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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주변산행기

조회 수 202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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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이 닫혀 있어서 글이 적습니다.
아래 글은 시간이 지난 산행이지만 기쁜 마음으로 다녀온 산이라서 감격스러운
설악산 구간의 산행기입니다.

겁많고 체력이 약한 탓에 매사에 자신 없는 이안이지만 지리산 종주의 용기를 갖고
도전한 설악산 공룡능선..
누군가 공룡을 넘지 않고 설악을 말하지 말랐다는 그 구간을 다녀온 후기입니다.
함께 다녀온 팀은 백두대간 팀이며 지난주에 백두대간 총코스를 마무리한 팀입니다.
산행팀의 닉을 편집하지 않고 쓰겠습니다.^^

*
오늘 월요일..
지금 저는 주름진 플레어스커트를 입고 있습니다.
물론 구두는 단화를..
어제 많이 걸은 탓에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움을 감추기 위한 오늘의 코디입니다.^^
하지만 머릿속은 맑고.. 새털처럼 가볍습니다.

2006년 10월 14일(토)
금요일.. 상암구장의 하늘공원에 억새축제 전야제 행사에 다녀오면서
마신 술기운으로 밤새 뒤척이다가 새벽녘에 겨우 잠든.. ㅠ.ㅠ
토요일이다.
대간팀 출정일...
지난 6월 이후로 대간일정만 구경하다가.. 설악산 구간이 나오자 나비언니 말씀이
설악산 단풍으로 인파가 몰려든다시며.. 함께 가자고 하신다.^^
평소 나비언니와 친분도 있거니와 이번 구간 포함하여 이제 총 4구간만 남겨 놓구 있는
백두대간 1기.. 마무리 시점이 눈 앞으로 다가오자.. 내가 종주를 한 것도 아닌데..
갠히 내가 설레이고 기쁘다.

이 틈을 놓치기 싫어 단풍이 유명하여 전국의 단풍행락객몰이로 단연 1위인.. 설악산 신청..
명분이야.. 나비언니 응원차라고는 하지만.. 실상 남들은 수십번씩 드나든다는 그 유명한 설악산을 외설악의 권금성 말고는 가본 곳이 없다.
이상하게 나와 설악과의 인연은 멀고도 먼...

여고 다닐때.. 수학여행지였던 설악산..
담임선생님에 대한 반항으로 경비를 내고도 수학여행 배낭을 메고는 그대로 가출..  
그 가출로 온 학교와 집안이 뒤집어 지던 날..
나는 춘천행 기차를 타고.. 소양강 댐을 건너 청평사에서 유유자적..  
여고생이 가출한다고 나가봐야 갈 곳이 없어 나의 가출은 겨우1박으로 끝이 나고...
시골친척집에서 하루를 더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학교에서는 당연 집에 있는 줄..
집에서는 수학여행 간 줄 알고..
그 다음날.. 교무실에 불려간 나는 엉덩이가 헤지도록 두둘겨 맞았다.
며칠동안 학교도 못가고 병원 신세를 질만큼..
그래선지.. 나는 설악이라는 말만 들어도.. 시큰둥.. 하다.

지난 2월 떠나온 A산카페에 D대장님과 함께 한계령으로 해서 서북능선까지 기획산행에  참여했으나 입장시간이 모자라 한계령이라는 표지판에서 왔다갔다.. 그 섭섭함을 달래고
대신 양양 낙산비취로 옮겨 바다는 실컷 보는..
- 역시 설악은 나와 인연이 없는거야..라고 놓아버린...

토요일인데도 만남의 시간이 22시라 마음이 바빴다.
밥 묵을 생각을 안하는 식구들을 협박하여 저녁을 해결하고..
추위를 걱정해 손난로 몇 개와 오이, 사과..
맨날 얻어묵으니 미안키도 하고..
도시락 반찬을 넣지 않으니.. 빈배낭이 어색하기도.. 도시락 두 개와 장조림 한 캔을 챙겼다.
그외 초콜릿, 캔디등.. 작은 보조주머니에 넣고..
아.. 머리끈도 넣었다.(아파트 입구에서 돌아가서 챙긴.. )

밤 9시가 넘어 지하철을 타면 기분이 묘해진다.
각각의 사람들이 배낭도 제각각의 모양으로 메고.. 여기 저기서 나타나면
같은 클럽 사람이 아니어도 갠히 반갑다.
무슨 이야기라도 통할 것 같고.. 산이야기라면 더욱 더...
그런 차림으로 전철에 올라.. 사당역1번 출구를 향하는 날은 그냥 행복해진다.

