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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주변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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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 2007년 6월 9(토)  

▣ 구간 : 죽령 - 천문대 - 비로봉 - 국망봉 - 마당치 - 고치령

▣ 산행기

원래 이 구간은 작년 12월에 눈 산행으로 계획했었다가 연기해서는 금년 5월에 야생화 보러 가는 산행으로 계획했다가 또다시 연기되고 다시 철쭉 구경을 기대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그러니 또 7개월만의 대간 산행인 셈이다.
죽령으로 가는 밤길은 이따금 흩뿌리는 빗방울로 가슴을 졸이게 하고 죽령에 도착해서는 짙은 안개가 주위를 가늠하기 어렵게 하는데, 텅 빈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시원한 맥주로 잠을 청해본다.
4시에 맞춰 놓은 핸드폰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가 다시 잠에 빠져 들었는데 사람들 떠드는 소리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관광버스를 타고 온 단체 팀이 산행 출발 준비들을 하느라고 왁자지껄하다. 차 밖으로 나와 보니 다행히도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다. 미리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차 안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우리도 출발 준비를 서두른다.

05:10 주차장 건너 특산품판매장 왼쪽으로 콘크리트포장 길을 따라 100여미터 오르니 예전에 매표소로 쓰이던 건물이 나오고, 나무 울타리를 지나 오르는 길은 지리산의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오르는 길처럼 콘크리트 포장에 이따금 비포장이 이어지면서 좌로 우로 크게 휘돌아들며 꾸준히 오름질을 하는 속에 제법 숨이 차오르는 걸 느끼면서 여러 종류의 새소리와 함께 "홀딱벗고" 새의 소리도 오랜만에 들어본다.


          <산행 들머리 - 예전 매표소 건물>


          <통신중계탑이 보이는 곳>


통신중계탑을 지나서 너른 공터가 나타나고 전망대가 있는 곳에 아까 주차장에서 보았던 관광버스를 타고 온 단체가 기념사진을 찍느라고 또다시 떠들썩하여 둘러보지도 못하고 그냥 지나쳤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지도상의 <제2연화봉>인 모양이다.
골짜기를 메우고 올라오는 운해를 바라보며 가볍게 걸어 천문대에 도착하니, 문에 걸려 있는 안내문에는 '이곳은 밤새 관측을 하고 오전에는 잠을 자야 하니까 방문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오늘 산행의 날머리인 <고치령>까지 우리 차를 가져다 주겠다는 문兄의 호의를 받아들여 차 열쇠를 건네주기 위해 40여분을 기다리는 동안 천문대 주변을 여기저기 기웃거리지만 빈 집처럼 조용하기 그지없다.


          <천문대 - 첨성대 모양의 건물은 지금은 쓰지 않는 듯 했다>


          

          <천문대에서 바라본 주변 풍광>


찻길은 여기서 끝나고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되는데 목책 사이로 나무계단을 올라 연화봉(지도상에는 이름 없이 1383봉으로만 표기)에 오르니 구름 속에서 사람들이 표지석을 놓고 사진을 찍느라 법석이고 사방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니 머무를 것도 없이 우리도 사진 한 장만 찍고는 본격적인 소백산 주능선 종주에 나선다.


          <연화봉>


계속해서 구름이 몰려와 사방이 온통 안개 속이라 보이는 게 없다가도 이따금 바람에 구름이 벗겨지면서 보이는 부드러운 능선 길과 나무 계단은 바로 소백산의 전형적인 모습을 맛보기로 연상시켜 준다. 이따금씩 나타나는 연분홍 꽃은 소백산이 철쭉으로 유명하다는 소문을 확인시켜주려는 듯 하지만 언제가 절정기였는지 이미 끝물임을 보여 주고 있다.



          <소백산의 대표적인 나무계단 길과 초원>


          <끝물을 보여 주는 철쭉꽃>


길 바로 곁에 <제1연화봉> 표지가 나타났지만 온통 구름에 싸여서 봉우리인지 아닌지 알지 못한 채 지나치고 "기도원 갈림길"이라는 표지를 지나 조금 더 가니 주변의 잡목 숲이 툭 터지면서 그림 같은 초원이 나타나고 왼쪽으로 주홍색 지붕을 한 자그마한 건물이 보이는데 바로 "주목 대피소"이다. 주능선에서 이 대피소 방향으로 갈라지면 <천동계곡>으로 내려서게 된다.


