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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주변산행기

조회 수 208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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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산성 성곽 종주산행 코스를 염두에 두고서 일상의 시간따윈 생각지도 않고 일찍감치 산행계획을 세워두었다. 성문을 찍으며 일주하는 14성문 산행과는 달리 북한산성이 가진 성곽의 궤적을 그대로 따르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릿지산행의 백미라 불리우는 원효.염초 암릉과 만경대암릉, 문수봉을 거쳐 의상능선에 걸쳐있는 나한.나월암릉을 거치지 않을 수 없기에 산을 찾는 그 이유에 어떤 의미도 부여않는 내게도 그 코스만으로도 이미 설레임이 스며들어 있었다. 사실, 북한산성이 성안의 성문인 중성문을 포함해 열네개의 성문이 있다는 것은 많은 이가 알아도 그 성곽이 어디에서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고 답사해 본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모든 성곽을 다 둘러보았다고 여겼지만 곰곰히 씹어보니 가사당암문에서 대서문에 이르는 성곽을 걸어본 적은 없음을 알수 있었다. 산행일전, 눈이 퉁퉁 부어 오르며 아리아리한 것이 오랫만에 바위를 접해야하는 내게 치명적인 평행감각의 상실을 가져오고 있었다. 다래끼였다. 병원에 가서 메스를 대면 안대를 줄 것이고 그로해서 산행기회를 놓치고 말 것이니 항생제만으로 아침까지 눈이 가라앉길 기다리기로 해본다. 산행당일..전날보단 나아지긴 했지만 산행을 극구 만류하는 집사람의 걱정스런 눈길에 들머리에서 상태를 보여주고 바로 돌아오겠다는 다짐을 주었지만 막상 함께 길을 걸을 산우님들을 들머리에서 대하니 차마 발걸음이 되돌려지질 않는다. 이번산행의 첫피치 마무리지점인 위문에서 하산하리라는 마음으로 북한산성의 첫머리인 수문지로 향한다.
      1. 릿지산행의 백미..원효.염초암릉 능선 북한산성의 성곽은 대서문을 기점으로 수문지터를 두고 원효봉을 향해 축조되어 있다. 평소의 릿지산행은 원효봉을 향해 원효슬랩인 땀바위, 치마바위를 등정해 오르곤 하지만 이번 산행은 성곽을 따라 우회없는 산행이 목표인지라 성곽을 따라 시구문을 지나 원효봉을 향한 지리한 계단길을 오르기로 한다. 산행하기엔 더없이 좋은 날씨, 햇살은 낮게 깔린 구름에 숨어 있고 비에 씻겨져 있는 신록들의 푸름과 멀리 송악산까지 조망되는 운무 깔린 산그리메, 함께한 산우님들의 웃음꽃은 더욱 아름답다. 북문을 지나 위문으로 향하며 만나지는 원효.염초암릉.. 참으로 아기자기, 올망졸망한 암릉의 연속이다. 슬랩을 벗어나 한숨을 돌리고 나면 직벽이 길을 가로막아 클라이밍하게 하고 바위에 올라서노라면 절벽이 주는 고도감으로 몸을 낮추게한다. 그러다가 다시 슬랩과 직벽이 길을 가로막고.. 평소에 사용치 않던 온몸의 신경과 근육을 모두 동원케 하니 염초암릉이야 말로 온갖 산행 기법을 펼치게하는 산행의 종합예술판과도 같다. 성곽을 따라 암릉들을 클라이밍업.다운을 하며 산세를 즐기다보니 어느새 백운대 피아노바위에 닿는다. 일행들에 대한 믿음과 즐거움이 마음을 꽉 채우고 있어니 발걸음에 거침이 없다. 백운대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일행들의 가슴 가득 희열을 채워주었으리라.
      2. 삼각산의 신비..만경대암릉능선 백운대를 내려서 위문에 닿는다. 만경대암릉의 꽃..스타바위를 오르는 일행들의 모습이 장엄하다. 염초릿지와는 또 다른 즐거운 릿지코스를 가진 곳이 만경대이다. 만경대를 오르며 바라보는 백운대, 인수봉은 전혀 또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올망졸망한 클라이밍 코스가 많아 더욱 즐거운 곳이기도 하다. 만경대의 성곽과 암릉을 따라 길을 재촉하는데 휴식을 취하는 한무리의 산객을 만난다. 자연에서 만나진 대부분의 사람은 그 만남의 이유 자체가 순수하다. 자연앞에서 겸허함을 배우고 그 겸허함이 몸에 스며들기 때문이리라. 피아노바위는 피아노 건반을 때리듯 한손한손 옮겨 잡아야 건너갈 수 있는 곳이다. 홀드가 확실함으로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으면 고도감의 스릴을 한껏 누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바위를 온몸으로 감싸안아야 건널 수 있는 사랑바위에선 하강으로 내려서고 암릉을 벗어나니 용암문이 일행들을 반긴다.
