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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주변산행기

2006.11.20 15:38

주왕산 산행기

조회 수 2103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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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월출산과 더불어 유명한 한국 3대 巖山이 주왕산이다.
돌덩이가 병풍처럼 수백 미터 치솟아 신라 때부터 석병산이라 불렀기에 이 산 감상은 水石처럼 감상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죽순처럼 우뚝 솟은 기암괴석.송림 사이로 흐르는 계류와 3개의 폭포,청옥처럼 푸른 沼와 潭을 지닌 명품 산이다.

모처럼 좋은 산 한번 보는구나 생각하며 오리역에서 대절버스 타니,정다운 동창들 얼굴 보인다.
강영우 김화홍 김재봉 박홍식 서태병 이종태 정운성 정중식 정학영 김원용 최상호 허경호 선수는 싱글이고,김원용 민순식 박경만 손부일 이병소 이인기 이종해 이창국 이채우 하종보 선수는 이쁜 여학생 한분씩 모시고 왔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고향’
‘천둥산 박달재에 울고 넘던 우리 님아’
뽕짝 메들리 가락 들으며 나락 벤 들판을 달리니,금방 강변에 갈대 하얗게 핀 섬강이 나타난다.푸른 물 위에 헤엄치는 물새들 구경하고,원주 치악산 제천 단양 지나가니,한국에서 가장 긴 ‘죽령턴넬’ 나오고,굴 지나니,풍기 영주다.

홍시기 선수가 목에 힘 터억 주고 마이크로 주변의 희방사 소수서원 부석사 내력을 소개했고,우리는 이날 32명 일행 점심을 쏘기로 선언한 홍시기선생에게 만장의 박수를 보냈다.

안동 물돌이마을(下回)로 가서 간고등어 탕수국 ‘헛제사밥’ 한그릇씩 먹고,山太極 水太極에 둘러쌓여 한송이 연꽃이 물에 뜨있는 형국을 이룬 蓮花浮水形 風水 보고,집집마다 늙은 감나무에 붉은 홍시 달린 양진당 충효당 북촌댁 남촌댁 골기와 지붕과 큼직한 소슬대문과 현판 글씨들과 정원에 심어진 수령 오래된 나무들을 둘러보았다.

‘연화부수형’이란 말은,芙蓉臺에서 내려다보면 하회마을이 띠처럼 강물을 둘렀는데,그 강을 연꽃잎같은 산들이 아름답게 둘러싸고 있는 형국 표현한듯 하다.
  
‘太極’이란 易經에서 나온 말이다.
‘태극에서 陰陽을 의미하는 兩儀가 나오고,양의에서 四象과 八卦가 나온다’고 했다.‘팔괘’에서 천하 만물이 생겨나온다.그러므로 산과 물이 둘 다 태극을 이룬 이런 곳은 만물이 발원하여 나오는 地勢이므로 신비로운 명당인 것이다.

청화백자색 고상한 무뉘 투피스 입은 영국 에리자베스여왕 방문시 누가 이런 심오한 동양철학적 풍수를 제대로 설명해줬는지 궁금했다.  

풍천면 병산리에 있는 屛山書院과 韓紙공장도 둘러보았는데,書院은 낙동강 상류가 굽이치는 花山을 등진 곳에 있었다.
文筆峰 같은 강 건너 앞산 형세가 맑고 오뚝허니 기품이 있어,마땅히 거기서 공부한 선비들 인품도 그랬을 것 같다.서원 전면에 세운 누각에 오르면 백사장과 푸른 강물과 앞 산의 조화가 한 폭 그림이다. 서원 뜰에 심어진 두그루 古梅는 그 수형과 품격이 예사롭지 않았는데,이곳에 왔던 ‘부시’대통령이 그런거 아는지 모르겠다.

어둠 속에 주왕산 아래 숙소에 도달하니,진주서 병화 재환 두 친구가 사과 한 상자 들고 찾아왔다.5시간 차 달려 이곳까지 온 그 마음이 바로 有朋自遠方來 不亦悅乎다.먼 데서 친구 찾아오니 그 아니 기쁘고 감격하랴?모두 우루루 몰려가 반갑게 손 잡고 함께 들어가 잔 돌리고,차디찬 별빛 아래 인근 노래방 찾아가 남인수 ‘추억의 소야곡’ 같이 부른 후,숙소에 돌아와 밤 2시 넘도록 이야기꽃 피웠다.

이튿날 새벽 가 본 注山池는,칸느영화제 베니스영화제서 감독상 받은  김기덕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 보여준 가을 대목을 연출하고 있었다.

앞 산 단풍은 물에 비치고,새벽 호수에 피어오르는 안개는 물 속에 잠긴 왕버들을 휘감고 있다.하늘 올려다보니 산머리에 아침 빛이 걸렸는데,이때 우리 일행 중 한 분이 단소를 불기 시작했다.‘堯天舜日曲’,일명 ‘淸聲曲’이라는 이 곡을 국창 안숙선 부군이 직접 불었으니,모여든 단풍객들 때아닌 곳에서 우연히 귀를 호강시키는 행운 얻었다.

