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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007-03-31(토) 06:30분 출발
코스 : 경북 경주시 남산 삼릉골에서 금오산 정상까지
동행 : 리딩대장 포함 41명


당초 오늘은 지리산 삼신봉이 기획되어 있었다.

지리산이 '산불방지기간'으로 4월말까지 두달간 닫혀버리는 통에 4월에 실시하려던

남산행과 스케쥴이 바뀌어버렸다.

지리산에 들 수 없음이 안타까웠지만.. 다행이 스케쥴에 넣을 수 없었던 경주 남산으로

대체되었으니.. 나빠진 것은 없다.



금요일...

원정산행에서는 일찍 일어나야하는 긴장감으로 오히려 쉽게 잠이 들지 않는다.

카페 변동상황을 체킹하러 들렸다가 창가와 딱 마주쳐버렸다.

토킹어바웃.. 시작~

창 밖으로 천둥 번개가 으르릉 거리고..

창가와 세상사는 이야기로  02시에 대화를 끝냈다.

최근 바빠진 창가 얼굴 본게 언젠지 까마득하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내용으로 나를 활짝 웃기는 재주를 가진 창가~

비가 오는 날 산신제가 취소된 지인에게 보낸 메세지는 이렇다.

- 산신령님께서도 우산 쓰고 절 받으시려면 고생이 많으실터이니 '괜찮다. 담에

   보자'라고 하실 거라는...



02시에 베란다 밖으로 바라보이는 빗줄기와 섬광을 보며.. 고생길이 훤한 산행을 위해

우장을 넣고.. 여벌옷을 챙기고.. 슬리퍼보다 샌달을 넣었다.

- 이 샌달 덕분에  신년들어 처음으로 포항 감포 바다에 발을 담근다.

03시 까지 뒤척이다가 겨우 잠이 들었는데.. 남편이 흔들어 깨운다.

엄마가 전화 오셨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 나 대신 남편에게로 전화를 하셨으니..

살짝 나가려던 계획이 엄마 전화로 들켜 버렸다.

-  최근 우리 남매들은 연세 구십에 가까운  엄마께 사랑의 표현으로 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새벽 잠이 없으신 엄마께 아침 약속이 있는 가족들이 시계 알람을 설정하는 대신

   엄마께 깨워 달라고 부탁드리면 효과 300% 라는 것..



부지런히 세수하고 이빨닦고.. 우산을 쓰고 비가 내리는 아파트를 나섰다.

경비아저씨.. 눈이 휘둥그래~

- 이 비에?

- 갠찮아여 벚꽃구경 가는거예여..



06시 20분.. 시청역에 도착해 보니..

그루님, 삼별초님이 오랫만에 반겨 주시고..

버스가 도착하고 버스에 오르고..

원당과 불광에서 탑승한 산님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오늘은 보폭 느린 내가 좋아하는 대장님.. 당놀부님도 경주행에 동참하신다.

당대장님이 계시면  대강 준비해도 걱정될 일이 없는데..

보라님과 내가 버스 통로를 사이에 두고 자리를 잡았다.

웃으면 모나리자 눈을 닮은 리체님이 내게 와서 묻는다.

- 좌석 짝꿍 구했어?

리체님이 내 짝꿍으로 오늘 경주에서 꼭 함께 하면 좋을  산우님인 '칠암나무님'을

미리 지정해 주었다.

칠암나무님의 풍체 덕분에 내 자리가 비좁다.

리체님이 내 자리를 탐 낸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을.. ^^

칠암나무님, 자리에 앉자 마자 안전벨트를 매신다.

- 우박으로 교통사고 난 고속도로를 보자마자 나도 안전벨트를 매었다.



사당과 양재를 통과하면서 버스는 고속도로를 진입하고..

비는 하염없이 내리고.. 번개와 천둥을 동반한 비바람..

내 걱정은 차치하고라도 금대장님의 속이 까맣게 탈 것이라 안타깝다.

나야 남산을 여러차례 가보기도하고.. 오랫만에 버스를 타고 서울을 떠난 것만으로도

오늘 손해 날게 없지만... 경주에 기대를 안고 오신 산님들이 걱정이다.



아침을 굶고 나온 나를 위한 보라님의 차가운(?) 도시락으로 아침을 먹고..

양재에서 타신 칠암나무님의 짝이 되어 오늘 경주행은 조용히 가기는 진즉에 틀렸다.

통로 건너편에 보라님과 당대장님.. 내 짝으로 선택되신 칠암나무님..