사당역 1번 출구 밖..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가 내가 지나가니 전부 쳐다본다.
속으로 으쓱해진다. 우리팀이 아니기에.. 지나가기는 좀 머쓱하지만..
버스 하나를 지나치니 눈에 익은 버스와 산우님들이.. 가득~
반갑게 인사드리고..  버스에 올라 자리를 찾았다.
대간팀들은 늘 일찍 나오시는데 나는 늘 출발 3분전에 도착하는 버릇으로
내 자리는  나비언니 담당이다.

오늘도 나비언니.. 키 크고 잘 생기신.. 나루님과 짝을 맞춰 놓으시고.. ^^
헌데..천산고문님.. 반갑게 맞아 주시고.. 자리를 맡았다고.. 같이 앉아 가자신다.
에고.. 인기는 여전하네.. 속으로 좋아서.. 히~
버스가 만원이다 보니.. 누가 어디에 앉아 계신지 잘 모르겠고..
버스 밖에 케잌 먹으러 나가니.. 광풍님.. 눈에 확 띠신다.
몇달만에 뵙는 광풍오라버님~
둘이는 이산가족 상봉하듯이 서양식 인사로 좌중이 소란스럽다.
- 그럼 모해? 갈때 올때만 보는데.. 그마저 올때는 일찍 귀경하셔서 얼굴도 못보아씀

그간 눈에 익은 대간팀원 말고도 많은 분들이 오셨다.
대간팀에 합류하지 않는 기간동안 그새 많은 새인원이 합류하였고..
특별히 산누리산악회에서 공동산행으로 진행된단다.
버스가 출발하고.. 얼마를 잤을까..
버스 흔들림에 잠이 깬 나는 대충 짐정리를 하여.. 두고 갈 옷과 가져갈 옷등..
구분지어.. 배낭 페킹을 끝내고 나니
버스는 어느 휴게소에 내려준다.

세상에나.. 왠 사람들이 휴게소에.. 인산인해다..
벙글님과 함께 화장실에 가려고 줄을 찾는데.. 장난꾸러기 아리아리님......
'여자화장실은 왼쪽이야..'
사람이 많으니 정보가 좋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벙글님..
'아리아리님이 왼쪽이래셨지? 그럼 오른쪽에 서야한다' 고..
의아해서 무슨 말인가 확인하러 갔더니.. 역시나.. 아리님 고급정보는 꽝......
- 원수 갚을거야여
대간에 합류하는 날은  에피소드가 많아.. 일일이  기억도 못한다.

오전 2시..
한계령 휴게소에서 버스를 내리니..
온 천지가 등산객이다. 우리팀, 남의팀 구분이 안간다.
나는 1조에 소속되었고..  나비언니, 광풍님, 나루님, 천산고문님, 등과 함께다.
부대장이시고..오늘의 조장이신 돌쇠대장님.. 엄한 얼굴로.. 인원체킹후 출발..



새벽2시에 입장료를 받기 위해.. 매표소가 환하다.
매표소를 지나니 바로 가파른..
랜턴을 켜고 걸어도  대개는 어두운데 오늘은 랜턴 잔치.. 천지가 사람들로 복닥복닥
산에 이렇게 많은 인파를 본 건 내장사 단풍 구경 후 처음있는 일이다.
내장사 길은 넓기나 하지.. ㅠ.ㅠ