          <주목 대피소 - 한 번 들여다 보기라도 해야 했는데...>


대피소를 왼쪽에 두고 비스듬히 올라가 소백산의 정상인 <비로봉>에 섰다.
이곳도 역시 구름 속에 바람이 거세게 불어 잠시 머물지도 못할 상황, 딴 사람들처럼 우리도 서둘러 사진만 한 장 찍고는 얼른 발길을 돌린다.


          <비로봉 정상 - 구름이 짙어서 사진 상태가 영~~~>


원래는 비로봉에서 주변 경관도 즐기면서 느긋하게 점심을 먹을 예정이었으나 형편이 이러니 조금 더 가서 지도 상에 표시된 산불감시초소에서 먹기로 하고 계속 진행하지만 아무리 가도 초소 같은 게 보이지 않는다.
결국은 능선 길을 따라 가다 철쭉 군락 사이로 바람을 피할 수 있게 제법 아늑해 보이는 장소를 발견하고는 먼저 와서 쉬고 있던 사람들을 억지로 몰아내듯 하고 앉아서 점심도시락을 풀었는데, 아차! 아까 지나온 "주목대피소" 옆에 오늘 산행의 유일한 샘물이 있다는 것을 깜빡하고 그냥 지나오는 바람에 물을 보충하지 않고 온 것이다.
어쩐다? 도로 돌아가서 물을 길어와야 하나? 망설임과 함께 일단 도시락을 풀었다. 배낭 속에서 밑으로 잔뜩 눌려져 찌그러지고 식은 밥과 반찬은 언뜻 보기에도 입맛이 당기지 않는다. "파 송송, 계란 탁~" 해서 끓인 라면이 생각난다.
식사 후에 둘이 남은 물을 합쳐 보니 2리터는 넘으니까 오늘의 날씨로 봐서는 물이 그다지 많이 먹히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어 샘물까지 도로 가서 물을 보충하는 건 생략하고 그냥 가기로 한다.
  
"초암사 갈림길" 표지를 지나니 제법 숨이 차는 오르막을 치고 올라 <국망봉>에 다다른다.
커다란 바위 앞에 하얀 돌로 둥글게 다듬은 표지석이 자리잡고 있는데 받침돌의 높이가 앉아서 쉬기에 딱 맞게 돼 있는 것이 히말라야에 갔을 때 본 "쩌다리(포터들이 짐을 내려놓고 쉴 수 있게 축대처럼 돌로 쌓아놓은 것)"가 생각났다. 바람이 조금은 잠잠해진 것 같아서 잠깐 쉬며 주변을 감상하지만 여전히 구름이 휘감고 돌아 제대로 된 풍광은 보여주지 않고 있다. 자료에는 여기에서 상월봉 사이의 능선길이 소백산에서 제일 조망이 좋은 구간이라고 하는데,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국망봉 표지석>


          <국망봉에서 바라본 주변 풍광>


이제 길은 좌우로 머리 높이까지 자란 철쭉 군락 사이로 뚫고 나가는 오솔길로 변했고, 산뜻한 분홍색의 작은 꽃들이 철쭉을 대신해서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철쭉 터널>


          <이게 무슨 꽃인가? - 가는 길 내내 많이 있던데- >


<상월봉>이 어딘지 알아보지도 못하고 지도에는 없는 "을전 갈림길" 표지를 지나서 조금 진행하니 허름한 "구인사 갈림길" 표지가 나타난다. <늦은맥이재>는 그럼 또 언제 지나온 건가? 지도상의 거리를 보면 아까 지나온 "을전 갈림길" 있던 곳이 <늦은맥이재> 였던 것 같다.
대간 산행을 하면서 계속 느끼는 것이지만, 지도와 현지 표지판이 일치하지 않는 곳이 너무 많아서 내가 현재 어디를 가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연화동 갈림길"이라는 표지판도 지도상의 갈림길 표시보다 훨씬 앞인 것 같다.

헬기장(지도상 1060봉을 지난 "공터"로 여겨짐)을 지나면서부터 이제 슬슬 다리 근육이 피로해지기 시작한다. 하긴 별로 쉬지도 않고 7시간 넘게 걸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
앞에서 여러 사람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난다 싶더니 잡목 숲이 활짝 열리면서 <마당치>에 도착한다.
큰 나무들에 둘러싸인 작은 공터에서 단체 팀으로 온 아줌마들 몇 명이 나물을 뜯어 담은 비닐 봉지를 옆에 놓고 쉬고 있다. 국립공원에서 나물을 뜯으면 과태료가 50만원이고, <고치령>에 가면 관리공단 직원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슬쩍 얘기해도 들은 척도 안 하고 가이드인 듯 싶은 젊은 남자는 인상을 쓰며 쳐다본다.


