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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주변산행기

조회 수 1833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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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가진 산하, 그 어디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있어랴 설악은 탈출이 비교적 용이한 지리와는 달리 한번 발을 들이고나면 탈출로가 그리 용이하지 않기에 스스로가 준비된 산행을 요한다. 작년 10월 첫눈이 17센티나 내린 그 다음날 설악을 찾아 가을과 겨울을 동시에 품은 설악의 장관과 우중산행으로 진행하여 폭우속에서 잠이루지못한 소청산장에서의 일박으로도 공룡을 밣지못한 아쉬움에 서둘러 무박산행을 계획하고 9월의 설악을 찾아나섰다. 지인이 없을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일전에 함께 아쉬움을 나누었던 두분의 지인을 대하니 마음 절로 즐겁다. 좋은 길벗과 같은 길을 걷는 즐거움은 산이 주는 그 즐거움에 비견된다. 오색에서 대청에 이르는 어둠을 밝히는 긴 행렬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랜턴을 밝히지 않고 비움과 채움을 연속하며 어둠을 가로질려 산길을 더듬어본다. 야간산행은 자신에게의 몰입을 더욱 진하게 안겨주기도 한다. 한걸음에 나는 비워지고 한걸음에 비워진 내게 산은 채우고.. 대청을 목전에 두고 여명이 밝아온다. 일출을 감상못함이 그리 아쉬울 것도 없다. 같은 길을 함께 걷고 함께 땀흘리는 동안 어느새 하나된 일행들과 나누는 교감에 의해 어둠속에서도 일출이 밝히는 그 빛보다 먼저 스미고 있었던 것이다. 희운각에 내려서니 철교각이 사라져 있다. 지난 수해의 정도가 충분히 어림짐작 되어진다. 차량정체로 계획보다 한시간여가 늦어졌지만 무너미고개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어본다. 공룡길의 첫고행길인 무너미고개길이 승부처가 되리라고 예상을 하였는데 함께한 일행들은 신선봉에 닿는 1키로여의 된비알을 단숨에 치고 오른다. 무너미고개를 오르며 잘 짜여진 팀웍을 확인케되니 공룡길에서의 즐거움이 예감되어진다. 공룡길에 든 산객들에겐 그 언젠가 이 지구의 주인으로 포효하던 공룡은 더 이상 화석이 아니다. 한걸음 내딛는 발걸음에서 지축을 뒤흔들며 걷는 공룡의 발자취를 느끼고 가뿐 호흡에서 내뿜는 숨결에서 공룡의 뜨거운 입김을 느낀다. 공룡의 꿈을 따라 1275봉으로 향하는 일행들의 뜨거운 가슴이 전율을 느끼게한다. 아~~ 하늘은 왜이리도 쾌청한거야.. 햇살에 반짝이는 천화대의 암봉들과 범봉, 울산바위가 동해의 푸름을 배경으로 하여 더욱 빛나고 이십여년전에 다녀온 화채능선의 암봉들은 또다른 설레임을 안겨주고 있다. 이젠 내가 돌이 될 차례.. 이젠 너에게서 그리움으로 남을 차례 나무에게서도 강에게서도 바다에게서도 이젠 그리움으로 남을 차례 바람으로 살다가 돌이 되어 버리면 평생을 두고 그리움으로 살겠지.. 그리웁고 그리웁고 또 그리웁고 이젠 내가 돌이 될 차례 너가 바람이 될 차례.. 암봉이 가진 그 아름다움이 지대하여 어떤 이름도 어울리지 않는다 하여 산객들에겐 1275봉으로 불리우는 양각봉.. 1275봉이 더욱 아름답게 느꼈지는건 암봉에 오르기위해 흘려야하는 땀의 량에 비례한 것은 아닐까. 1275봉을 향한 된비알은 초입에서 무너미고개를 오르는 느낌과는 또 다르다. 공룡길의 그 절반이기도 하고 공룡길을 완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상징성이 1275봉을 더욱 예찬케 한 것이라는 생각이 스민다. 내리막길을 내려서면서 학창시절 선배와 주고받던 말이 새삼스레 스친다. '자~알도 내려간다.' 뚝 내뺃는 그 말을 내리막길이라서 좋아하는구나 여겼는데 올라선만큼 내려서듯, 내려선만큼 다시 올라야 하는 그 이치를 알기에 내림길에서 다시 오름길을 준비하는 마음의 자세였던 것이다. 이런 얘기를 주고받어며 거니는데 산길을 스치는 산객이 '그것이 자연의 법칙입니다' 라며 건네주는 인삿말이 그리도 정겨울 수 없었다. 그렇게 공룡길은 우리네 일상을 닮아 있었다. 나한봉을 향하니 쾌청하기만 하던 하늘에 운무가 스미어든다. 암봉들을 쥘락펼락하는 운무가 있어 더욱 신비롭게 그 자태를 뽐낼 수 있고 단순한 암봉의 무기체에서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로 변화하기도 한다. 자연이 주는 그 무엇하나 의미없는 존재는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나의 존재에도 깊은 의미를 되새김질 하게금 한다. 일행들보다 앞발 앞서 운무 깔리는 나한봉에 서니 불제자들이 최고의 계위라 이름하는 '나한'의 자리에서 이 순간만은 더 이상 배우고 닦을 만한 것이 없는 무학(無學)에 달한 기분이다. 마등령에 선다. 내설악과 외설악의 경계를 지우는 마등령.. 다음 산행은 백담사를 들머리로 오세암을 지나 마등령에 올라 공룡길을 다시 밟아보자는 지인의 제의가 오랫동안 남는다. 마등령을 내려서 비선대로 향한다. 마등령 이 길은 화채능선의 암봉들을 가장 멋지게 조망할 수 길이기도 하다. 화채의 암봉들을 바라보며 걷노라니 다시 화채길을 걸어보리라는 열망이 더욱 커져온다. 내가 경험한 설악의 길중, 나는 기꺼이 화채길을 통해 대청에 올랐던 그 기억을 첫손가락 꼽는데 주저함이 없기에 이십여년이 지난 그 기억만으로도 화채길을 향한 설레임은 울림증에 가깝다. 비선대를 코앞에 두고 물소리를 들어며 화채의 암봉들을 감상하며 넋을 놓고 있노라니 무박산행으로 사당에서 출발하여 오색을 들머리로 대청에 올라 희운각, 공룡능, 마등령, 비선대에 닿은 그 길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난다.
          같.음과 다.름
          설악.바다.하늘.구름..그리고
          화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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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오스 2006.12.12 19:27
    설악의 공룡을 찾아 희운각에서 마등령으로,
    화형식이 거행될 무렵엔 마등령에서 희운각으로,
    그 흔적들을 함께 심어보았습니다.
    12월이 주는 일상의 바쁨, 산그리메에 닿지 못하는
    발걸음을 이렇게 위안삼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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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소 2006.12.16 10:35
    예 꼬오옥 백담사 오세암 마등령 공룡을 다녀오세요. 그리고 천불동으로 하산하시면 기가 막히답니다.수해로 많이 상하긴 했지만 --그 희운각철계단은 천불동 계곡 바윗돌속에 묻혀 있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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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해 봉 2006.12.20 00:48
    설악산 구경 잘했습니다,
    저곳을 내년 여름에나 가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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