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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8월 15일을 전후로 휴가를 가는 이안입니다.
다음 글은 04년도에 한라산에 올랐던 글입니다.
당시 대학선후배들과 산악회 하나를 조성하여 몇 달만에 쫄딱 망해 묵고
혼자 한라산을 갔습니다. ㅡ.ㅡ

오해봉님께서는 가족과 가라시지만 휴가는 순수하게 제 자신을 위하여 쓰고
싶기에.. 오랫동안 혼자서 즐깁니다.
좀 이기적이라고.. 하시겠지만 앞으로도 휴가는 혼자 가게 될 것입니다.
아들(現 고2년) 장가 들여서  며느리를 보면.. 그래서 며느리가 같이 가자면..
같이 갈까 합니다.

2004-08-14(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비가 주룩 주룩... 내립니다.
배낭에 스틱까지 꼽아놓고 등산화를 신다가 비 맞고 집을 나가려니 왠지 처량하여
잠시 주저 않아 차 한잔 마셔두 보구 거실 탁자위 잘 보이는 자리에 배낭을 전시해
놓고는 와따 가따.. 우왕 좌왕...갈팡 질팡...
그러다 예약된 뱅기 노치고 말았지요.

숙소는 호텔이 아닌 모회사 휴양지인 관계로..  숙소 이용료  싸고(1일 1만원)
제주시내에 있고.. 무엇보다  투어버스가 내 숙소까지 와주기로 하여 낯선 곳에서
우왕좌왕 안해도 되고...

여기까지 생각하니 가야할 것 같았습니다.
두어시간 뒹굴 거리다 이번엔 열차표를 예약.. 용산역으로 직행하여 케티엑스를
타고 일단 목포로 출발

요즘 개봉한 [목포는 항구다] 라는 걸 증명하려고 목포 여객터미날에서 제주행
카페리호에 승선(KTX를 타면 운항료 30% 깎아줍니다.)
5시간동안 바라다 본 바다는 우리나라가 다도해라는걸 확인 했습니다.

제주항에 도착하여 제주 시내에 있는 숙소까지 택시로 이동하고...
숙소에 도착하니 배가 고파.. 우선 마트에서 먹을거리부터 샀다.
밥을 하기에는 너무 늦고..  우동 한 개 끊여 국물도 남기지 않고 마십니다.
그리고... 콕 박혀 꿈나라~

2004-08-15(일요일, 광복절)
아침 6시에 눈을 떠서 엉금 엉금..기다니며 배낭을 확인합니다.
넣어야할 것, 빼놓아도 별반 무리 엄는 용품들을 다시 점검하고 7시20분
한라산 정복에 나섭니다.
성판악코스로 잡아놓구 산행기점에 도착하니  08시...
기온이 높아선지 등산인은 거의 없고 산책 나온듯한 가족들만 보입니다.

이안 - 아저씨 저 위에 비올까요?
아찌 - 내가 우찌 압니까? 하느님 맘이쥬~

우장도 엄시 밋밋한 산행을 시작합니다.
습도는 높고 기온 또한 높습니다.
한 시간을 올라도 사람 그림자는 없습니다.
이러다 한라산에서 미아 되는 건 아닐까 의문 될 정도루...
한라산은 높이 1,950m의 남한 최고봉이긴 하지만 700m고지 부터 시작합니다.

진달래산장까지 13시 전에 통과해야 백록담행 통행증을 받는다기에
부지런히 올라 12시 전에 목표지인 진달래산장 통과에 성공
그곳에서  대충 점심을 해결하고는 이쁘고 참하게 생긴 제주 처녀  꼬시는데 성공!
그 친구를 파트너로 백록담으로 향합니다.
가파르지 않지만 돌맹이 가득한 등산로인터라 발 바닥의 감각이
심상치 않더라구요

산행 4시간 30여분만에 툭하면 티비에 나와서 사람 기죽이는 백록담이 나타납니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바라다 보는 백록담에는 노루우물 정도의 작은 고인물 뿐
학교 다닐때 교과서에서 본 넘실 거리는 물은 흔적도 없습니다.
(잉~ 문교부가 사기를?)

정상의 기쁨도 잠시 아까 꼬신 츠녀가 아깝지만
(그 츠녀는 성판악에 차를 주차한 관계로)
거기서 헤어지기로 하고 관음사 계곡을 향해 달려 나갑니다.
비 때문에 마음이 착잡합니다.

하늘은 검고 언제 멈출지 모르는 산에서 맞는 소나기가 사전지식도 엄는
한라산이기에 움찔 합니다.
얼마쯤 뛰다가  혼자 들어가 쉴만한 동굴 항개 발견하고는 배낭에서 주섬
주섬 비상식량을 몽땅  꺼내 작은 돌멩이에 장을 펼쳐 먹으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니 간혹 비 맞고 걷는 등산객들이 아주 아주
부러운 눈초리를 보냅니다.

