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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제20구간

▣ 일시 : 2006년 11월 11(토) ∼12일(일)  

▣ 구간 : 벌재 - 저수령 - 묘적봉 - 도솔봉 - 죽령

▣ 산행기

10월 단풍철에 지나가려고 했었는데, 한 달 늦어지면서 때이른 추위가 닥치는 바람에 엄청나게 고생을 하게 되었다.
이번 구간에는 바위지대가 별로 없다고 알려져서 좀 다행스럽지만, 역시나 식수가 큰 걱정거리다. 점심 먹을 장소인 저수령에서부터 날머리인 죽령까지 사이에 물이 없으니 하루치 필요한 물을 저수령에서 몽땅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얘기이다. 지난 19구간에서 물 때문에 고생한 것을 거울 삼아 이번에는 각자 4리터의 물병을 가져가기로 한다. 코스가 순탄하다고 하니까 물을 4리터에 대한 무게 걱정은 좀 덜하다.
문경I.C에서 고속도로를 나와 문경읍을 지나 동쪽으로 가야 하는데 내비게이션의 지시대로 핸들을 돌리다 보니, 지난 번과 다르게 점촌을 거쳐 돌아가는 바람에 생각보다 30분 이상 늦게 벌재에 도착해서 갓길에 주차시키고 맥주 한 병을 마시고는 잠을 청했다.

05:30; 집에서 싸가지고 온 유부초밥에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먹고는 배낭을 정리하고 산행 준비를 서두른다. 금요일의 일기예보로는 토요일 오전 중에 약간의 비가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비는 이미 그친 것 같지만, 기온은 차갑고 간간이 부는 바람이 다리를 싸늘하게 감싼다.
벌재 도로 정상부에서 남쪽으로 100여미터 내려간 곳에서 진입하는 편한 길이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거리나 시간이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아서 직접 능선길로 접어들었다.(07:07)
야트막한 언덕 하나를 넘으니 "편한 길"이 가로지르고 약간 오른편에 커다란 <문복대> 안내판이 서 있다.(07:15) 대개의 구간 들머리는 초반부의 경사가 심한 편이었는데, 이번 구간은 완만한 경사의 흙길에 수북이 쌓인 참나무 낙엽은 푹신하기 그지 없다. <823봉>에는 산불감시초소가 없어졌고 아무런 표지가 없어서 그냥 짐작으로만 지나치고, 그 뒤에 금방 도착하는 <돌목재>에는 "목원대학교 표언복" 교수의 표지판이 반갑게 맞이한다.(07:52)

다시 갈잎 푹신한 길을 한참 오르는데 지난 번에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것이 군데군데 보인다. 양지 바른 곳에서는 쾌적한 가을산행이었다가도 날등 위로 올라서 바람을 맞거나 응달진 곳으로 들어서면 싸늘한 기운이 감도는 것이 아무래도 바지를 잘못 입고 온 것 같다.  
1020봉을 지나 30분 정도 더 가니 <문복대>라는 표지석이 반갑게 맞이한다. 아직은 기운이 있고 바람도 차가워서 사진만 찍고는 쉬지 않고 그대로 진행한다.

<옥녀봉>은 아무런 표지가 없고 봉우리다운 형상도 갖추지 않았는지 알지 못한 사이에 지나쳐 버렸고 나무 사이로 언뜻 집들이 보이면서 <저수령>이 가까운 듯한 기대에 부풀었으나 내려선 곳은 저수령이 아니고 <장구재>라는 표지판이 있는 임도였다.

다시 작은 능선 하나를 가볍게 넘어서 햇살 가득히 퍼져 있는 <저수령>에 내려 선다.

저수령에서 된장찌개로 점심식사를 하고는 물을 보충했다. 여기서부터 내일 산행을 마치게 될 죽령까지 물이 없으니 두 끼 취사와 산행 중에 마실 물로 각자 4리터씩을 담으니 어깨를 누르는 배낭 무게가 상당히 늘어났다. 그나마 앞으로의 코스가 비교적 고도 차이가 적고 바위지대가 없다는 점이 위안이 된다.  
햇빛은 화창하게 비치는데 한 차례 바람이 불거나 그늘진 곳에 들면 종아리가 시릴 정도로 기온이 차갑다. 겨울바지가 아니고 가을바지를 입고 온 것을 몇 번이고 후회한다.
정상 표지석이 깔끔하게 놓여져 있는 촛대봉과 팻말이 없었으면 봉우리인지 아닌지 모르고 지날 뻔한 투구봉을 비교적 힘 안들이고 지나고, 수북이 쌓인 낙엽으로 덮인 등산로는 계속 부드러운 오르내림으로 이어진다.
길 양 옆의 그늘진 비탈면에는 이따금 지난 주에 내린 눈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 보이기도 하고 배재와 싸리재를 지나면서 약간의 바위지대가 나타났지만 예전 희양산이나 황장산의 암릉 구간와는 비교할 정도가 아니라서 아주 가볍게 지나간다.

