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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배님!
영남알프스, 혼자 다녀와서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아직 몸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실 것 같아서 함께가잔 말씀 못 드렸습니다.
대신 졸필의 산행기를 드리면서 언제 신불평원에서 하룻밤 같이 보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애간장 태우는 신불평원에서....  


ㅇ산행일자:2005년 10월 23일
ㅇ산있는곳:경남 울산
ㅇ산행코스:배내골정상-배내봉-간월산-간월재-신불산-신불재-신불평원-영축산-청수골(중앙능선)-파래소유스호스텔
ㅇ산행시간:Am01:40시~Pm13:50시

<주요시간기록>
   ㅇ08:00시-배내골 정상에서 산행시작
   ㅇ08:40시-배내봉
   ㅇ10:00시-간월산
   ㅇ10:20시~11:00시-간월재
   ㅇ11:37시-신불산
   ㅇ12:00시-신불재
   ㅇ12:46시-영축산(영취산)
   ㅇ13:10시-통도사(비로암)갈림길
   ㅇ13:50시-통도사(백운암)갈림길
   ㅇ13:55시-청수골(중앙능선 초입)
   ㅇ15:20시-파래소유스호스텔 앞

결코 가깝지 않은 길을 달려서 왔습니다.
토요일인 어제 꼬박 다섯시간 삼십분의 시간을 흘러 보내고서야 석남사 입구에 도달했으니까요.
시월의 가녀린 햇빛이 어설프게 내려 비추는 석남사 일주문을 지나 재잘거리는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경내를 둘러 봤지요.
가지산의 산줄기가 병풍처럼 둘러싸인 석남사는 아담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였답니다.
그리고 구비도는 고갯길을 올라 석남터널 부근의 상가 한 쪽에 차를 세워두고 가지산으로 향했습니다. 잠깐의 오르막을 올라서니 황금빛으로 물든 굴밤나무가 터널을 이루는 산길은 오솔길로 이어졌고 올라선 가지산의 정상에는 제법 센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  산장에 들러 투박한 나무탁자에 약차 한 잔을 올려놓고 산장지기와의 정담에 빠져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석양의 꼬리가 산기슭을 훑는 것을 보며 올랐던 길을 되돌아 내려왔습니다.

배내골정상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태양은 제 모습을 거두었고 만추의 초저녁 바람이 옷깃을 세우게 하고 있었답니다. 서둘러 주린 배를 달래고 침낭을 펴 하룻밤의 신세를 지기로 했습니다.
밤은 깊어 가는데...
왜 그다지도 별은 많던지...음력 스무날의 달빛은 왜 그리도 밝게 쏟아지던지...하늘에 빼곡히 들어찬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며 차마 잠을 이룰수가 없었습니다. 찬 바람은 이마를 시리게 했지만 바로 머리 위에서 푸르스름한 빛을 퍼부어 대는 달빛은 침낭을 끌어 올리지 못하게 했습니다.


(배내골정상에서 비박)

어김없이 또 날은 밝았고 찬바람을 안고 그야말로 한 끼 떼우는 아침식사를 간단하게 마칩니다.
이른 새벽 헤드랜턴을 밝히고 산을 오르지 않은 까닭은 온전한 산의 모습을 보기 위함이지요. 완만한 오르막인데도 발걸음이 무거운 것은 다 게으른 탓입니다. 배내봉정상은 가까워지고 역광을 받은 억새는 눈이 부십니다.
정상에 올라서니 가슴까지 툭 터지는 시원스런 조망이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배내봉 정상)


(배내봉에서 가야할 간월산과 신불산을 바라보다)

길을 갑니다.
산길이지만 산길이 아닙니다. 마른 잎이 부석거리는 완만한 숲속의 길은 산행길이 아니라 산책하는 오솔길입니다. 오르막도 내리막도 순하디 순한 그런 길입니다.
이미 어제 가지산을 오르면서 느낀것이지만 이 곳의 도토리나무 단풍은 참 아름답습니다. 마치 황금빛 처럼 찬란하기까지 하니까요. 햇빛을 마주보며 바라보는 잎사귀는 너무도 곱습니다.
간월산으로 갑니다. 깊은 골을 형성해 놓은 지승골은 서서히 물들어 가고 저 멀리 울산만의 바닷물은 햇빛을 받아 붉게 반짝거립니다.


