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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주변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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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청계산(양재) ~ 광교산(수원)을 걸었다.
몇 년전부터 눈독만 들인 연계산행...
근교산은 표지판 해독이 어려워 혼자 산행에 나서지 못하는 단점을 갖고 있는데
마침 하늘아우의 종주 공지를 접하고는 총 거리는 살펴보지도 않고 덜컥
신청해 놓은지 한 달여가 지나고 드디어 오늘.. 지리산 종주 가는 것 만큼
설레임으로 산행에 나선다.

금요일인 어제...
일주일 내내 바깥 약속으로 바쁘게 보내고 금요일은 약속없이  습관처럼
장비점에 들리고...
딱히 살게 없는데도 이러저러한 상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지난 주 대전에서 지라산등 큰 산마다 따라간  모자를 잃어 버리고
섭섭한 마음에 겨울모자 하나 구하고 돌아오면서 주말에 쓸 간식등
장을 보아 돌아오니..
아니나 다를까 남편 하는 말..ㅠ.ㅠ
- 어째 사다 나르는게 없더라..
종주산행이나 대간산행 가기 전에는 며칠 전부터 필요물품을 쇼핑하느라
집안 어딘가에   등산용품으로 어지러운데.. 이번주는 바빴던 탓이다.

주말 아침에 바빠서 허둥될까 싶어 미리 샴푸하고..
배낭에 필요 물품 넣고 쌀 씻어 밥 준비 해놓고 입고갈 등산복 꺼내놓고..
- 김밥은 죽어도 싫으니..
   실력 없는 솜씨로 밥을 할때마다 지리산  S의 빈정거림이 귀에 꽂힌다.
   '밥도 잘 못하면서 무거운 코펠 버너를 챙겨간다' 며 나를 놀리는 ㅡ.ㅡ

아침 6시...
08시까지 양재역 7번 출구에 도착해야 하니 마음조차 바쁘다.
혹여 알람을 놓칠까봐 이중으로 알람 설정을 해 놓았더니
1초의 오차 없이 깨워 주고..
예전 따르릉 거리는 시계와의 전쟁처럼 서둘러 폰을 열어 조용히 시키고는
도시락 한 개를 준비하여  서둘러 집을 나선다.
- 무박 산행이 차라리 낫지.. 새벽에 일찍 일어나 출발하는 산행은  괴롭다.
   편안한 잠자리를 뛰쳐 나오는 용기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야간 산행도 같은 맥락이다.
   출근하여 업무를 마치고 산으로 직행하는게 오히려 편하다.

주말이어선지 전철은 복잡하지 않고 빠르게 양재역에 데려다 준다.
양재역에서 만난 일행들을 기다리면서 몇 년전부터 청계산에 드나들때부터
간식으로 먹던 샌드위치가게에 가보니 씩씩한 아주머니가 잊지 않고 여전히
반겨 주시고..
예전에도 이 가게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음료를 사고 버스를 기다리고 그랬다.^^
오늘도 습관으로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고...
낯익은 아주머니와.. 맛이 변하지 않는 샌드위치... 인연은 이렇게 이어 진다.

오늘의 산행대장인 하늘아우..
어젯밤 마신 술 탓을 하며 박카스 하나 집어 드는데..
아주머니가 남편이냐고 묻는 통에.. 거의 졸도할 뻔..
기분이 나쁠터인데.. 사람 좋은 하늘아우 빙글빙글 웃는다.
몇 년동안 일행없이 청계산에 드나들다가 왠 남자들과 함께 오니
당연 남편이라고 생각하신 순진한 아주머니를  한바탕 놀려 드리고는
마을버스를 탄다

오늘 코스를 숙지하지 않은 탓에 평소 다니던 원터골이나 옛골이려니 하였는데
버스에서 내려 오르는 곳은 화물터미날 뒷편이다. 08:40
여기서 옥녀봉까지 길도 이쁘고..
- 옥녀봉에서 산길이 이쁘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어느 산객께서 하신 말씀
   길만 이쁘냐..사람도 이쁘다....
첫번째 봉우리인 옥녀봉에 도착한 시각이 출발 50여분 후 내쳐 매봉까지 걷는다.

