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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일 : 2월 11일(토)  맑음 3.5˚c/실내
   남체 바자르(Namche Bazar 3,440m) -(2:00)- 에베레스트 뷰 호텔(Everest View Hotel 3,890m) -(1:00)- 남체바자르

오늘은 고소적응일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 아픈 것이 사라졌다. 아직 약을 먹지 않고 버틸 수 있으니 다행이다.
필름카메라가 고장나서 한창동안 씨름했는데 고쳐지긴 했지만 영 불안하다. 위로 올라갈수록 디카의 배터리를 충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비상용으로 가져온 것인데 이게 고장나면 고칠 데도 없고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아침 먹고 <에베레스트 뷰> 호텔(3,890m)까지 왕복 3시간 거리로 고소적응 차 다녀오기로 했다.
마을 자체가 계단식으로 들어앉았기 때문에 마을을 빠져나가는 것도 꽤나 힘든 오름질을 해야만 한다.


     <동네 끝에 있는 마니차를 돌려보고 있다- 티베트와 가까운 이 지역은 라마교의 영향이 크다>


마을 뒤의 급경사 언덕을 고도 3백미터쯤 갈짓자로 걸어올라 넘어가니 못쓰게 된 활주로가 나타났다. 인근에 <쿰중>이라는 큰 마을도 있고 루크라보다는 터도 넓기 때문에 비행장을 본격적으로 개설하려다가 주민들이 시위를 하는 바람에 포기했다고 한다. 여기에 비행장이 서게 되면 루크라에서부터 남체 사이의 많은 롯지들과 포터로 일하는 사람들이 생계가 막히기 때문이다.


     <활주로 자리>


활주로에서 다시 한 번 언덕을 올라서니 너른 계곡 끝으로 드디어 에베레스트가 모습을 나타내고 저 멀리 "에베레스트 뷰" 호텔이 보인다. 이 호텔의 야외 테라스에서는 에베레스트, 로체(8,414m), 로체샬, 타보체, 촐라체, 아마다블람(6,856m)이 한 눈에 보이는 것이 마치 포카라의 <사랑코트>에서 안나푸르나의 파노라마가 보이는 것에 비유할 수 있어서 이 지역으로 트레킹을 오는 사람들에게 거의 필수 코스처럼 빼놓지 않는 곳으로 돼 있다.


     <처음으로 모습을 보이는 에베레스트와 로체, 아마다블람>


     <"에베레스트 뷰" 호텔 테라스에서- 가운데 하얀 산 중에서 머리 왼쪽이 에베레스트,
       오른쪽에 로체와 로체샬이 붙은 걸로 보이고 사진 오른쪽으로 불끈 솟은 봉우리가
       아마다블람>


     <확대 사진- 에베레스트와 로체 그리고 붙어서 약간 내려앉은 듯한 로체샬>


     <확대 사진- 아마다블람>


공짜로 구경 하는 거 같아 미안해서 밀크티 한 잔, 아니 한 병을 시켰다. 이 나라는 아마도 영국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듯 차를 잔으로 파는 것이 아니라 병(pot)으로 팔고 있다.
남체로 돌아오는 길은 내리막이어서 수월하리라고 여겼는데 급경사 길이어서 생각보다 애를 먹었다. 가볍게 생각하고 스틱을 안 가져간 것이 후회스러웠다.


     <"에베레스트 뷰" 호텔에서 남체로 돌아오는 길>


     <남체 바자르 마을을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계단식 집터가 확연히 보인다.>


돌아와 점심을 먹고는 토요일마다 열리는 "남체 바자르(주로 티베트 사람들이 와서 노점을 벌이는 것)"를 구경하려고 했는데 시장이 오전 7시부터 12시까지만 열리는 것을 모르고 "에베레스트 뷰" 호텔에 다녀오느라고 이미 파장이 되고 텅 비는 바람에 시장 구경을 놓쳤다.
이곳 시장에 오는 티벳 사람들은 야크에 짐을 싣고 5일 동안 걸어와서는 남체 시장과 인근 마을을 돌아다니며 물건과 야크까지 팔아치우고서는 돌아갈 때는 빈 몸으로 간다고 한다.
오후에 시간이 있길래 주방팀에 부탁해서 더운 물을 얻어서는 간단하게 머리와 발을 씻었다. 앞으로 모든 일정을 끝내고 카트만두로 돌아갈 때까지 보름이 넘게 세수나 머리감기, 발 씻는 것은 모두 포기해야 한다. 더운 물을 구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고산지대에서는 자칫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저녁에 혼자서 칼라파타르 트레킹을 가는 대학생을 만났다. 같은 여행사를 통해서 왔는데 혼자이기 때문에 롯지에서 매번 음식을 사 먹는 바람에 식사 때문에 고생한다고 해서 저녁과 내일 아침까지 우리와 같이 식사하자고 하니까 무지하게 좋아한다. 보기에 딱해 보였는지 부산의 김兄이 어렵게 가지고 온 컵라면 한 상자와 밑반찬들을 모두 꺼내주었다.


■ 제6일 : 2월 12일(일)  맑음 4˚c/실내
   남체 바자르(Namche Bazar 3,440m) -(1:30)- 사나사(Sanasa) -(0:40)- 풍기텡가(Phunki Tenga 3,250m) -(1:20)- 텡보체(Tengboche 3,860m) -(0:40)- 디보체(Deboche 3,820m)

롯지 뒤편의 언덕을 숨가쁘게 올라서서 고개를 굽이 돌자 북동쪽으로 탁 트인 계곡 끝에 에베레스트와 로체, 아마다블람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생각보다는 작아 보이는 에베레스트와 강인한 근육질을 연상시키는 아마다블람의 모습이 대비되는 것 같다.