조망도 별로 좋지 않고.. 하산길에는 본 게 기억이 나지 않는...
길고도 지루한 돌멩이 길을 따라 하산하고 나니 총 산행시간 8시간 31분 14초

이번 산행에서는 모니 모니 해도 식수를 중간 중간 꽉~꽉 채워야 하는 것
그렇게 아낀 식수를 산행 끝난 후 몽땅 꺼내어 불이 날 것만 같은 발바닥을
위해 탁족식을 한 것... (지나가는 분들이 따라 했음)

이후 이틀간의 제주투어버스로 제주를 돌아다니며.. 여기 저기 구경도 하고..
모두 가족단위나 연인인데 비해... 혼자서 제주투어버스에 탄 사람은
나 혼자입니다.
한국사람들은 참 이상합니다.
혼자서 하는 여행에 대단히 관심 가지면서도.. 절대로 혼자는 못할 것이라며..
칭찬인지 빈정거림인지.. 모를 야릇한 웃음을 짓는...

투어버스가 마지막으로 안내한 곳은 전복죽과 횟집..
일행이 없는 나는 전복죽을 먹어야 할 것 같지만.. 참기름이 싫어 전복죽을
포기하고.. 식당 옆에  바다를 산책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투어버스 안내원이 노골적인 불만 표정을 지어 민망한...
나는 어딜 가던 무얼 덥석거리며 사는 사람이 아닌지라..
투어버스 내내 지루한 상품관광에서도 무엇하나 산 게 없으니..
미움 받을 수 밖에..

이틀간의 제주여행을 끝내고 나니 허기도 지고.. 기운도 없고..
솔직히 제주에 와서 음식 다운 음식을 먹은 날이 없습니다.
숙소에 돌아가면 귀찮으니 음식 만들기가 싫고..
멀 사먹자니.. 혼자서 먹을 음식이 마땅한게 엄스니..
여기서도 맥도널드 햄버거를 몇 끼나 먹고.. ㅠ.ㅠ

내일 다시 배고 완도를 가려면 멀 먹긴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숙소를 어슬렁 거려보니... 내가 갈 만한 일식집이 있어..
어죽 한개와 초밥을 시켜서.. 오랫만에........밥 다운 밥을 먹고..
숙소로 돌아 오는데.. 날씨가 심상찮습니다. ㅠ.ㅠ

숙소 경비아저씨가.. '비가 올것 같다'는 말을 인사로 건네 받으며..
일기예보를 대충 보고 잠이 들었는데  새벽 일찍 잠이 깨어져...
티비를 켜니.. 이런.. 제주시가 태풍영향권에 들어..
모든 배들이 항구에 묶였다네여.. ㅠ.ㅠ

오늘 제주항에서 완도로 출발하려는 기획인지라..
서둘러 짐을 챙겨 택시로 제주항을 가는데.. 택시 아저씨가 기다리겠다고..
제주항에서는 택시가 들어오지 않으니..혹여 다시 돌아 나가야 할 때
곤란하다는..

고맙기도 하고..
어쨌든 항내에 들어가니  여객터미널 썰렁~
안내하는 분만.. 배가 뜰 수 없으니 돌아가라고...
할 수 없이 대기한 택시에 올라  숙소로 돌아가자고 말하고는
겁을 잔뜩 집어 먹고 남편에게 전화를 겁니다.
출근하여 근무중인 남편이 자리에 없는지 전화기는 무응답..
갑자기 이 절해고도의 제주에 갇히는게 아닌가.. 눈물 주루룩~

그러는 사이.. 택시는 숙소에 도착하고
짐을 다시 내리며..어째야 좋을지 몰라 허둥허둥.. ㅠ.ㅠ
그러는 사이 남편에게서 전화가..
왠수 같은 남편이 이 때처럼 고맙고 반가운 적은 일찍이 없던 일...
제주에는 바람이 너무 불고.. 지금 비가 쏟아져 옷이 다 젖고
여튼 모라 모라 하며 울먹이는데.
해외경험이 많은 남편... 침착합니다.

떠나는 비행기가 있는지 알아볼테니.. 당장 공항으로 가라고..
다시 택시를 타고.. 제주공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전달된 소식에 의하면 비행기는 정상으로 운항중이고...
내 이름으로 비행기를 예약하였으니. 발권만 하면 된다고..
바람 세차고 비가 억수로 내리는 제주항에 내려.. 배낭을 멘체로 티켓팅을 하고
예약된 비행기는 곧 출발한다고 하니 탑승구로 향하기 위해..
검수대를 통과하려는데..... 몬가 삐익~
잉.. 공항 경비원이 쫒아와서  내 배낭을 뒤집니다.

나는 해외출장중에도 짐을 줄여 대개는 플라이트백 하나만 들고 비행기에
오르는 편인데..
-나중에 입출국 수속할 때 편하라고...
내 배낭에서 나온 것은 작은 스위스제 다용도 칼~
칼만 따로 부치라는데.. 이 작은 칼을 어디가서 찾남... ㅋㅋ
배낭체로 벗어주며.. 이것까지 부쳐주세여.......
그리고 탑승........
휴우... 비행기 타고 나니 한 숨이 휴~

한 시간 후에 김포공항에 도착하는데...
서울은 햇볕이 쨍쨍.. 합니다..
마치 사기 맞은 기분.. ㅡ.ㅡ
이렇게 나는 5일간의 제주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 ?
    오 해 봉 2006.11.30 12:51
    " 왠수 같은 남편이 이 때처럼 고맙고 반가운 적은 일찍이 없던 일..."
    그렇게 고맙고 감사한 남편한테 왠수라니,
    이안님의 한라산 미소지으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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