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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24 구간

▣ 일시 : 2008년 5월 10(토)  

▣ 구간 : 화방재-함백산-싸리재

▣ 산행기

무려 7개월만의 대간 산행이다. 종전과 달리 이번에는 차를 두고 버스를 타기로 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태백으로 가는 23시 심야직행을 예약하고 준비를 했는데, 일이 꼬이느라 산행계획서를 사무실에서 출력하지 않고 그냥 집에 와 버린 바람에 준비물을 챙기느라 허둥대며 간신히 시간을 맞춰 터미널에 도착해서 맥주 2캔씩을 마시고는 서둘러 차에 올랐다.

일기예보를 보고 날씨가 선선할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버스에서 내린 태백의 새벽 날씨는 세찬 바람과 함께 초겨울의 기온을 보이고 있었다. 날이 밝을 때까지 편안하게 시간 보낼 곳을 찾아보지만 터미널 대합실은 문이 잠겨 있는 것 같고 마땅한 곳이 없는 것 같아서 눈에 띄는 PC방에 들어가서 의자에 기대어 토막잠을 자고 나오는데, 쓰지도 않은 컴퓨터 요금을 고스란히 요구하는 데에는 약간 씁쓸함을 느꼈다.

택시로 도착한 화방재에는 바람이 너무 거세고 추워서 아침은 가다가 나중에 먹기로 하고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속을 더듬어 민가 두 채 사이로 난 오솔길로 접어 들었다.

자료에 따르면 화방재에서 수리봉까지 오르막이 심하다고 하길래 은근히 겁을 먹었는데 각오를 단단히 해서 그런지 의외로 힘들이지 않고 예정시간 안에 수리봉에 도착했다. 그리 넓지 않은 공터에는 자그마한 하얀 돌에 수리봉이라고 쓴 정상석이 놓여 있다.

이제 날은 완전히 밝았다. 오솔길의 주변 풀숲에는 온통 야생화의 천국이다. 흰색, 노랑, 보라색의 자그마한 꽃들이 아기자기하게 피어 있다. 날씨만 좋았다면 꽃사진 찍느라고 지체되었을 텐데, 사정없이 몰아치는 바람 때문에 걸음을 멈출 수가 없다. 그러고 보니까 지난 20, 21구간과 21, 23구간에 이어서 4번째 계속 바람과 추위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곧 날씨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반팔 티셔츠에 여름 남방을 걸치고 산행을 시작했는데,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며칠 전에 샀던 바람막이 점퍼를 꺼내 입었더니, 싼 값에 비해서 효과는 만점이다.
만항재 이르기 전에 지도 상에 그냥 "국가시설물"이라고만 표기된 것이 있길래 뭔가 궁금했는데, 자그마한 콘크리트 단층 건물에 헬기장까지 갖추고 주변을 철망으로 둘러 놓았는데 간판도 없어서 직접 보아도 대체 뭐 하는 건물인지 도통 알 길이 없다. 내리막길로 조금 가서 만항재 포장도로와 만나는 곳에 이르러서야 차단기가 있고 군사시설이니 출입을 통제한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아침도 먹고 점심에 라면을 끓이기 위한 물도 보충해 가려고 기대했던 만항재 휴게소는 문에 자물쇠를 채우고 아무도 없다. 날씨 때문에 물을 별로 마시지 않을 것 같아서 가지고 있는 물을 가늠해 보고는 그냥 진행하기로 한다.

찻길을 따라서 2~3백미터를 내려가니 우측에 함백산 안내판이 서 있고, 넓직한 산길을 따라 야트막한 언덕을 하나 넘어가면서 바람이 덜한 곳을 찾아 아침을 먹기로 했다. 동행인 한兄이 아침에 밥을 잘 먹지 못하고 빵과 우유로 하기 때문에 메뉴는 나도 오늘은 햄버거를 가져왔다. 덕분에 식사 시간은 15분이 채 걸리지 않아서 산행시간에는 도움이 되겠다.

언덕을 내려 오니 다시 찻길과 만나고 또다른 함백산 안내판이 있다. 그런데, 아니 안내판에 보니 산불방지 기간이 끝난 게 아니라 5월15일까지이다. 그렇다면 혹시나 앞으로 만나게 될 감시초소(몇 개 있다는 거 같은데?)를 어떻게 통과하나? 마음 속으로 은근한 걱정을 담게 된다. 안내판을 지나 헬기장처럼 보이는 공터를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울퉁불퉁한 산길이 시작된다.
보통은 해가 뜨고 나면 바람이 어느 정도 약해지던데 오늘은 바람이 수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나무가지들을 휘몰아치고 있다. 지난 밤에 비구름이 지나가면서 몇 송이 외롭게 핀 진달래꽃과  가지를 얼음 조각처럼 만들어 버렸다.

함백산 정상에는 큼직한 자연석에 힘차게 함백산이라 쓴 정상석이 자리 잡고 있었고 두텁게 둘러친 먹구름 때문에 가시거리 1백 미터도 되지 않을 정도로 주변 조망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 전부터 뒤따라 오던 4명 짜리 팀과 어울려 사진을 찍고는 서둘러 내려가기로 한다.

안개 속에서 갑자기 자동차가 나타났다. 만항재에서부터 올라온 찻길이 여기까지 이어져 있는 모양이다. 포장도로가 끝부분에 세워진 차에서 엔진 소리가 나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가까이 지나며 보니까 산불감시 요원이 타고 온 차인 것 같은데 바람이 불고 추우니까 히터를 틀어놓고 의자를 뒤로 제낀 채 자고 있는 모양이다.