          <고치령의 아줌마 팀>

천문대에서 차 열쇠를 받아간 문兄에게 <고치령> 도착 예정시간을 전화로 알려주고 다시 출발했다.
"형제봉 갈림길" 표지를 지나 헬기장(지도상에 표기된 지점보다 더 지나서 있음)에서 지도를 보니 이제 봉우리 하나만 넘으면 오늘의 산행도 끝을 맺을 것 같은데, 여태까지 지나온 구간 여러 군데에서 이런 마지막 봉우리가 지도에서와는 달리 실제로는 파도처럼 몇 개의 작은 오르내림이 이어진다는 것, 그리고 그 파도를 넘기에 얼마나 진을 빼는지 익히 아는 터라 사실 은근히 겁이 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의외로 수월하게 863봉을 넘어 바로 눈앞에 넓직한 찻길이 나무 사이로 나타난다.
마지막 짧은 내리막 길을 내려서 <고치령>에 도착하니 무릎과 다리 근육이 한계치에 이르렀다고 경고를 울리고 있다.


          <고치령에 내려서는 일행 한兄>


          <고치령의 산신각>


조금 있으니 민박집의 1톤 트럭이 올라오더니 <마당치>에서 보았던 아줌마 팀을 태우고는 내려간다.
고치령의 산신각은 건물의 절반쯤 앞 부분이 툭 터져 있어서 두 명쯤 들어가 이슬을 피하며 비박을 할 수도 있겠다.  
차를 기다리는 동안 새참으로 먹으려고 가져온 떡과 닭발을 먹는데, 차에 두고 온 캔맥주가 왜 그리 아쉬운지...
이윽고 문兄이 죽령에 세워 놓고 온 우리 차를 몰고 와서 지난 번 구간에 이어 또 수고를 해준 덕에 편안한 귀가길이 되었다.

▣ 기록  

6월 8일(금) 21:00   신림동 출발
6월 9일(토) 00:00   죽령 도착, 차 안에서 앉은 채 취침.
             04:20   기상, 준비한 도시락으로 아침식사하고 출발 준비
             산행 시작(05:10) → 통신 중계소(06:35) → 천문대(07:12/08:00) → 연화봉(08:04) → 제1연화봉(08:42) → 기도원 갈림길(09:02) → 주목관리소(09:32) → 비로봉(09:41/09:45) → 점심(10:10/11:00) → 초암사 갈림길(11:38) → 국망봉(11:46/12:00) → 을전 갈림길(12:48) → 구인사 갈림길(12:51) → 연화동 갈림길(13:51) → 헬기장(13:58) → 마당치(15:28/15:40) → 형제봉 갈림길(15:54) → 헬기장(16:08) → 고치령(16:36) 하산 → 단양 거쳐 귀가

  산행거리 24.9km/백두대간 구간 24.9km(백두대간 누적거리 439.2km)


▣ 정보

ㅇ 식수 구할 수 있는 곳 - 죽령 휴게소, 주목관리소 샘, 고치령
ㅇ 죽령~천문대까지는 차가 다닐 수 있는 콘크리트 포장길로 계속 오르막. 이후 국망봉까지 소백산의 전형적인 초원길로 오름내림이 부드러운 능선길, 국망봉 이후는 일반적인 육산의 등산로와 비슷하면서 경사가 완만함.


  • ?
    이안 2007.06.20 15:39
    지난 해 5월에 걸을 때에는 운무와 함께 얼레지등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으며 철 지난 진달래가 살짝 남았기도 했는... 고치령에 산신각까지..
    그리운 소백산 구간입니다.

    연화봉과 비로봉.. 국방봉비두 반갑구...
    주목대피소는 여전히 빨간색 지붕으로 잘 덮여있네요.
    국망봉을 지나 끝없는 오솔길로 고치령까지 걷던 지난 해 5월이
    아스라히.. 떠오르는. 후기 고맙습니다.^^

    같은 날.. 설악에 드느라.. 몇번이나 망설였습니다.(고백)
  • ?
    부도옹 2007.06.20 21:55
    간만에 읽는 백두대간 구간 산행기 입니다.
    남은 거리를 점점 좁혀가고 있네요 ^^*
  • ?
    해성 2007.08.16 00:12
    사진이지만 한편의 그림을 보는듯 합니다.
    올 겨울 천문대 지나서 죽령가는 길에는 왜 그리도 칼바람이 불던지..
    드문드문 이지만 계속 전진 하시네요!^^
    다음편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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