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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 탐방지원센터- 천황사지 - 구름다리- 통천문 -천황봉(809) - 구정봉 - 향로봉 - 억새밭 - 도갑사.(6시간 30분)











달 뜨는 산,
하늘과 땅의 기운이 깃든 월출산은 북쪽 영암군과 남쪽의 강진군에 걸쳐 있는 산으로
기암이 많아 남쪽의 소금강이라 불리기도 하려니와 가히 호남의 5대 명산에 꼽힐만하다.
높이는 809미터이나 사방에 큰 산이 없는 들판에서 느닷없이 솟구쳐 발뿌리까지 다 드러나 보여
에누리없이 해발 시작점이 되므로 웬만큼 고도를 먹고 들어가는 다른 산들과 비교해 절대 낮지 않다.

월출산을 한번 올라보리라 마음먹은 건 지난 겨울 해남 여행길에서 들은 윤선도의
산중신곡 중 월출산을 읊은 시조 때문이었다.
그때 산 아래서 올려다본 월출산은 홀로 도드라지게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있었는데
주변에 가로막힌 산이 없어서인지 뽀얀 화강암의  뼈대가 매우 우람하게 돋보였고
장쾌한 기가 흐르는 듯 신비로우면서도 위압감마저 들어져 내심 선망하게 되었다.
간척이나 하구둑 공사같은 인위적 지형 바꿈이 없었다면
그옛날 월출산은 바다에 발을 담그고 있는 모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강진쪽에서 바라보면 달이 지는 모습일 테고 영암쪽에서 보면 달이 돋는 모양일 텐데
월출산이라 이름지어진 것을 보면 당연 영암의 월출산이 맞지 싶다.
하얀 암봉 위로 솟아 오는 달 모양이 얼마나 벅찼으면 영암 아리랑이 탄생했을까.

월출산의 등반은 보통 천황사, 도갑사, 경포대, 무위사 네 코스에서 접근하는데
그 중 6시간 이상 소요되는 천황사에서 도갑사로 이어진 종주코스를 가장 선호한다.
이 코스가 가장 길고 힘든 코스지만
명물 구름다리도 건널 수 있고 웅장한 바위 계곡과 주능선 기암을 조망할 수 있으며
억새군락까지 거쳐 고찰 도갑사까지 탐방 가능하니 월출산을 가장 제대로 볼 수 있다.













천황봉은 어디 있단 말인가.
새벽 6시 30분, 천황사 등산로 입구에 주차 후 안개 속 산행 시작.
안내판에는 천황봉까지 3.1키로다.
막막한 단절감..이 하얀 물질을 어떻게 걷어낼수도 밀어낼수도 없다.
숲 속의 벚나무 가로수 신작로를 얼마 지나니
잡목이 우거진 오솔길이 나오는데 삼거리에서 왼쪽 구름다리를 향해 길을 잡는다.
갈림길에서 백여 미터 오르니 새로 지어진 대적광전만 덩그러니 초라하기 그지없는 천황사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되는데 초입 조릿대가 무성한 숲을 헤치고 나가니
이내 길이 가파르고 구름다리 삼거리에서부터는 경사가 급한 철계단이라 바짝 조심해야 한다.
산행 초반부터 구석구석 몸속 노폐물들이 토해 나오고 초록의 새기운으로 채워진다.  














산행시작 한 시간 후 잘 지어진 정자를 만나고 이어 구름다리가 나타나는데
협곡을 사이 두고 장대하게 솟은 암벽들이 희뿌연 안개속에 보일듯 말듯 감질나다.

           월출산이 높더니마는 미운 것이 안개로다
           천황 제일봉을 일시에 가리와라
           두어라 해퍼딘 휘면 안개 아니 거드랴

길이 50여 미터의 현수교 구름다리 절벽 높이가 120 미터나 되어 어질어질 현기증이 난다고 하는데
오늘은 폭신폭신한 구름위에 둥둥 떠 있으니 웬걸 아무 두려움조차 느낄 수 없다.
구름다리를 건넌후 천지분간이 어려운 안갯속에서 너덜지대와 가파른 급경사 철사다리길을 연이어 오른다.
산길 백미터가 이렇게 길고 멀 수가 없다.
이런 등산객들의 심정을 아는지 국립공원 입간판도 일이백 미터마다 하나씩 세워져 있다.
암벽등반을 하듯 바위능선을 타고 진땀을 짜내가며 계속되는 오르막 길을 고행하듯 걸어야 한다.
















매봉 지나 철계단을 내려서 골짜기 아래 경사면으로 걸어가노라면
사자봉을 돌아 천황봉 아래 능선으로 이어진다.
매봉 중턱에서 삼십 분 정도 오른 지점에 경포대 능선 삼거리가 나오고
드디어 천황봉 300 미터 남았다.

출발한 지 두 시간여 만에 천황봉에서 백여미터 아래 있는 비좁은 바위 통로,
'하늘로 통하는 문' 통천문에 닿았다.
천황사에서 오를 때 마지막 관문으로 이 바위 문을 통과해야 천황봉에 이를 수 있다
통천문 지나면 이내 천황봉에 다다른다.
천신이 산에 깃들였다하여 통일신라시대부터 제사를 지냈다니 이 산의 신령스러움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었나보다.
몇백 명이 모임을 해도 좋을 만큼 넓은 정상부위엔 걸출한 정상석이 위용 있다.