갑자기 사람들이 늘고 있어 보니 매봉 가는 길이다.
매봉 올라가는 길이 왠지 낯선게 고개가 갸우뚱..
그도 그럴것이.. 지난해 내내 다니다가 원거리산행과 아차산 삼각산으로
야간산행하느라 주말에 근교산행에 대한 욕심이 줄었으니.. ㅠ.ㅠ

계단 좌측 하단에 계단공사에 협조한 분들의 이름표가 층층이 나붙어 있다.
개인도 있고 회사도 있고 상점도 있고..
어떤 분은 소망을 적기도 하였다. 참 괜찮은 협찬인 것 같다.
좋은 마음으로 협찬하였으니 아끼는 마음도 더 클거라는..
대개는 서초구민들일테니.. 복밭이 따로 없을 것이라는 감사한 마음으로
1천개가 넘는 계단을 올랐다.

매봉에 기념사진 한 장 찍고..
사진 찍어주는 어여쁜 처녀들에게 장난을 건다.
- 사진 잘 안나오면 연락해야하니 전화번호 받으라..

망경대는 군부대가 척 들어서서 구경만 하고....
옛골 팻말도 반갑고.. 낯 익은 이수봉에 올라 잠시 쉬고..
이수봉 지나니 청계사의 독경소리가 들린다.
무슨 큰 행사인지.. 예불 시간도 아닐텐데.. 아마도 큰 제를 모시는게
아닐까.. 귀 귀울이다가.. 1990년대 초에 읽은 경허당집 생각이 났다.
경허 성우...
조선말엽 선승인.. 경허를 알게 된 시기가 그 즈음인것 같다.
한참 선사의 행적기를 더듬다가 이 청계산 자락까지 왔었다.

이 청계산.. 저 청계사에서 선사는 여기서 물 긷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짬짬히 천자문을 배우고.. 그러다 어떤 계기로 만화화상을 만나고..
지독한 공부를 통해 자신이 던진 질문에 답을 얻는.. 경허..
선사가 동진출가한  곳 청계산 청계사...

당시 시간 날때마다 충청남북도와 부산 대구 경북 지역으로 선사의 발자취를
따라 다니면서 나의 불교 개념을 달리 하려다  시간만 소비한..

덕분에 덕숭총림 수덕사위 평소에는 입장이 금지된 금선대에도 들어 가보고..
정혜사.. 개심사.. 간월암..천장암..
의성 고운사. 부산 범어사, 합천의 가야산 해인사..
나의 30대 정신적 빈곤을 채워준  경허당 성우스님의  행장기를 다시 읽어 보리라..

이수봉을 지나자 인적이 드문드문하다.
국사봉 가는 길이 초겨울 바람으로 차가워도 하늘은 맑고 드높고 청명하다.
국사봉비를 끌어 안고 사진을 찍었는데..
여기까지 두 번쯤의 슬라이딩은 아무것도 아니다.

오늘 산행팀은 전부 백두대간을 마치거나 진행중이거나 하는 내노라는 산객들인데
어쩌자구 여기 끼어서 헉헉... 숨만 가쁘다.
하늘아우 믿고 출정하였지만 춘추가 있으신 싱글박님이 느린 내 걸음을
안타까워 하시고 종주 계획 9시간이면 충분하다는  하늘아우의
실력을 아는 나는 미니멈으로 10시간을 잡았다.

오늘 여성산우인 누가님도 7~8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실력 과시를 하는데..
자꾸.. 주눅이 드는게 괜히 따라왔다는 후회가 자꾸 들고..
그러다.. 꽈당..
국사봉 지나 내리막길에서 제대로 넘어졌다. 10시 40분
순간 걱정된 것은 다리도 팔도 아니고 안경이다.
렌즈도 비상용 안경도 없는데.. 아무래도 안경이 튕겨나간 것 같은 불길한..
뒤에서 신난다님이.. 놀래서 쫒아오고..
다행이 안경은 무사하여 안심하는 틈도 없이.. 넘어진 무릎이 아프다.
바지를 걷고.. 피가 나는지 보는데.. 옆에서 걱정스런 얼굴을 하던 신난다님이
피가 나지 않는 내 무릎을 보면서  '괜찮아... 괜찮아' 한다.