저수령에서 잔뜩 짊어진 물이 점차 어깨를 압박하더니 이제 제법 부담을 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오늘의 일정을 마치기에는 많은 거리가 남았다.
이제 <흙목정상>이다. 누군가 산행기에서 "흙목정상"의 뜻이 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썼던데 정말 어떤 연유에서 붙은 이름인지, 무슨 의미인지조차 잘 모르겠다. 그냥 등산로 중의 약간 너른 공터일 뿐인데 "정상"은 뭐고, 또 "흙목"은 무슨 말인지-

어깨는 무거워도 길이 편한 덕분에 그래도 쉬임없이 발길을 놀리니 이제 솔봉을 지나고 점차 저녁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원래는 묘적령 부근에서 야영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으나, 아주 좋은 자리도 아니라고 했고, 컨디션도 썩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해서 그 전이라도 시간을 봐서 적당한 자리를 잡으려고 마음먹었다.

<모시골 정상>이라는 이정표가 있는 곳에 제법 그럴 듯한 공터가 있어서 여기에서 야영을 하기로 했다. 예전처럼 3~4인용 텐트를 가지고 왔더라면 자리가 좁은 감이 있지만 오늘은 1인용 텐트가 두 개이므로 자리 잡기에 융통성이 있었다.

새로 장만한 1인용 텐트(코베아社, 솔로이스트)를 나란히 치고 나니 금방 어두워졌다. 산에서는 해만 넘어가면 금세 캄캄해지기 때문에 야영을 할 때는 일몰 전에 산행을 마치는 것이 좋다.
저수령에서부터 무겁게 메고 온 물이 충분하기 때문에 오늘은 물 걱정없이 식사 준비를 했다. 밥과 김치찌개가 끓는 동안에 골뱅이 통조림을 안주하여 소주 한잔으로 오늘의 산행을 되짚어 본다. 삼봉君이 같이 왔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얘기도 하면서, 건강을 되찾기를 빌기도 했다.

밤새 바람소리와 함께 비가 오는가 했는데 텐트 사이로 빼꼼이 내다 본 하늘에는 별이 총총이다.
잠깐 더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 보니 아뿔사! 물이 다 얼었다. 밤에 마시려고 텐트 안에 가지고 들어간 물병의 물 조금을 얼른 데워서 얼어붙은 물병에 붓고 밥을 찌고 국을 끓이는데, 다운자켓에 덧바지를 잔뜩 끼어 입었는데도 추워서 덜덜 떨린다. 무엇보다도 장갑을 끼고도 손이 시려서 식사를 준비하는데 애를 먹었다.
밥을 먹고 뒷정리를 하는데, 죽령 쪽에서 넘어오는 산꾼들이 지나간다. 어제는 하루종일 아무도 만나지 못했는데. 물어보니 죽령에서 새벽 3시에 출발했다고 한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그런 밤중에 산행을 하면 무엇을 보고 느낄 것인가? 그저 단순히 "이러이러한 구간을 지나갔다"는 사실 자체만이 의미가 있는 모양이다.
결국 끝까지 녹이지 못한 큰 물통의 물(2리터)은 이정표 밑에 얌전히 두고 떠났다. 물이 귀한 이 구간에서 물이 떨어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면서-

아침 햇살이 퍼지는 가운데 이제는 산악회 단체팀들도 몇 팀이 지나가는데 한결같이 우리와는 반대 방향이다.
40여분 지나니 어젯밤에 야영을 하려고 생각했던 묘적령이다. 여기서부터는 <소백산국립공원>의 구역에 들어가는 동시에 출입금지 구역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한쪽 눈을 슬쩍 감고 표지판을 돌아간다.
묘적봉은 아무렇게나 쌓은 초라한 돌탑과 동판으로 된 명판이 있지만 그다지 봉우리다운 면모는 없어 보였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서 사진 한 장만 찍고서는 쉬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
  
