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산행기>주변산행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2008년 해넘이산행, 2009년 해맞이산행을 진행하면서
겨울 심설산행으로 '대한민국 5대고산 오르기'라는 테마로 산행을 진행해보고 싶단 생각이
불쑥 나를 사로잡았다.
가장 단순하게 고도로 나열해보면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 계방산이 그 대상이다.

산을 오른다는 일, 산우들마다 산에 드는 그 각각의 이유들, 산길을 따르다보면
그 다양한 이유들이 어느새 하나되고 그러다 산에 들어 즐거움과 역경을 헤쳐나가다보면
산에 든 이유만큼이나 다양하게 산으로부터 받은 각각의 다양한 선물들로 인해 다시금 산에 들게된다.
어쩌면 산에 든다는 행위는 자신의 내면을 향한 성찰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게 가능하다면, 산에 들때에는 아무런 목적을 갖지 않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걸음 한걸음 호흡을 고르는 순간.순간, 이미 산은 내게로 와 숨결을 나눌지니
어느새 자연과 하나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케되지 않을까!

산에 들면 산도 없고 나도 없는..


5대고산 1탄으로 계방산에 안겨본다.
자랑스레 준비해간 버너가 산우들의 인내심을 확인하는 양 말썽이다.
겨울추위에 가스가 얼어있다.
민망함을 감추려 건네주는 양주를 몇잔 급히 들이켰더니 제법 취기가 오른다.
정상을 향한 오름길에서 숨이 턱에 턱턱 닿는다.
앞서가던 요술봉형님이 쉬이 따라붙지 못하는 날 배려하며 가던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서
조용한 미소를 던지신다. 아름다움이다.
산에 들면 자주 사람이 아름답단 사실을 느끼곤 한다.


5대고산 2탄으로 지리종주에 들기로 한다.
산장예약의 애로점을 피하기 위해 평일산행으로 기획하고 여섯명의 산우들과 함께하기로 한다.
"내가 갈 수 있을까"..행당동아재의 마음이 무거운가 보다.
'천왕봉은 다른 산과 달리 상징성이 강한 곳입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갈 수 없을겁니다. 그러나 갔다오면 또 가고 싶어질 지리산이니 걱정마세요'
행당동아재를 페이스메이커로 염두해두고 종주산행을 권해본다.

지리산 종주를 앞두고 행당동아재가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한다.
홀로산행으로 북한산 백운대, 의상능선, 원효봉으로..
산에 들기위해 자신을 관리한다는 일은 덤으로 얻어지는 선물이기도 하다.
여전히 일행에게 폐를 끼칠까 걱정이 앞선 행당동아재에게 자신있게 말했다.
'이번 지리산행을 마치고 나면 산이 보이기 시작할겁니다'

지리산행을 마치고 행당동아재를 마주한다.
"어제 집사람과 백운대를 올라가는데 한번의 쉼없이 오르니 대단하다더라"
'마음의 여유가 생긴게지요.'
"대장 말대로 산도 보이는것 같고.."
행당동아재를 보면서 산행대장이라는 역활에 보람을 느끼곤 한다.

산우들이 산에 들어 산길을 걷는 동안,
산을 즐기고 산을 느끼고 산을 알아가도록 하고싶은게 내나름의 철학임으로..


5대고산 3탄으로 설악산 대청봉을 향해 무박산행에 들었다.
오색에서 대청봉을 거의 직선으로 잇는 5km여의 긴 오름길..
달빛이 환하다. 이틀후면 50여년만에 맞는 커다란 보름달이 휘엉청 떠오를것이다.
'얼마나 남았어요' 도착예정시간이 궁금해지는건 '지금 여기'에 있지 않음이다.
고단함을 잠시라도 씻어주기 위한 "거의 다 왔습니다"라는 답변이 위로가 될까.
산에 든다는 일은 자신과의 온전한 마주섬이기도 하다.
달빛에 의존해 걷는 산길, 깨어있는 자신을 들여다보며 포근함이 느껴진다.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지키기 위해 싸운 인디언들의 삶과 역사를 담은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에서 어느 인디언은 일상을 영위하다 기가 빠지면 울창한
숲으로 들어가 나무를 껴안으면서 그 기를 받아들이곤 했다.
끌어안는다는거..나무와 나, 바위와 나, 자연과 나, 사람과 나..포근함이다.