周王山 산행은 이렇게 예고편부터 박자 잘 맞아떨어졌다.
친구끼리 희희낙낙 매표소를 지나니,길은 물 따라 올라가고,이끼 낀 푸른 암봉은 저마다 멋 부린채 우릴 맞아준다.

김삿갓 詩를 속으로 읊어보았다.
松松栢柏岩岩廻 水水山山處處奇
‘소나무 잣나무 바위마다 돌아가고,물물 산산이 처처에 기이하도다.’
날더러 주왕산 보면서 읊으라고 만든 시 같다.

길은 평탄해 힘 안들어 더 좋은데,청학 백학이 살던 鶴巢臺는 千仞絶壁에 아득하고,그 아래 흐르는 물은 청옥처럼 맑다.양쪽 수천톤 바위 밑으로 난 길 지나가니,여기가 신선의 땅이다.

靑松이라 그런지 주왕산에는 푸른 소나무가 많았다.
물소리 들리는 곳으로 가니,제1폭포 장관이 나타난다.선녀탕 푸른 물이 병풍같은 바위에 떨어져 옥같이 흩어지니,이 경치 본 것만으로도 그 먼 서울서 예까지 온 본전 다 뽑았다.

덤으로 본 제2폭포는 아담사이즈라 933 대표총각 창구기형 오줌발 같았지만,계류를 끼고 돌아가는 바위길 경치 좋고,2단폭포 중간에 항아리처럼 움푹 파인 沼도 신비롭다.길에서 5백 미터 옆에 있지만,빼놓고 오면 후회할 곳이다.

거기서 조금 올라가니,720 미터 주왕산 정상 올라가는 등산로와 제3폭포 길이 갈라진다.우리는 미련없이 제3폭포 코스를 택했다.

山水畵가 무엇인가?물과 산을 그려야 산수화다.화가들은 물과 산이 있는 지점은 정성들여 그리고,산꼭대기는 별로 중요치않으므로 遠境으로 대강 처리해버린다.물이 없기 때문이다.仙境은 물 있는 계곡에 있다.
事理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뭣하러 궂이 힘 빼고 산꼭대기로 올라가느냐?’

제3폭포는 조물주가 만든 폭포 중에서도 역작이었다.
班家의 窈窕淑女처럼 기품있고 맑고 아름답다.
오냐! 내 너를 몽땅 가슴에 담으리라.
나는 폭포 곁 바위의 靑松들과 비스듬한 盤石을 타고 臥瀑으로 떨어지는 물줄기와 그 아래 푸른 潭,다시 2단으로 떨어지는 폭포,그리고 눈섶 치켜올리고 감탄 금치 못하는 친구 이채우 회장 환한 얼굴까지,전 모습을 비디오로 찍듯,하나도 빼지 않고 전부 마음에 담았다.

폭포 셋 구경하고 학소대로 내려오니,김원용 친구가 소주 한잔 하자고 병 들고 기다린다.채우 중식이 학영이 등 신선들 다 있는데,없는 사람은 운성이다.나중에 알고보니 푸른 이끼 따러 갔던 모양이다.

우리는 주왕이 숨어지냈다는 주왕암,만개한 연꽃 같다는 연화봉은 훗날을 기약하고 산을 내려왔다.

그런데 이 분이 뉘신가?주차장 옆 포장마차에 酒仙 한 분이 술 한잔 받아놓고 또 우릴 기다린다.박홍시기 선생이다.
따끈한 오뎅국 마시고 버스 오르니,미인들 가요경연이 상경길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언덕 위에 손잡고 거닐던 길목도 아스라이
멀어져간 소중했던 옛생각을 더듬어 돌이켜 그려보네.
달의 미소를 보면서 내 너의 두손을 잡고
두나 별들의 눈물을 보았지 고요한 세상을.
우우우우....우우우...’
  • ?
    오 해 봉 2006.11.20 20:35
    동창들과 좋은곳에 다녀 오셨습니다,
    주왕산은 생각보다 험하지 않기에 걸을만 하셨지요,
    다음에는 지리산 산행기를 읽을수 있도록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
    이안 2006.11.20 22:32
    '仙景은 물 있는 계곡에 있다' 시는 글귀을 읽으며 씨익 웃습니다.
    지난 주 다녀온 홍류동 계곡의 경관이 생각나서입니다.
    멋지게 그려내신 주왕산 눈으로 잘 다녀왔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안동에는 古家마다 연못이 있어 여름철에 방문하면 꼭 연꽃이나 수련
    몇 송이는 봅니다.
    안동역 앞에 '간고등어' 파는 상점이 늘비했던 기억과..
    간혹 제도권 밖에 일을 하는 안동 태화사거리 신세계병원장인
    닥터박(시골의사)을 생각했습니다.
    간혹 네이버 자신의 블러그에 글을 쓰는 의사인데 꽤 휴머니스트입니다.
  • ?
    부도옹 2006.11.20 23:20
    김현거사님의 산행기는 짧지만 항상 숨가쁘게 읽어 내려 갑니다.
    벗들과 즐거운 시간들 보내셨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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