어릴 때 잘 쓸어 놓은 마당에서 넘어지면 손바닥과 무릎팍에 찰과상을
입어 피가 나는걸 보면서 죽는다고 악을 쓰며 울어대던 그 버릇이 남아서일까..
피가 나면 탈출하여 하산 하려던 얄팍한 내 마음이었는데.. 바지에
흙묻은 양치고는 무릎은 멀쩡하다.
금새 지나온 청계사에 부처님이 도우신게 틀림없는것 같아.. 나무南無..를 부른다..

어느만큼 걸으니 한무리의 묘지가 나오고..
천주교 묘역이다.
나란히 나란히..
산에서 묘지를 보는건 흔해도 공동묘지는 두 번째다.
그 첫번째가 인천의 계양산.. 그곳도 천주교 묘역으로 기억하는데..
역시나 종교의 힘은 못하는게 없다..
모여사는 사자死者들께.. 목례로 인사한다.
잠시 그들의 안식처를 소란스럽게 지나 가는 나그네로서  치뤄야할 의전이라고
생각 되었다.

아마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다.
아파트처럼.. 모여 사는 이들이라서..
낮이면 조용히 누워 지내다가 밤이면 도깨비들과 한바탕 신명나는 놀이를
즐기는 것은 아닐까
후손이 여유로운 무덤에는 잔디도 잘 입혀져 있고.. 손질도  되어 있지만
어느 묘에는 잔디도 없고.. 묘비도 뽑혀나간..

죽음 뒤에도 부와 명예가 다를 수 없다.
악착같이 성공해야 할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다.
묘지를 둘러 보니 며칠 전에 다녀간 듯한 조화가 눈에 띈다.
망자가 며칠 더 행복할 것이라는.. 쓸데없는 축복을 한다.

공연히 떼무덤을 보고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내려선 곳이 아마도
하우고개인 것 같다.
지리산커뮤니티 어느 님께서 여기 길을 잘 건너라고 염려하신 글이 생각나는데..
산업도로를 내 놓고는 동물이동경로도.. 산과 산을 잇는 다리조차 없이..
참 난감하다는 생각이 든다.
선공사 후조치를 하려니 공사비는 이중삼중일테고..
주무관서가 서로 다를터이니.. 공사에 진도는 더딜터이고..

방금전에 지나 온 철탑으로 속이 상하다가  이동통로를 설치하지 않은
머리 나쁜 관청에 원망을 하며
겨우 겨우.. 길을 건넜다. 가슴이 퉁퉁 뛰는 순간이다.
하늘아우..기어이 한마디 한다.
- 오늘은 레져보험이 가입되지 않았다.

가파른 빗물홈을 오르고.. 다시 숨가쁘게 오른다
허기가 지는게.. 빠른 걸음인 일행들을 따르느라 배고프다는 생각도 못했는데..
경사가 심한 비탈을 오르는데..  소백산 희방사 깔딱고개도 생각나고..
지리산 첫 종주.. 깜깜밤중에 오르던 영신봉 2.7km구간과..
두번째 종주에서 발목통증이 심했던 명선봉 오름길도 생각났다.

앞팀 다 올라가고.. 가거나 말거나 내 페이스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어차피 종주인데.. 설마 떼놓고 가기야 하겠나..라는 뱃장이 다시
생겼기 때문이다.

하오고개부터 밥 묵을 장소를 찾다가 결국 산업도로를 건너 봉우리 하나를
넘고서야 밥 먹는 시간이 주어지고..



아까부터 삐삐거리는 전화기를 꺼내보니 나비언니가 문자로 18시 경에
합류할 의사를 타전을 해 온것에 답장을 보냈다.
18시 정도면 경기대 후문에서 합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문자를 보내고
좀더 빠른 산행을 위해 폰을 꺼두었다.

점심 먹고 쉴 틈없이..다시 걷는다.
신난다님이 졸음을 참지 못하고 화난 표정으로 걷는다.
모두 앞으로 달려가는데..나와 신난다님만 뒤쳐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종주길에 급할게 없다.
이제 탈출할 시기도 놓친것 같고.. 그냥 걷기로 한다.
백두대간 종주나 지리산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에 비해.. 탈출로가 많으니
쓸데없는 생각이 많이 든다.

