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산행기>주변산행기

조회 수 1806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백두 19 구간

▣ 일시 : 2006년 9월 30(토) ∼10월 1일(일)  

▣ 구간 : 하늘재-포암산-대미산-차갓재-황장산-벌재

▣ 산행기

다시 또 5달 만에 나서는 대간 산행이다.
그 동안 대간산행을 같이 해 오던 양삼봉君이 갑작스런 건강상의 문제가 생겨서 대간종주를 중도에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백두대간 종주라는 바람을 집어넣은 장본인이 바로 양삼봉君이었는데… 서운한 마음 금할 길 없지만 어쩔 수 없는 사정이기에 앞으로는 한두순氏와 둘이서 나머지 구간을 계속 이어 가기로 한다.

장마철이 지난 후 산행 날자를 잡을 때마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3번이나 연기한 끝에 겨우 떠나게 되었다. 한두순氏의 차에 새로 장착한 네비게이션 덕분에 들머리인 하늘재까지 가는 길을 찾느라 신경을 쓰지 않고도 예정보다 거의 한 시간이나 일찍 하늘재에 도착하니 하늘 가득한 별빛이 내일의 기분 좋은 산행을 예고해주는 것 같다.

05:00. 휴대폰 알람 소리에 잠을 깨서는 하늘을 보니 예상대로 날씨는 좋을 것 같다. 이번 구간은 27km가 넘는 거리에 처음으로 비박을 하기로 계획했다. 차 안에서 김밥으로 간단한 아침을 때우고 배낭을 점검하는데, 아차! 왜 이리 빠뜨린 게 많은지- 지도, 점심용 라면 2개, 헤드랜턴 1개, 커피믹스, 거기에다 버스에서 흘리고 온 얼린 쥬스 1.5리터 1병.
다른 건 몰라도 라면과 헤드랜턴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비상식으로 점심을 때우고 속도를 빨리 하여 해지기 전에 야영지에 도착하기로 하고 출발을 서두른다.

홀로 온 산객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가파른 비탈을 40여분 땀 흘려 올라서니 툭 터진 시야에 시원하게 전망이 펼쳐진다. 잠시 숨을 돌리고 능선을 밟아가는데 <포암산 0.3km> 이정표부터 바위지대가 나타난다. 아니, 바위지대는 저번 구간으로 다 끝난 게 아니었나? 밧줄과 나무 등걸을 잡고 엉금엉금 기다시피하여 간신히 포암산 정상에 이른다.

만수봉 갈림길을 지나고 884봉과 844봉은 어디인지 알아차리지 못한 채 계속 이어지는 능선 길은  제법 고도 차이가 있지만 그런 대로 평이한 흙길의 오르내림이 이어지면서 곳곳에 전망이 툭 트인 곳에서는 산들바람에 땀을 식히며 경관을 감상할 수 있어서 오래간만에 이번 구간에서는 상쾌한 산행을 즐길 수 있겠다고 가슴이 부풀었다.(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착각"이었음이 곧 밝혀졌다)

그러나 "룰루랄라 휘파람 불면서 가기에는" 안심은 아직 일렀다. 다시 이어지는 바위지대는 점차 난이도가 높아지고-
거의 1시간 동안을 밧줄과 씨름한 끝에 겨우 1032봉에 도달한다.
이제는 한결 편안해진 흙길로 잡목 숲을 지나 30여분을 걸어서 1062봉인 듯 측량표지석이 있는 곳을 지나니 길가 곳곳에 피어있는 온갖 가을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까까지 바위지대를 지나올 때도 있긴 있었지만 눈여겨 보지 못했었는데, 꽃도 마음이 느긋해야만 보이나 보다. 이곳은 구절초보다는 쑥부쟁이나 개미취 같은 것들이 훨씬 더 우세를 보이고 있다.
표지 리본이 수북이 달린 부리기재를 지나고 1시간을 더 걸어서야 대미산에 도착한다.

아까 10시경에 간식을 먹긴 했지만 오늘 점심인 라면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더욱 배가 고파지는 것 같다. 물도 보충할 겸 눈물샘에서 비상식을 몽땅 털어서 점심을 대신하기로 한다. 오다가 약초꾼에게서 얻은 빵과 닭튀김, 소머리고기에 배를 곁들여 메뉴는 그럴 듯 한데 양(量)이 원체 적다 보니 간신히 허기만 면하는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 산에서는 "먹은 만큼 간다"고 누가 말했던고?
대신에 라면을 끓여 먹고 그릇을 닦고 하는 시간이 절약돼서 아침에 늦게 출발한 시간을 보충하게 됐다.

