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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주변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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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원역 광장에 있는 홍익회매점에서 가락국수를 시켜 집에서 싸 온 김밥과 같이 먹고 배낭을 점검한 다음 출발한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화장실도 들리고는 시내버스를 타고 아영으로- 아영면에서 택시를 불러타고(집 063-626-5028, 핸드폰 011-680-2088, 4천원) 복성이재까지 올라갔다. 이번 구간에서는 봉화산의 철쭉이 장관이라고 해서 날짜를 맞춰 왔는데 구름인지 안개인지가 온통 둘러싸여 시야가 30미터도 채 안되는 바람에 꽃구경은 기대하지 못하겠다. 오른쪽으로 계속 철망울타리가 따라오는 것이 아마도 염소목장의 울타리인가 보다.
2) 잣재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지나고 여전히 구름 속을 헤치고 오르막을 오른다. 잠시 구름이 엷어지면서 시야가 트이자 철쭉 군락이 나타나는데 바래봉의 철쭉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바래봉의 철쭉은 짙은 분홍색의 꽃이 마치 정원수처럼 풀밭 군데군데에 둥그스름하게 밀집되어 뭉쳐 있는데 봉화산의 철쭉은 여러 가지 색깔이면서 분산되어 있어서 바래봉에 비해서는 좀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풍긴다.
3) 꼬부랑재도 다리재도 역시 알아보지 못하고 구름 속을 걸어 봉화산 정상에 올라선다. 복성이재에서 2시간이 조금 더 걸렸으니 속도는 괜찮은 편이다. 한 선생이 텐트를 무겁게 짊어지고 와서 걱정을 했는데 오히려 제일 잘 가고 있다. 나중에 보니 등산용이 아니고 오토캠핑용으로 5명은 충분히 들어갈 크기이니 얼마나 무거웠을까! 스테인리스로 된 표지판이 어울리지 않게 서 있다.
4) 지도를 보면 봉화산에서부터 월경산에 이르기까지 계속 능선을 타고 가며 높낮이가 별로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규모의 내리막과 노르막을 셀 수 없이 반복하게 된다. 지도에서 능선은 대개 행정구역상의 경계선이 지나가게 되어 등고선을 정확하게 판독하기가 어려워서 대충 부드러운 능선길로 추정했는데 실제로는 고도 차이가 1백여 미터에 이르는 봉우리를 넘어야 하는 경우가 있음을 초보자는 감안해야 한다. 구름이 걷히고 쾌청한 날씨가 되면서 점점 더워지는 속에 광대치까지는 예상했던 시간보다 30여분 이상 더 걸리면서 힘들게 진행했다. 광대치 조금 지나 벌목지의 비탈에 들어가 나무 그늘에서 김밥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삼봉 씨가 집에서 얼려온 보리차물이 시원하다.
5) 월경산이 어딘지 모르고 지나친 뒤 조금 가니, 처음 만나는 10여 명의등산객이 있다. 몇 마디 인사를 나누는데 "어디선가 안면이 있는 것 같은데요?" - "글쎄요…" 목소리에서 생각이 나는데, <가고파 산악회>의 이덕연 회장이었다. 토요산행으로 백두대간을 진행 중이라고. 나한테는 백두대간 종주의 바람을 제일 먼저 불어넣어 준 인연이 있는 사람이다.
6) 중재에 도착했다.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정도 너비의 우마차길 오른쪽 50미터 아래에 샘물이 있다는 설명도 있고, 계곡물이 있다는 설명도 있던데, 샘물은 찾지 못하고 길옆 배수로 비슷한 개울물(비교적 깨끗함)로 물통을 채운다. 중재 도착 전에 정면으로 보이던 폐가는 우마차길 왼쪽으로 따라가야 되고 대간 등산로에서는 떨어져 있어서 들리기가 애매하다. 우마차길 건너 우람한 나무(이름은 모르겠음)가 한 그루 커다란 나무 그늘을 만들며 서 있는 아래로 민박집 간판이 기대어 있다. <백운산장, 민박 가능, 차량 대기, 016-815-7538> 아마도 전화하면 차로 모시러 온다는 얘기인가 보다. 사치재(88고속도로 지리산 휴게소)에서 구간을 시작한 경우, 여기에서 민박을 하고 가도 되겠다.
