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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007-02-25(일)
장소 : 경기도 양주시 불곡산
인원 : 산행대장 포함 36명


시산제..

말 그대로 안전하게 목적한 바를 이루도록 기원하는 제를 올리는 행사를 말합니다.

시산제 공지가 나온지 스무날 전..

공지 첫날에 신청하고 기다려 온 오늘입니다.



특별히 불곡산을 올라가야겠다는 생각보다 큰 행사이니 그간 이러저러한 인연으로

아는 분들을 만나는 기회인데다 좋은 마음으로 경건하게 지낼 시산제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지요..



주말인 어제는 생전처음으로 자일을 타고 삼각산 노적봉을 올랐습니다.

시산제에 참석하기 위해 주말 약속이 부담으로 작용했지만  주말에 더 바쁜

착한 사람이 산에 가자는 제안이 좋아 연이틀간을 산에서 보내는 스케쥴이

생겼습니다.



양주시 주내..

내 고향인 경기도 파주에두 주내라는 지명이 있습니다.

그래선지 주내역까지 가야하는 긴 시간이 다소 부담이 되긴 하지만 낯설지 않아

좋습니다.



공지에 자세히 나온 지하철 운행시간표를 참고해보니 주행거리가 36.6km인데다

환승시간을 포함하지 않고 순수 소요시간이 1시간 12분이나 됩니다.

5호선 종로3가역은 5호선과 3호선 1호선.. 모두  세개의 노선 지하철을 환승

시키기 때문에 그 혼잡이 짜증을 넘는 수준임을 알기에  10분이상이나

써야하는 신길역에서 환승한다고  가정하면 근교산행임에도 불구하고

출발부터 도착까지 1시간 40분은 예상해야 할 것 같기에 일찍 서두릅니다.

거기다 휴일에는 더디게 운행하는 지하철 스케쥴이 마음을 조급하게 만듭니다.



다행이 발목잡는 사람이 없으니 일찌감치 집을 나와 8시 넘어 서울역을 통과합니다.

이제 지하철이 고장이나 사고만 일으키지 않으면 약속시간인 9시 20분 안에 무난히

도착할 것이라는 안심으로 나비언니에게 내가 서울역을 통과했음을 알리고

스르륵 잠이 들었는데...



꿈결에 귀에 거슬리는 지하철 안내 방송과 함께 딱딱 .. 껌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눈을 뜨기 싫지만 계속되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보니..

여자들에게 국한된다는 그 소리는 의외로 남자분입니다.

내가 바라보아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하여 소리를 내는 그 사람 때문에 겁이 납니다.

도착지인 주내역까지 내내 저 소리를 내면 나는 오늘 산행도 하기전에 매우 불행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다행이 그 사람은 청량리역에서 하차하였고 공공장소에서 겪는 아쉬운 질서를

생각하며 도착하니 이미 많은 분들이 도착해 계십니다.

오랫만에 뵙는 분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양주시청까지 이동하여

시산제에 필요한 몇가지 일들을 마치고 드디어 산을 오릅니다.



불곡산..

이름은 들어 보았어도 처음 가보는 산..

들머리부터 땀이 나기 시작하여 옷정리를 하다보니 걸음이 느린 나는 또 후미로

쳐지고 맙니다.

오늘은 행사가 중요하다 보니 산행인원도 많습니다.

설마 꼴찌야 하겠나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산행에 임한 나는 생각보다 힘든 산행으로

허브적 거리며 오릅니다.

오르다 보니 상투봉이라는 팻말이 나오고...

기껏 400m라는 고도와는 달리 온통 바위들로 덮혀 있어 오르고 내리는데

애를 먹는 것보다 어제 노적봉에서 느낀 공포스러운 분위기로 겁을

잔뜩 집어 먹습니다.

다행이 오늘은 나루님을 비롯하여 산지기님.. 그리고 백두대간에서 함산한 적이 있어

여기서 쓰러져도 절대로 버리지 않을  분들이 많다는게 위로가 되는 됩니다.