눈물샘을 지나서부터는 다시 죽죽 뻗은 소나무(?) 숲을 통하는 기분 좋은 오솔길이 이어졌다.
1051봉을 지나고 작은 봉우리의 오르내림이 계속 이어지다가 갑자기 길가에 나타난 표지판- 아! 대간 길의 중간지점 표지인 것이다!
지리산 천왕봉에서부터 산등성이 마루금을 따라 설악산 너머 진부령까지 734.65km의 딱 중간 지점이 바로 여기인 것이다.(다른 자료에는 735.6km라고도 한다)
2002년 월드컵을 하던 해, 2월에 시작했으니 4년하고도 7개월만에 절반을 왔으니 이 진도로 계속 나간다면 2011년 4월에 가야 끝난다는 얘기가 되는 건가? 남들은 대개 1년∼1년 반, 늦어도 2년이면 끝난다는데 참으로 게으른 대간꾼이 아닐 수 없다.

차갓재를 지나 좀 진행하다 보니 장승 2기가 세워져 있고 아담한 비석에 이곳이 또 다른 대간 중간지점이라고 알리고 있다. 뭐 아스팔트 포장길이 아니고 산길이다 보니 실제로 줄자를 가지고 실측을 했다고 하더라도 재는 사람과 시기에 따라 몇 km쯤 들쑥날쑥 하는 건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제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랜턴이 하나 밖에 없어서 어두워지면 저녁 식사와 야영을 준비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을 텐데 자그마한 봉우리를 넘어서니 작은 차갓재 표지가 보이고 조금 더 가서 헬기장에 배낭을 내려 놓고 자료에 나와 있는 대로 북쪽으로 난 발자국 흔적을 따라 어둡기 전에 물을 구하러 갔는데 한참 있다가 떠 온 물은 흙탕물이었다. 할 수 없이 눈물샘에서 가지고 온 물을 아껴 가면서 밥과 찌개를 하고 흙탕물은 잘 가라앉혀서 내일 쓰기로 한다.
처음에는 헬기장에 비박 장소를 잡았었는데 바람도 좀 불고 바닥이 콘크리트이어서 줄을 잡아맬 팩을 박기가 곤란하므로 다시 헬기장 끝에 있는 잣나무 숲속으로 옮겼다. 빽빽한 잣나무 숲이 바람을 막아주고 바닥에는 나뭇잎이 양탄자처럼 푹신하니 깔린 데다가, 사방이 나무이니 줄을 잡아매기도 좋고 땅도 부드러워서 팩도 쉽게 들어가니 야영 장소로는 그야말로 최적의 장소라고 하겠다.

눈물샘에서부터 쌀을 물에 불려와서 그런지 밥이 아주 잘 되었다.  김치에 돼지고기와 스팸, 참치 통조림 하나를 넣고 찌개를 끓여가면서 별빛을 조명 삼아 소주 한잔에 하루의 피로를 풀어본다.

새벽에 지나가는 산꾼들의 발자국 소리를 분명히 들은 것도 같은데, 비몽사몽간에 지나고 깨어보니 예정보다 1시간이나 지났다.
서둘러 어제 남긴 밥과 찌개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마치고 어제 떠온 흙탕물을 밤새 가라앉힌 것을 다시 키친타월로 걸러서 오늘 쓸 식수를 준비한다.

또 다시 급경사 오르막을 40여분 올라 능선에 올라서니 오른쪽으로 길이 꺾어지는데, 가야할 방향으로  보이는 것이라곤 불끈불끈 바위들이다.
고소공포증에다 다리도 짧고 겁이 많은 나는 이렇게 바위지대만 만나면 완전히 게걸음이 된다. 밧줄 잡고 오르기라면 히말라야 임자체봉을 오를 때 지겹도록 해 봤었지만, 거기서는 쥬마를 썼던 거라 여기서 맨손으로 오르는 것이 훨씬 더 어렵고 힘든다.    
간신히 도착한 황정산에서 한숨 돌리고 이제는 끝났나 싶었는데, 또다시 바위가 이어진다.

이제는 진짜로 바위지대가 끝났는가 보다. 황장재까지 2시간을 예정했었는데 30분이 더 걸렸다.
이제 비로소 전형적인 대간 길의 모습을 되찾은 푹신한 낙엽 깔린 오솔길을 걸어 마지막 피치를 올려 작은 봉우리를 넘어간다.