7) 햇볕은 점점 뜨거워지고 백운산까지의 기나긴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중고개재는 거의 알아보기 어렵게 오솔길의 흔적만이 남아있어서 신경을 쓰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갈 정도이다. 모두들 대화도 줄어들고 말없이 걷기만 한다. 경사는 점점 가팔라지고 다리에 힘은 없어지면서 허기도 지는데… 전망대 바위에 도착, 오렌지로 입과 목을 달랜다. 지고 올 때는 무거웠지만 상큼한 과즙이 목을 넘어갈 때의 기분은 무어라 표현이 안된다. 제법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말리면서 탁 트인 주변을 둘러보니 몸과 달리 마음만은 날아갈 것 같다.
8) 아, 드디어 백운산이다. 헬기장이 있고 자연석에 백운산이라고 새긴 자그마한 비석이 앙증맞게 놓여져 있다. 중재에서부터 3시간에 걸친 고난을 극복한 감동을 되살릴 겨를도 없이 시간이 예상보다 1시간이나 늦었기 때문에 얼른 사진만 한 장 찍고  발길을 재촉한다. 하필이면 또 내가 랜턴을 빼놓고 온 바람에 어둡기 전에 무령고개까지 가려면 여유가 없다. 주변 전망이 좋은 암봉을 지나고 방 한칸 정도의 공터로 된 1066봉을 후딱 지나치는데 해가 넘어가고 있는데 저녁 노을이 별로 그럴 듯하지도 않아서 감흥도 없다. 영취산에 채 못미처 선바위고개에서 무령고개 갈림길로 접어들어 간신히 랜턴없이도 무령고개에 도착한다.
9) 무령고개는 장수군 번암면과 계남면의 경계로서 남쪽(번암면)은 비포장이고 북쪽(계남면)은 포장이 된 2차선 도로이다. 고개마루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약 1백미터를 내려가면 왼쪽에는 주차장과 화장실이 잘 만들어져 있고 오른쪽으로는 야영장과 샘터, 그늘막이 마련되어 있다. 큼지막한(그래서 엄청나게 무거운) 텐트를 치고 서둘러 저녁식사를 하는데 너무 지쳐 식욕도 없고 술도 별 생각이 없다.(놀라지 마시라.  소주 1.8ℓ 실력의 사람들이 200㎖ 한 병으로 끝내다니) 시원한 샘물에 발이라도 씻고 자야지 하는 생각도 까만 하늘에 총총한 별을 보리라던 생각도 다 팽개치고 침낭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10) 산새 소리에 깨어나 아침 준비를 하는데 젊은 청년 2명이 어디선가 나타났다. 육십령에다 차를 두고는 민박집에서 자고 새벽에 민박집 차를 얻어타고 왔단다. 백두대간 구간종주를 하다가 무령고개에서 육십령까지 뻐먹은 걸 보충하러 왔다고. 육십령에서 차를 태워주기로 하고 우리보다 먼저 출발한다. 야영장에서 바로 영취산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지만 우리는 어제 내려왔던 선바위고개로 다시 올라간다. <선바위>는 커다란 바위에 자연석으로 제단 모양이 갖추어져 있어서 한눈에 치성드리는 사람이 많이 몰릴 것으로 보였다. 선바위고개에서 이정표를 보니 지리산 천왕봉에서 134.1km, 진부령까지는 1105.9km라고 적혀 있다. 백두대간 전체의 10분의 1을 넘게 온 셈이다.
11) 영취산 정상에는 3미터 정도 되는 돌탑이 있고 스텐레스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여기서 서쪽으로 호남정맥이 갈라져 장안산을 일구고 계속 능선을 이어간다. 무령고개에서 장안산 올라가는 초입에는 팔각정자가 세워져 있는 것이 보이고 북쪽으로는 멀리 덕유산 자락 할미봉으로 보이는 높은 봉우리가 솟아있다. 덕운봉은 그보다 높은 985봉으로 지나가면서 오른쪽으로 바라보인다. 작은 봉우리를 내려오니 안부 풀밭 사이에 외롭게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가 있고 그 가지에 흰종이에 "물! 50미터 아래, 컵 지참"이라고 쓴 것이 매달려 있다.(목원대학교 표모군의 정성에 치하를 드립니다) 977봉은 봉우리 같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민령도 알아볼 수가 없다. 이번 구간은 대체로 이정표나 표지판이 부족해서 주요 포스트를 인식하기가 어려워 시간 체크가 곤란하다. 지리산의 잘 정비된 이정표와는 너무나도 대조가 되는 점이다.  