앞좌석에는 운영자이신 초록산님이.. 내 뒷좌석에는  노래 잘 하시는 바람의향님과

별누리님..

별누리님은 보기에도 연약해 뵈는..  바람의향님과는 한 집 사는 분이다.



비가 내리는 괴산휴게소에서 칠암나무님이 가져오신 도시락을 협박하여 먹었다.

- 비 내리는 산에서 도시락을 펼치기에는 어림없을 일..

휴게소를 나와 다시 고속도로...

두 주전에 전남 보성을 다녀온 날과 비교해 보니 들판은 이제 봄빛이 무르익어

새 봄이 헌 봄으로 바뀌는 중이다.

간혹 개나리가 보이기도 하고..



또 하나의 휴게소를 지나고.. 우박이 쏟아지고..

오늘 산행이 축소된다는 성명서가 발표되고..

대신 감포 바다 한 가운데 있는 수중능인 문무왕 묘에 가본다는..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수정안이다.

포항 바다에 가본게 벌써 10년이 넘었다.

최근 대구~ 포항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포항이 내륙도시와 간단히

연결된다는 소식을 접한 바 있다.



비가 내리는 고속도로는 막히지 않고 사뿐이 경주로 들어선다.

곳곳에 서툰 꽃잎이 흩날리는 벚꽃들의 사열을 받고.. 경주 남산 삼릉골에 도착하니..

비가 멎었다.

가야할 산을 올려다 보니 구름 가득... 위에는 비가 내릴것 같으니..

배낭 두고  버스를 내렸는데.. 일기가 좋아지면 금오산까지 진행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하여 자동차에 두고 온 배낭을 찾아 우장을 갖추고 출발..



삼릉골은.. 삼릉三陵.. 그러니까 세 개의 능이 있어 삼릉골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소나무향이 쏟아지는.. 숲에 세 개의 봉분으로 이루어진

왕릉이다.

오늘 특별히 문화재 해설가로는 버스 짝궁이신 칠암나무님의 멋진 설명을 듣는다.



왕릉을 지나 오르고 계곡에 진달래가 이쁘다..

진달래는 군락으로 피는 것도 이쁘지만 군데 군데 띄엄 띄엄 피는 것도

분홍의 색깔이 돋보이는..

개나리는 무리지어 피지 않으면 왠지 가난해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계곡을 오르자 목이 없는 부처상이 있다.

숭불정책으로 불교문화가 융성했던 고려시대를 지나 조선시대의 억불정책으로

사대부의 적대를 받은 불교가 수난을 겪은 표상이다.

부처상의 목의 용도가 여염집의 맷돌로 쓰임새가 전락되었다는 설명에는

불교인으로서 심한  수치심마져 든다.

증오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종교는 그냥  삶의 문화다..

그 밖에 달리 설명할 수 없는..



계곡을 따라 오르면 부처상들이 마애불로 조성되었거나 불상으로 모셔져 있거나..

오늘 남산 종주를 하면 그 모든 신라 불교를 한 번에 볼 수 있음인데..

비로 인해 축소되는 산행이 아쉽기만 하다.



마애불에 도착하기전에.. 보라님이 발밑에서 100원 짜리 동전 하나를 줍고는

기뻐 어쭐 줄 모르신다.

- 이 동전은 마애불상 아래 불전함에 넣었다.



상선암 어디에서 몇 분의 산님이 남고.. 우리는 금오산 정상을 향해 전진하고..

산위에서 내려다 보는 옛 서라벌, 경주의 넓은 벌판이 구름 속에 가려서

희미하게 보인다.

해발 500m도 채 되지 않은 산 위에서의 운해 속 도시는  번성했던 옛 신라여서

그런지 더욱 운치있다.

상사바위를 지나서 금오산 정상석이 세워져 있는 곳에 도착해서 기념 사진을 찍고

간식을 먹었다.



다시 삼릉골로  돌아가기 위해.. 가던 길 멈추고.. 돌아서는데..

아쉬움은 여전히 남았고.. 특히나 칠불암을 들리지 못해 섭섭함이 일어나지만

안전 산행이 최우선이라는 캐치를 무시할 수 없으니.. 차마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다.



오름이 있으니 내림의 순함이다.

비가 멎은 산에 아까보다 많은 산님들이 오르는데..

같은 폼과 패션의 유니폼을 입은 산님들을 지나친다.

눈썰미 좋으신 당대장님..

