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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주변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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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인인 나와 도반이기도한  친구가 며느리 본다고 연락 온게 벌써 수 개월전..
그 결혼식날이 주말이다.
이 친구를 얻게 된 동기는 재미있다.
대구에 정이 들지 않아 한참 고생하던 서른하나쯤..

출산을 하고 복직을 하고..  출퇴근 시간에 드나드는 서점앞 골목길..
지금은 대형서적들에 밀려서 사라진..
당시 D서적과 H서림 또 J서적이라는 꽤 큰 서점들이 내 사무실에서 가차운 관계로
점심시간이나 한가한 시간에 서점에 들려 책을 사거나 책을 읽거나..

공교롭게도 D서점과 H서림의 두 서점 사장님들이 여성이었으며 하필 불교인들이어서 나와는 각별하게 지냈다.
인연이란 처음엔 가볍게 시작하여 무겁게.. 그리고 다시 가벼워지는것인지..
D서적의 노보살님께서는 내가 불교책을 구하는 것을 알고..
직원들에게  특별히 당부하셔서 불편함이 없도록 해 주셨으며

H서림의 보살님은 대구를 떠나기 전까지 나와 산행을 함께 해 주신 멋진 분이시다.
간호장교 출신이신..  보살님께서는  불보살님에 대한 법담으로 시작하고..
마무리는 항상 긍정적인 사고로 유연하게 살아갈 것을 부탁하시던.. 말씀 자체가 늘 법문이셨다.

친구와 나는 대구가 객지인 탓에 금새 친해진.. 거기다 동갑내기다.
처음 몇 개월은 그녀가 그 자리에 있는지 조차 몰랐다.
바로 대구서적 앞 1평 남짓 가게에서 붕어빵을 굽던..

어느 날.. 서점에서 책을 읽고 집으로 돌아 가려는데.. 내 또래의 부인이 아들아이를 달래며 바쁘게 붕어빵을 굽는데.. 그 모양새가 영.. 서툰게.. 상품가치로는 절대 아니다
생존경쟁에서 마케팅은 성능좋은 총인데... ㅡ.ㅡ
저 형편없는 모양으로  구운 붕어빵이 팔릴까 걱정되어 결국에는 한마디 아는체를 하고 만다.
- 그 붕어빵 팔릴까요?
그녀를 얻는 첫번째 프로포즈다..
그녀가 빙그레 웃으며
- 우리집에 식구 많아요.. 안 팔리면 집으로 가져가도 되구여.

그렇게 그녀와 안면을 익힌 후 간혹 그 붕어빵이 걱정되어 직원들 간식거리로 사기도하고 배고프다는 이유로 내가 먹기도 하고..
아는 분들에게 강매도 하고.. 덕분에 우리 아파트 경비아저씨두 그 붕어빵의 맛을 안다.
- 그 후 그녀의 붕어빵은 날로 발전하여 이뻐졌다.

얼마간을  그렇게 보냈는데.. 어느 날 그녀가 책을 읽고 있다.
무심코 바라보니.. 육조단경이 아닌가..
- 육조단경이란.. 법보단경이라고도 하고.. 중국불교6조이신 혜능선사가 펼친
금강경 주석서이다.
육조 혜능과..신수스님의 일화는 매우 재미있는데.. 이는 나중에 형편이 되면 소개
하기로 하고..

나는 그녀가 그냥 붕어빵을 파는 아줌마인 줄 알았는데..
금강경이라니..  ^^
그날 이후로 그녀와 퇴근 후 저녁 대신 붕어빵을 먹고 함께 절에 금강경을 독송을 하러 가기도 하고 그녀가 등록된 절에 손님으로 가기도 하여.. 그녀로 부터 얻는 불교지식도 많았다.
이 친구와는 간혹 운문사 새벽예불에 함께 가기도 하여.. 많이 친하게 지냈다.
또 육아에 자신 없던 나에게 좋은 육아선생이었던...

그런 그녀의 아들인..
위에 소개한 붕어빵 굽던 시절 칭얼대던 쪼끄만 녀석이 주말에 장개를 갔다.
색시가 울산 사람인데 선이 고운게.. 키도 크고 내 마음에도 들었다.
착하고 부지런하다고  시어머니인   친구가 극찬을 한다.
이미 회사도 취직하여 맞벌이를 할 수 있다며..
- 능력 있으니 장가를 일찍 가나보다.
아들 있는 나도 부럽다.