올라가다 내려가다.. 서북능선 표지판이  나오고... 03시 42분
능선길이 나온다다. 우린 오른쪽으로 가지만.. 말로만 듣는 귀때기청봉은 왼쪽이란다.
설악은 처음이니 거기가 거기 같지만 들은게 있으니 아는 지명은 좀 된다.^^
이후 걸어도 걸어도..어둡고.. 가다 서다 정체의 구간도 지나가며
졸음이 밀려와 어느 바위에 배낭을 던져놓고 잠시 눈을 감고 명상~
명상후 다시 걸으니 이제 좀 걸을만한데.. 그만 콰당~ 넘어진다.
어느 카페 산우님이.. 설악산 간다니깐.. 두 번은 넘어져야 산행이 끝날 것이라는
예언이 맞아들어가려나  ㅠ.ㅠ
끝청까지는 그냥 저냥 걸을만...
하늘아우 만나 기념사진 한 장 찍고.. 잠시 한 눈 판 사이
느린 누이 버리고 어느새 날아가버린 하늘아우..
이제 혼자서 중청까지 내쳐 걷는다.
혼자 걸으면서  온 천지에 사람들이니 누가 누군지.. 우리 식구 배낭 뒤에 리본만 찾아도 없고..ㅠ.ㅠ
한참을 걷다가 끝청 갈림길에서인가.. 산조아후미대장님과 마주친다.
산장어디에 가서 대장님 찾아서 밥 묵으라는 말씀 남기시고.. 내가 걸어온 길로 휘릭~ 가버리시고 ㅠ.ㅠ

중청산장에 들어가니.. 기온은 뚝~
여기저기.. 사람들이 밥 묵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고..
아무리 찾아도 리본 달린 배낭 멘 산우님들 없고..
혼자 난감하여 핸폰 꺼내.. 돌쇠부대장님께 띠링~
- 전화기가 꺼져 있어 소리샘 어쩌구..
나비언니께 다시 전화 시도.. 역시 국가비서가 나와서 전화기가 꺼져 있다고 안내만 ㅠ.ㅠ

이 높은 중청산장에서 언니두 잃어버리고.. 대장님도.. 50여명이나 되는 식구 다 잃어버려 혼자 미아 되어.. 훌쩍거리며.. 배낭에서 옷을 찾아 다 껴입는다. 덜덜..
밥을 먹고 가야하나.. 고민하면서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는데..
나루님과 나비언니가 가뿐한 모습으로 산장안으로 지나 가시고..ㅋㅋㅋ
역시 눈에 젤 빨리 띄신다.  얼마나 반갑던지.. 이제 미아 아니다. ^^
대청 다녀오신다며.. 거리도 거리지만 대청에 안개만 가득하고 바람이 세차 춥다고
중청에 남으라시며 밥 묵을 자릴 찾아.. 식당으로 이동~

맛있는 아침을 먹고.. 잠시 숙소에 들려 휴식까지...
화장실에 가려고.. 밖으로 나갔는데.. 그 줄이 어마 어마.. 휴우 포기~
그냥 희운각쪽으로 가야한다며 배낭들을 멘다.
프로그램에는 소청을 지나는 것으로 나오는데 나는 소청 지난게 언젠지도 모르겠고..
언니를 잃어버릴까봐.. 덜덜 떨며. 다시 걷는다.
어디쯤인지.. 아마 봉정암과 희운각 가는 갈림길 같다.
사람들은 운동장처럼 운집되어 있고..
줄을 서서 차레로 내려가는데.. 벙글님, 명진언니, 나루님, 나비언니.. 등등..
줄 잘 선 벙글님, 명진언니가 먼저 내려 가시고..^^
우리도 이를 박박 갈며-하필 이런날 계단공사람ㅠ.ㅠ
희운각으로 Go..Go..

