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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산이 가까운 곳에서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축복이다.

언제라도 마음내키면 달려가서 그리운 마음 한아름 내려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는 여름을 아쉬워 하는 듯 무척이나 무더운 8월 말 어느 주말에 함께 사는

쉴만한 물가는 백운대에 다녀올 마음이 있느냐고 묻는다.

집에 있으면 더운데 차라리 산위에 올라가서 시원한 바람을 한 가슴 담아오자고 한다.

연신내로 가는 길에 토스트 전문점에서 토스트 두개를 사고 연신내에서 704번 버스를

타고  산성입구에서 내리니 도로가에 수많은 차량들이 주차해 있어서 산행인구가

정말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척이나 덥다. 탐방길을 따라서 올라가는데 계곡은

마치 수영장이라도 된 듯한  느낌이 들 만큼 많은 사람들이 있다.

도로가 끝나는 곳에 있는 음식점에는 많은 사람들이 산행 후의 만찬을 즐기고 있다.

도로가 끝나고 이제 좀 한가한 느낌이 든다.  올라가면서 쉴만한 물가는 내가 힘들어

할 때마다 얼음물을 꺼내서 건내준다.  함께 산에 갈 때면 그는 내게 배낭을 메지 않게

한다. 오늘도 제법 무거운 짐을 혼자 몽땅 지고 간다.  2L보온병에 얼음을 채운 것과

얼린물 1L 두병,  집에서 만든 요플레와 바나나를 섞어서 갈아만든 것 한병, 과일약간,

토스터 까지  그러면서도 내게는 짐을 주지 않는다. 약수암을 지날 쯤에 잠간 쉰다.

나에게 보조를 맞추어 주는 것 같은데도 나는 제법 힘이든다.  그는 산성입구에서 백운

대까지는 쉬지않고 올라가는 편인데 나와 같이 갈때는 한 두번은 쉬고 간다.

약수암에서 위문까지는 제법 오르막이 심하고 돌계단이라서 힘이 많이 든다.  하지만

맨몸으로 가면서 힘든다는 표현을 할 수가 없어서 묵묵히 뒤를 따라 올라간다.

백운대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편안한 표정으로 쉬고 있고 바람은 참 시원하다.

부지런히 올라온 탓에 산성입구에서 백운대까지 1시간 45분정도 걸린 것 같다.

그는 제법 잘 왔다고 하면서 등을 두드려준다.  보온병에 있는 얼음물을 한컵씩 마시니

시원하기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과일과 토스트를 먹고 태극기 바로 아래에 있는

바위위에 나란히 누워있는데 내려다 보는 어떤 분이 참 편안해 보인단다.  

그곳에서 쉴만한 물가는 그 고유의 음치로 나즈막하게 노래를 부른다.

정말 내가 아니면 들어주기 힘든 음치다.

" 수많은 날은 떠나갔어도
내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그날 그땐 지금없어도
내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새파란 하늘 저멀리
구름은 두둥실 떠나고
비바람 모진 된서리
지나간 자욱마다 맘아파도

알알이 맺힌 고운 진주알
아롱 아롱 더욱 빛나네
그날 그땐 지금은 없어도
내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끝없이 흐르네"

그는 이 노래를 자주 흥얼거린다.

아직 일몰까지는 많이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천천히 내려갈 준비를 한다.

막 위문을 지나는데 왼쪽에 4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분이 다리에 쥐가 났는지

앉아있고 대학생 나이로 보이는 딸이 마사지를 해 주고 있어서 그는 배낭에서

근육이완제를 건네준다.  마사지를 좀 한 후 나무계단을 내려오기 시작한 모습을

보고서 먼져 내려가다가  나무계단이 끝난 곳에서 약 20미터 내려가던 중에

쉴만한 물가는 느낌이 좋지 않다고 하면서 좀 기다려 보자고 한다.

아직 어두워지려면 시간적인 여유가 많아서 다행이긴 한데 그래도 산속에서는 빨리 어

두워지기 때문에 어쩌면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한다.