주말 아침 비행기로 울산을 향했다.
울산.. 태화강변의 낭만과.. 현대자동차의 전설로 유명한..
울산역과 울산공항.. 그리고 울산법원.. 아는게 고작  이 정도..

내가 사십즈음에 울산현대자동차에서 꽤나 노래 좀 한다는 사람들과 알은적이 있었다.
근로자노래자랑에 입상도 한 경험있다는..
그들에게 전화를 할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너무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은데다 주말이라 그들의 형편이 어떨지 잘 모르니..
거기다 오늘 혼사 혼주의 집이 대구 경산이다.
이 친구와 경산까지 대절한 차에 함께 타기로 하여  여정을 복잡하게 만들면
안될 일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노래를 좀 한다는 사람을 좋아한다.
학교 동창인 G는 섹스폰도 잘 부는데다 노래두 일품이다.
몇 해전 여름 해운대에서 섹스폰으로 아줌마들을 사로잡았다나 모래나..
증권사 지점장이었던 그는 내가 우울할때나 힘들어 할때 자신의 방문을 걸어 잠그고
전화로 노래를 불러 주던... 성의 있는 친구다.
지금은 베트남인지..
자신의  말로는 보따리장사라고 하는데
증권사 재직시절 빚 덕분에 한참을 힘들다가 이제 자리를 잡은, 사업가가 되어 있다.

또 노래로 친해진 친구도 있다.
친구 C와 J다..
C도 본래 나와 친한게 아니었다.
J의 친구인데.. 노래를 잘 하는 관계로.. 나와 친해진..
특히 C의 '여러분' 이라는 노래는 내가 힘들때 일부러 술을 사주며 불러 달라고
청할 정도다..
이들과는 가끔 기차여행이나 강변을 달리며 드라이브도 즐겼던 적이 있는데
요즘은 수험생 엄마들이어서 시간이 여의치 못한게 흠이다.

나는 가수라는 직업을 가진 프로들의 노래보다 자신의 생각이 들어 있는..
지인들의 노래를 좋아한다.

어제 해인사에 동행한 친구도 노래를 썩 잘한다.
사내녀석이  꼭 깎아 놓은 밤톨처럼 생겨서 카페나 술집에 가면 꽤 인기가 있는 편이다.
그와 술 마시러 가면 술 값 걱정은 안해도 되는...

같은 이유로 친해진 사람이 더 있는데.. 그가 바로 지리산 종주를 인도한 S다.그는  자신의 얘기 하는걸 끔찍히 싫어하는 관계로 나중에 그가 이 글을 볼 수 없을때 다시 이야기 할 기회가 주어지면 몰라도 지금은  언급이 불가능하다.ㅡ.ㅡ

울산 설명하다 길게만 늘어진..  울산 문수월드컵 경기장에 들어 있는 웨딩홀..
어마어마하게 많은 각 룸에서 30분 간격으로  처녀 총각들이  한 쌍의 부부로 탄생되고 있었다.
마침 쌍춘년에다 무슨 길일인지.. 예식장은 동 나 있었고
내 친구도 이 좋은 계절에  그간 잠도 안자며  아들을 위해 기도한 덕에
좋은 집안의 규수를 며느리로 맞았다.
그녀.. 이제 좋은 손자 얻기 위해 기도할 차례라고 심각하게 말한다.
주례로는  지역의 유지를 모셨는데.. 여느 주례사와 좀 다르다.
좀 솔직한 주례사였는데..
- 상대를 나에게 맞추려는 누를 범하지 말고.. 나를 상대에게 맞추도록 노력하여라.
신혼에서 가장 빨리 일어나는 문제의 핵심을 딱 짚어 주시는데..  연륜으로 보아
맑고 살아오신 흔적이 엿보여서 존경스럽다.

결혼식이 끝나고.. 대구로 올라와.....
경산이 집인 친구와 친구 가족들과 저녁까지 먹고 숙소인 호텔로 돌아온 시각이  
오후 8시..
숙소에 가 보니 이틀전에 택배로 보내져 헤어진 낯 익은 내 배낭이 놓여져 있다.
잠시 이별한 배낭이지만 반갑다.

산행에 필요한 물품을 다 넣고 스틱까지 끼워서 패킹하여 테이핑 처리한 배낭이 꼭
도살장 끌려가는 소 마냥.. 모양이 흉칙하여.. 얼른 배낭의 모든 테이프를 풀었다.
고급호텔이 아닌 요즘 유행하는 웰빙스파인지 그런 호텔이라 그런지 주변에 편의 시설이 있고.. 그런대로 시골 한적한 곳인데도 이용하는데 별 불편이 없는데..