안개로 산아래는 그냥 뿌옇다..
설악에 와서 설악을 못보나부다..ㅡ.ㅡ
희운각에서 키키님 잃어버린 사건 확인하고..벙글님 대장님 언니 다덜 걱정이 태산이시고
여기서 천불동과 공룡능선으로 갈라지니 결정을 하라신다.
오늘 팀에서 가장 우려되는 나...
걸음 빠른 분들은 이미 공룡으로 떠나고.. 천불동팀들도 인원체킹하고..하산 시작~
대간 몇구간 남기지 않은 나비언니 응원 한다고 나선 출정길인데..
언니와 헤어지기 싫어.. 공룡능선으로 결정..
산지기님이 반 협박이다.
'얼마나 힘든데.. 왠만하면 천불동으로?'
눈 하나 깜딱 않고.. 고집 피우며.. 공룡능선 갈림길에서.. 좌로 향해서 전진~
나비언니.. 풀이 죽은 모습~
언니와 나와...나루님.. 뿐~
셋이서 공룡능선을 가야한다고 생각하니.. 기운이 빠지나 보다..
평소에도 겁쟁이이신 언니인데.. 거기다 나 까지 델구 가야하니.. 얼마나 걱정이실까..
언니가 저런 모습을 보이시니 속으로 와락 겁이 난다.

잠시후 산지기님이 합류.. 넷이서 어렵게 오르는 무너미고개.. 10시20분
어디서 나타나셨는지 아리아리님 돌쇠대장님.. 그리고 일행들..
공룡능선 타기 전에... 아리아리님의 멋진 사진 한 컷 11시 17분
언니 표정이 다시 환~ 해진다.
늘 함께 하는 분들이 아니계셔서 기분이 묘하셨다는..

그런데 머리가 날리니 묶었으면 좋으련만 분명히 넣어온 머리끈이 보이지 않고
산우님들께 고무줄 찾으니 아무도 없고..
예감이 불길하다. 머리가 날리면.. 정신이 집중이 안되니.. 큰일이지 싶다. ㅠ.ㅠ
포기하고 배낭을 메려는데 내 배낭 아래 버려진 노란 고무줄.. 그것도 중간이 끊긴 채..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싶어 줏어다 머리를 묶고. 모자 쓰고.. 출발~
출발 5분도 안되어.. 난코스에 도착~
다리 덜덜.. 다시 후회가 밀려오고..
아리아리님..걱정말라시며..  
바위에 올라서니. 앞이 캄캄..
배꼽이 간질 간질.. 흐흑~ 무셔~
사실 이제사 고백인데..고공공포증과 속도공포증이 있어.. 가끔 비행기에 탑승할때도 난감한데..
온 몸을 다 드러내놓고 이 바위로 걸어가야한다니.. 눈물이 찔끔..ㅠ.ㅠ
저 아래.. 경고문이 자꾸 걸린다.
'사고 위험.. 있는 지역.. 유의 '

무사히 바위를 건너.. 능선길로 내려서니.. 절벽같은 내리막과.. 깎아지른 언덕...
이런 재를 여덟번쯤 넘어야 공룡능선이 끝이 난다니.. ㅠ.ㅠ
- 갠히 고집 부렸나보다.. 천불동으로 내려갈걸.. -속으로만
어느만큼 가니.. 제법 자신도 생기고.. 배낭도 무겁지 않으니.. 걸을만 하다.
1275봉이라는 거대한 바위덩어리
건너편에서 바라볼때는 신선이 사는 것처럼 운무 또한 멋진 곳에서
점심을 먹고..사진 찍고 오후1시27분..
- 그런데 사진이 단촐하다.. 대간팀 다 어디루 가신걸까?
사진을 자주 찍으니 폼도 왠만큼 나온다.. ^^
1275봉에 오르는 분들.. 올려다 보니 개미처럼 꼬물락 꼬물락.. 높다..어질~

아까전에 희운각에서 새로 물 뜨려구 갖고 있던 생수 반병을 버린게.. 후회가 된다.
생각보다 높은 기온 덕으로 가진 물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하늘아우에게 물 반병 급수 받고.. 출발..
-산에서 물은 생명수라는데.. ㅠ.ㅠ
돌쇠부대장님.. 어디서 까만 고무줄 항개 주어다 주신다.
-이안 이거면 되지?
다리 아프고 심들어도..다시 행복해진다.. 머리고무줄 때문에.. 일어난 에피소드다^^