(가을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억새)


(간월산에서 바라본 신불산의 사면,
햇빛을 받은 각각의 지능선이 장관을 연출했는데)

간월산에 이릅니다.
이미 절정의 순간을 지나버린 억새의 모습에서 쓸쓸함과 무상함을 느낍니다. 아담한 크기의 소담스러웠을 억새 또한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는 별도리가 없는 것인가 봅니다.
산허리까지 파고 오른 신작로가 더 뚜렷이 보이는 것은 누구나 다 그러할 것 같습니다. 내려다 보이는 간월재는 산이 아니라 관광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꼬리를 물고 기다랗게 늘어선 자동차 들, 형형색색의 관광객 들...그렇지요. 그렇겠지요. 산에 오르고 싶은 마음은 누구 못지 않겠으나 나이 든 탓으로, 혹은 육신의 강건하지 못함으로 산에 오를 수 없는 사람들도 많을 터이니...입장을 바꾸어 놓고 보면 자동차가 산 허리까지 오른다 해서 탓할일은 아닐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간월산 정상)

간월재로 내려서는 길은 정다운 길입니다.
억새의 무리들 사이로 청명한 가을 햇살을 받으며 아주 느린 걸음으로 온갖 것들을 다 바라봅니다. 젊은 처자 들. 나이든 아주머니 들, 할아버지까지...많은 사람들이 흡사 장날 같은 분위기지만 그래도 또 걸어 내려가고픈 그런 길입니다.

간월재의 마루 바닥에 주저 앉습니다.
무려 40분 동안의 시간을 보내며 마음껏 만추의 풍광을 즐깁니다. 그리고 다시 신불산으로 향합니다.
오르막이 계속되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쉼없이 맺혔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합니다. 모처럼 오르는 맛을 느끼는 그런 구간입니다. 이 오르막을 지나면 파래소폭포로 갈 수 있는 길도 보이고 무엇보다 신불산이 눈에 들어 옵니다.


(간월재-만추의 바람결에 은발은 흩날리고)

억새를 바라보며 넓다란 길을 걷습니다.
오르막인지 평지 길인지 구분이 쉽지않을 만큼의 완만한 오르막이 너무나 부드럽고 좋습니다.
바람, 가을 바람은 불어오죠, 억새는 일렁이죠, 더구나 하늘은 너무나 파래서 풍덩 빠져들고 싶기도 하죠.
수많은 사람들 틈으로 끼여들어 산장에서 어묵으로 요기를 합니다. 어묵 꽂이 하나에 1,000원씩 3개를 먹습니다. 세상에...어묵이 이처럼 맛있는 줄은 예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입안에 감칠맛이 돌만큼 간이 딱 맞는 어묵국물을 두어컵 들이키니 뱃속도 든든합니다.


(신불산 정상에서 바라본 영축산과 신불평원)

신불산을 뒤로 하고 길을 내려 갑니다. 움푹움푹 깊게 패여진 곳곳에는 돌멩이가 구르고 흙부스러기까지 널려 있으니 제법 미끄럽기도 하지만 양편의 억새를 바라보는 것을 소홀히 할 수는 없습니다.

왼쪽으로 불끈불끈 솟구친 암봉이 이어지는 곳이 신불릿지 입니다.
신불산공룡능선으로 더 알려진 곳이지요.


(간월재를 올라서서...바라본 신불산)


(신불릿지-신불산공룡능선)

장대한 신불평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절정은 지나갔지만 아직도 억새는 무리를 지어 제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 줍니다. "그리움으로 걷는 옛길" 이라는 책이 떠오릅니다. 저자 안치운은 이 책에서 점봉산의 곰배령길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 그 사이로 난 작은 길을 밟자니 아깝고, 참자니 애타는 이승 최고의 길이다 " 라고.
바로 이 곳이 그 곳입니다. 그리고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만추의 바람이 불어오고 억새는 은발이 되어 초로의 머릿칼처럼 바람에 흩날립니다.
- 젊은 날의 추억 들 한갓 헛된 꿈이랴
  윤기 흐르던 머리 이제 자취없어라
  오!  사랑하는 님, 내 님 그대 사랑 변찮아
  지난 날을 더듬어 은발 내개 남으리 -


(끝없는 신불평원의 억새 밭)


(영축산을 오르며...끝없이 광활한 억새의 신불산을
뒤돌아 보다)

도저히 마음을 다스릴 재간이 없습니다.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요동치는 억새의 물결, 바람따라 날려가는 억새의 깃 털.
미풍만 불어도 억새는 제 몸을 흔들어 댑니다. 어느 놈은 비틀어 대며 교태를 부리기도 하고......
이런 가을 날, 오늘 같은 늦가을 날 한 밤을 이 곳에서 지새웠으면 좋겠습니다. 신불평원에서의 달빛을 "丹城落照" 라 하여 통도사 8경중의 하나로 노래했으니 미루어 그 아름다움을 짐작은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달빛은 푸르고, 바람결에 억새는 노래를 하고, 풀벌레 소리는 고요를 헤집을 것이니 사람 참 환장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신불평원...만추의 바람이 불었고, 그리고...)