내일 아침을 위해 간단히 먹거리를 사고..
잠시 쉬었다가 별도 보고 배낭을 챙기려던 것이 그만 잠이 들어 일어나 보니 아침 6시..
그것도 악몽을 꾸다가 깨어났다.
- 본래 새벽에 깰 수 있으면 운문사 새벽예불에 가려던 계획인데..
그래서 경산에 숙소를 정했던 것인데.. 꿈을 꾸다가  운문사행이 무산되어 버리고..
하필 악몽이람..
그 악몽이란게.. 내가 늦어서  산행이 취소되고..대강  그런 꿈이다.
다행이 06시라 서둘렀는데도.. 콜로 부른 택시가 늦는대다 신호대기가 많아서
그만 예약한 기차를 놓치고 말았다.
- 이럴 줄 알았으면 대구 시내에 숙소를 이용했다면..  내 잘못인데도 불평이 나온다.
- 하지만 꿈땜은 제대로 한 것 같다.
이제 나이가 드니 내 볼일로 어느 도시를 방문할때.. 비록 친인척이 거주 한다해도
신세를 지기가 불편하다. 예전처럼 대문을 열어 놓고 사는것도 아니고..
자신들의 식사조차 외식으로 일관하는 가정이 늘다보니.. 그래서 호텔이 제격이다
(변명)

이런 나를 두고 어느 친구가 이렇게 말한다.
- 요새는 호텔 아니어도 시설 괜찮은 숙소 많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남자들이야 아무대서 자면 어떠랴..
얼어죽지만 않는 기온이라면 시멘트 바닥에 양복 저고리를 덮고.. 하늘을 이불 삼아
구두를 베개 삼아 자도 상관 없다는게 평소 내 지론이다.
- 내가 남자를 부러워 하는 첫번째 이유다.

솔직히 내가 처음  호텔을 드나들때만 해도 오해 받는 일이 다반사였다.
왠 젊은 아줌마가 호텔 로비에서 사람 만나고.. 그런다고..
나는 호텔을 드나들때 그런 시선이 정말 이해가 안 갔는데..
나이 서른 넘어서 겨우 이해 좀 하다가 이제야 제대로 이해를 한다.
그런 일이라면 일부러 변명하지 않는다.
이유는 각자 생활의 사이클이 차이 나는 것이고..
생각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랴 싶기 때문이다.

호텔을 나서기 전에 코펠과 버너를 이용해 물을 끓여 커피를 한 잔 마셨다.
그리고 남은 물을 몽땅 끓여 가져간 보온병에 넣고.. 급히 배낭 패킹을 새로 한다.
당초 목적이야 가야산 산행이지만..  오늘 불러 놓은 사람들은 산행에 미숙한
그야말로 아마츄어급이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몰라도 내 몫은 내가 준비해야할 터이다.
그리고 어제 입었던 결혼식장용 의상을 배낭에 넣어야했다. 솔직히는 호텔에 맡겨서
택배로 받으면 될 일이지만.. 그게 차라리 번거로울듯 싶기도 하다.
- 예전에 출장 다닐때도 자주 쓰던 방법이긴 하다.
구두와 옷 한벌을 다 넣고  작은 핸드백까지 넣으니 38리터짜리 지리산 종주용 배낭에  1/3 이상이 차 버린다.

코펠과 버너를 넣고.. 생수 500mm 두 개와 간식 몇 개와 컵라면과.. 사과등을 챙겨서
출발을 위해 호텔에 체크아웃을 하는데 상냥한 아가씨가  인사를 준다.
이쁘기두 하다. (나이는 갠히 먹는게 아니다)
- 이럴때는 남자들이 이해가 간다.
나도 젊고 이쁜 아가씨들에게 눈길이 가는데.. 하물며 남자들이야.. 말해 무엇하랴..

택시로 경산역을 가는데.. 신호를 다 받느라..
기차가 혹여 연착이라면 모를까..  늦었다.
어제 예약한 차표가 날아가는 순간..
다음 차가 50여분 후에 있다.. 억울했다..
또, 대구역에서 대기하는 사람들의 원성도 감당해야 할 일이다.
한 사람에게 전화를 했더니..  택시로 오란다.
그러나 저러나  택시로 간다해도.. 어차피 늦었다.

