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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뫼에 들다 함께한 일행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서북주능 갈림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며 올라선 길을 자주 뒤돌아보는 여유로운 산행을 즐겨본다. 산은 두발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호흡으로 오르는 것이기에 오랫만에 일박을 위한 무게 느껴지는 배냥을 메고서도 발걸음이 가볍다. 호흡이 좋다. 산에서 만나지는 이들과 나누는 수더분하지 않은 인사가 좋다. 반가움을 나누는 요란함보다는 가벼운 목례로 나누는 인사가 더 깊이 각인되어진다.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같은 길을 걷고 함께 땀흘리며 산을 찾는 각각의 이유들이 어느새 하나될 것이기에 급함도 없다. 빗방울이 굵어진다. 판쵸우의를 준비했지만 걸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비가 내리면 비를 맞으리라. 바람이 불면 그 바람을 따르리라하고 출발한 이번 산행이다. 악천후일수록 내겐 더 즐거운 산행이 되리란 것을 나는 안다. 바람이 전해주는 소리에 귀기울이고 내 가진 그리움이 비 되어 온몸을 적실수록 발걸음은 가벼워진다. 함께라는 의미에 젖어가는 것이다. 자연과 하나된 나를 느껴가며.. 귀떼기청을 뒤로하고 서북주능을 따라 끝청을 향하며 조망을 즐겨본다. 비에 젖은 점봉산을 바라보며 곰배령의 취가 코에 잡혀들고 아스라이 펼쳐진 설악의 암봉들은 운무에 의해 꿈틀거리는 생명을 갖는다.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의 암릉들은 언제나 마음을 사로잡는다. 비내리고 운무가득한 이런 날의 산행은 신비감까지 준다. 쉬이 조망되는 전경들보다 운무에 가려있다가 암릉들을 펼락쥘락하며 바람의 결에 따라 보여지는 전경들은 살아 움직이는 유기물이다. 용아장성의 암릉들은 포효하는 한마리의 용이되어 꿈틀거리고 공룡능선의 암릉들은 사라진 세기를 기억치 않고 구름속을 휘젓어며 그들의 낙원임을 알리며 천하를 호령한다. 끝청을 오르는 된비알을 한달음에 올라선다. '날씨가 좋았다면 더 멋진 산행이 되었을텐데..' '이런 날에 볼 수 있는 것을 그땐 볼 수 없잖습니까' '눈에 보이질 않아 아쉽네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어서 더 좋은데요' '보여주는 것만 봐두 선계 같네요..' '주는 것만 다 받을 수 있어도~~~..' 산객들과 나누는 대화가 정겹다. 마음 하나라 했던가.. 그리움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빗방울은 더욱 정겹다. 숙박지인 소청산장을 지나 중청에 배냥을 두고 대청을 오르기로 한다. 비바람이 더욱 거세어지고 아무것도 조망할 수 없음을 알지만, 대청에 오름이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음을 알지만 그냥 지나칠 순 없다. 속고쟁이를 적시는 대청에서의 비바람이 오랫동안 남는다. 산은, 내게 있어서 산은, 비움이다. 구지 애써서 비우려 하지 않아도 산에 들어 산길을 따르다보면 절로 비워진다. 산은, 내게 있어서 산은, 채움이다. 모든걸 비웠다고 믿었는데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산을 내려서면 나도 알지 못하는 무엇인가가 나를 가득 채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그것을 산이 주는 선물이라고 믿고 있다. 나는 비우고 비워진 내게 산은 채우고... 2. 잠에 들다 소청산장.. 나뿐 아니라 산꾼들에 의하면 우리나라 산장가운데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 소청산장에서 바라보는 전망이라고 한다. 설악의 3대 암봉이 눈앞에 펼쳐진다. 발밑으로는 용의 이빨 같은 형상인 용아장성(龍牙長城)이 도열해 있고, 오른쪽으로는 공룡의 등뼈를 닯은 공룡능선이 꿈틀거린다. 공룡능선 너머로는 너무나 잘생긴 울산바위가 돌출해있는 광경이 들어온다. 그 모습을 익히 본 바 있기에.. 소청산장에서의 숙박은 산행을 결정하는데 큰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산라일락의 향기도, 쏟아질 것 같은 설악의 밤하늘 별빛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어리라 생각했던 3대암봉도 없었지만, 대청을 포기하고 일찍감치 산장에 도착하여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일행들과 자리를 함께하니 마음 절로 즐겁다. 