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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007-03-01(목) 10시
코스 : 삼각산 진관사~ 삼천사~사모바위~승가사~구기동
인원 : 산행대장 포함 20명



3.1절이라고 휴일에다 봄이지만 지난 주말 이틀을 산에서 지냈으므로 산보다는

쉬고 싶었다.

그런데 왠일..

늦은 밤 카페에.. 로그인..

누가 어딜 가나.. 공지 훒어 보기.......

평소 야간산행에서 만나는 분들이 줄줄이 달아 놓은 신청서를 열다가

가인님의 신청글에 눈이 멎었다.



야~~아~
동사무소에서 거짓말을 한다
이게 어떻게 된거냐???
85세된 울 엄마 울상이 되서 내게 하소연 하십니다
동사무소에서 올해부터 고령수당을 매달 20일날 통장으로 넣어 준다고 했는데
그게 안들어 왔답니다
동사무소 직원 왈
할머니
은행에 일부러 안가도 통장으로 저절로 들어 가니 걱정마세요
이랬다는데
아무리 통장을 들여다 봐도 돈의 액수가 늘어 나지 않는다고 하소연 이시다
우하하하~~~~~~~~~~~~~~
내가 미쵸~~
온라인 무통장 입금을 어찌 설명해야 하나
울엄만 통장만 갖고 있으면
절로 거기 숫자가 올라 가는걸로 알고 계시니~~~~~~~~
은행에 가서 기계에 찍어야 숫자가 입력되는 것인데...
아~~ 몰러 몰러~~~~~~~
은행 엄마 돼지 저금통에 다 들어가 있으니 걱정말라 말해 놓구도
내가 우습다 ㅎㅎㅎ



가인님의 글을 읽다가 여든여덟이신 우리엄마를 생각하며 한밤중에 혼자 씨익 웃는다.

지난 주  설날에 효도한답시고 엄마와 함께 지낸 날이 여러날이었는데..

겨우 거동하시는 엄마의 노령연금을 잠시 탐내보다가.. 오랫만에 신청서 작성한 분들

얼굴이나 보자는 생각으로 신청서를 썼는데..

마침 가는 곳이 사찰 문화재 순례이니... 부처님께 일러야 할 일을 적어 가기로 했다.



오늘 아침.. 3.1절 특집으로 가수 이석님의 왕실토크쇼가 티비에서 나오는데

무너진 왕실을 지키며 왕족으로 살아가는 그 분들의 삶을 보다가 황손인 이홍님의

눈물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다.

이 시대에 살면서 가슴 아프지 않은 세대가 어디 있을까마는 몰락한 왕실의 후손으로

살아오면서 맺힌 한을 보는 날이 하필 휴무라고 좋아하는 3.1절 날이니 말이다.



지하철을 타고 약속한 구파발로 가려면 종로3가를 경유해야는데..

덜썩 타고 나니 후회가 된다.

매일 이 길을 지나 출근을 하는데.. 내일 아침에 틀림없이 어제 휴무로 산에 다녀온

일을 까맣게 잊어버릴까봐 두렵다.

- 돌아갈때는 다른 길로 우회해야지..



구파발역에서 3번 출구 밖으로 가보니.. 오랫동안 못 본 산우님들이 보인다.

살아가면서 인연 지어 놓고 어느 새 잊어 버리거나 잊혀진 사람이 될 때가

가장 미안한 일이 아닐까 싶다.

문득 유행가 가사가 생각난다.

- 사랑했던 사람에게 가장 큰 복수는 철저하게 잊어주는 것이다.



500원이 찍히는,  모양이 앙증맞은 작은 마을버스를 타고 진관사에 내린 시각은

거의 2시가  되었다.

진관사..

불교인인 내가 모르는  절이다.

이 삼각산에만 30여개의 절이 산재되어 있다는 말을 들은게 지난 주다.

오늘 코스는 진관사에.. 삼천사와 승가사라고 공지에 나왔건만..

내가 가 본 절은 이 중에 없다.. 다만 옆 길로 지나가 보았을 뿐..

- 혼자 걷는 산길이 아닐때는 3배조차 주춤거리게 된다.



이 삼각산에 문화재가 있단다. 그것도 보물급으로다...

진관사를 돌아 나와 올라간 곳은 삼천사...

여기도 처음 와 본다.

절은 근간에 증축한 곳인데.. 의외로  커다란 바위 아래에 마애석불이 그려져(?) 있다.

모습도 화려한.. 마애불 치고는 크기가 웅장하진 않은게..

고려시대에 조각하였다는...

커다란 바위 아래에 조각해서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그 화려함은 여전하다.



이제 삼천사 계곡을 올라간다.

하늘은 흐렸지만 기온은 높다.