기다렸다가 다음 기차로 가기로 하고.. 8시 16분 차표를 끊어 놓고 역 내에 설치된 주화 500원짜리 컴퓨터에 접속한다.
처음에는 공짜인줄 알았다.
몇 년전 홍성역에서 공짜로 사용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글씨 읽는게 귀차나서 대충 100원짜리 5개를 넣으니.. 컴퓨터가 꼼짝도 안하고
또로록...... 동전이 굴러 나온다.
옆에 젊은 친구에게.. 사연을 이야기 했더니..
이 컴퓨터는 덜  똑똑해서 500원 짜리만 읽을 줄 안단다.
주머니를 뒤지니 다행이 500원 짜리가 있다. 넣고 나니.. 건전지 바꾼 것처럼..
화면이 스르륵 바뀐다.
돈이 참 좋다고 생각되는 순간이다.
- 경산에서 대구를 향해 출발하는데.. 지난번 지리산 종주를 함께한 천안의 B군의 메세지가 수신된다.
"학교 선배님들 모시고 조령산 갑니다."
문자가 반가워 내가 가야산 가는 중이라는 문자를 보내고 통화를 시도하니..
그 친구 선배들 계셔서 답도 못하고.. 설설 긴다.^^
이제 B군은 우리나라 어느 산에 들어도 자신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내친 김에 안인섭 군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그의 답글이 이랬다.^^
- 몇 년만에 나이트클럽에서 노느라 퍼졌습니다.

대구역에 기다리는 일행들을 설득해서..
등산화를 신은 사람과 해인사만 갈 사람을.. 자동차와 버스로 구분했다.
해인사까지 갈 사람들은 먼저 출발 시키고..
산행을 같이할  친구만 남아서 서부정류장에서 기다려달라고 부탁하고..
다시 예약한 기차에 올라 대구역까지 약 15분 걸린다. 빠르다.
대구역에서 다시 서부정류장까지.. 지하철로 이동하기로 하고..
여기서 약 20분 소요..

오래전..그러니까 내가 해인사를 매 주 드나들던 스무살  시절에는 버스를 타고..
서부정류장에 가서.. 해인사행 버스로 갈아타려면.. 반나절이 소요됬었다.
왜 그리 느린지.. 그래서 해인사를 다니려면 꼬박 2무 3일이 걸렸었다.
그 때를 생각하며.. 혼자 미소 짓는다.

서부정류장에.. 등산복 차림의 B가 마중 나왔다.
겉으로 보기에도 어설픈.. 몇 년전 내 등산복장이다.
아무렇게나 패킹한 커다란.. 등산 배낭에.. 금강제화에서 선물권을 받았는지..몽조리 금강패션이다.

그녀와 둘이 해인사행 버스에 올라서.. 금산재를 기대했는데..
이런.. 금산재 넘어가는 길목에 왠 터널이 있다. 금산재를 넘는게 아니라 터널을 통과하여 고령읍을 지나 간다는 것이다.
아.. 이건 내가 가야할 스토리가 아니다.
나는 오래전 덜컹거리며 금산재 넘던 그 생각을 했는데..
아쉽고 다시 억울하다는 생각을 했다.

고령교 옆으로 암각화의 유적지도 볼 수 없고.. 금산재 정상에서 바라보는 우륵탑도.. 놓쳤다.
속으로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빠르고 안전하다는 이유로 금산재를.. 버린 얄팍한 상혼인지.. 애국심인지..
이럴 줄 알았으면 굳이 버스를 타야할 이유가 없는데..

대구를 떠난 버스는 약 한시간 쯤후에 매화산 입구에서 등산객들을 내려 주고 다시 해인사 경내로 진입.. 입장료를 받는다.
- 버스에 국립공원 관계자가 올라와 입장료를 수납하는 곳은 여기 말고 한 군데 더 있다. 바로 오대산 국립공원 월정사...

- 대구 합천 55km 그리고 합천 해인사 18km
자동차가 없는 우리는 3,500원 *2인 7천원을 내고..
해인사 입구에서 내려........ 일단 경내로 들어가 먼저 온 일행들과 합류하여
대웅전에 들려 삼배로서 내가 왔음을 부처님께 알리고.. 곧 대웅전 뒤에 위치한 장경각에 가서.. 경판이 잘 있는지 확인한 다음  각 전각들을 차례로 순례하고..  일행들과 헤어져..  가야산 상왕봉으로 향한다.

