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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사 - 상원암 - 구름다리- 두륜봉- 만일재-천년수- 북미륵암 - 일지암 - 대흥사  
산행시간 4시간










대가람 대흥사가 자리한 두륜산 도립공원 들어가는 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숲길 베스트에 올랐을 만큼 멋과 정취가 뛰어난것이
오대산 월정사와 청도 운문사 숲길, 변산 내소사 전나무 숲길과 더불어
우리나라 최고의 산사 명품길로 꼽힐만 하다.
수종은 단풍나무 벚나무 등의 활엽수가 대세인데 중간중간 의도적으로 조림한
편백나무숲 또한 동백나무와 적절히 섞여 지루하지 않고 보기 좋다.
위로 한껏 뻗어 오르다 제힘에 부쳐 늘어진 가지들은
저절로 두 손을 맞잡아 아예 둥근 터널이 됐다.
누군가는 말하기를,
해남 대흥사를 찾는 기쁨의 절반은 이 숲길을 거니는 데 있다고 했다.
한여름 계곡 가에는 삼삼오오 가족단위 피서객들이 왁자하다.
숲길을 따라 이삼십분 올라가면 큰 주차장과 계곡이 나오는대 거기 유선관이 있다.
수덕여관이나 쌍계별장과 더불어 사연도 많고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드나들었던
절 아래 유서깊은 산장으로
계곡가 최고 요지에 자리한 기와집이 더욱 멋스럽고 운치 있다.
현재는 대흥사에서 운영 중인데 음식도 잠자리도 이름나 사계절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한다.
언제가 될는지 모르지만 가을이나 한겨울 따뜻한 구들을 기약함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유선관 바로 옆 피안교를 건너면 바로 대흥사 경내에 들어간다.
일주문을 지나 등산로를 찾아 오른쪽으로 접어드니
서산대사 초의선사 부도탑이 있는 큰 부도밭이 나온다.
모양도 크기도 가지가지 일찍이 이렇게 큰 부도밭을 본적이 없지 싶다.
이어 표충사를 끼고 산길로 접어든다.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계곡 옆으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중년의 아저씨께서 웃통을 벗고 속옷만 입은 채로 계곡 피서를 하고 있다.
이 무슨 해괴한.!
삼복더위 훅훅 찌는 날씨, 찜질방 고온 방에 들어온 듯 땀이 비오듯 줄줄 흐른다.
완만한 등산로를 일키로 정도 걸으면 우회하여 올라오는 자동차 도로와 만나고 이어 상원암 갈림길이다.
본격적 등산로는 동백나무가 섞인 숲길을 널널히 거닐듯 오르다 서서히 경사각이 높아가고
중반 이후는 제법 커다란 바위 암릉길을 걷게 된다.
















두륜봉 정상 입구. 구름다리.
입간판에는 둘 다 이 부근에 있다고 나와 있는데 어디를 봐도 두 가지가 다 없다.
잠깐 우왕좌왕하며 상황 파악에 나서고 입구서 받은 지도를 자세히 들어다 보니
암벽 밑을 돌아 좁은 바위틈 사잇길을 올라가면 철사다리와 석문을 통과 정상으로 오를 수 있다.
구름다리가 있다 해서 대둔산 철구름다리를 상상했는데 자연암의 무지개형의 돌다리였다.
암곡 반대편 젊은 스님 두 분께서 용을 쓰며 부처님 손바닥 모양의 바위를 기어오르신다.
두륜봉은 서쪽으로 휘듯이 기울어진 암벽 위에 평탄한 반석으로 되어 있는데 조망이 뛰어나다.
정상에서 바라본 대흥사는 몇개의 골짜기가 합수된 지점에,
초보가 봐도 딱 명당자리인 듯한 곳에 안정적으로 터를 잡고 있다.

뒤돌아 시선을 반대편으로 던지면
눈앞을 가로막던 구름층이 해안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훅하니 말려간 틈에
발아래 강진만과 완도, 해남 일대의 넓은 들판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청정해역
다도해의 올망졸망한 섬들이 아득하게 파도처럼 일렁이며 다가온다.


















정상에서 바로 아래 만월재로 내려가는 길을 찾아보니 등산로 아님 표시가 가로막는다.
곧바로 내려가고 싶어 기웃거려보지만 빠른 길은 없다.
워낙 경사가 급한 암릉이라 결국 다시 구름다리로 돌아와 철계단으로 우회해야만 한다.
10 분정도 산 옆댕이를 돌아 시원스레 내려 가니 탁 트인 만일재다.
두륜봉과 가련봉 사이 아치를 뒤집어 놓은 듯 매끄럽고 날렵하게 떨어진 평평한 분지,
남쪽 바다에서 불어오는 기운은 모두 이 고개를 사뿐히 넘어 뭍으로 올라오겠다.
마침 불어오는 살랑 바람에 키작은 억새풀들은 허리가 휘어지는데
도도한 노란 원추리 꽃은 홀로 처연하게 돋보인다.