이 계곡은 여름에도 다른 곳 보다 기온이 낮아 물놀이 행락객이 많다는 설명인데

아직도 녹지 않은 빙벽이 저기 바위에 두껍게 얼려서 겨울이 가고 있음을

아쉬워 하는 내게 마지막 인사를 준다.

- 배낭 속에 아이젠을 한번 생각해 본다.



가다가 메밀꽃대장님이 이끄는  산우님들도 뵙고

- 산가네 부장님, 한팔님.. 오랫만에 반갑게 뵈었습니다. 건강하십시요..

다시 오르고 올라.... 사모바위..

내가 맨 처음 야간산행을 시행한 곳은 아차산이지만 이 사모바위만큼은 기억에서

잊혀질리 없다.

한밤중에 올려다 보는,  부끄러움에 고개조차 들지 못하는 기다리는 자의 고독을

느끼게 하는 그 바위다.

사모바위  헬기장에서 간식을 먹고 하산길..

눈에 익은 돌계단을 내려오며 바쁜 일로 오지 못한 산친구 창가를 생각했다.

여기 어디쯤에서 호되게 넘어져 후기에 썼었기에 이 곳이 궁굼하여 나로 하여금

이 산에 들게 한 장본인이다.



하산~*
건장하신 강다구님에게 하이디님을 부탁드리고, 땅사기 쉬운? 공포의바윗길로 하산이다.
사륜구동님 창가뒤에서 "땅전문은 창가님인데~""뭐시라? 오늘 땅사면 사륜구동님 딸하께!"
큰소리친지 몇분도 안되어 저공점프를 하더만 바위돌에 엉디를 찧는다.
정말 아팠다. 일어설수도 없고, 식은땀도 나고, 정신도 혼미하고.
근데 왜 우리신랑 무서븐얼굴이 떠오를꼬. 산에 다시 안올라믄 집에가서 아프다 해라..창가야~*



여기쯤 내려오면 의식적으로 창가가 넘어져 고생했다는 바위를 찾아본다.

삼각산은 이렇게 나와 인연이 맺어진 곳이다.



이제 승가사 가는 길에  우물을 지나고 하산길이 아닌 승가사로 들어 간다.

넓은 주차장을 지나고.. 잘 지어진 건물들을 헤집고 올라 가파른 계단이 나오고..

그 위에 부처님 한 분이 조성되어 이 삼각산을.. 우리를 내려다 보신다.

왜 이제 왔느냐고 물으시는 것 같기도 하고..

여기까지 뭐하러 올라오냐고 물으시는 것 같기도 하고..



고려시대 초기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앞에 삼천사 부처님보다 크고 간결하다.

다들 배낭 챙겨 내려가지만 등산화를 벗고 잠시 3배로 예를 갖추고.. 늦게 와서

죄송하다고 인사를 드린 후.......  단체사진에 겨우 합류했다.

사진을 먼저 찍고.. 계단에 앉은채로 오늘 문화재 해설가로 나선 칠암나무님의

유려한 설명을 듣는다.

가까운 곳에.. 우리의 문화를 설명해 줄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보통의 인연은

넘는듯하여 기쁘다.



이제 하산길....

승가사 계곡으로 내려오니 지난 해 민물가재 잡던 그 자리에 물고기가 떼지어

노니는데..

이 민물가재를 '미니랍스타'라 명명하고 해외수출에다가 일확천금을 꿈꾼 사람들이

우리들이었다.

- 반드시 구충제를 끼워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었지만.



그러고 보니 사람은 가고.. 추억만 남았다.

이 삼각산에 매주 목요일에 뛰어 오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가고.. 미니랍스타의

추억만 남겼다.



*

길어진 해를 바라보며..오후산행이지만 문화재 탐방으로 순회한 삼각산의 등산 코스

진관사~ 삼천사~ 승가사.. 3사 사찰순례..  

불교에서는 하루에 3사 사찰순례를 커다란 福으로 생각합니다.

오늘 함께 하신 산우님들 감사드립니다.


  • ?
    오 해 봉 2007.03.02 23:26
    진관사 삼천사 승가사 3개의절을 순례 하셨군요,
    1000년고찰 진관사는 양녕대군 때문에 더유명해진 절이지요,
    이안님의 열정적인 산행이 부럽습니다,
    항상 안전하고 즐거운산행 하세요,
    우면산 번개산행에 못오신다니 허전하네요.
  • ?
    쉴만한 물가 2007.03.06 15:11
    이안님, 참 좋은 곳을 지나가셨네요.
    진관사에서 삼천사로 가시는길에 작은 능선을 넘어가셨을텐데
    그 능선이 응봉능선입니다.
    사모바위로 연결되는 능선이구요.
    진관사 계곡과 의상봉능선 삼각산을 한눈에 볼수있는 코스입니다.
    진달래가 피면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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