해인사에서 상왕봉 올라가는 표지판이 잘 보이지 않아 애를 먹었다.
- 이 건을 월요일인 어제 국립공원 가야산 측에 항의 했다.
가야산 가본게 언제인지 까마득하여.. 산길을 잃어 버린대다 그새  등산로에
새로운 암자들이 속속 들어서.. 이건 완전 절판이다.
암자들이 바깥 세상의 왠만한 사찰규모다..
암자라고 하면.. 작고 아담하고.. 전각이 두어개쯤..  대웅전도 없이 전각 하나에 대개
부처님도 자그마한 분을 모시고 그래야 할 것 같은데.. 부처님들도 크시고..
왠만한 사찰이라고 착각할만큼..
그런데 찾아오는 신도는 적은듯 큰 절과 달리 조용하다.

홍제암을 비켜서 오르는 길로 들어선 시각이 12시경..
모두가 올라간 시각이라.. 우리가 거의 꼴찌다.
좀은 부끄럽고..
그래도 가야할 길이니 서두리지 않고. 천천히 움직이는데
내 도반 B가 영 움직이는게 시원찮다.
본래는 발목이 시원찮은 나의 호위무사로 대동했는데.. 이건 내가 그녀의 호위무사를 해야 할 판이다.ㅠ.ㅠ

총 걸어야 할 코스는 4.3km  완만한 등산로에서.. 막판 급경사가 800m 뿐이다.
고산지대에서 보는 산죽의 도열을 받으며.. 가야산을 오르는데..
이미 잎이 떨어진 계곡에 물 소리 따라.. 단풍잎이 떠다닌다. 붉게 물들어 제법 만추를
보여주는..소나무가 간간히 보이는데.. 너무도 싱싱하여.. 재선충의 폐해가 없는게 기뻤다.
숲 또한 잡목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건강하게 보인다.
위로 올려다 보니 파아란 하늘이 360도로 돌아도 다 보인다.
어쩌면 이렇게 파랄까.. 싶다.
이 파란하늘에 밤이 오면.. 별이 잘 보이겠다고 혼자 추측만 하고  동행인 그녀와 말 없이 걷는다.
본래 말 수가 적은 그녀다. 헌데 오늘따라 말이 더 없다.
오랜만에 등산이라서일것이라 갠히 따라나섰다고 후회할까봐 조바심이 일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혼자 매화산부터 올라.. 종주코스로 산행할걸..
발목부상으로 조심하다가.. 오히려 마음만 무겁다.

천천히 올라가며.. 숲을 보며 걷는데.. 계곡의 물소리와 바람소리.. 까마귀 소리와..
간혹 오르 내리는 경상남북도 등산객들의 인사가 정겹다.
하필 이 때 지리산 생각이 났다.
비가 오지 않을 지리산에.. 이 햇살이 들었다면.. 필경 일출이 장관이었을 것이다.
가야산 산신령께서 노하실 일이라 잠시 생각하다 접고는 열심히 걸었다.
어느 만큼 가다 배가 고파오자 B가 가져온 김밥과 단감과.. 뜨거운 커피로 요기를 하고
다시 오른다.

가야산 정상이 곧 보일듯 하늘은 더 가찹게 느껴지는데..
지난 주 등산을 쉰 탓인지 내 발걸음도 그리 가볍지 않다.
자꾸 불편한 발목에 신경이 가는게.. 속도를 낼수도 낼 엄두도 내지 못한다.

거기다 배낭 무게가 만만찮다..
지리산 종주 배낭에서 식량만 빼고 다 들어 있는 셈인 배낭 무게..
동행인 친구가 내 배낭을 들어 보고는 눈을 흘긴다.
그녀 말이 이렇다
- 얼마나 비합리적인 산행인가?
그런 그녀에게 단 한마디로 일축해 버린다.
- 산에서 없어서 죽을 수는 있지만 무거워 죽지는 않는다.
그녀는 가볍게 단감 몇 개와 김밥 2인분.. 그리고 귤..
나는 산행시 귤을 준비하지 않는다. 썩지 않는다는 귤껍질이 쓰레기로 무게를 더하므로
나머지 김밥은 일행들에게 나눠주고 우리 것만 챙겨왔단다.
미련하게도 김밥을 집에서 쌌단다. 그러니 새벽잠도 설치고..
하지만 속으로만 말했다.. 맛있는 김밥에 솔직히는 감동한 처지다.
그리고 맥주를 한 캔 가져왔다
- 맥주를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그녀인줄 아는지로 내심 고마웠다.
혹시 몰라  모자와 장갑등을 여벌로 가져갔는데 그녀는 필요한 것은 다 갖춘..
프로 비슷한 등산객이다.