     <고개에 올라서자 보이는 에베레스트와 로체&로체샬, 그리고 아마다블람>

저 멀리 커다란 초르텐이 눈에 들어오는데 다가가 보니 바로 "텐징 노르마의 에베레스트 등정 50주년"을 기념하는 초르텐이었다.


     <"텐징 노르마의 에베레스트 등정 50주년" 기념 초르텐>


     <초르텐에 붙어 있는 동판>


다시 꼬부랑 고개를 돌아 넘자 고개마루에서 어떤 노인이 입간판을 세워 놓고 기부금을 받고 있었다. 구걸을 하는가 싶었는데, 간판의 내용을 읽어보고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니 이 노인이 포터 생활 10년에 모은 돈으로 남체-풍기텡가 사이의 산길을 정비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민간자본으로 건설한 도로의 통행료를 받는 셈이다. 1달러를 기부하고 방명록에 사인을 했다.


     <길 닦은 노인과 함께>


고개를 내려서자 나타나는 <사나사>는 고쿄로 가는 길과 갈라지는 갈림길의 마을이다.


     <갈림길- 돌아올 때까지 전체 코스 중에서 이렇게 큰 이정표와 갈림길은 처음이었다>


     <풍기텡가로 가는 길목에서>

계곡을 향해 내려선 풍기텡가에서 점심을 먹고는 다시 숨가쁘게 오르막길을 기어 올라서니 산중턱의 너른 초원 지대에 큰 사원이 마치 마을을 이루고 있는 듯 하다. 가을철 성수기에는 이곳에서 야영을 하는 팀도 있는 모양이다.



     <텡보체의 사원>


     <사원의 앞마당에서>


다시 내리막길을 정신없이 내려가 디보체에서 숙박하기로 한다.
일반적으로 포터들은 숙식을 각자 알아서 해결하는 형태이어서 손님들과 동행하지 않고 당일의 목표지점까지 자신들의 속도로 걷기 때문에 시간 진행이 제각각 별개이다. 따라서 하루종일 그들을 볼 수 없는 경우도 있고, 또 손님(트레커)이 그날의 컨디션이나 산행 속도가 좋다고 해서 아침에 계획했던 곳보다 더 갈 수도 없다.


     <포터들의 짐보따리를 메어보는 대구의 허兄>


     <롯지에 먼저 도착한 포터들만 찍었다>


     <왼쪽이 사다 셀파 "왕추", 오른쪽이 요리사 "다와">


이곳 롯지의 주인은 겨울철 비수기라서 카트만두에 가 있고, 아주 명랑한 젊은 아가씨 2명이 맡아서 롯지를 운영 중이었다.
이 마을에 전기를 공급하는 수력발전소는 사원의 소유인데 비싼 값에 전기를 공급한다고, 배터리 충전비용은 시간당 150루피를 받는다고 했다.
점심 때 풍기텡가에서 잠깐 만났던 외국인 남자 한 명이 롯지로 들어왔다. 터키에서 혼자 온 트레커인데 전날에 너무 무리하게 진행한 탓에 지치고 고소증세가 아주 심하다고 호소해서 다이아목스를 한 알 주었다.
저녁에는 닭볶음탕이 나왔길래 비장해 둔 소주를 꺼내 마시고, 한국 네팔, 터키 3국 노래자랑이 저절로 펼쳐졌다.


     <흥겨운 노래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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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도옹 2006.03.11 16:45
    아, 좀 힘들었다고 쓰세요!! ^^*
    사다셀파가 아주 잘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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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마 2006.03.12 07:50
    네팔리들이 대부분 잘생긴데다 순수해서 우리나라 여자분들이
    꽤나 좋아하던데요. 네팔리들 보니 참말로 동료 만난듯 반갑네요.
    '에베레스트 뷰' 호텔까지 올라가야 멋진 설산들이 보이는군요.
    고소엔 마늘이 효과가 있어서 저는 증상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롯지에서 마늘스프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티벳불교사원과 마니차를 보노라니 많이 그립군요.
    선생님께선 정말로 히말라야와 잘 어울리십니다.
  • ?
    김수훈 2006.03.12 09:23
    예, 마늘 스프 많이 먹었습니다.
    거기다가 찌아(야크 우유에 홍차 탄 것)- 물리도록 마셨지요.
  • ?
    야생마 2006.03.13 07:33
    고산증에 좋다고 물을 많이 마시라고 하니 차를 많이 마시는데
    저는 찌아(인도는 짜이), 레몬티, 핫레몬등 물리니까 바꿔가며
    큰 보온병으로 주문해서 홀로 긴저녁 홀짝홀짝 다 마시곤 했어요.
    고산에선 천천히 그날 가야될 장소까지만 가야겠지요.
    가이드의 역활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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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양 2006.03.13 09:27
    ㅎㅎㅎ 3천미터 고지에서 고소적응도 벅찰텐데 저녁 식사후 춤판을 벌이시다니.... 왕체력이십니다. 헹~ 진정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단 말입니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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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이좋아 2006.03.13 16:50
    저 높은 곳에 집이 있으면 뭘로 생계를 꾸려나간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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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훈 2006.03.13 17:52
    롯지(민박집)를 운영하거나 농사를 짓거나 한답니다.
    아, 포터를 하기도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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