12) 민령을 지나 송전탑은 별도 표지판이 없어도 알아볼 수 있다. 당초 예정보다 1시간 늦게 가고 있음을 깨닫고 육십령 도착을 13시 30분으로 수정한다. 깃대봉에도 역시 스텐레스로 된 이정표가 서 있다. 지도상으로는 여기서 육십령까지 계속 내리막 길로 보여지는데 실제로는 자그마한 봉우리를 5∼6개 넘어야 한다. 가벼운 배낭 차림의 남자 2명이 나타나더니 앞질러간 일행을 찾는다. 8명 정도의 팀으로 당일치기로 구간종주를 하는 중인데 오늘 육십령에서 점심을 먹고 남덕유를 거쳐 영각사까지 간다고 한다. 할미봉도 가기 전에 해가 질 것 같은데? 오른쪽에 있는 샘물을 지나 다시 오르내리기를 여러 차례, 드디어 육십령이다. 대간 등산로는 휴게소로 내려가지 않고 직진하여 도로를 질러가는 모양이다.
13) 육십령 휴게소는 대전-진주 고속도로 개통으로 교통량이 엄청나게 줄어들어 한적하기가 말할 수 없다. 그 너른 주차장에 관광버스가 달랑 한 대, 승용차 대여섯 대, 기타 서너 대, 모두 10여 대의 차량이 덩그마니 차지하고 있으니…  무령고개에서 먼저 떠난 젊은이들은 기다리다 지쳐서 떠났는지 보이지도 않고 지나가는 차 얻어타려던 계획이 걱정된다. 매점에서 시원한 맥주를 사서 점심 대용으로 목을 축이고는 때마침 지나가는 봉고밴 트럭, 고개를 흔드는 아가씨(?) 운전수를 사정해서 얻어타고 장계까지 가니 서울가는 직행버스 시간이 적당하게 남아있다.  

≪기록≫  
5월 3일(금) 영등포 역 출발(23:59)
5월 4일(토) 남원역 도착(04:25) → 시내버스 출발(05:50) → 아영(06:50) → 복성이재(07:10) → 전망대바위(07:27) → 840봉(08:45) → 봉화산(09:14) → 944봉(10:00/10:16) → 광대치 조금 위(11:56/13:00) → 중재(14:33/15:00) → 중고개재(15:45) → 전망대바위(17:01) → 백운산(17:56) → 1066봉(18:52) → 선바위 고개(19:30) → 무령고개(19:51)
5월 5일(일) 무령고개 출발(07:30) → 선바위 고개(07:55) → 영취산(08:07) → 덕운봉(09:00) → 샘물표지(09:32) → 이정표(10:05) → 977봉(10:30) → 이정표(10:48) → 송전탑(11:23) → 깃대봉(11:57) → 육십령(13:13)  → 장계 → 서울행(14:50)  
산행거리 29.5km/백두대간 구간 28.1km
≪정보≫
ㅇ 영등포-남원(기차) \16,900    아침식사 \2,000      커피 \500
    남원-아영(시내버스) \2,200      아영-복성이재(택시) \1,300      점심(맥주 기타) \3,500
    장계-서울(직행버스, 4시간 소요) \14,000      계(1인당) \40,400
ㅇ 아영을 지나 구상(송리) 또는 하성까지도 버스가 들어가지만 복성이재까지는 오르막 차도를 1km 이상 걸어야 한다.
ㅇ 식수 구할 수 있는 곳 - 복성이재 밑 민가, 중재(개울물), 무령고개 야영장, 깃대봉 지나 30분
ㅇ 중재에서 민박집에 전화를 하지 않으면 중간 탈출이 곤란. 무령고개는 교통량이 적어서 지나가는 차를 얻어타기가 곤란.
ㅇ 중재에서 백운산 사이가 최대의 험난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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