      3. 성곽을 따라..문수봉을 향해 암릉지역을 벗어나 주능선을 따라 북한산성을 지휘하던 장군의 늠름함이 여전하게 느껴지는 동장대를 지나 일행들이 대동문을 지날즈음에 헬기의 굉음이 만경대를 뒤덮고 있는 그 까닭을 알기에 가슴 아프다. 아무런 장비도 없이 반대편에서 만경대 피아노바위를 건너던 잠시 스쳐 지난 그 얼굴이 오랫동안 눈에 잡힌다. 보국문, 대성문, 대남문을 향해 성곽을 따라 오르내리는 산길에 햇살이 따갑게 느껴진다. 웃음꽃을 만개하며 함께 길을 걷는 산우님들이 있기에 땀으로 흠뻑 젖는 이 길이 상쾌하게만 느껴진다. 오랜 시간을 기다린 산행계획이었지만 예기치 않은 다래끼가 주는 눈의 불편함으로 처음엔 들머리에서 배웅인사만, 그러다가 위문에서 하산하리라고, 만경대에 접어들고는 암릉만 타고선 산성대피소에서 하산하리라고 마음 먹었는데 어느새 발걸음은 문수봉에 닿아있다. 웬만해선 선글라스조차 착용치 않는 내 산행습관은 다래끼로 인해 짙은 고글로 한껏 멋을 부리는 호사도 누리며.. 다행히 눈의 부기는 오랜 시간을 걸었음에도 잠잠해있다. 원효봉을 오르며 다래끼에 직빵인 민간요법이 있다며 속눈썹을 한웅큼 뽑아내준게 효과가 있었나보다. 감사함 전한다.
      4. 의상능선을 따라..의상봉으로 향하며 청수동암문을 지나 의상능선에 도열해있는 나한.나월봉은 어느 암릉 못잖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만경대에서 일행들이 가야할 길인 이곳을 바라보며 '언제 저곳에 도달하나'하던 우려는 염초봉.백운대.만경대를 비롯해 일행들이 걸어온 각 성문들을 바라보며 누구도 시도해보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는 희열과 성취감에 가슴 벅참을 느끼기도 했다. 내일이 '부처님오신 날' 국녕사의 거대한 좌불과 저나마의 소원이 담긴 연등이 마음을 평안케 하고 있다. 업장 오랫만에 절간 앞에서 지고 다니던 업을 잠시 내려놓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채 동동주를 퍼 마셧다. 당연히도 계곡의 물소리가 좋았다. 에라 술 취한 김에 눈치를 슬금슬금 보다가 빈 몸으로 와 버렷다. 그리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절간 앞에 놓고 왔으니... 부왕동암문을 지나 가사당암문으로 향한다. 다행스럽게도 모든 일행에게 익숙한 길이기에 서서히 지침을 느끼는 발걸음에 힘이 실리는 듯 하다. 의상봉에 올라 이번산행에서 숨가쁘게 걸어온 모든 코스를 조망하며 베냥에 남은 먹거리를 비우기로 한다. 함께한 산우님들이 걸어온 길만치나 뚜렷하게 각인되어진다.
      5. 북한산성 성곽종주 그 대미를 위해.. 의상봉에서의 하산기점은 참으로 다양한 길을 안고 있다. 그렇게 여러차례 이곳을 오르고도 어찌 성곽을 따라 내려서는 길을 여태 발견치 못했을까. 선배의 리딩으로 길을 내려서니 대서문에 이르는 길이 급한 내림길의 모습으로 뚜렷하게 나타난다. 우리의 선조들은 어찌 이리도 천연의 요새를 잘 활용했을까. 선조들의 기지에 의해 우리는 단군이래 기천년의 역사를 찬란하게 꽃피우고 있음이리라. 대서문으로 향하는 성곽을 따라 하산을 재촉하니 살랑이는 바람에 아카시아향이 코를 찌른다. 쉿~!!! 발걸음을 멈추고 귀기울여 봐.. 무슨 소리가 들려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소리 은빛물결을 자아내는 햇살의 재잘거림 자신을 가장 낮춤으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는 물..그 소리 그리고 나무들의 키자람 소리와 꽃피워내는 소리 잘 들어봐!! 또 하나 있지 혈관을 따라 흐르는 피의 흐름..맥박, 심장고동 소리 그 소리가 일상에 충만하게되면 자연과 하나되는 길 아닐까. "떨어지는 낙엽은 가을바람을 원망하지 않는다" 삶은 스스로 즐기는 것이다.
산행사진으로 본 북한산성 성곽종주기.. 들머리인 수문지터에서.. 원효봉, 북문을 지나 염초로 향하며.. 염초 암릉에서.. 염초암릉의 책바위 염초암릉의 하강바위 뒤로 인수봉이 우람하다. 만경대암릉의 꽃..스타바위 스타바위를 첨으로 올라선 일행의 환호.. 그 넘치는 희열이 얼굴에 가득하다. 만경대암릉의 뜀바위를 향하며.. 뜀바위에서.. 사랑바위에서의 하강 피아노바위.. 대남문에서.. 청수동암문.. 종착지 대서문 열한시간여에 걸친 북한산성 성곽종주의 대미를 기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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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추말 2007.05.31 22:15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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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해 봉 2007.06.02 01:04
    부러운 산행기 입니다,
    바위도타며 퍽 잘짜여진 팀 같아 보입니다,
    사진들도 좋고 모두들 여유있어 보이네요,
    풍체도 폼도 카오스님이 제일 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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