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봄나들이

by 해연 posted Mar 14, 2004 Views 1723 Replies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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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봄나들이

2004. 3. 12



섬진강 봄꽃을 유난히 기다렸다.

그곳에만 봄이 오는게 아니건만
나는 늘 지리산만큼이나 섬진강을 그린다.
봄이 오면 한번쯤은 걸어줘야 직성이 풀리는 그 곳은...
내 마음의 고향이라는 표현으로밖에는.

반가움에 사립문 열어젖힐 집 하나 숨겨둔 것도 아니고.
보고 또 보던 강둑 어딘가는
이제 막 쌓아올린 제방이 또 한숨을 끌어내지만.

햇살 부서지는 물결에 나른하게 웃어보고.
부드러운 물굽이에 여유를 떠올리고.
저 산등성이 따라가면 지리산에 이른다는 설레임이
비빌 언덕처럼 느껴져 난데없이 든든해지는 곳.

아직은 마른 언덕이었다.
그렇지만 눈을 똥그랗게 뜨고 보면
버드나무 마른 가지에 슬쩍 봄물이 느껴졌다.
산수유도 드문드문 노란 꽃불을 피워 올렸다.
가까이 다가서야만 매화인줄 아는 꽃망울도 제법이었다.

그렇게.
마음껏 피워 올린 오색의 단풍보다
단풍이 곧 터질 듯한 초가을 산자락이 더 희열인 것처럼.
절정보다는, 절정을 예감하는 시절이 더 행복하다.
물론 내 입맛대로의 미학이지만.

더딘 걸음이라도 좋으니
예감의 기쁨을 맛볼 수 있기를...
내 맘에도 세상에도 봄이 왔으면 싶던 오후였다.















































말로 - 벚꽃 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