산행 시작 3시간여에 헬기장에 이르고..
여기서 직벽 비슷한 가파른 난코스에 이른다.
표고 차이는 별로 안 나는데 800m 전이라는 표지판이 있다.

내가 헉헉 거리며..  오르니까..
경상도 어떤 아저씨가 나를 보더니..  
-인제 가서 언제 내려옵니꺼?
힘이 들어 말도 못 잇는데  다음 사람 말이 걸작이다.
- 갠히 왔지예?
이 대목에서 말 없는 내 친구마저 웃겨 놓는 저 양반들..
말 좀 한다는 나도 함구해야하는..
하여간 경상도 아저씨들의 입담에는 당할 재간이 없다. ㅡ.ㅡ

마지막 몇 개의 철계단을 조심 조심 올라서.. 상왕봉에 오르니..
와........  정말 절경은 절경이다.
높아야 산이 아니라.. 아기자기한 봉우리들이..
맑은 날이라 조망도 넓다.
끝도 없이.. 연꽃처럼..  펼쳐진..
신라 고운 최치원이 신선이 되고 싶어 했다는 말을 이해했다.
어린 시절에는 그냥 산이면 다 산이라고 생각하고 겁 없이 걷던 시절이라면
지금은 그 의미를 두고 걷다보니.. 옛 어른들의 입장을 백번은 아니어도 조금은
이해가 갔다.

이 깊은 산에..   그 때도 세상이 시끄러워서 숨어서 지내고 싶을만큼.. 난세였을까..
무엇이 이 깊은 산중으로 그를 몰아 냈을까..
실로 최근에 읽은 어느 책  한 구절이 생각났다.
우리나라 유학파로는 고운 최치원이 원조란다.
그가 중국으로 유학가서 그 곳에서 득세를 하고 돌아온 나이가 29세...
그 후로 나라가 쇠하여..  고운이 나아갈 자리가 없기에.. 유유자적하니
홍류동 계곡에 농산정과 학사대를 설치하고..
글이나 읽다가 이를테면 실패한 유학생이라는.. 머 그런 류의 내용이다.

상왕봉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사진 찍는것을 워낙 싫어하는 그녀도 한컷 찍혀주고..
다른 가족들과 서로 품앗이로 사진을 찍어 준다.
정상은 춥고 얼음이 얼어 있다.
그리고 다시 이정표 있는 곳까지 내려와 볕이 좋은...
바람이 없는 곳을 골라 남은 식량을 전시해서 모두 먹기로 하는데..
맥주는 여기서 개봉하지 않고 대신 커피를 마셨다.

이제 하산을 해야할 때..
동행한 친구가 같은 곳으로 하산을 싫어한다.
기왕이면 새로운 것을 보자는  심사인데..
아까 원당암 스님 말씀으로는 백운동 으로 하산 하려면 차편도 없고..
그 곳은 성주군이라.. 수륜까지 이동해야하는데.. 나는 수륜이라는 곳을 모른다.
낯선 곳에서 서울행 차편을 놓칠까봐  아까부터 말은 안했지만 내심 걱정이 태산인데..
속도 모르는 친구는 굳이 백운동행을 고집한다. ㅠ.ㅠ
- 이럴때는 정말 혼자 산행이 좋은데..

이정표를 확인하고 백운동 가는 길로 들어 서는데 왠 오르막이 나온다.
여기서 갔던 길 돌아오는 이른바 알바 한번 하고..
오르고 내리기를 몇 번하니 칠불봉이 척 나오는게 아닌가
아까 저 쪽 상왕봉에서  멋진 봉우리가 있었는데.. 그게 이 칠불봉이다.  15시 50분
뜻밖의 소득에 내가 기뻐하고..

헌데 칠불봉 가는 길이 험하다.
마침 왠 남자분들이 다리를 맛사지 하길래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자기들은 저 아래 백운동 계곡의 국민관광호텔 직원들인데 극기훈련 중이라며
자기가 팀장이란다.
헌데 팀장인 자신이 다리에 쥐가 나서 체면이 말이 아니라고 투덜투덜 거리는데
그 모습이 꽤나 귀엽다.
- 이 양반이 지리산 천왕봉 얘기를 한다.
소시적에는 중산리로 천왕봉을 당일 코스로 뛰어 다녔다나 모래나..
듣고 있던 내가 결국 한마디 한다.
- 아저씨 이 쥐나는 다리로 소시적 이야기가 그렇고.. 지리산 나두 종주 몇 번 했다고 자랑을..
지리산 얘기가 나오자 그 팀장님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산에 대해 박식을 보여준다.
자신은 청옥 두타산 쪽 호텔에서 근무하고 이 곳에 온지 얼마 안되었다며..
그들중 한 사람이 칠불봉 오르는 것을 도와주고.. 하산하여 호텔로 찾아오면
차편을 제공해 주겠다는 친절을 잊지 않고 먼저 하산한다.