사진 찍고.. 다시 출발..
뒤 돌아보니.. 걸어온 길.. 까맣고~ 자서전을 새롭게 써야할...
발빠른 분들 앞서 가시고..
다올대장님 나비언니, 나루님.. 산지기님... 과 함께 걷는..
소백산동지이신 산지기님.. 오늘 투정이 대단하시다.
내가 쓰는 스틱이.. 바위오를때나 바위 내려설때는 어김없이.. 산지기님 몫이 되므로..
필요할때만 달랜다고.. 고래고래~
- 난 힘이 없어 말도 잘 못하는데.. 역시..  쎄시다 ㅋㅋ
밧줄에 달려 올라가야하는 난코스에.. 대장님이 시범으로 올라가시고~
내가 올라 가려는데.. 어디서 짠~ 하고 아리아리님 출현...
사진 찍어주시려고 기다리셨다는데.. 꼭 우리오빠 같으시당... 자상.. 그 자체.. 헤헤~
감격하며.. 폼 나게 사진 몇 장 찍고...14시 41분
그러고도 오르내리고..나한봉 지나.. 빗방울 잠시 맞고..
마등령 이정표에 도착 15시 13분..

휴우~ 이제 공룡의 능선 끝이다..
그러나 왠걸... 비선대 가는 길이. 만만찮단다. ㅠ.ㅠ
여기서 나비언니 선두팀으로 가버리고..
나루님과 산지기님.. 대장님 잠시 휴식후.. 다시 출발~
좀  걸으니 대장님의 무전기에서 모라 모라 소리가 흘러나오고..
잠시후.. 대장님 부대장님..등 선발의 발빠른 팀 모두 합류~
반갑게... 만나지지만.. 느린 나.. 다시 쳐지고..
어느 분이 물을 찾으시길래.. 남은 물병을 건넸더니.. 구경만 하시고 돌려 주신다.
아마.. 나 혼자 쓰기도 부족하다고 생각하신듯 ㅠ.ㅠ
대장님이 마등령 내려가면 물을 뜰 수 있을거라고 용기 주시고..
하지만 우리는 곧 바로 물을 만날 수 있었다.
모두 좋아서 환호를~

이제 물도 충분하다.. 마음이 놓인다.
아래로 내려오니 단풍이 제법 곱다..
산위에서는 단풍은 커녕.. 나무에 매달린 나뭇잎 조차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더만.. ㅋㅋㅋ
단풍 보며.. 눈이 즐거우니.. 다리아픈것은 잠시 잊고.. 기쁘다.
좌우를 둘러보면..신선들이 노닐듯한.. 운무..운무~ 아름답다..
저기쯤에 선녀와 나뭇꾼이 이쁜 아들~딸 낳고 오손도손  살고 있을듯하다...

비선대까지 끝없는 바윗길..
다리가 아파.. 나루님과 함께 파스 뿌려가며...
나비언니.. 언제 가버리고.. 나루님과 나와 산지기님..뿐..
그나마 산지기님.. 앞으로 나가버리고.. 이제 둘만 남았다..
흐흑.. 어둡기 전에 내려가야는데.. 걱정이다.. ㅠ.ㅠ

어느만큼 걸었을까...
커다란 바위...라고 말하기로는 너무 웅장한.. 바위~
줄줄이 매달린 연등이 보인다.
금강굴이다..
원효성사께서 금강삼매론을 완성하였다는... 그 유명한 금강굴..
잠시 서서 합장 삼배로 예를 갖추고...
기쁘다.. 신라 고승..원효성사의 발자취를 이 설악산에서 만나지다니..
위를 올려다보니 철제 계단이 보이는데.. 시간이 늦어..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고..
포기하고 내려서는데.. 마음이.. 아쉽다..
-담에 꼭 다시 와야지.. 결심^^

조금 지나니. 커다란 다리 하나 나오고.. 계곡이다. 휴우.. 다리아프~ 18시
어디서 나타나셨는지..산지기님..짠~하고 출현~
다리 아래서.. 누군가 부른다..
나비언니다.
나 버리고 빨리 내려 와서 발을 담그고 계시네.. ㅠ.ㅠ
얼마나 힘드시면.. 응원간 아우 버리구.. 히잉~ 나쁘~
그래도 만나믄 무조건 반갑다.. 양말 벗고.. 발 씻고 손 씻고. 살 거 같다. ^^
나비언니.. 얼른 씻고 부지런히 오라시며 또 버리고 가버린다. ㅠ.ㅠ
종일 나비언니에게 버림 받고.. 흐흑~ 언니 맞어?