바라산 어디쯤에서 이정표에 토탈 7900m가 나왔었는데..
기록할 시간이 없으니.. 아마 광교산까지 거리가 7.9km였던 것 같다.
바라산 정상을 지나.. 백운산까지.. 걷다가 쉬다가..
선두팀이 보이지 않으니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앞서 가던 싱글님도 진행 속도를 늦추어 나와 걸어 주었다.
평소 재밌는 양반인데.. 오늘도 웃지 않고 힘든 나를 간간히 웃겨 준다.
벙글님이 없는 산행인데도 전혀 기죽지 않는 모습이 멋지다.

선두팀 3명.. 후미팀 3명..
후미 선두대장  싱글...
       중간대장  이안(풀잎아)..
       후미대장  신난다...
       오붓하니 좋긴 하다..

낙엽 푹푹 빠지고..조망 좋고 날씨 좋고..
종주하기로는 최고의 일기를 갖고 있다.
이런 날씨는 괜히 소백산, 지리산 생각을 하게 된다.
산길 좌우로 낙엽 쌓인 둔덕을 보며.. 뒹굴어도 다치지 않을 것 같고
눈이 쌓이면 아늑할 것 같은.. 종주길은 다 비슷한 것일까..

걸어서 걸어서 백운산에 도착한 시간은 16시 16분..
광교산까지 얼마인지 이정표를 확인했어도.. 기억을 못하는 형편없는 나의
소프트웨어탓만...
광교산 입구에 도착한 시각이 출발 8시간째인 것 같다. 16시 35분경..
산행종료지인 광교산입구까지 약 7.09km인지 7.90 km인지..
지리산이나 소백산등은 거리단위를 km로 표기하는 대신 이곳은 주로 m로
씌여져 있으니 소프트웨어 유통기한이 많이 지난 나의 한계가 바로 나타나는...

해가 넘어가려고 준비하는 것을 보며.. 일행들 모두 렌턴이 있다고 자랑하고..
그렇지..그래도 백두대간 종주팀인데.. 지리산 종주를 두 번씩이나 한 나도 당연
렌턴은 기본으로 넣고 다닌다.
야간산행할 기본이 되니.. 차라리 편히 가잔다.
신난다님과 싱글님에게 고맙고  미안했지만.. 일부러 말을 하지 않았다.
- 사실 많이 고맙고 미안했음ㅡ.ㅡ

백운산 지나고 광교산 초입인가.. 미군 데이터 기지가 있었는데.. 철조망도 아니고
무슨 파이프로 용접까지 하여 길을 막아 놓은 폼이.. 출입금지 구역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 다시 화가 치밀어도.. 어쩌겠는가.. 군사기지라는데....
할말이 없다..  즈그네 나라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이런 행위를 하겠는지..
묻고 싶었다.
막아놓은 파이프를 타고.. 겨우 오르는데..싱글님 걱정으로 소리가 높아진다
- 조심해.. 떨어져!!
  (흠 후미팀 선두대장이란 말이지?) 할 말 없다. ㅡ.ㅡ
좀 지나니.. 2년전인가.. 다녀간 적 있는 낯익은 구간이 나온다
절터쪽 표지판과.. 시루봉..

앞서 신나게 걷던 싱글님이 보이지 않자 신난다님이 소리로 부르니 싱글님 시루봉에서
자신의 위치를 알려오는데.. 가는 길도 없는 시루봉에 올라간 싱글님이 힘자랑 하는것 같아 갠히 얄밉다.
광교산 경기대 후문 이정표 다시 묻고 출발하는데.. 언젠가 들어가 간식 먹고 쉰 적 있는 노루목 대피소가 반갑다.
이쁘고 잘 생긴 연인팀이 거기서 쉬고 있길래 방해 될까 그냥 지나친다.