이제 백운동계곡으로 하산해도 차편도 있고 염려가 덜 되었다.
발목을 염려하여 조심 조심 하산하는데..
이쪽길이 완만하더더니.. 오히려 홍제암 길보다 어렵다.
너덜길도 많고..

그런데 동행한 B가 영 걷는게 션찮다.
왜 그러냐고 묻지 않고 모른체 하고 걷는데..
자꾸 처지는게 수상해서 결국 물어 보니.. 등산화가 작단다.
자신은 발 볼이 넓은데.. 등산화는 큰데 발 볼이 적은걸 구해서 지금 발이 쏠려
걷는데 불편하다고.. 하는데.. 도와줄 수도 없고 난감하다.

발목이 부실한 나보다.. 더 힘들게 걷는데..
걷다가  평지가 나와서 아까 구경만 하고 넣어둔 맥주 한 캔을 따서
구운 쥐치포와 함께 한잔 하는데..그  시원한 맛이라니 ㅋㅋㅋ
서울 가는 차편의 걱정도 잠시 잊고.. 즐겁다.

B가 배낭이 무거운지 자꾸 귤을 먹겠냐고 묻길래..
그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먹고 싶지 않다고 버텼다.
이제 그녀의 배낭에 먹을 수 있는 건 귤 뿐이고..
내 배낭에는 아까 홍제암 쪽에서 어떤 분들께 얻은 초콜릿바 2개 뿐이다.
만일 여기서 조난 당하면 우린 굶거나.. 기진하거나 둘 중 하나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빨리 걸어야는데..
이 친구 좀체로 걷지를 못하고.. 하산 인원이 우리가  끝인것 같다.

하긴 12시부터 올랐으니..오죽하겠나 싶다.
아까 '갠히 왔지예?' 라던 팀들 말이 생각나 둘이 마주 보며 깔깔 웃었다.
B가 해 넘어 가는것을 걱정하길래.. 내가 랜턴이 있음을 확인해 주고
이제 차도 놓친것 같고.. 천천히 하산하자며 안심 시켜 주었다.
사실 배낭에 물도 있고.. 비상식량인 스프와 누룽지도 있고..
코펠과 버너도 있으니..  거기다 핫팩도 있다..
무거워서 죽지 않을만큼 챙겼으니 마음은 든든하다.^^

하산을 한시간 반으로 잡았던 코스를 두시간 반을 쓰면서 겨우 겨우 내려와보니..
산세가 참 곱기도 이쁘기도 하다.
하산 마무리 시점에 성주 아줌마 세분이 떡 이야기를 하는데..
우린 배두 고프고 먹는 얘기하는 그 분들이 그냥 미웠다.
그 분들은 자동차가 있는 것 같고..
우리 둘은 하산하여 찾아갈 국민관광호텔 팀장을 떠올리며 부지런히 걷다가
매표소 입구에 아주머니가 옥수수를 사라는 것이다.

배가 고픈 B와 내가 망설이지 않고  돈을 꺼내자..
딱딱하고 까만 옥수수를 천원이라시는데..
솔직히 상품가치로는 제로인데.. ㅠ.ㅠ
배두 고프고 그걸 팔겠다고 결심한 이 분들께 실망 드리기가  그래서
그냥 먹기로 하고 반씩 잘랐다.
먹보인 B가 내게 큰 조각을 건내준다.
나는 안다.. 그녀가 왜 큰 조각을 내게 건내 준지를..
내가 배고 안 고프다며 작은 것으로 바꿔 달라고 하고..
그녀가 큰 쪽을 먹는다.
사실 치과를 자주 가는 나는 저 옥수수로 내 이빨이 성할지가 걱정이다. ㅠ.ㅠ

그런데 잠시 그 옥수수 파는 분들과 몇 마디 하던 B가 나보고 트럭을 타란다.
의아해하는 내게 그녀가 말한다.
- 이 분들의 집은 가야산 해인사 부근인데... 가는 길에 해인사에서 내려오는 버스를
타도록 근처 가야에 내려준다고..