혼자서는 절대 오를 수 없는 산..

이런 산에 오면 자꾸 소백산이나 지리산이 생각납니다.

배낭무게만 아니면 걱정없이 걸을 수 있는 안전한 산... 지리산..

타인의 도움을 받고 오르는 산은 나의 나약함을 들키는 것이므로 도와주는

분들께는 고맙지만.. 자신에게는 화가 치미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이럴 때는 엄마가 내게  가슴아프게 하는 말씀...

- 튼튼하게 낳아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맞습니다.

튼튼하지 못한 체력 덕분에 날개가 꺾일 때마다 나는 돌아가신 아버지보다

살아 계신 엄마의 얼굴을 떠올리며 얼굴을 찡그립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키 때문에 이력서 낼 자격도 주어지지 않는 문턱 높은 회사들..

살아오면서 넘어온 장벽들이었는데...

산에서도 이런 벽을 실감할 때 대개는 이해하지만..  아주 가끔은 화가 납니다.



상투봉 팻말에서 사진을 찍었는지 기억도 안나는.. 산행..

힘겹게 오르고 나면 더 무서운 바위군을 올라야 하고 고도는 낮지만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난이도 높은 산.. 불곡산..



불곡산 산행중의 백미는 해산굴 통과하기..

장난꾸러기 다올대장님이 놓치실리 없는 오늘의 하일라이트..

배낭을 뺏긴채 왜 돌아오라는지도 모르고.. 산 아래 펼쳐지는 공동묘역들을

보면서 산 者와 죽은 者의 차이를 잠시 생각하고.. 해산굴을 향합니다.

스스로를 아들.. 딸로 지칭하며.. 어느 산우님이 통과할 때 딸 여섯번째라는

고함을 듣습니다.



기념으로 나루님이 찍어 주신 사진을  보면 먼 훗날 참 재미있는 이 날을 기억하며

입가에 미소가 번질 일입니다.



해산굴을 통과하고.. 다시 무서운 암벽구간..

첫번째는 잘 해냈는데 이어지는 두 번째 자일구간에서 겁을 먹은 내가 내려가지

못하고..

공포 분위기로.. 장갑이 뜨거워지도록 밧줄을 꼭 움켜지고.. 하강하는데 성공합니다.

다시는 불곡산에 갈 수 없을 것 같은..

- 시산제장에서 올려다 보니.. 그래도 잘 내려와서 대견한 자신이었습니다.



어려운 고비를 다 넘기고.. 시산제장에 도착하여 경건하게....... 산제를 모십니다.

산악인의 선서.. 등등..

진행자 싱글님의 안내 멘트가 있었습니다.

- 전화기의 전원을 모두 꺼주시기 바랍니다.



국기에 대한 경례가 있고..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경건한 맹세를 읽어 내리는 순간.. 갑자기 배경음악으로 손색이 없는 노래가 흐릅니다.

시산제이니 엄숙함으로 조용한 장소에  누군가의 핸드폰 벨소리는 백뮤직으로는

멋진 시간입니다.



잘 생긴  돼지머리는 싱글님의 배낭에 박스채로 묶여서 올라왔고

무게가 나가는  제물들을 서로 서로 나누어 지고 올라와 축문을 태우는 일까지

마무리를 잘 하고.. 주변에 계신 분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고..

오산삼거리로 하산하여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 ?
    오 해 봉 2007.02.28 11:10
    이안님이 자일을 탔다니 놀랍습니다,
    다음부터는 자신감을갖고 고수들이 시키는 데로만 하세요,
    로프잡고 내려올때는 원리만 이해하면 아주쉽답니다,
    공포의 암벽구간도 무사히 통과하고 수고 많았습니다,
    조만간 ofof.net도 관악산이나 우면산이라도 번개산행 한번 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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