가다가 이렇게 손으로 만든 이정표를 만나게 되면 만들어 놓은 분들의 수고에 감사의 마음이 절로 든다. 목원대학교 표언복 교수님- 이 분의 정성어린 손길은 대간 길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고맙습니다.

드디어 나무 사이로 길이 보인다. 오늘의 종착지 벌재에 다다른 것이다. 고개마루 절개지 공사 때문에 원래의 길은 사라져 없어지고 낭떠러지 같이 급하게 내리꽂는 샛길을 먼지를 날리며 벌재에 내려선다.

▣ 기록  

9월 29일(금) 21:00   신림동 출발
9월 30일(토) 00:10   하늘재 도착, 차 안에서 앉은 채 취침.
             05:00   기상, 준비해 김밥으로 아침식사하고 출발 준비
산행 시작(06:15) → 포암산(07:25) → 중간에 30분 정도 쉬면서 간식 → 1032봉(11:54) → 1062봉(12:30) → 부리기재(12:53) → 대미산(13:57) → 눈물샘(14:12/15:00) → 1051봉(15:17) → 백두대간 중간표지(16:35) → 차갓재(17:19) → 작은차갓재(17:51) 야영
10월 1일(일) 06:10  기상, 출발 준비
산행 시작(07:40) → 황장산(08:57) → 감투봉(09:24) → 황장재(10:09) → 폐백이재(11:42) → 928봉(12:20) → 벌재(13:00), 동로면에서 택시를 불러 하늘재로 이동, 귀가

산행거리 27.2km/백두대간 구간 27.2km(백두대간 누적거리 388.0km)

▣ 정보

ㅇ 아침 도시락 \10,000  휴게소 음료수 \4,000 택시 \25,000(벌재-하늘재/미터제)
    빙과 \3,000  점심 \10,000    계 \52,000/2=\26,000(왕복 자가용 경비 제외)
ㅇ 식수 구할 수 있는 곳 - 하늘재, 눈물샘, 차갓재(흙탕물).
ㅇ 18구간에 버금가는 바위지대임.
ㅇ 차갓재 야영지는 헬기장 보다는 헬기장 끝에 있는 잣나무 숲속이 더 좋음.

  • ?
    부도옹 2006.10.11 00:40
    말씀대로 시작이 반인데 벌써 절반을 하셨으니 다 끝마친 셈인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이곳은 . . moveon 2003.05.23 4360
242 2006년 5월의 소백산.. 2 이안 2006.11.15 1843
241 2006-11-12(일) 경남 합천군 가야산... 4 이안 2006.11.14 2267
240 뒷산에 오르다(매주 가긴 하지만.. ^^;) 3 그루터기 2006.11.12 2286
239 2006년 2월 4일의 소백산 산행기 2 이안 2006.11.10 2038
238 민둥산 산행기 3 구름산 2006.11.09 1913
237 금원산 散步記 4 김현거사 2006.10.23 2130
» 제19구간(하늘재-벌재) 1 김수훈 2006.10.10 1806
235 설악산 십이선녀계곡 사진 입니다.^^ 4 해성 2006.08.21 2977
234 내장산 종주 5 오 해 봉 2006.08.01 4299
233 끔찍하게 아름다운 용아장성을 다녀와서... 4 폭탄주 2006.06.22 3598
232 내 생애첫번째 종주산행.... 덕유산 종주기(영각사~향적봉) 3 코부리 2006.06.07 3141
231 제18구간(이화령 - 조령3관문 - 하늘재) 2 김수훈 2006.05.25 2027
230 제17구간(지름티재-희양산-이화령) 1 김수훈 2006.04.23 1663
229 히말라야 임자체 산행기- 못다한 애기들 5 김수훈 2006.03.28 3095
228 히말라야 임자체 산행기-9 6 김수훈 2006.03.27 2950
227 히말라야 임자체 산행기-8 8 김수훈 2006.03.22 4781
226 히말라야 임자체 신행기-7 8 김수훈 2006.03.20 2823
225 히말라야 임자체 산행기-6 4 김수훈 2006.03.17 2821
224 히말라야 임자체 산행기-5 11 김수훈 2006.03.13 3136
223 히말라야 임자체 산행기-4 5 김수훈 2006.03.12 304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8 Next
/ 1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