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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 22 구간

▣ 일시 : 2007년 9월 8(토) ∼ 9일(일)  

▣ 구간 : 고치령-마구령-선달산-박달령-옥석봉-도래기재

▣ 산행기

장마철이 지난 후 산행 날자를 잡을 때마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2번 연기한 끝에 겨우 떠나게 되었다.
영동고속도로에 접어들면서 졸음 때문에 휴게소에서 1시간 가량을 잔 데다가, 고속도로 풍기 I.C.에서 나와야 되는 것을 단양 I.C.에서 나오는 바람에 길을 착각하여 헤매는 바람에 2시 넘어서 고치령에 도착했다.
산신각에는 혼자서 비박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05:00 휴대폰 알람 소리에 잠을 깨어 하늘을 보니 짙은 구름이 잔뜩 끼여 있다. 제발 비는 오지 말아야 할 텐데.
차 안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는데, 카니발 한대가 올라오더니 대여섯 명이 우루루 내리고 택시 한대가 올라와서는 두 사람이 또 내린다..
산신각에서 비박을 했던 솔로와 택시를 타고 온 두 사람은 1박 2일에 화방재까지 주파할 예정이라고 하며 쏜살같이 가 버리고, 카니발을 타고 온 팀은 늦은목이에서 야영한다면서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다가 결국 마구령 개울가에 퍼질러 앉아 이후로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06:00 산행을 시작한다. 산신각 왼쪽으로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 참나무 사이 오솔길을 기분 좋게 걸어가는데 밤에 약한 비가 뿌린 것에 비해서는 길가 풀잎에 이슬이 덜 매달려 있다. 아마도 앞서 간 사람들이 다 털고 지나간 모양이다.
1시간 좀 지나서 <미내치>에 도착했다. 장소가 좁고 울퉁불퉁하지만 시간도 적당하고 다음에 어떤 장소가 있을지 몰라서 예정대로 여기에서 아침을 먹기로 한다. 오늘 아침 메뉴는 우유를 곁들인 도너츠이다. 동행하는 한兄이 아침식사로 밥을 영 못 먹는 바람에 앞으로는 아침 식단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그 바람에 식사 시간은 많이 단축되어서 늦게 출발한 걸 보충하고도 남았다.


   <미내치는 공간이 좁고 평평하지도 않아서 쉬는 장소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헬기장을 지나 1096봉에 이르니 여기도 너른 공터에 헬기장이다. 나중에 느꼈지만 이번 구간에는 참 헬기장이 유난히 많았다.
지도에는 여기서부터 <마구령>까지 사이에 "춘양목 지대"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쭉쭉 뻗은 춘양목은 보이지 않고 참나무가 대부분 차지한 사이에 잡목이 우거지고 이따금 보이는 소나무는 줄기가 구불구불한 것들 뿐이다.


     <1096봉은 넓다란 풀밭으로 된 헬기장이다.>

마구령에 내려서니 앞질러 갔던 카니발팀이 왼쪽 계곡에서 쉬고 있어서 그쪽으로 내려가려는데, 대간 길은 반대쪽이라고 얘기해 준다. 뒤로 돌아 고개 마루에 가보니 공터에 차가 두 대 세워져 있고 그 옆으로 리본이 매달려 있다. 잠깐 앉아 쉬면서 사과를 깎아 먹는데 내가 사 온 사과가 푸석푸석 한 게 영 맛이 틀렸다. 아직은 사과가 제철이 아닌 것 같더니만.


     <마구령은 비포장이지만 차 다니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다.>

마구령에서 그다지 심하지 않은 오르막을 천천히 걸어올라 894봉으로 생각되는 헬기장에 다다르니 풀숲에서 한 포기 원추리가 반갑게 맞이한다. 철이 지난 뒤라서 그런지 뜻밖이었다.
1057봉을 지나서부터는 낙엽이 수북이 덮여 푹신한 흙길이 이어지면서 어렵지 않게 갈곶산으로 이르게 되는데 자그마한 공터에 세워진 이정표를 배경으로 중년의 남녀 한 쌍이 사진을 찍고 있다. 얘기를 들어보니 부석사에서 올라왔다고 한다. 이곳에서 대간 길과 반대편 남쪽으로 갈라진 흐릿한 길을 따라가면 봉황산에 이르고 그 아래에 바로 유명한 "부석사"가 있다.


     <갈곶산은 이정표에는 "봉황산 갈림길"이라고 써 있다. 봉황산은 부석사의 뒷산>

완만한 내리막을 조금 내려간 안부가 오늘 점심을 먹기로 예정한 늦은목이이다. 20구간의 묘적령에서 시작한 소백산국립공원은 여기서 끝이 난다. 제법 넓직한 공터이지만 한쪽이 경사져서 야영을 한다면 중형 텐트 1~2동 치기가 빡빡할 것 같다. 큼직한 국립공원 안내판이 있는 우측으로 조금 내려가 물을 떠다가 라면을 끓였다.


