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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주변산행기

2005.03.07 20:42

태백산(에필로그) -1

조회 수 162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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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제글이 너무 무거워 읽는데 부담이 느껴진다는 님들이 계셔서 재미로 써본 글이오니 흉보지 말아 주십시요


태백산(에필로그)


태백산을 간다고, 그것도 야간열차를 타고 간다고 모두들 분주하다.
토요일 장을 보는데 꼭 빠지지 않아야 할 품목이 있었다.
삶은 계란 2판과 맥주(큰병으로).

금요일 익산역에 도착하니 13명, 열차에 막 오르려는데 병옥이가 불쑥 나타난다.
14명이한데 모여 앉자 추억만들기를 시작한다.

어? 근데 강경역을 지났을까? 벌써 맥주가 거의 떨어져 간다.
하는 수 없이 통제를 해 보지만 그것도 서대전역을 통과하기 전 마지막 병이 바닥을 들어낸다.
태백역까지 5시간 반을 먹기로한 맥주가 불과 1시간만에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없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아직도 남은 4시간 반을 눈치만 보고 있을 수는 없고, 이 귀한시간을 잠으로 때우는 것은 얼토당토 않는 일.
나머지시간 즐길 수 있는 방법,   아주 간단명료하다.

심심풀이 오징어 땅콩을 외치며 지나가는 홍익회 아저씨가 눈에 뜨일 때마다 캔맥주를 내린다.
그 아저씨 리어카가 왕복할 때마다 우리 앞에선 항상 맥주가 바닥을 보이고 지나간다.
그 틈에 회장님은 다른 팀을 즐겁게 해주며, 공짜술를 마셔 우리팀 맥주값 지출을 덜어준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태백역에 내릴 땐 열차안에서 사서 마신 맥주캔이 쓰레기 봉투에 한다발...
가지고 간 양보다 훨씬 더 많았다.


태백역 대합실엔 수경이가 먼저 와있다. 그래서 합이 총 15명. 번호끝.

유일사 입구 매표소 전광판에 새겨진 전광온도계 -16°.
취한 기분으로 오르는 산은 당연히 힘도 들겠지만 추위 때문이라도 술은 이제 그만일 줄 알았다.

태백산을 오르고 천제단을 지나 문수봉을 가는길.
아침은 해결해야겠기에 바람모퉁이를 지나 자작나무숲에서 눈을 다지고 떡만두국으로 허기를 채운다.

추위의 강도는 그냥 말로 예기하기 어렵고,
다만 떡라면을 먹는다고 국물에 스픈을 담글때만 영상이지 그 스픈이 입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코펠에 담겨지는 시간까지 잠시라도 지체하기만 하면 스픈에 남은 국물이 얼어버린다.

잠시 장갑이라도 벗어 무엇인가를 했다면 그 손의 온도가 체온과 맞춰지는 시간은 이중장갑을 끼우고도 족히 노출시간의 다섯 배는 걸린다.

난 김치 한 조각 먹으려고 포크에 김치를 찍어 입속에 넣는 순간 무엇인가가 혀 끝을 따금하게 깨무는 줄로만 알았다.
깜짝놀라 황급히 포크를 빼내니 혀 끝 살점이 포크에 붙어있다.
황당한 일이었다.
내 그 오랫동안 산에 다니고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그래서 이렇게 추우니까 술 생각이 전혀 없었겠다는 생각을 하셨다면 큰 오산.
이 대목에서 술이 빠지면 나중 완성된 추억만들기는 양념이 덜 들어간 셈.
간단하게 다래주와 복분자 한병씩을 꺼낸다.

그런데 술이 얼은 것을 본적이 있는가?(맥주빼고)
술이 얼어 샤베트로 나온다. 아니 복분자 쉐이크다.
그래서 차가워서 남겼냐고?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 우리가 누구이길래 그런 상상을...


하산길
당골쪽으로 꺽으니 그래도 바람이 잦아들어 포근한 기운이 감돈다.
물론 아직 오를 때 중무장은 그대로지만...
경사가 딱 알맞다. 웬경사? 당근 히프썰매.
배낭 속에 제법 큰 비닐봉지를 꺼내 정하와 함께 신나게 내려온다.

당골 삼거리.
뒤에 팀을 기다리는데 한참 후 나타난 일행, 어? 그런데 그냥 서서 내려온다.