(신불평원에서 바라본 영축산)

신불평원!
일렁이는 초원에서는 바람의 모습이 보입니다.
흐늘거리는 억새들을 양 팔로 헤치듯 달려가다가, 마구 휘감기기도 하다가 어느 순간 미동도 없는 정적으로 멈춰버리는 바람...

또, 바람이 붑니다.
아니 쉬지않고 불어 왔다가 사라져 갑니다. 억새의 무리를 지나 저 바람은 어디로 가는 것인지...
강물이 흐르듯 세월이 흐르고 바람이 불어 가듯이 우리네 인생도 흘러갑니다. 봄이 오면 억새는 차거운 대지를 뚫고 새순을 틔우며 여름이면 푸른 초원으로 물결치겠지요. 가을에는 억새가 은빛으로 출렁이고 겨울에는 백야의 날들을 펼치며 그 광활함을 유감없이 드러내 보이겠지요.
자연은 이렇듯 윤회를 거듭하며 이어지는데....


(신불평원!
가을바람이...소슬한 늦가을의 바람이...그리고
저 드넓은 억새밭에는...저 억새 사이를 걸었다)


(영축산 정상에서 지나온 신불산을 바라 보았다)

빤히 바라다 보이는 영축산으로 갑니다.
금방이면 도달할 수 있을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만만치 않습니다. 억새 사이로 난 길을 걸어 오릅니다.
영남알프스!
다시 오고 싶습니다. 다시 이 억새들 무리의 사이를 오르며 바람을 맞고 싶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적적한 꽃이 되어 초겨울 먼 대숲 기슭에 가장 깊은 잠을 청한" 어느 산꾼의 넋이 있고,
"올 봄에도 석란은 피었는가
여리고 시린 가지 눈 속에 묻어
깨어날 듯 잠들어 허공을 날다
이제사 잠이 들면 꽃이 피는가" 라고 노래한 이들의 마음이 머물러 있는 이 곳 영남알프스...늘 억새와 바람이 떠나지 않는 이 곳을 말입니다.


(영축산...영취산, 취서산으로도 불린다.
영축산은 인도 마가다국 왕사성의 동쪽에 있는 산으로
석가모니가 불법을 설한 곳이라 한다)

통도사의 백운암으로 내려 가는 길을 더 지나갑니다.
이제껏 이어지던 순한 길은 어느새 골산으로 바뀌어 암봉들을 에돌기도 하고 넘기도 하면서 계속됩니다. 청수골 들머리의 전망좋은 소나무 아래의 암봉에 앉아 저 먼곳을 바라봅니다.
셀수도 없이 많은 산봉들이 群을 이루고 하늘금을 긋습니다.
그 봉우리들을 바라보며 숱한 생각을 해 봅니다.
머잖아 내 머리칼도 은발로 바뀌어 갈 것입니다. 한 낮의 태양이 온기를 잃어 버리고 밤이 오듯이 그 모든 것들은 작아지고 사그러지고 종래는 영원속으로 흔적을 감출 것입니다.
그 먼길을 달려와 어제, 그리고 오늘 내 걸음의 흔적을 남긴 이 곳 영남알프스는 영원으로 이어지겠지만......
또, 바람이 불어 오네요.
만추의 바람이...
늦가을 바람이....  (끝)


(백운암으로 가면서)


(청수골-중앙능선-의 가을 모습)


  • ?
    진민 2005.10.27 11:07
    사랑방에서 여기로 옮겨왔내요..
    완연한 가을의 사진 입니다.
    억새가 아름다운 산이내요.
    산에 오르지못하는 마음, 아름다운 사진과 글읽으며 달래봅니다..
    감사합니다.
  • ?
    오 해 봉 2005.10.28 15:18
    다음달에 천성산에 들렸다가 가지산부터 통도사뒤 영축산까지
    가볼려고 욕심을 내봅니다,
    주왕산과 주산지도 가보고싶고요,침낭이랑 침낭카바랑 다챙겨는
    놨답니다,
    누군가 일행이있다면 지금이라도 가보고 싶답니다,
    좋은 사진을보니 더욱 그러네요.
  • ?
    진로 2005.10.28 17:05
    햇살 알갱이들이 나무에 풀에 볼을 부비며 빛나고 있네요...^^
  • ?
    익명으로 2005.11.02 10:26
    "요동치는 억새의 물결,바람따라 달려가는 억새의 깃털,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도저히 마음을
    다스릴 재간이 없습니다.미풍만 불어도 억새는 제 몸을
    흔들어 댄답니다...
    달빛은...바람결에...풀벌레...
    강물 쉼없이 흐르고 바람이 불어가듯 우리네 인생도
    흘러가고 순환하는 계절속에 자연은 윤회를 거듭하는......"
    미풍에 흔들리는 억새밭 지나면서 자연과 인생을
    노래 하셨군요.
    올려주신 글,사진들,
    바람따라 요동치는 억새의 물결처럼 제마음 흔들어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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