여기서 다시 이삼십 분 오르면 가련봉으로 해서 노승봉으로 이어지고
왼쪽 대흥사, 천년수 표지판 방향으로 하산하면 일지암 거처 대흥사로 갈 수 있다.















일지암을 들려볼 요랑으로 만월재에서 천년수 방향으로 이백여미터 내려오니
만월암터다.
오래된 탑 하나가 뎅그만히 서있고 개구리 노니는 우물터에 잡풀이 우거져 있다.
천년수는 어디 있단말인가.
뙤약볕아래 시원한 해갈이 간절하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필요에 의한 자의적 해석의 함정에 또 빠졌다.
물맛이 어떻기에 천년수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은근 기대하며 물통까지 싹 비우고
천년수를 찾고 있는데 없다.
두리번두리번 갈팡질팡하다 바로 앞 잡목 숲을 끼고 돌아가니
바로 눈앞에 거대한 괴목과 마주한다.
(헐?!)
천년수(千年樹)
이 산중에 이런 미끈하게 잘 생긴 느티무가 천년을 살아오다니
이미 한낱 미물이 아니라 그 자체로 신력 있는 존제감처럼 느껴진다.

만월암에서 마주친 부부에게 일지암 내려가는 길을 물으니
친절하게도 문화재가 있는 북암을 꼭 들려보고 일지암으로 가라 하신다.
이 산중에 문화재가, 그것도 국보가 있다니 의아하다.
대개 국보급 문화재는 나를 실망 시키지 않았으니
어쨌든 이 무슨 횡재란 말인가.
이십분 정도 내려가니 북암이다.
매일의 일상이 뻔한 겔러빠진 늙은 개와 눈 마주침으로 인사한다.






고려시대 조성된 마애여래좌상은 양각 기법 돋을새김으로
미륵불은 목조 전실 기와집 보호각 안에 모셔져 있다.
원래는 보물이었으나 보호각을 해체보수 하는 과정에서 감춰져 있던 상하단부가 발굴됐고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국보로 승격됐다하니 더욱 귀하고 신비롭다.
일단 크고 정교함에 놀라고 후덕한 몸체에 거침없는 눈빛, 신비로운 미소 앞에 압도된다.
네 귀퉁이 비천상이 있어 더욱 광채 나는 듯 보이니
석불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든다.
내가 절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들어가 천 년 전의 석공에게라도 엎드려 감사 인사라도 올렸으리라.
딱 들어맞게 각본 된 북미륵암 남미륵암 천년수에 얽긴 천동과 천녀의 전설도 의미심장하고 흥미롭다.

전혀 예상치 못하게 우연히 거저 얻은 기쁨.
그러나 세상엔 공짜가 없고 거저 편승함에도 염치가 있어야 하는지라
좀 더 알아보고 찾아갔으면 바로 근처
부처님 손바닥 모양의 바위에 있다는 보물 석탑을 찾아 봤을텐데 놓치고 말았다.
이 또한 다음을 기약하는 일이려니 위로한다.










북암에서 일지암으로 향하는 숲길은 급하지 않다.
그간 책이나 영상으로만 봐왔던 일지암을 너무 늦게 찾아왔다.
뒤쪽 숲과 이어진 끝 싸리 울타리 안 뽀얀 초막이 눈에 들어온다.
시. 서. 화. 차.의 4인방이라 할 수 있는 다산, 초의, 추사, 소치를 잇는 매개체.
바로 초의차가 있었기에 이들의 인연은 오래도록 깊고 향기로웠다.
이곳이 초의선사께서 머무셨다는 다향의 산실인가..
한여름 휴가철에 산속의 소박한 초막을 기대한 내 탓이리라.
일지암은 그야말로 번잡하고 수선스럽기 이를 데 없다.
다선체험관과 부속 건물은 거창하고 피서복 차림의 유숙객들은 절마루를 뛰어다닌다.

일지암에서 대흥사로 내려오는 하산길은 굳이 여름이 아니더라도
동백나무와 차나무가 어우러진 초록의 숲길이다.
가만둬도 저절로 아름다운 이 오솔길을 새로 정비하여 시멘트 포장까지 해놓아
금방이라도 무릎이 굽어져 꺾여질 듯 가팔라 온 몸을 긴장하고 걸어야 한다.
그냥 그대로 놔두고
조금 불편을 감수 하면 안 되는 것인가...

다시 대흥사 경내로 들어와 아득한 천 년의 세월을 찬찬히 더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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