     <늦은목이는 소백산국립공원의 경계이며, 생달마을로 내려가는 탈출로가 있다.>


드문드문 큰 소나무가 보이는 오르막길은 1시간이 넘게 계속 이어져 제법 숨을 헐떡이게 만들었다. 이번 22구간 중에 그래도 힘이 들었다고 할 수 있는 길인 셈이다.
탁 트인 공간에 버티고 선 흰색의 큼직한 정상석 앞에서, 7~8명의 단체가 왁자지껄 대간길 안내판을 보며 자신들이 지나온 길과 빼먹은 구간에 대해 열심히 떠들며 사진도 찍고 있다.
  

     <선달산 정상은 조망이 괜찮은 곳이다.>


좁게 삐뚤빼뚤 울퉁불퉁 이어지는 길을 따라 능선을 진행하다가 옆으로 쓰러진 나무등걸이 있어서 가지 사이로 빠져나가려는 순간 머리 위 가지에 배낭이 걸리면서 기우뚱 몸이 중심을 잃고 쓰러지기 직전, 재빨리 스틱을 짚어서 간신히 충격을 완화시키며 연착은 했으나, 아뿔사! 스틱 밑단이 확 휘어진 게 아닌가! 내 몸 다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기는 마음보다 스틱 휘어진 게 더 마음에 걸리는 건 무슨 연유인지 모르겠다.


     <큰 사고가 날 뻔 했던 나무등걸>


선달산을 지난 지 30분 가량 지나서 "선달산 1.1km" 이정표가 나타나고 바로 옆에 "선달산 옹달샘 150m"라는 안내표지가 있다. 늦은목이에서 담아온 물이 아직 충분하고 이제 오늘의 종착지가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확인하지 않고 그냥 통과하기로 한다.


     <1236봉 조금 아래의 샘터 표지>


1246봉을 지난 뒤 능선길은 천천히 내려가는 분위기를 보이는데 숲속 공터에 산림청에서 의자를 만들어 놓은 쉼터가 보인다. 이러한 쉼터는 이번 구간에 몇 번 더 만날 수 있었다.
단조로운 잡목숲이 끝나고 앞이 툭 터지면서 커다란 헬기장이 나타나더니 그 너머로 오늘의 숙소(?)인 박달령 휴게소가 보인다.
박달령은 북쪽으로는 비포장이고 남쪽으로는 콘크리트포장이 된 임도가 연결되는데 자동차가 다니는 것은 큰 문제가 없는 듯 했다. 휴게소 우측으로 산신각이 있고 헬기장 바로 좌측에는 간이화장실도 있다. 화장실 바로 옆으로 오솔길을 따라 70~80m 내려가니 괜찮은 옹달샘도 있다.
휴게소는 벽면이 아래 절반쯤만 있어서 바람은 막지 못하겠으나 가운데 6~8인용 식탁이 있고 한쪽으로는 긴의자가 벽을 따라서 붙어있고, 반대편으로는 침상이 있어서 어른 3인에 어린이 2명 정도는 편안한 잠자리를 마련할 수 있겠다.
느긋한 마음으로 저녁을 먹으려는 때에 랜턴을 켜고 통과하던 산객이 도래기재까지 야간산행을 하려다가 우리를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고 들어와서 합석, 아니 합숙하게 되었다.  


     <박달령의 전경. 정면에 쉼터와 산신각이 보인다.>


     <박달령 쉼터의 모습. 가운데 식탁과 침상. 반대편에는 긴의자가 있다.>


밤새 요란한 바람 소리에 몇 번 잠을 깨기는 했지만 비나 이슬 맞을 걱정이 없고 내일 일정이 여유 있으니 마음놓고 푹 자고는, 아침에 일어나 보니 어제 못 보던 차 가 몇 대 헬기장에 올라와 있다.
어제 남은 부대찌게로 아침을 먹고 동숙자는 화방재까지 가겠다고 아침 일찍 서둘러 떠나고 우리는 한껏 여유를 부리며 출발 준비를 했다.

박달령에서 옥돌봉(옥석봉)으로 오르는 길은 어제 낮에 늦은목이에서 선달산으로 올라가던 길과 오르막과 힘들기가 아주 비슷하다. 속으로 '천천히, 천천히' 하면서 걸음을 쌓아나가니 주실령으로 갈라지는 갈림길 이정표가 나타나고 긴의자가 놓인 쉼터이다.


