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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주변산행기

2007.04.08 22:38

광교에서 청계까지

조회 수 1908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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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07-04-08 08:30출발(경기대 후문)~ 18:25하산 (양재트럭터미날)
코스    광교산~백운산~바라산~청계산
동행    없음



지난 해 11월말경.. 서울 청계에서 광교산까지 종주를 한 바있다.

일행이 여럿이었는데.. 아무래도 단독산행보다 조망을 잘 못본 것 같아

해가 길어지는 때가 오면 역 종주를 하겠노라 혼자 다짐하던 일을

오늘 실행에 옮겼다.



금요일까지 바깥약속이 많아서 주말인 어제는 일찍 일어나기에 실패하여

자청하여 밥 당번을 했다.

종일 밥하고 청소하고.. 정리하고..  

여의도 벚꽃이 지천이라고 해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대신 오늘 일찍은 아니라도 종주산행에 도전해도 될 만한 시각에 일어나졌다.

근교산행인데다 동행이 없으니 당연 배낭패킹에 소홀해진 것 같다.

집에 있는 물품 중 몇 개만 넣고..

- 렌턴을 두구 가서 다시 돌아오는 불상사까지 만든..

점심을 준비하려는데 근처에 마트도 보이지 않고.. 설마 광교산에 가면 무언가 있겠지

라는 허술한 생각으로 출발했건만..

때마침 광교산 일대 걷기 행사인지.. 축제 때문에 09시 이전까지만 버스출입이

허용된다는 말을 들었다.



8시30분에 경기대 후문에 도착하였고..

스틱이 또다시 말썽을 피워 15분가량 지체하는 우를 범했다.

- 내일은 스틱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 일이다.

9시 22분 백년수정상을 지나쳤고..

10시경에 양지재 정상 표지목에서 사진 한 컷을 남기고..

10시 12분 시루봉 종루에 올라 조망을 보아도 오늘 조망은 시원찮다.

출발이 이렇다 보니 오늘은 이럭저럭 걷기에만 주력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노루목대피소에 도착하여 간식을 먹고 오늘의 동행인 수지 사신다는  내외분을

만났다.

두 분의 연세는 70에 가차운데도 불구하고 속도는 빠르시고..

배낭 또한 거뜬하게 매셨는데.. 지리산 등 이미 종주 산행에 익숙하신 분들이시다.



노루목대피소까지는 혼자 여유롭게 이것 저것 살폈다고 하면..

이 두 분 덕분에 심심하지는 않지만 질문이 많으시니 자연 답하느라 걷기에

소홀하고.. 양 옆 진달래 사열이 거의 끝나갈 무렵인 11시 20분 백운산 정상에

도착했다.



12시 경에 두분이 건네주신 도시락을 염치없이 받아 들고

간식으로 가져 간 빵등을 나누어 드렸다.

점심 시간으로 20분도 채 쓰지 못하고 갈 길이 멀어 일어나 걷는다.



수지 사시는 두 분 중 안 어른께서는 빨리 걸으시는데 비해.. 바깥분은 오름에서는

속도가 나지 않지만 내리막에서는 젊은사람 못잖게 거뜬히 내려오시는..

이 두분의 속도가 나의 속도와 크게 다르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하오고개 옆 산업도로를 내려가는 길을 살피다가 원터마을에서 온다는

산님들의 도움으로 수로를 향해 내려가는 길목을 알아냈다.

길목을 찾기는 했지만 철조망으로 막혀져 있으니 철조망을 발로 밟고 내려가야

하는 마음은 무겁다.

- 범죄행위를 하는 것은 아닌지...

하오고개를 향하는 내리막은 정말 장난 아니게 가파르다.

이 가파른 곳을 지난 해 11월에는 거꾸로 올랐으니..



하오고개를 통과하면서 바깥분의 마음이 바뀌었다.

걷기가 힘이 드신지 자꾸 하산 쪽으로 기우시는  분을 어찌 어찌 설득하여

국사봉까지는 잘 도착하는데..

- 물이 떨어지자 불안하셨다고 한다.

  내 배낭에서 물병 하나를 건네받자 마자 반을 들이키시는 것을 보고 부인께서

  자꾸 바깥분을 나무라시는데...



이수봉에서 드신 막걸리 석 잔이 문제를 일으킨 것 같다.

바깥 분은 막걸리만 마시게 해 준다면 화물터미날까지인 종주코스를

가겠노라고 하시더니 드신 약주 때문에 망경대를 우회하느라

30분가량을 더 쓰고..

옛골에서 올라오는 군부대 철망 어디에서 두 분을 설득했다.

한 분만 모시고 갈 일은 아니라 내 마음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나의 갈 길도 멀고..

거기다 해가 지고 나면 깜깜한 밤 중에 동행없이 혼자 옥녀봉에서 하산해야 할 무게가

나를 짓누르는 일이다.

- 부인께서는 화물터미날까지 함께 걷고 싶으신 심정을 아는지라 많이 안타까웠지만

   결국 두 분과는 거기서 헤여졌다.



이제 매봉을 향해 부지런히 걷지만 16시를 넘기고 있었다.

매봉은 아직도 먼데.. 배가 고파도 배낭에 간식은 집에 모셔둔 금송아지처럼

무용지물일 수 밖에..