대청에서의 칼바람이 거세다.
후미가 대청에 닿고서도 한참을 기다려야만 일출을 맞이할수 있음이니 이미 마음속에
충만한 해가 떠올라있는 산우들에게 형상은 중요치 않을 것이다.
중청에서의 휴식이 달콤하다.


5대고산 4탄으로 덕유산 능선산행을 기획해본다.
덕이 넘친다는 덕유산, 유순하기 그지없는 덕유능선.
덕유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꿈을 꾸며 걷는 양 걷게한다.
지리의 주봉과 지리의 주능선을 조망하며 덕유를 거닐다보면 덕유가 가진 능선이
스스로 살아움직이는 유기체임을 느끼곤 한다.
덕유에서는 집착함이 사라지고 얽매임이 사라지고 걸림이 없다.
자연의 근원인 대지의, 우주의 숨결에 모든 것들 내맡기며 순응하고 있다.
거센 비바람속에서도 당당히 버티던 나무도 인연의 때가 오면 이윽고 쓰러져 준다.  
우뚝 서 있지만 우뚝 섬을 고집하지 않고 다시금 산의 숨결로 되돌리는 귀의.

산은 순응과 도전, 극점과 극점을 조화롭게한다.
산은 누구도 기억하지 않고서 산을 기억하는 모든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산은 자신을 벗어난 모든이들에게 길을 내어준다. 내안의 산으로..


5대고산 5탄으로 한라산종주산행이 준비되어져있다.
나는 산에 들기 위해 베냥을 꾸리는 시간을 즐길 것이다.
한라산은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설레임으로 기다려본다.

  • ?
    푸르니 2009.02.23 11:18
    요즘은 산에 올라 구불구불하게 펼쳐진 능선을
    바라보면 산이 꼭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답니다.
    한라산종주산행까지 멋지게 5대고산산행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오브넷의 철학자, 사색인 카오스님의 산행기에서 많은 것 배우며 늘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이곳은 . . moveon 2003.05.23 4360
302 나무가 된 오대산 종주길 카오스 2010.02.09 2092
301 보현봉 1 카오스 2009.12.03 1334
» 산에 들면 산이 없다.[대한민국 5대고산 오르기] 1 카오스 2009.02.20 2347
299 영남알프스 신불산 억새평원 3 푸르니 2008.11.25 1868
298 瑞雪 펑펑 터진 장성 백양사.백암산 3 카오스 2008.11.21 1762
297 삼각산의 가을... 3 이안 2008.11.08 1822
296 멀리 가려다 쉬고 싶은 길 위에 문득 네가 있다 3 카오스 2008.10.26 1715
295 조계산..그 평안 2 카오스 2008.09.12 1753
294 그리움으로 걷다..설악의 백미 용아장성(龍牙長城) 6 카오스 2008.08.02 2370
293 백두대간 제 24구간(화방재-함백산-싸리재) 2 김수훈 2008.05.20 2225
292 아들들에게 쓰는 산행편지 ( 설악산 공룡능선 무등을 탄 날 2월 08일) 2 쉴만한 물가 2008.02.17 2107
291 네팔 히말라야 "헬람부트래킹" 記 10 K양 2008.01.23 3074
290 2008년 해맞이 산행 5 카오스 2008.01.01 2005
289 철지난 산행기...영남알프스 그리고 북한산 4 해성 2007.11.18 1993
288 가을설악-서북능을 만나다. 3 화개동천 2007.11.04 2072
287 아~~!!! 설악, 설악 3 카오스 2007.11.01 1829
286 공룡은 어디갔을까? (설악산) 4 쉴만한 물가 2007.11.01 1615
285 백두대간 23구간(도래기재-태백산-화방재) 산행기 5 김수훈 2007.10.25 2192
284 금강굴 3 오 해 봉 2007.10.15 2384
283 백두대간 22구간(고치령-도래기재) 2 김수훈 2007.09.12 205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8 Next
/ 1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