한동안 잡목숲의 능선을 따라가다가 잠시 앞이 터진 곳에서 도솔봉이 모습을 보여주는데 만만찮은 바위지대와 자세히 보니 중간쯤에 계단인 듯 싶은 것도 보인다.
마치 지리산 삼도봉의 550계단을 연상시키는 계단이 나타났다. 길이는 훨씬 짧지만 경사가 심하여 계단 한 개의 높이가 한참 높아서 어떤 곳에서는 네 발로 기어야 하는 곳도 있다.
올라가다 주저 앉아 올려다 본 하늘은- 아,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는 느낌! 바로 그 자체였다.
수채화 물감으로 엷게 칠한 것 같은 색감(色感). 텅 비운 머리로 그저 바라볼 뿐이기를 한동안- 보이지 않는 손이 흰색 물감의 붓으로 선을 주욱 긋고 있다. 아, 설산(雪山)으로 가는 길이구나!  

계단을 두 차례 올라서니 드디어 <도솔봉>이다. 툭 터진 전망이 북쪽으로 죽령고개에서 소백산의 제2연화봉으로 오르는 길이 마치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오르는 도로처럼 가늘게 보인다. 바로 다음 구간에서 오르게 될 길인 것이다.

이제 제법 등산객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대간꾼들이 아니라 짧은 당일산행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정상을 물어보는 것이 아마도 도솔봉이 목표인 듯 싶었다.
도솔봉 정상 근처에서부터 삼형제봉 정상까지는 제법 바위가 있어서 위험하기까지는 않아도 조심을 할 필요는 있었다. 더군다나 낙엽이 두텁게 깔려 있어서 그 밑의 길 상태를 알 수 없는 곳이 상당히 있었다. 이런 곳을 해빙기에 지나다가는 낙상하기 십상이다.
삼형제봉을 지나면서 이제 대간길은 고도를 낮추느라 내리막 경사가 계속 이어진다.
오랜만에 만나는 산죽 군락지대를 지나고 길이 오른쪽으로 돌면서 죽령 도로 주변의 건물들이 언뜻 보이기 시작하는데, 대간길은 차도로 내려설 생각을 하지 않고 평행으로 동쪽을 향하고 있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수없이 지루하게 넘고 지나 드디어 죽령샘에 도달했다.

자,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다. 예정보다 많이 늦긴 했지만, 그래도 갑자기 생각보다 추운 날씨에 복장이 미비했던 걸 감안하면 무사히 산행을 마치게 된 것이 행운이라 여겨진다.

공단사무소의 문 형(兄)에게 전화를 걸어서 오랜만의 해후를 하고, 벌재로 돌아가서는 차에 있던 맥주 한 병을 혼자 마시고 그냥 골아 떨어졌다.
장시간 고속도로의 정체에도 불구하고 운전하느라 고생한 한두순 氏에게는 매우 미안했지만...

▣ 기록  

11월 10일(금) 20:30   신림동 출발
11월 11일(토) 00:30   벌재 도착, 차 안에서 앉은 채 취침.
               05:30   기상, 준비해 유부초밥으로 아침식사하고 출발 준비
               07:07 산행 시작 → 돌목재(07:52) → 문복대(09:06) → 임도(10:06) → 저수령(10:24/11:40, 점심식사) → 촛대봉(12:11) → 투구봉(12:27) → 배재(13:53) → 싸리재(14:25) → 흙목정상(15:13) → 송전탑(15:25) → 솔봉(16:20) → 모시골정상(16:38) 야영
11월 12일(일) 05:50  기상, 아침식사 및 출발 준비
08:16 산행시작 → 묘적령(09:02) → 묘적봉(09:49) → 107계단(10:45) → 도솔봉(11:13) → 150계단(12:13) → 삼형제봉(12:25/12:40) → 1286봉 삼거리(13:27) → 죽령샘(14:18) → 죽령(14:55)
벌재로 이동, 귀가

산행거리 26.3km/백두대간 구간 26.3km(백두대간 누적거리 414.3km)


▣ 정보

ㅇ 휴게소 음료수 \1,200   점심(저수령) \10,000   오뎅(죽령) 계 \5,000  합계 \16,200/2명
ㅇ 식수 구할 수 있는 곳 - 저수령휴게소, 죽령샘(가뭄에는 믿을 수 없음), 죽령휴게소.
ㅇ 전반적으로 코스는 순탄하며, 도솔봉과 삼형제봉 정상 부근에는 약간의 바위지대가 있지만 위험한 정도는 아님.


  • ?
    부도옹 2006.12.06 21:58
    추운데 가을바지로 고생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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