여기서부터.. 길이 나쁘지 않다.. 걸을만하다.
하지만 소공원까지는 한참 남았다..
이제.. 평탄한 길...
핸드폰을 켰다......... 메세지가 들어온다.
설악산 간다고 얘기한 산우님들의 안산하라는 응원 메세지 몇 개와..
지리산 정코스 종주간 친구S가 하산하여 서울로 오는 중이라는...
그리고 부산 사는 내 친구.. 윤법우.. 앞을 볼 수 없는..  
이름만 불러도 마음이 아리는 친구다..

다른 사람 전화는 떼 묵어도 윤법우에게만은 전화를 걸었다.
멀리 있으며.. 내일 통화하자는 간단한 말과 함께 .. 끊고 나니..
신흥서 절마당을 지나치네..
다시 선채로 합장 삼배.. 예를 갖추고나니 띠리링.. 나비언니다.
주차장에 당도했다고 얼른 오란다. 기분 좋아지는 순간이다~

이렇게 나는.. 아나로그 세계의 시간을 끝내고 디지털 세계속으로 돌아왔다.
힘들게 걸은  모든것 잊고 다시 즐거워 진다.
문명의 이기를 좋아하면서도 지치고 힘들때 비문명 세계를 잠시 즐기다가
다시 문명의.. 세계를 그리워하는... 나도 어쩔 수 없는.. 디지털 세대다.

주차장에 당도하니.. 환호성으로 기쁘다. 19:10
평소 말씀이 없으신.. 하양님께서도.. 이안 왔나며 반겨주신다.
끝에서 걸으며.. 설악의 바위와 구름과.. 높은 봉우리를 바라보며 걸은
이번 대간길..... 오래 함께한 팀원 여러분들의 한분 한분 얼굴이.. 귀하다.
어쩌다 한 구간.. 합류하여 이렇게 갈등 겪으며 걷는..나인데..
짧지 않은 1년 반.... 18개월의 긴 여정의 마무리 단계인 설악산 구간...
함께하는 의미로만으로도 기쁨인데..
그 유명한 공룡능선을 넘어왔다고 가문의영광..까지.. 붙여주신^^
오래 걸어와 피곤한데.. 맛있는 저녁 만찬으로 다시 즐겁고..
한 분 한분.. 눈인사를 나누며.. 완주의 기쁨을 누렸다..

아, 키키님.. 나와 동갑이면서.. 75리터 배낭으로 지리산 종주했다며
나의 기를 죽이시는...
이 멋진 여성은.. 오늘 홀로 떨어져.. 공룡능선을 탔다나.. 부럽다~





*

오늘 긴 산행..
어렵고 무섭고.. 힘든 구간 지날때마다 격려 주시고.. 믿어주신..대장님 부대장님..
그리고 산우님들..
솔직히..설악산에서 무얼 본다는 생각은 아니했습니다.
처음 랜턴빛에 밀려 올라갔으며.. 산장에서의 복닥거림으로.. 도시를 떠나 산의 도시화가 되버려 속이 상한...
너무 화려하여.. 감히.. 내가 사랑하기에는 너무 먼 설악산..

지리산 친구S 그럽니다.
- 사람 드문 시간에 다시 찾으면.. 설악의 참 모습을 알게 될 것이라고..
그래도 백미로 장식한.. 금강굴.....의 거대한 바위..
내가 석공이라면 그 곳에 마애불 한 분만 조성하고 싶다는.. 망상과 함께 하산한
설악산.. 구간...........행복한 종주기 마칩니다.


  • ?
    오 해 봉 2006.11.24 13:05
    참 대단한 이안님 이네요,
    그 좋은 산행을 바깥양반도 함께 하는걸로 연구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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