이제부터는 난코스가 별로 없는 곳이다.
갈길이 멀어도.. 이제 걱정할 단계는 지난..
앞팀이 하산한 것 같다는 나의 불안감을 두 선후대장들이 불식시킨다.
- 아직 하산하기는 이르다.
17시를 넘기자 본격적으로 해가 넘어가려고 준비를 한다.
간간히 나무 사이로.. 보여지는 일몰이 장관이다.
여기가 지리산인지 소백산인지.. 백두대간 어디쯤인지.. 잊어도 될 장면이다.
어디면 어떠랴..
소백산에도..백두대간 어느 구간에도.. 지리산에도  다른 해가 아님을..아는데..
일몰장면을 아까워 하자 가는 길 바빠도 한 장 찍어 준다며 신난다님이 내 배낭에서
카메라를 꺼내든다. 17시01분

산길이 편안하니 속도를 내어 걷기로 했다.
토끼재를 지나고.. 놓았던 마음이 가로 막는 것은 형제봉이다.
척 하니.. 높은 봉우리 하나 나오니 앞서 가던 신난다님인지 싱글님인지..
저게 형제봉이라며 저 봉우리를 넘어야한다는데.. 다시 맥이 풀렸다.
우뚝 선 봉우리가 암만해도 오늘의 마지막 내 발길을 꺾을 것 같은 불길함..
하지만 그건 쓸데없는 우려였다.  쉽게 형제봉을 넘고.. 다시 행진..
17시 40분.. 이제..공지에 올려진 계획된 시간 9시간을 다 써버렸다.

지금부터 쓰는 시간은 순전 내 느린 발걸음을 탓할 일이다.
선두 후미가 뒤바뀌고.. 배고프다고 투덜거리는 나를 위해
싱글님이 찹쌀떡을 꺼내주고..  허기만 면한채 다시 걷는다.

몇 년전 여름.. 혼자 절터로 올라와 경기대후문으로 코스를 잡았을 때 내려야 할  
하산길을 놓치고  직진하여 수지로 내려가..  날은 더운데 물까지 잃어 버리고  수지 이마트까지 훌쩍거리며 걸은 적 있다.
그날 얼마나 고생하였는지 원망스러운 남편 전화조차 거절하여.. 그 다음주..
미안했던 남편과 경기대 후문으로 올라 절터로 역주행한.. 산행...
그런데 그 잘못을 그 때는 몰랐는데 거꾸로 오니 다시 확연한게.. 내가 이정표를
볼 줄 모른 탓이었던 것을...

랜턴을 켜고.. 걷다 보니..방금 전에 해 넘어간 그 자리에 초생달님이 하얗다.
달님이 뜨자 불안한 내 마음이 다시 환해진다..
달님 없는 밤길보다 운치있고 얼마나 좋은가..
숲 향기가 진하게 흐르는데 거기다 초생달님 마져.. 길동무 해준다면..
동행인 두 남자에게 덜 미안해도 될 일이기에 더 그랬다.
'어둠이 주는 선물이다. '
- 문득 어느 책 구절에서 읽은 적 있는..

간간히 올라 오는 렌턴불빛이 있다.
야간산행을 오래 한 나에게도 이만한 야간산행지가 없다고 생각하던 터에
산행을 위해 지금 출발하는 저들이 참으로 신선하게 생각되었다.

시간이 지나 어둠이 완전해지자 초생달님은 노랗게 변하고..
도시의 불빛들과.. 자동차 질주 소음과 함께..  경기대후문 기점의 표지판  숫자가
점점 줄어 들고 있다.
너른 길에.. 마지막을 조심하는 나의 습관.. 발 아래를 조심 조심.. 딛고 하산을
완료한 시각은 정확하게도.. 출발한지 꼭 10시간만인 18시 40분이었다.

광교산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반딧불이 화장실에서 만난 사람은
선두팀 3명보다 숫자가 늘어 있다.
오늘 하늘아우 백두대간 2기 출항 연습산행인 청계~광교산 종주를
응원하러 오신 '솔내음님'이시다.
나비언니는 내 폰이 꺼져 있는대다 나의 늦은 하산으로  산행 종료가 늦어져
언니와의 만남은 무산되었다.
백두대간을 완주한 언니 모습도 보고 싶었는데.. 잠시 섭섭해도..훗날을 기약하고
근처 식당으로 이동하여 저녁과 함께  솔내음님이 가져오신 음식까지 거덜을 내고..
각자의 내일을 향해.. 아쉬운 작별을 했다.

*
오늘도 나는 휴일이 가진 가치 중 하나인  이기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우정의 즐거움을 맛보고 함께 산행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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