     <옥돌봉 못 미처 주실령 갈림길>

야트막한 둔덕 하나를 넘어드니 자그마한 바위 앞에 까만 정상석이 보이고 그 앞으로는 넓직한 헬기장이 자리잡고 있다.
그늘에 앉아 하나 남은 배를 깎아 먹으며 미리 약속해 놓은 춘양면의 택시기사에게 전화를 했다.


     <옥돌봉 정상. 바로 앞에는 너른 헬기장이다. >


이제 하산길이다.
진달래와 철쭉이 많은 잡목숲을 뚫고 나아가다 보니 숲 사이에 하얀 목책이 보인다. 다가가 보니 "우리 나라에서 제일 나이 많은 550년생 철쭉나무"로 보호수로 지정한다는 안내판과 함께 목책을 둘러놓았다. 나무 높이가 5미터에 밑둥치 둘레가 105cm라고 한다. 작년에 지정했으니까 금년 나이는 그럼 551년인가?


     <550년 된 철쭉나무>


낙엽 깔린 오솔길은 잡목 사이로 천천히 고도를 낮추어 내려간다.


     <옥돌봉에서 도래기재로 가는 길은 대체로 이런 모습이다.>

이번 산행 구간은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흙길에 경사도 완만하여 소백산 구간에 이어서 편한 길인데다가 물 사정도 괜찮고, 잠자리로 무인대피소까지 준비된 아주 기막힌 구간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앞이 툭 터지면서 도래기재가 나타났다. 도로 가 절개지로 내려가는 곳에는 동물이동통로가 마련되어 있고 옆으로 나무 데크가 설치되어 있었다.


     <도래기재에 내려서서>


약속한 택시는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운전기사는 자신이 백두대간을 마친 산꾼이라며 대간 산행이야기에 쉴 사이가 없다.
가는 길에 "오전약수"에 들렀다가 가지 않겠느냐는 권유에 처음에는 별로 내키지 않았으나 계속 권하는 바람에 들리기로 했다.
찻길에서 조금 벗어난 주차장에 택시를 세워두고 관광지 상점거리 같은 길을 5분쯤 걸어가니 움푹 파인 옹달샘이 있다. 한 바가지 떠서 들이키니 과연 톡 쏘는 탄산에 철분의 신 맛이 가미된 것이 기대한 이상이었다. 그냥 갔으면 후회할 뻔 했다고 웃으면서 물통을 하나씩 사서는 아예 물을 담아가기로 했다.


     <오전약수터 안내문>


고치령에 도착하여 차를 돌려 내려오는데 하마터면 올라오는 차와 충돌할 뻔했다. 그제서야 올라올 때  택시 기사가 "내려올 때 조심하시오" 하던 말이 이해가 되었다. 자가용을 가지고 대간산행을 할 때는 정말로 안전 운행에 더더욱 신경을 써야 하겠다.
이제 또 다음 구간을 머리 속에 그리며 시원한 캔맥주를 들이켰다.
아, 한兄! 나만 마셔서 미안해-


▣ 기록  

9월 7일(금) 21:30   신림동 출발
9월 8일(토) 02:10   고치령 도착, 차 안에서 앉은 채 취침.
            05:00   기상. 커피 한잔하고 출발 준비
산행 시작(06:00) → 미내치(07:13/07:43) 아침식사 → 1096봉(08:56) → 마구령(09:46/10:00) → 갈곶산(12:48) 봉황산 갈림길 → 늦은목이(13:13/14:30) 점심식사 → 선달산(15:39) → 박달령(18:00) 비박

9월 9일(일) 06:00 기상.
            07:45 출발 → 옥석봉(09:21/09:30) → 도래기재(10:30)
            춘양면에서 택시를 불러 <오전약수>를 들렀다가, 귀가


산행거리 26.0km/백두대간 구간 26.0km(백두대간 누적거리465.2km)



▣ 정보

ㅇ 택시(도래기재-고치령) \40,000  약수통(2개) \4,000  점심 \10,000
    합계 \54,000/2명=\27,000(왕복 자가용 경비 제외)
ㅇ 식수 구할 수 있는 곳 - 마구령, 늦은목이, 선달산 샘, 박달령.
ㅇ 전체적으로 경사가 완만한 육산임.
ㅇ <오전약수>는 찻길에 바로 옆에 있는 주차장에서 걸어서 약 5분 거리.
  • ?
    부도옹 2007.09.13 00:13
    꾸준히 이어가시는 대간산행이 보기 좋습니다.
    배낭의 부피를 좀 더 줄이시면 안전하고 편할텐데....
    누가 보면 뽕배낭이라고 할까 무섭습니다.^^*
  • ?
    해성 2007.11.02 00:57
    부도옹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빈틈없이 배낭이 저리도 빵빵할수 있을까??
    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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