꿈쩍 않고 찰싹 달라붙어 있던 짙은 안개는
어느새 산 아래서 불어오는 바람과
뜨거운 태양 기운에 못이겨 서서히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천황봉에서 일어나 우측 도갑사 방향으로 내려서려니 이때부터 답답하던 시야가 트인다.
능선길과 오름길을 반복하며 일단 1.6키로 앞의 구정봉으로 향한다.
천황봉에서 구정봉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월악산 한 중앙의 백미를 자랑한다.
멀리 강진 벌판이 한폭으로 달겨들고 영암 고을은 신기루처럼 구름 아래 빛이 나고 있다.
바위 하나하나가 그냥 통돌덩이가 아니라 작정하고 만든 조각품이며 사방이 고아한 산수화 병풍이다.
이 신명 나는 길은 발이 땅에 닿는건지 어쩌는건지 모르게 둥둥 떠 날듯이 가는데
마침 시절을 맞은 원추리는 바위틈에서 비스듬이 느리우니 저게 꽃인지 바람인지 구분조차 할 수없다.
천황봉에서 바람재까지는 내리막길도 많고 워낙 순탄해 30분 정도면 당도할 수 있다.
급경사의 암반 앞뒤 좌우엔 구멍바위 돼지바위 연인바위 탕건바위 등의 기암괴석이
스스로 이상하게 생겨나서 재밌는 모양을 하고 있다.
매끈하게 떨어진 잘록한 허리 부분에 사방이 탁 트인 전망데크를 설치해놓았는데
한숨 돌리며 관망하기 안성맞춤이다.
구름은 산아래서 몰려왔다 다시 곤두박질치기도 하며 이 산을 찾은 관중에게 시시각각 공연을 하고 있다.
바람재에서 구정봉 갈림길 구간은 바위와 풀과 기암이 모자람 없이 조화로롭고
마지막 안개가 걷혀가는 바람재 삼거리 부근의 서정적인 풍경은
뭘 느끼고 생각하기 이전에 이미 경계선은 무너져 망아지경이다.
이 부근에서 경포대 삼거리로 하산할 수 있고 계속 가면 구정봉(705)이다.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장군바위 지나면 굴의 깊이가 10미터 쯤 되는 베틀굴이다.
임진왜란 때 여인들이 난을 피해 이곳에 와 베을 짰다고 하는데 내부에 샘이 흐로고 있다.
여기서 구정봉으로 오르는 길과 도갑사로 안내하는 간판이 있는데
꼭 구정봉을 거쳐 보고 도갑사로 가야 한다.
구정봉 오르는 입구는 베틀굴 바로 뒤 바위 사이에 숨어 있는데
동굴 같은 입구는 큰 배낭을 메고는 끼어 못 들어갈 정도로 좁디 좁다.
그러나 바위를 통과해 올라가니 몇십 명이 모임을 해도 좋을 만큼 널따란 암반이다.
바위가 패인 크고 작은 아홉 개의 웅덩이에 늘 마르지 않는 물이 고여 있는데
아홉 마리의 용이 살았다 하여 구정봉이라 이름 지어졌다 하기도하고 교만을 경계하는
어느 총각의 일화도 전해 온다.
신기하게도 어느 웅덩이에는 풀이 자라고
제일 큰 웅덩이엔 이 더운 와중에 개구리들 한쌍이 한가로히 사랑놀이를 하고 있다.
구정봉에서 바라본 절경은 월출산 내에서 가장 빼어나고 구정봉에서 맞는 일출은 가장 아름답다 한다.
여기서 오백 미터 아래 지점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다는
마애여래좌상(국보 144호)을 패스하고 온 게 내내 아쉽다.




 














구정봉 지나 도갑사 방향으로는 훨씬 평탄한 길을 걷는다.
도갑사 직전의 미왕재 부근은 널찍한 억새밭으로 급할것없이 평온하고 한적하기 그지없다.
훨씬 가까워진 산아래 남도 특유의 향토적 전원풍경들을 여유롭게 조망하며 쉬어가기 딱 좋다.
억새밭이 끝나는 지점의 직진방향은 자연휴식년제 입산통제 구역이고
오른쪽으로 내려서면서 도갑사 방향으로 본격적인 하산이다.
경사도 급하지 않은 평이한 숲길을 내려오면 조그만 계곡을 만나게 되고
1시간가량이면 도갑사에 닿는다.


'인생 후반 길에 말 타고 바라보기만 하니 바쁜 게 죄로구나'
김종직은 말년에 월출산을 찾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한탄했다
신령스런 기운이 충만한 월출산은
귀중한 문화 자원을 보존하고 있는 무위사와 도갑사까지
어느 것 하나 아쉬움도 부족함도 없어 반드시 고생하고 오른 보람이 있는 산이다.
북쪽의 천황봉 주변은 산세가 수려하고 험준하며 기암이 빼곡한 돌출경관이 많고
남쪽 도갑사 구정봉 쪽으로는 능선이 완만하고 섬세함과 부드러움이 특징이며
봄의 진달래와 철쭉, 여름의 운해, 가을의 억새, 겨울 설경까지 어느 계절에 가도
절대감동일 듯하다.
더구나 월출산 바위는 모두 기가 흐르는 맥반석이라 땀흘리며 바위의 기운을 담아 올수 있다고 한다.
이런 월출산은 달과 어우러질 때 가장 멋있다는데
거대한 소멸 뒤의 거대한 탄생,
월출산에서 서해로 떨어지는 일몰은 얼마나 처연한 모습이며
이어 거대 수석 같은 암봉에 만월이 걸리면 얼마나 시리도록 충만한 빛을 낼까싶다.
아마 주술같은 영암아리랑이 절로 흥얼거려지리라.

'달이 뜬다 달이 뜬다 둥근둥근 달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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