부부가 함께하는 그 모습이 그리도 정겨울 수 없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밤이 깊을수록 빗방울이 거세진다. 설악의 산장에서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에 쉬이 잠들지 못함은 어쩌면 당연함 일지도 모른다. 함께한 일행들과 잠 못이루고 나누는 정담이 설악이 보여주지 않는 전경들보다 더욱 아름답다. 3. 상상 등반 일출을 볼 수 없는 기상이기에 시간적 여유가 생겨졌다. 느긋한 아침을 마치고 희운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소청봉으로 향하지 않고 물기를 잔뜩 머금은 숲속으로 발을 돌린다. 밀림을 트래킹하는 기분을 만끽해보며 연신 그 싱그러움에 코를 벌렁거려 본다. 가늘어진 빗방울과 운무를 뚫고 숲속을 비추는 햇살을 발견하곤 공룡능선을 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홀로 흥분을 감추지 못했지만 기상을 예측하기 어려워 비가와서 더욱 멋더러져 있을 천불동으로의 하산을 결정한다. 희운각에서의 갈림길에 서서 일박으로 준비한 공룡능선에 대한 여전한 아쉬움에 상상등반에 빠져들고 만다. 무너미재를 올라 신선암을 지나며 바라볼 운해들.. 이번 산행에서 설악이 보여줄 모습은 가을과 겨울에 경험한 그 길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1,275봉을 향하다가 보여질 천화대.범봉의 모습은 운무에 가려 그 모습을 쉬이 내주지 않겠지만 일순간 바람에 운무가 밀려 그 모습이 드려나면 절로 탄성이 터져나올 것이다. 나한봉을 향해 길을 걷다가 설악이 보여주는 그 비경들이 발걸음을 자주 멈추게 할터이고 마등령을 내려서며 가슴속에 차오르는 벅찬 희열에 몸서리쳐지는 흥분감을 맛보리라. 그렇게 공룡능선의 상상등반에 빠져있던 나는 우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에 화들짝 놀라 깨어날 수 있었다. 4. 물에 들다 산을 오르다 보면, 지난 산행때 밟았던 돌이 꼭 그 돌이 발에 밟히게 된다. 그 반가움은, 산이 나를 안아주는 기분이다. 지난 산행때 계곡을 거슬려 오르며 물과 나누었던 대화가 절로 상기되어진다. 자신을 가장 낮춤으로써 만물의 가장 으뜸에 자리하는 물.. 그 물이 묻는다. '나는 내려가고 있는데 너는 어찌 올라가고 있는가?' 나는 대답한다. '물처럼 내려가기 위해서 오르고 있는 것이다.' 물도 자신과 나눈 선문답이 마음에 들은 모양이다. 싸아하니 내마음을 한바퀴 휘감아 돌더니 물소리로 일갈을 내려치고는 유유히 제 갈 길로 스며든다. 나는 그렇게 물을 따라 산을 내려서고 있다. 산을 찾을 때에도 산을 벗어날 때에도 산은, 그 어떤 반가움의 손짓도 아쉬움의 손짓도 전하지 않는다. 내가 산을 기억할때 산은 나를 기억할 뿐이다. ♬ : 양현경 ' 비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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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오스 2006.12.06 23:32
    일상의 바쁨으로 산그리메를 바라본 지 오래,
    8월의 설악과, 공룡의 꿈을 찾아 나선 9월의 설악,
    설악의 화형식을 찾아 나선 무박으로의 공룡릉 산행을
    밑그림 삼아 눈덮힌 지리와 설악을 떠올리며
    상상등반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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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 2006.12.08 12:39
    음악과 함께 지난 10월에 다녀온 설악산 공룡능선을 카오스님의
    '상상등반'을 기준으로 다시 가봅니다.
    희운각에서 산행대장님과 동행한 언니의 난감한 표정이 생각나
    혼자 웃습니다.
    무너미재를 막 넘어 시작.. 바위 건널때 아찔하던..
    끊임없이 오르고 내리던..
    1275봉의 꼬물거리던 대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취했던 안락한 휴식..
    생수 부족으로 조마조마하던 산행..
    선녀와 나뭇군이 오손도손 살고 있을 법한 하산의 운해등..

    설악의 이 코스를 다녀와 '가문의 영광'을 외쳐 주시던 대원들의
    모습들도.. 오버랩 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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