“이런 바보같으니 히프썰매용 슬로프를 만들어 놓았으면 타고 내려와야지 그냥 오냐? 그것도 다 입장료에 포함되어 있는 것인데”
“그래요? 근데 비료푸대가 없는데요?”
“니 배낭 속에는 비닐봉지 하나도 없냐? 난 이것으로 타고 내려왔다”
“아참 그렇구나”

오랜만에 산행에 참여한 귀용이.

“형, 올해 설상훈련도 못했는데 글리세이팅 훈련좀 해야겠는데요”
“스틱 휘어지니까 짧게 해서 가르쳐라”

그후 내려오면서 글리세이팅훈련 했냐고?
천만에 히프썰매가 있는데 글리세이팅이 되것어? 브레이크 없는 슬라이딩만 하고 내려왔지.


눈꽃 축제장.
계절을 일찍만난 눈은 일부가 녹아 내려 구멍이 숭숭 뚫렸고,
표면은 얼음, 그리고 그 위에 또다시 눈이 내려 도대체 제대로 남아있는 형상은 하나도 없다.
마치 현대미술을 하는 조각가가 알 듯 모를 듯한 추상형 작품을 만들어 놓은 듯 하다.
그래도 왔으니 사진은 박아야지.
수희가 말하는 코끼리 앞에서 치~즈, 김치, 깍뚜기...


석탄박물관
도립공원입장료에 포함 된 것이라 시간도 남고, 예까지 왔으니 않 볼 수도 없고...
1층은 1.2 전시실, 꽤 많은 전시물들이 있다. 주로 광물과 화석.
비싼 것 같기도 하고(속물근성) 신비하기도 하고...

원석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1.2관 관람을 마치고, 제 3. 4관이 있는 2층 계단을 오르니 관람실 입구벽면에 푸른색 판 하얀 글씨로 이렇게 써있다.  “휴게실”  친절도 하시지...

아마도 우리가 1층에 전시된 물품을 배낭을 맨 채 내내 서서, 그것도 조그만 광물은 노환으로 오는 시력저하로 인상을 찌뿌리며 관람하느라고 피곤했었던 걸 알았던 모양이다.(술과 어제저녁 잠과는 관계가 없었다고 우기는 중임)

휴게를 하는 장소니 당연히 휴게를 해야지,
거기서 뭐했냐고? 휴게...
(참고로 우리 산악회에서는 이렇게 푹신한 의자가 있고 안정된 장소에서 휴게시간은 주로 술을 마신다)

남은 술 꺼낸다. 오뚜기 같이 껴입었던 옷도 좀 갈아입고...
징기스칸으로 순식간에 바닥을 들어낸 술통.
휴게를 마쳤으니 앞으로 남은 시간을 논의한다.

잠깐 여기서 쉬어가는 문제 하나,

다음 일정 중 우리산악회에서 순전히 민주적인 방식으로 결정된 이후 일정은?

1. 바로 나가서 시내에서 목욕을 먼저하고 간단히 점심을 먹고 열차에 오른다.
2. 남은 재료를 왕창 꺼내어 야영장에서 점심을 먹고 이동한 후 목욕하고 열차에 오른다.

(생각할 시간을 주고...)   결정!

그렇습니다. 우리산악회를 아시는 사람은, 아니 윗 글을 자세히 숙독한 사람은 벌써 알았을 겁니다.
정답은 당연히 2번이지요.
왜냐하면 아직 배낭 깊숙이 대포알과 미사일 한발씩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결정이 되었으니 이동한다.
원래 이곳은 3층까지 관람을 한 다음 야외전시장으로 연결된 통로로 나와야 끝이 나지만 우린 2층을 계단 까지만 올라간 후 휴게실에서 놀다가 과감하게 다시 계단을 밟아 1층 들어오는 문으로 여유있게 나간다.
물론 남들의 시선은 나중 일이다.

(참고로 석탄박물관은 3층이고 야외 전시장에는 석탄캐는 열차를 비롯한 무진장 많은 전시품이 있다는 것은 위 자료를 참고삼아 몸소 가보면 알게 됨.)

야영장까지 내려와 떡라면을 끓인다.
남은 술 두병을 꺼내지만 잠도 못자고 “취”위고생(신조어로 추위+ 취기의 합성어, 둘이 짬뽕하여 곱빼기로 사람을 고생을 시킨다는 뜻임, 편집자 맘대로), 시간 부족인지라 술은 남을 줄 알았는데 남은 것은 떡라면뿐이다.(장하다 파이...S)

이건 믿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순진하게 가끔씩 속아주는 사람들을 위하여 굳이 우기자면 순전히 배낭무게를 줄이기 위함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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