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들에게 쓰는 산행편지 ( 설악산 공룡능선 무등을 탄 날 2월 08일)

by 쉴만한 물가 posted Feb 17, 2008 Views 2107 Replie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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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새벽 4시 설악산 입구에  도착했을 때 차 문을 열고 나갔을 때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아니?
설악산 기온이 최저 -17 최고 -9라고 했는데 너희들이 오기 싫어하는 산행을 와서
혹시라도 너무 추워서 너희들이 너무 힘들어 하면 어쩌나 이런 저런 걱정을 하면서
너희들을 잠에서 깨워 산행준비를 하는데 아무런 불평없이 산행준비를 해서 얼마나 예뻤는지...
새벽 05시에 주차장을 출발하여 비선대로 가면서 올려다 본 하늘의 별들이 그렇게 예쁠수가 있을까
아무도 없는 새벽길을 우리 네사람이 아무말 없이 걷고 있었지만 너희에게 고맙고 예쁘다는 말을 얼마나
했는지 몰라. 침묵속에서 들려오는 마음의 대화를 너희들도 머잖아 들을 수 있을거야.
알고 있었니?
입으로 하는 말보다는 눈으로 하는 말을 더 잘 들을 수 있고
귀로 들을 수 있는 말 보다는 가슴으로 들을 수 있는 말이 더 많다는 것을...
06시에 비선대에 도착하여 아이젠을 채워주면서 앞으로 시작되는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는 동안
너희들의 마음에 힘든 생각보다는 즐거운 생각, 아름답다는 생각이 가득하기를 소원하는 마음이었다.
금강굴옆을 지나서 올라가는 오르막이 무척이나 가파르고 힘이 드는 곳인데도 가끔 불평을 하지만
밝은 미소를 보여주는 너희들이 무척이나 고마웠단다.
마등령을 향해서 올라가는 동안 많이 힘들었지?
하지만 기억해줄래? 너희가 정말로 자라고 성장하는 때는 편안하고 쉬운길을 갈때가 아니라
어렵고 힘든 길을 갈 때라는 것을.








마등령 올라가는 길에 본 모습들이 기억나지 않니?




마등령  눈위에서 먹었던 라면맛을 우리 평생 잊을 수 있을까
그리고 순백색의 하얀 풍경들


우리가 무등을 타면서 지나온 공룡의 등은 그렇게 예쁘지 않았니?




















허리까지 내렸던 눈 속을 걸으면서 미끄러지기도 하고 장난도 쳤던 그 길을, 그날을
우리 오래오래 마음에 새길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큰아들 호수아,
넌 참 엉뚱하더라. 오르막이 힘들다고 불평하면서 스틱이 휘어지도록
두드리면서 오던 녀석이 배낭 주머니에 무슨 쓰레기를 그렇게 많이도 주워 담았니?
그리고 작은 아들 아론아
넌 힘든 오르막을 오르면서도 어쩜 그렇게 불평 한마디 없이 밝은 모습이니?
그래, 힘들어도 그렇게 살자. 그리고 그런 모습으로 어른이 되어라
많이 가진 사람이 되기 보다는 많이 나누어 주는 사람이 되고
많이 알려진 사람이 되기 보다는 많이 알아 주는 사람이 되고
많이 부러움을 받는 사람보다는 따스한 사람이 되어라









공룡의 무등을 타고 지난 후 희운각 대피소에서 늕은 점심을 먹은 후 천불동 계곡을
내려오면서 눈 썰매 코스로 변한 등산로를 썰매를 타면서 내려오는 너희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이 참 많이 기억이난다.



그리고 내려오면서 보았던 천불동 계곡의 모습들이 얼마나 예뻤니?
그 모습들을 마음에 새기고 그렇게 예쁜 모습으로 자라며
그렇게 기쁨을 주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마음속으로 소원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