함백산 주변에는 야생화 중에서도 유독 얼레지가 많이 보인다. 지리산에서 보던 것에 비해 크기가 좀 작고 추위 때문인지 볼품없이 축 늘어진 것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넓게 흩뿌린듯 점점이 고개 숙인 모습에 화창한 햇살이 더욱 아쉽게 여겨졌다.
느닷없이 나타난 안내표지판을 보니 "중함백 전망대"이다. 자그마하고 봉긋한 바위에 올라보지만 역시나 보이는 건 안개 뿐이다.

중함백이란 게 봉우리 이름일 텐데 별로 언제 지났는지도 모르게 지나치고 말았다. 오는 동안에 야생화 구경하고 사진 찍느라고 정신을 약간 팔긴 했지만 아무래도 별로 표나게 솟아오르지는 않은 모양이다. "제2쉼터"라는 표지가 나타나고 샘터와 정암사 방향으로 길이 갈라지는 사거리 안내판이 있는 공터에 자연석 몇 개를 의자처럼 쌓아 놓은 것이 주변과 아주 잘 어울린다.
아직까지 물을 많이 마시지 않았고, 또 싸리재에 가면 식수를 구할 수 있다고 하니까 샘터를 가지 않고 간다.

함백산에서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가던 사람들이 풀숲을 뒤지며 뭔가를 찾고 있길래 다가가 물어보니 "삼지구엽초"라고 한다. 남자들 정력에 좋다고 하면서 뜯어다가 술 담근다고 하길래 우리도 두리번거리며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몇 포기 못 뜯었다. 약초 찾는 것도 경륜이 있어야 하는가 보다.
꽃 구경하랴, 처음 보는 삼지구엽초 찾으랴 두리번거리는 사이에 은대봉에 도착하니 아담한 정상석이 자리 잡고 있다.

이제 내리막으로 접어드는데 멀리서 확성기로 틀어 대는 노래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싸리재에 포장마차라도 들어섰는가 보다. 싸리재는 일명 "두문동재"라고도 하는데, 터널이 뚫리면서 예전의 고갯길은 교통량이 거의 없다고 하니, 우리 같은 산꾼들 말고는 오가는 사람도 없을 텐데 장사가 되나 모르겠다.
드디어 저 아래로 구불구불한 싸리재 고갯길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금방 찻길로 내려선다.

찻길로 내려서니 정면으로 길 건너에는 감시초소인 듯 싶은 건물이 우람하게(?) 버티고 있고, 창문이 살짝 열리더니, "거기 아저씨들, 이리 와 보세요." 한다.
아차, 염려했던 산불감시 요원이구나! 마지못해 끌려가듯 다가가니, 아니나 다를까 입산 금지 기간인데 왜 올라왔느냐, 화방재에서 몇 시에 출발했느냐, 인적사항을 적고 일장 훈시를 들은 다음에, 금대봉 방면으로 다른 단속요원들이 다수 투입되었기 때문에 봐주고 싶어도 안 되니 포기하고 하산하라 한다.
이 일대의 단속에 대해서는 익히 들은 바가 있었던 터라 아쉽지만 더 이상의 미련은 버리고 여기서 접을 수 밖에 없다.

역시나 등산객을 태우고 왔던 승합차를 얻어 타고 고한 방향 두문동으로 내려서서 한참을 기다린 끝에 버스를 타고 태백으로 돌아왔다.
서울 가는 버스와 인천 가는 버스가 마침 같은 시간에 있어서 표를 끊고는 남은 시간에 이리저리 헤맨 끝에 찾아낸 치킨 집에서 통닭 안주에 생맥주로 점심을 대신하고 나니, 정확히 버스 출발시간이 되었다.
서둘러 터미널로 달려가니, 고속도로가 밀려서 서울 가는 버스가 서울에서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인천 가는 버스를 같이 타고 가다가 사북에서 갈아 타라고 한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 황악산을 넘을 때와 화령재 지날 때 폭우로 중도에 철수한 것을 빼면 날씨가 아닌 이유로 중도에 하산하고 돌아오기는 처음인 것 같다. 다음에도 단속이 심한 휴식년제 구간이 몇 개 있는데 어떻게 통과해야 할지 염려스럽다.


▣ 기록  

5월  9일(금) 23:00   동서울터미널 출발
5월 10일(토) 02:30   태백 도착, PC방에서 앉은 채 취침.
             04:30   기상. 택시로 이동

산행 시작(05:00) → 수리봉(05:30) → 만항재(06:28) → 중간에 아침식사(07:00/07:15) → 함백산(08:08) → 중함백 전망대(08:50) → 은대봉(10:11) → 싸리재(10:35)

두문동재에서 버스로 태백 이동, 동서울행 직행으로 귀경.

산행거리 11.7km/백두대간 구간 11.7km(백두대간 누적거리 km)



▣ 정보

ㅇ 동서울-태백 심야직행 21,500*2=43,000   PC방 4,400     태백-화방재 택시 14,000
    두문동재-태백(버스) 2,400  통닭&생맥주 23,000    태백-서울/인천 42,700  계 129,500/2=65,000

ㅇ 식수 구할 수 있는 곳 - 만항재, 제2샘터, 싸리재.
ㅇ 전체적으로 경사가 완만한 육산임.
  • ?
    이안 2008.05.20 20:16
    애 쓰셨어요.^^
    산달력에는 지리산 가신다길래 어디쯤 걸으실까 했더니 여기서 ㅎㅎ
  • ?
    부도옹 2008.05.20 22:05
    추운데 고생하셨네요.
    과태료 고지서 날아오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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