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산(춘천편)

by 소나기 posted May 31, 2004 Views 1753 Replies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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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5월 30(일)
산행시간 : 3시간(오봉산) + 처평사-배터(1시간)
산행코스 : 배후령- 1봉- 2봉- 3봉-4봉- 5봉- 청평사-뱃터


지난 가을에 갔을때는 사람이 참으로 많아서 곧곧에서 병목 현상이 일어나곤 햇엇다. 그래서 옆길로 가겠다고 밧줄타고 내려갔다가 길이 없어지는 바람에 난감하기도 했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배후령에 도착하니 오후 2시다..
마지막 배를 놓칠까 염려도 되지만,
나말고 다른 한팀이 더 가는 걸 보니 그 걱정은 안해도 되는 것 같다..

배후령은 600M 쯤에서 시작된다.
오봉산의 높이는 779M 이다.

산 중턱이 넘은 지점에서 산행이 시작되는 샘이니 오르는데 힘들다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다..대신에 처음부터 100M 정도의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야한다.

너무 늦은 시간에 출발을 했는가, 눈에 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솔길 같은 능선을 따라 졸졸 따라가다 보면
대뜸 오봉산 주위의 시원한 광경들이 펼쳐지곤 한다.
소양호도 보이고 산들도 보이고..어디가 어딘지는 나도 모른다.
그냥 좋으니까 길 따라 간다.



2봉을 지나 3봉을 향할때 쯤인가..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이 내 눈에 띈다..
잘 살펴보니
뱀이 머리를 들고 길게 늘어서서 내가 갸야 할 넓지도 않은 길을  떠~억하니 막고 있다.
그런데 사람이 옆에 잇는데 꼼짝도 하지 않는다..
조금 멀리 떨어져서 관찰해보지만 그대로다..

뒤에서 사람인기척이 들리는가 해서 기다려봐도 아무도 오지 않는다.
뱀이 꼼짝도 않길래 저대로 말라 죽었는가..해서 나뭇가지를 뱀 옆으로 던져보지만 그래도 꼼짝하지 않는다..

죽었는가보다..이대로 넘어갈까..하고 침을 꿀꺽 삼킬때쯤
앞쪽에서 사람인기척이 들리고 어떤 아저씨 얼굴이 보인다.

" 아저씨 뱀 있어요.."
그 아저씬 뭐가 신났는지 뒤에 잇는 일행을 " 살모사야 살모사.." 이러면서 불러댄다.
일행 중 한명이 신난것 처럼 오더니 스틱으로 뱀을 건들어본다. 뱀은  자기가 언제 가만히 있었냐는듯이..정말로 뱀처럼 움직인다..

나는 속으로 ' 살아있었구나.."

아저씨가 기대햇던 뱀이 아니었는지..
아저씨들은 뱀을 그냥 보내버렷다..

난 산행도중 처음으로 내눈앞에 떠~억하니 펼쳐져 잇는 뱀을 만났다..



뱀을 만나고
3봉 정상을 지나( 바람도 솔솔 불고 내가 무신 신선이라도 된듯한 기쁨에 혼자 싱글벙글..노래도 불러가매..바위에 벌러덩 누위도 보고..)

하산이 시작되는 시점..
곳곳에 바위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 코스들이 있다.
지난번엔 사람들이 많아서 아래서 잡아주고 위에서 봐주고 하두만..
혼자오니 이게 좀 난감하다..

그래도 혼자서 아찔한 걸음을 옮길때마다
"그래 잘하고 있어 !" 이러면서 용기도 줘보고..

또 가다보니
이번엔 정말 다리가 후들거린다.
아무리 볼래도 길이 안보인다.
바위 중턱에서 안되겟다 싶어, 좀 쉬어보자..
아찔한 코스를 아래로 두고 위로 다시 올라가지도 못하는 상황에
가방에 잇던 오렌지 하나를 까며 오렌지에 집중한다..

오렌지 하나를 먹어치우곤,
다시 아래를 보니 길이 보이는듯 하다.
다시"잘하고 있어" 주문을 외우며
살살 내려간다.

무사히 내려왔다.
그런데 내려가다보니 오렌지 까먹은 곳이 정코스가 아니었던 것 같다..ㅋ
그래도 잘 했어..ㅋㅋ

청평사에 도착하고..
청평사에서 배타러 나오는 길..
구성폭포에서 발도 담그고..

소양댐을 건너는 배를 타면서 나의 산행은 막을 내렸다.


혼자 한 산행이었지만
그래도 뒷풀이는 누가 막국수 사준다길래 먹으면서 쏘주 한잔에 거~하게 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