세상에 금새 착한 일 하나 했는데.. 부처님은 눈두 밝으시지.. ㅋㅋㅋ
부처님의 가피로 생각하고 덜렁 트럭 적재함에 올라 탔더니..
아주머니와 아저씨께서는 추울까 우리를 걱정하신다.
윈드자켓을 끝까지 올리고.. 모자를 쓰고.. 바닥에는 종이상자를 깔고 앉아
걱정 마시라고..
가다가 경찰이 있으면 엎드리라는 부탁까지 하시는데 자못 심각하시다.
글차나도 호텔측에 팀장에게 어떻게 부탁하나 큰 걱정이었는데..
내심 무지 기쁘고 감사했으니 추운게 무슨 대수랴 싶었다.
- 내 친구가 입은 쟈켓은 바람막이가 아니라 운전석 바로 뒤 적재함에 기대게 했다.
  바람막이 쟈켓이 이럴때도 필요한...

그 분들이 야천이라는 곳에 내려주시고.. 잘 가라는 인사까지 챙겨서 헤어진 후
해인사에서 내려오는 버스를 타긴 했는데.. 내가 예약하고 결제까지 끝낸 내 차표가
그만 날아가 버렸다 ㅠ.ㅠ
다시 예약을 하려니.. 아들늠은 농구장에 남편은 친척집에... 놀러 가고 빈집이다.
전화로 여러번 시도하니.. 겨우 무궁화 좌석 한장 있단다.
그것을 예약하니 시간이 약 50분가량 남을것 같았다.
남는 시간이 아까워 서부정류장에 내리기 전까지 머리를 썼다.
저녁으로 무얼 먹고 헤어질까.. 그러다 따로국밥이 생각났다.
주문과 동시에 빨리 나오는 메뉴인데다 그걸 먹어본지가 오래 되어 꼭 먹고 싶었다.
- 스무살 시절에 해인사 드나들 때 먹어본 적 있는 따로국밥..
그때는 이 음식을 먹을 줄 몰라 국은 취소하고 밥과 김치만 먹어서 그 식당 주인이
밥값만 받아서 내 여비를 아껴주던.. 고마운 따로국밥이다.
서른 넘어 대구 근무시절.. 이 음식 먹는 것을 익혀 놓은 덕이다.

학교 선생인 B는 생긴거와 달리 순대국밥 이런 것을 좋아한다.
언젠가도 나와 여행하다가 순대국밥을 주문하는 통에 내가 많이 웃었는..
나는 순대국밥 이런거 잘 먹지 못한다. 비장이 약하기 때문이라는게 이유인데..

어쨋든 순대국밥 먹고 싶다는 B를 설득하여 중앙로(지난번 전철 화재사건 난 곳)에 내려 외환은행 뒷편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빨리 나오는가 묻고는 맛있게 먹었다.
두 그릇에 9천원..
예전에 얼마였는지.. 아마 500원쯤 올랐나보다.
중앙로에서 대구역까지 약 10분거리..
밥을 먹고도 걷고.. 남는 시간이다.
여유롭게 차표를 구해서.. 20시 58분.. 서울행 무궁화 기차에 올랐다.
서울도착시간이 01시가  되어가고..
나는 오늘도.. 오밤중에 배낭 지고.. 집 나간 아줌마 이름표를 떼지 못했다. ㅠ.ㅠ


  • ?
    이안 2006.11.14 12:37
    가야산을 가본적 없다시는 분들이 계셔서... ^^
  • ?
    오 해 봉 2006.11.15 00:12
    이안님의 사람사는 이야기와 프로필 잘 읽었습니다,
    직장을갖은 가정주부 이면서도 원거리산행도 그리 잘 하시는군요,
    불교를 좋아하시니 섬호정 선생님의 하동송림에 가보세요,
    OK 마운틴에 가셔서 J-3클럽과 태달사에 들려서 태극종주도 훝어
    보시고요,
    ofof.net에 또 한분의 새로운 강타자가 등장한것 같습니다.
  • ?
    이안 2006.11.15 10:16
    네, 오해봉님.. 말씀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 곳에서 자유롭게 머물고 싶으며 인연이 닿으면 닿는대로 다하면 다함대로 지낼까 합니다.
    오고 감에 묶이다 보면 이 역시 저 답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므로...
    관심으로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냥 산에 드는 이들의 마음이 나와 같으려니.. 하면서
    위로 받습니다.^^
  • ?
    김현거사 2006.11.15 15:44
    글 솜씨가 좋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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