- 모두의 남 산님들은 앉아서 쉬고, 여 님들은 서 있다.

뒤돌아 보니..  꽤나 많은 산님들의 포지션이 재미있다.

그들은 이제  스물중반쯤..

남녀차별을 모르는 시대에 태어나서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다시 상선암으로 내려서는데.. 오를 때는 보이지 않던 꽃이 활짝 핀

살구꽃 한 그루에서 '그루님' 카메라로 무언가 작업을 하고 있다.



오를 때는 모르던 진달래가 많다.

계곡의 물 소리도 맑게 들리고 다시 돌아 내려온 삼릉 소나무 숲에서 나오는

솔향이 느껴질 즈음 짧지만 아름다운 신라 불교의 단면을 보고 내려온 산행이

끝이 났다.



다시..버스에 올라 포항 감포 가는 길...

운전 아저씨의 친절한 설명으로 불국사를.. 석굴암 오르는 길을 지나...

어제 덜 잔 잠을 자다가 목소리가 멋진 칠암나무님의 목소리로..

서탑 동탑.. 등의 설명을 들으며.. 멀리서 보이는 제법 큰 탑을 자동차로 지나치며

구경을 하고.. 대종천의 역사를 들었다.

- 아까 금오산 못미쳐 상사바위를 지나쳤는데..  상사바위의 유래는 이렇다

사랑하는 사람 덕분에 얻는 병인 상사병을 고치기 위해 이 바위를 찾는다.

아이러니 한 사실은 상사병을 고치기 위해 이 바위를 찾는 사람은 여자보다 남자가

훨씬 많았단다.

바위 어느 부분에 감실이 있는데.. 이 병을 고치기 위해 올라온 사람이 묵었다는..

그러고 보니 옛 사람들은 사랑도 별나게 했다.



버스는 구불 구불... 산길을 넘어서 감포 바다에 내려주는데..

파랗고 넓은......... 동해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 바다 한 가운데 문무대왕의 수중 능이 있다.

호국의 이념으로 수장을 명했다는 문무대왕과.. 그 유언을 옮긴 신문왕의

나라 사랑이 어떠했을까..

그 왜적은  대한해협 저 쪽에서 일본이라는 국호를 가지고 있으니..

그들과 우리는 역사적으로도 절대로 화합할 수 없는 불구지대천수가 아니었을까...

국가관이 뚜렷하지 않은 나 조차... 분통 터지는....현실이다.



샌달을 신은 내가 양발을 벗고.. 오랫만에 시원한 바닷물에 발을 담근다.

차가운 바닷물과.. 날카로운 돌멩이의 감촉이 섬뜩하지만...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다가오는  파도에 그냥 휩쓸려도 좋을 거란 생각이...



다시 버스에 오르고..... 경주 시내를 돌아.. 첨성대를 차창 밖으로 바라보며

경주월드를.. 벚꽃길을.. 돌아 돌아.... 저녁을 먹고..

아쉬움이 남는다는 친절한 운전기사님의 배려로 유채밭에서 몇 컷의 사진을 찍고

버스에 올랐다.



*

내가 나이들어 살고 싶은 도시.. 경주 다녀왔습니다.

공단조성을 할 수 없고.. 높은 빌딩을 건축할 수 없는 크린시티..

옛 신라의 수도 서라벌의 나즈막한 도시며..

도시 근교의 논밭들이 펼쳐진 목가적인 평화로움..

그래서 신라 천년을 이끌고도 아직도 명성이 남아 이 나라 불교의 정신적 지주를

세워주는 곳.. 경주입니다.
  • ?
    오 해 봉 2007.04.04 11:01
    이안님 산행기는 언제나 흥미가 진진 하답니다,
    그렇게 자유롭게 다닐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아들과 아빠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병은 중병인데 아주 좋은병 같습니다,
    진심으로 이안님의 건투를 기원 드립니다.
  • ?
    섭~ 2007.04.05 08:18
    아침에 출근해서 못다 읽은 글 마져 읽었습니다.
    비가 오긴 했지만 그 나름대로 봄을 만끽한 여행되신것 같아
    저두 덩달아 기분이 좋아 짐니다~! 오늘두 좋은하루 보내세요~
    글구 지리산 열리는 날 이젠 한달두 안남았다는거...
    ^----------------^
  • ?
    이안 2007.04.05 09:16
    오해봉님.. 고맙습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봄 되세여~

    인섭이 다녀갔구나..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했는데..
    잘 지내구.. 지리산만 기다리는 인섭이에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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