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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주변산행기

2008.09.12 00:28

조계산..그 평안

조회 수 175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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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큰 의미로 육산과 골산으로 나눌 수 있다.
육산의 대표격이 지리산이라면 골산의 대표격은 설악산일 것이다.
사는 것이 외롭다고 느껴질 땐 지리산의 품에 안기고
기운이 빠져 몸이 쳐질때에는 설악의 바위 맛을 보는게 좋다 한다.

부드러운 흙길이 걷고 싶어졌다
토요일, 지리산 사색의 길..칠암자 길을 거닐고 난 후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았는데
선뜻 일요일 계획인 조계산 사찰 기행에까지 함께 해주시겠다 하신다.

들머리를 송광사로 삼고 날머리를 선암사로 삼아 조계산이 안고 있는 최고봉 장군봉을 비롯
천자암,비로암,대각암을 둘러보는 산사 기행을 염두에 두고 교통편은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른시간임에도 장날 마실 다녀가시는 바지런한 어르신들을 실고서 시내를 벗어나 푸르른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를 이용한 것은 참으로 잘 선택한 것 같다.
깊이 패인 주름살에서 연륜을 읽게하는 어르신들은 정거장을 지나쳐도 
무거운 짐을 어찌할 줄 몰라하며 그저 그것이 자신의 잘못인양 자신의 탓만을 할 뿐이다.

흙의 힘일까?  분쟁없이 따라온 세월의 고요한 흐름 탓 이었을까?
이들의 순박함과 땀 흘려 얻은 수확은 가장 큰 가치로 평가되어져야 한다.

송광사를 둘러보며 마음이 평안해져 온다.
천자암으로 향하는 오름길, 어제 칠암자 산행을 마치고 마신 술이 혈관에서 빠져나오는 느낌이다.
너무도 부드러운 산길이다.
봄의 연두, 여름의 푸르름,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원..그 어느 계절에도 부족함이 없는 산길이다.

조계산의 자랑 보리밭집, 산길의 그 중앙에 자리하여 시장이 반찬이 되는 명당.

'장군봉은 이 방향인데요..'
'그리 들면 올랐던 길로 또 내려와야 하니 이리로 가지'
'암요..방법이 없다면야 할 수 없지만, 같은 길을 반복할순 없지요..'

장군봉을 들려 비로암으로 향할 예정임을 아시는 지라 작은굴목재 방향을 버리고
연신봉을 향한 장박골로 길을 열어주신다..나는 안다. 이것이 바로 어른의 배려임을.
멀리서 온 산객에게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어신게다'.

연신봉으로 향하는 길의 산죽은 어제 지리 도솔암 하산길에서 만난 산죽비트길에서의
키높이에 비해 부족함이 없는 듯하다.
더구나 산길의 옆으로는 거의 안부에 닿을때까지 계곡의 물소리가 동행을 해준다.
조계산이 가진 계곡, 그 흐르는 물소리에 마음을 씻어내기엔 더 없이 좋았다.

장군봉에 닿는다.
저수지 너머 순천만인가?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어 이 길 저 길을 알려주시고
우리가 걸어왔던 능선들을 짚어가며 설명해주시는
참으로 고마우신 분들이다. 

배바위..강원도 방태산의 배달은석, 우리네 전설은 우리이기에 닮아있다.
굴목재로 향하는 길을 버리고 샛길을 알려주시며 거미줄도 치우고 희미한 길을 앞서 밝혀야 하지만
같음의 익숙함보단 다름의 낮설음을 더 많이 좋아하는 딱 내 취향이다.

비로암에 닿는다.
만담을 나누시던 스님이 차한잔을 권한다.
턱마루에 걸쳐앉아 바라보는 산세가 자못 아른하다.

'너무 진지하게 들어 농담도 못하겠어요'
다른 일행과 얘기를 나누는 중간에 그 말이 들려 불쑥 내가 끼어들었다.
'스님 말씀인지라 농담도 법으로 듣는게지요..'
'뭐, 법이 따로 있겠습니까 무법이 법이지요'
放下着에 대해 스님의 법문을 구해보려다 차한잔 더 주십사 청하곤 다시 산길을 이어간다.

대각암이다. 굵은 대나무로 울타리가 쳐져있다.
울타리 너머로 눈도장만 찍곤 돌아서는데 일주문인양 보이는 근사한 고가가 눈을 사로잡는다.

선암사..그 유명한 선암사 뒤깐,
과분하게도 주차장까지 일행을 맞이하려 와 주신다는 분과의 시간조율을 위해
마음에만 담아내며 알탕할 계곡을 찾는다.
함께한 일행들은 '산을 탄것 같지도 않은데 여섯시간이나 산에 있었단 말인가'
기분 좋은 웃음을 자아내며 산행을 마감한다.

산을 내려서며 산을 올려다본다.
산은, 날 기억하지도 않을 뿐더러
반가움의 손짓도 아쉬움의 손짓도 없다.
그저 그자리에서 내가 산을 기억할 때 
산도 나를 기억해 줄것이다.








선암사

詩 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 다니고
묵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 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정호승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중...






방랑하는늑대님 음악참조.

비로암..탁발 안 나가시나. 낮은 턱마루, 낮은 지붕, 책한권 끼고 하루밤 묵고 싶은 곳. 비라도 오면 금상첨화.

  • ?
    야생마 2008.09.16 23:06
    선암사...조계산...멋진 산꾼님의 모습...
    그 분의 향기가 느껴지는듯 마음속에 항상 가까이 있는곳인데
    사진솜씨가 좋으신건지 더욱 멋지고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저 카오스님 팬이 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 ?
    울산바위 2008.09.19 20:18
    사찰안의 풍성하게 늘어져 있는 고추들이 가을을 느끼게 합니다.
    지리산에 가셔서 조계산까지 다녀오시고 대단하시네요.
    그래도 설악산에 계실때가 가장 멋지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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