. 가볍게 생각하고 스틱을 안 가져간 것이 후회스러웠다.


     <"에베레스트 뷰" 호텔에서 남체로 돌아오는 길>


     <남체 바자르 마을을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계단식 집터가 확연히 보인다.>


돌아와 점심을 먹고는 토요일마다 열리는 "남체 바자르(주로 티베트 사람들이 와서 노점을 벌이는 것)"를 구경하려고 했는데 시장이 오전 7시부터 12시까지만 열리는 것을 모르고 "에베레스트 뷰" 호텔에 다녀오느라고 이미 파장이 되고 텅 비는 바람에 시장 구경을 놓쳤다.
이곳 시장에 오는 티벳 사람들은 야크에 짐을 싣고 5일 동안 걸어와서는 남체 시장과 인근 마을을 돌아다니며 물건과 야크까지 팔아치우고서는 돌아갈 때는 빈 몸으로 간다고 한다.
오후에 시간이 있길래 주방팀에 부탁해서 더운 물을 얻어서는 간단하게 머리와 발을 씻었다. 앞으로 모든 일정을 끝내고 카트만두로 돌아갈 때까지 보름이 넘게 세수나 머리감기, 발 씻는 것은 모두 포기해야 한다. 더운 물을 구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고산지대에서는 자칫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저녁에 혼자서 칼라파타르 트레킹을 가는 대학생을 만났다. 같은 여행사를 통해서 왔는데 혼자이기 때문에 롯지에서 매번 음식을 사 먹는 바람에 식사 때문에 고생한다고 해서 저녁과 내일 아침까지 우리와 같이 식사하자고 하니까 무지하게 좋아한다. 보기에 딱해 보였는지 부산의 김兄이 어렵게 가지고 온 컵라면 한 상자와 밑반찬들을 모두 꺼내주었다.


■ 제6일 : 2월 12일(일)  맑음 4˚c/실내
   남체 바자르(Namche Bazar 3,440m) -(1:30)- 사나사(Sanasa) -(0:40)- 풍기텡가(Phunki Tenga 3,250m) -(1:20)- 텡보체(Tengboche 3,860m) -(0:40)- 디보체(Deboche 3,820m)

롯지 뒤편의 언덕을 숨가쁘게 올라서서 고개를 굽이 돌자 북동쪽으로 탁 트인 계곡 끝에 에베레스트와 로체, 아마다블람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생각보다는 작아 보이는 에베레스트와 강인한 근육질을 연상시키는 아마다블람의 모습이 대비되는 것 같다.


     <고개에 올라서자 보이는 에베레스트와 로체&로체샬, 그리고 아마다블람>

저 멀리 커다란 초르텐이 눈에 들어오는데 다가가 보니 바로 "텐징 노르마의 에베레스트 등정 50주년"을 기념하는 초르텐이었다.


     <"텐징 노르마의 에베레스트 등정 50주년" 기념 초르텐>


     <초르텐에 붙어 있는 동판>


다시 꼬부랑 고개를 돌아 넘자 고개마루에서 어떤 노인이 입간판을 세워 놓고 기부금을 받고 있었다. 구걸을 하는가 싶었는데, 간판의 내용을 읽어보고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니 이 노인이 포터 생활 10년에 모은 돈으로 남체-풍기텡가 사이의 산길을 정비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민간자본으로 건설한 도로의 통행료를 받는 셈이다. 1달러를 기부하고 방명록에 사인을 했다.


     <길 닦은 노인과 함께>


고개를 내려서자 나타나는 <사나사>는 고쿄로 가는 길과 갈라지는 갈림길의 마을이다.


     <갈림길- 돌아올 때까지 전체 코스 중에서 이렇게 큰 이정표와 갈림길은 처음이었다>


     <풍기텡가로 가는 길목에서>

계곡을 향해 내려선 풍기텡가에서 점심을 먹고는 다시 숨가쁘게 오르막길을 기어 올라서니 산중턱의 너른 초원 지대에 큰 사원이 마치 마을을 이루고 있는 듯 하다. 가을철 성수기에는 이곳에서 야영을 하는 팀도 있는 모양이다.



     <텡보체의 사원>


     <사원의 앞마당에서>


다시 내리막길을 정신없이 내려가 디보체에서 숙박하기로 한다.
일반적으로 포터들은 숙식을 각자 알아서 해결하는 형태이어서 손님들과 동행하지 않고 당일의 목표지점까지 자신들의 속도로 걷기 때문에 시간 진행이 제각각 별개이다. 따라서 하루종일 그들을 볼 수 없는 경우도 있고, 또 손님(트레커)이 그날의 컨디션이나 산행 속도가 좋다고 해서 아침에 계획했던 곳보다 더 갈 수도 없다.


     <포터들의 짐보따리를 메어보는 대구의 허兄>


     <롯지에 먼저 도착한 포터들만 찍었다>


     <왼쪽이 사다 셀파 "왕추", 오른쪽이 요리사 "다와">


이곳 롯지의 주인은 겨울철 비수기라서 카트만두에 가 있고, 아주 명랑한 젊은 아가씨 2명이 맡아서 롯지를 운영 중이었다.
이 마을에 전기를 공급하는 수력발전소는 사원의 소유인데 비싼 값에 전기를 공급한다고, 배터리 충전비용은 시간당 150루피를 받는다고 했다.
점심 때 풍기텡가에서 잠깐 만났던 외국인 남자 한 명이 롯지로 들어왔다. 터키에서 혼자 온 트레커인데 전날에 너무 무리하게 진행한 탓에 지치고 고소증세가 아주 심하다고 호소해서 다이아목스를 한 알 주었다.
저녁에는 닭볶음탕이 나왔길래 비장해 둔 소주를 꺼내 마시고, 한국 네팔, 터키 3국 노래자랑이 저절로 펼쳐졌다.


     <흥겨운 노래자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