약 10분 이상을 기다려 보아도 두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나에게 배낭을 맡기고

그는 빠른 걸음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의 말에 의하면 그 남자분은 양쪽 허벅지에

심하게 근육통이 와서 움직이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딸과 함께 그 남자분을 부축해서

천천히 내려온 그는 그 남자분을 쉬게 하고 딸과 함께 마사지를 한동안 해준다.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나고 주위는 어두워지기 시작해서 남편은 두개의 스틱을 그 남자분

에게 드려서 발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하는데 스틱을 사용해 본 경험이 없는 분이라서

얼마가지 못하고 또 돌계단에 주저앉고 만다.  

그때 남편이 배낭을 나에게 맡기고 그 남자분에게 어두워지고 있고 다리에 무리가 가

면 안된다며 양해를 구한 후 등에 업고 돌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미련한 사람,

얄미운 사람이다.  업고가다가 돌계단에서 넘어지기라고 하면 두사람 다 다칠텐데

다행이 배낭에 랜턴이 하나 있어서 내가 비추어 주는데  이마에서 땀이 뚝뚝 흐른다.

조금 내려오니 남자분이 쥐가 풀린것 같다고 하면서 걸어도 될것 같다고 해서 걸어보는

데 정말 많이 좋아진 것 같았다.  약수암을 약간 지나서 철 로프가 설치되어 있는 곳을

내려오는데  반딧불이 깜빡깜빡 빛을 내면서 날아온다.  모두가 너무도 오랜만에

보는 반딧불을 보며 신기해하는데  참 좋은 느낌이 온다.

물가를 지나면서 남편은 좀 쉬었다 가자고 하면서 수건에 물을 적셔서 그 남자분의

무릎위를 식혀준다.  조금 쉬고나서 천천히 내려오니 곧 도로가 나와서 함께 도로를 따

라서 주차장에 내려오니 9시가 좀 넘었다.  땀냄새도 많이 나고 해서 둘이서 버스 정거

장으로 가려고 하는데 그 남자분이 서운하다고 하면서 함께 저녁식사라도 함께 하자며

함께 차를 탈것을 권하셔서 몇번 거절을 하다가 그분의 차를 타고 길가의 어느 식당에

서 좋은 저녁을 먹으면서 애기를 나누어 보니 남자분은 남편보다 한살 위이시고  부인

은 나보다 한 살 위였다.  대화를 나누는데 자상하고 좋은 분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딸도 예쁘고 예의가 바른 대학 1 학년이었다.  식사를 한 후 버스를 타고 가겠다는

말에 기어이 불광동까지 태워다 주고 가신다. 집에 들어오니  10시 30분이 좀 넘었다.

짦은 거리를 참 오랬동안 산행한 날로 그리고  쉴만한 물가의 미련하고 우직함을

새로 발견한 날이었다.







  • ?
    부도옹 2007.09.06 00:16
    와~~ 짝짝짝. ^^*
    쉴만한물가님 완전 짱이시다.
    상황을 보고 기다렸다가 다시 올라가서 도움을 주셨다는 것에
    완전히 감동 먹었습니다. ㅠ.ㅠ
    나무그늘님 이거 자랑이시지요??
    사동면옥에서 처음인데도 미소 띤 얼굴로 끝까지 함께 자리 해 주셔서 정말 고마웠답니다. ^^*
  • ?
    오 해 봉 2007.09.06 00:22
    참 아름다운 글을 읽었습니다,
    쉴만한 물가님의 고운심성은 전부터 잘알고 있었습니다,
    그분 부녀는 언제까지고 쉴만한 물가님의 선행을 안잊을 겁니다,
    여선생님 같은분들이 있기에 세상은 살만 하다고들 하지요,
    나무그늘님 좋은가을 맞으시고 행복하세요.
  • ?
    아낙네 2007.09.16 19:27
    누군가에게 따듯한 손을 내밀 줄 아는 사람이고 싶지요.
    마음으로 그치기 쉬운 일이건만 가슴에 불을 킨 듯 환해짐을 느낍니다.
    또 다른 모습을 확인하셨다는 나무그늘님의 사랑표현도 인상깊구요 ^^
    즐거운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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