여기서 지체한다면 매봉을 들려 원터골이나 청계골로 하산할 수 밖에 없을것 같고

가져간 물 두 개중 하나는 아까 헤어진 두 분께 드렸으니 내게 남은 건  300mm정도가

전부다.

거기다 쥬스는 하오고래를 넘기전에 이미 바닥이 났는..



물 부족현상이 예상되니 마음도 불안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물은 얻을 각오를 하고

그냥 걷는다.



17시05분에 매봉을 찍고 언제나 여기 지나가게 되면 장난스럽게 돌아 나오는

돌문바위를 오늘도 한 바퀴만 돌았다.



17시 40분.. 이제 결정해야 할 일만 남았다.

원터골로 가면 인적은 있으나 종주의 의미가 많이 감소될 것이고..

옥녀봉으로 향하려니 인적도 없고.. 갈 길이 멀고... 해는 기울고 있었다.

잠시 주춤하며 몇 장이 사진을 찍다가 결정했다.

내 살아 생전에 다시 청계~광교를 종주할 기회가 닿을지 어떨지 모르는데..

무서워도.. 그냥 진행한다.

표지판은 친절하게도 이렇게 쓰여져 있다.

- 옥녀봉 17분

- 화물터미날 70분



옥녀봉 오르는 가파른 길을 숨가쁘게 오르고..

금새 옥녀봉에 닿았다. 휴식도 잠시.. 사진 한 장만 찍고..

편안한 길이라 시간이 아까우니 산에서는 절대 뛰지 않는다는 조건을 깨고

달리기 시작했다.

어쩌랴.. 시간이 너무 늦으면 하산 길 혼자 옥녀봉에서 컴컴한 터미날 하산길을

혼자 걷고 싶지 않아서인 것을...



한참을 뛰다시피 걷는데.. 몇 팀의 산님들을 앞지르고..

다시 걷는데..

무슨 표지목에.. 헷갈리게 되어있다.

우측으로 옥녀봉 반대편으로 이름도 해괴한 입맞춤길과..

아래코스로 화물터미날길.. 그리고 개나리약수터..가 나란히 서있다.

길은 분명 삼거리인데..

화살표는 헷갈린다.



잠시.. 주춤거리는데 배낭 없이 하산하는 산님을 만났다.

어디로 가야는지 물으니 화물터미날로 하산한다며 동행을 자청하시는 분과

무사히 하산 완료..

배낭 정리도 해야겠고 사진도 한장 찍기 위해 고맙다는 인사를 나눈후

거기서 헤어졌는데  나보다 더 늦게 내려오시는 산님 한 분..

근처에 교회 다니신다는 이 분은 운동 삼아 나오셨다가 늦어서 당황했다는 말씀을

들으며 큰길까지 배웅 받는 호사를 누렸다.


*
생각보다 힘이 든 것은 아니오나 뜻하지 않은 일행을 만나 갈등을 겪는 일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 합니다.
백운산 아래 가파른 내리막길에서 제대로 넘어졌을 때.. 옛날 우리 할머니께서
하시던 말씀
' 애들은 뼈만 추리면 산다'
얼른 일어나면서 괜찮은지를 두리번 거리며 할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청계~광교산을 지난 해 11월 가을에 다녀왔는데..
광교~청계를 4월에 넉넉히.. 마음 느긋이  혼자 진달래꽃 사열 받으며
즐겁게.. 기쁘게.. 다녀왔습니다.
가을과 봄.. 모두 좋은 추억을 남겨 준 두 번의 종주길..
건강이 허락한다면.. 지리산이 닫혀서 답답할 기간에 다녀도 될 듯한
코스라..  앞으로도 간혹  가게 될 것 같습니다.

특기할 만한 일은
첫째, 광교산에서 백운산까지는 등산인이 많은 정도는 아니나 그럭저럭..
둘째, 백운산에서 바라산까지는 비교적 한산한..
셋째, 바라산에서 하오고개까지는 바라산과 백운산까지 산행하는
        산님들이 많았으며
넷째, 청계산 망경대를 지나서 매봉 부근에서는 등산복장 보다 가벼운 산책
        차림의 가족과 연인들의 데이트 장면이 많이 목격되었음
다섯째, 옥녀봉에서 화물터미널에는 지나번 종주와 마찬가지로 조용하고 한산한

또, 종주자들은 청계~ 광교가 숫자적으로 우세한 것으로 생각됨..


  • ?
    부도옹 2007.04.09 10:32
    막바지에 안 뛰었으면 10시간을 넘기셨을텐데 기록이 세워진 이유를 알겠네요.
    저도 믿겠습니다. ^^*
  • ?
    이안 2007.04.09 12:54
    부도옹님..
    눈치가 너무 빠르세여~

    맞아여.. 지난 번 꼭 10시간을 채웠으니..
    사실은 5분이란 시간이지만 내게는 매우 중요한 5분입니다.
    총 9시간 55분!!

  • ?
    오 해 봉 2007.04.09 22:32
    "애들은 뼈만 추리면 산다"
    평생 처음듣는 재미난 이야기 입니다,
    장거리를 혼자서 고생 하셨습니다,
    반달곰이 없는곳 이지만 다음부터는
    일행을구해 함께 하세요,
  • ?
    섭~ 2007.04.11 07:38
    잼나게 나녀오셨다니 저또한 좋습니다..
    역쉬 멋진 누님이시라니깐~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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