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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주변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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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동안 늦장마와 태풍, 그리고 산행구간이 수해지역이라는 이유로 계속 미루다가 두 달여 만에 다시 구간을 잇게 되었다. 삼봉 씨가 승용차를 김천역까지 가지고 온 덕분에 차 안에서 포근하게 새벽잠을 자다가 보니 늦잠을 잤다. 차 안에서 김밥으로 부지런히 아침을 먹고 택시를 집어타고 궤방령에 도착하니 예정보다 1시간이나 늦은 7시가 돼 버렸다. 가스공사 기지 맞은편에 있는 샘터에서 물을 보충하고 지난 번 야영을 했던 잔디밭을 지나는데 맞은편 습지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보니 노루인지 고라니인지 싶은(아마도 고라니) 짐승이 화들짝 산비탈로 뛰어 올라간다. 대간 산행을 시작한 이래 보았던 중에서 가장 큰 산짐승이다. 정말 이 산하에는 너무나 동물들이 귀한 손님이 돼버린 것 같다. 대간 산행을 시작한 이래 산토끼 한 마리도 제대로 못 보았으니…
2)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고개마루에서 산길로 접어드는 첫 30여분은 오르막 비탈이 심한 것 같다. <418봉>을 앞두고 등산로가 점차 흐릿해진다 싶어 지도를 꺼내 방향을 살펴보니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 것 같다. 50여 미터를 되돌아 가서 어렵게 리본을 찾아 제 길을 찾았다. 약간 숨을 돌리는가 싶더니 <오리골 오솔길>을 지나서부터는 지루하고 힘든 오르막길인데 곳곳에 소박한 모습을 보이는 산국화가 위안이 된다. 10월도 중순에 접어든 가을이건만 화창하고 바람 한 점 없이 한여름 못지 않은 날씨에 비지땀을 흘리며 잡목숲을 헤치고 1시간쯤 힘겹게 가다가 오랫만에 나타나는 바위길을 30여분 더 올라 <가성산>에 다다른다. 가성산은 직경 10여 미터쯤 되는 공간에 시멘트 포장을 했고 자그마한 흰색 비석이 박혀있는데 나무에 가려 전망은 없다.
3) 별 특징없이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넘고넘어 평평한 참나무 숲에서 숨을 고르는데 잘 익은 도토리가 저절로 떨어지며 머리를 때린다. 밤송이가 아닌 게 천만다행이다. 이런 걸 무공해라고 닥닥 긁어가니 다람쥐고 멧돼지고 배를 곯게 되고 그러니 번식도 제대로 안되겠지. <장군봉>은 어딘지 알지 못한 채 지나치고 헬기장을 하나 지나 <눌의산>에 오르니 비로소 사방이 탁 트이며 경부고속도로와 추풍령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잇달아 있는 헬기장을 두 개 더 지나더니 길게 이어지는 급경사 내리막길에 발가락 끝이 비명을 지른다.
4) 내리막을 다 내려오니 집중 폭우에 휩쓸린 포도밭이 기둥도 나무도 모두 쓰러진 채 아직도 방치돼 있다. 경부고속도로 밑을 굴다리로 통과해서 다시 포도밭 사이를 지나 철길을 지나니 추풍령 마을이 나타난다. 국도에서 대간길은 오른쪽으로 가야 하고 마을의 중심부(버스정류장, 농협 수퍼, 식당들)는 왼쪽으로 5백미터쯤 가야한다. 농협 수퍼에 들러 먹거리를 보충하고 식당에서 국밥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가서 추풍령 노래비 앞에서 대간 길을 찾아가는데 공사판이 벌어져서 길을 찾기가 아주 애매하다. 마을로 들어가 물어보니 마을에서 산길로 들러서는 들머리가 공사장 때문에 파헤쳐져서 끊겼다.
5) 예정시간보다 2시간 가까이 늦어져 있어서 오늘의 야영 예정지인 작점고개까지는 도저히 갈 수가 없고 중간에서 야영을 하자니 식수를 짊어지고 갈 일이 까마득하다. 다들 체력도 바닥난 것 같고 해서 그만 여기서 자고 구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포도밭 언저리 작은 공터에다 텐트를 치고 추풍령 농협 수퍼에서 사온 삼겹살을 구워 소주 한잔을 걸친다. 많은 사람들이 무박산행으로 백두대간을 하고 있지만 요런 재미는 맛볼 수 없을 것이다. 하늘에 점점이 깔린 별들을 보며 한잔을 기울이고 텐트 바닥에 등을 붙이면 산행의 재미는 절반이 이 맛이다.
6) 밤에 후두둑거리며 비 떨어지는 소리에 불안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눌의산 꼭대기에 걸린 구름만 빼고는 어제에 이어 청명한 날씨가 될 것 같다. 공사장 언저리를 더듬어 산길로 들어섰다. 20여분 오르니 자그마한 바위가 나오면서 금산의 정상인데 동쪽 절반을 채석장이 뚝 잘라내서 까마득한 수직 인공절벽이 만들어졌다. 다시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수없이 넘어 묘함산 통신중계탑이 보이는 곳에 이르니 오른쪽에서 올라온 임도가 나타나는데 여기저기 깊은 고랑이 패어서 차가 다니지는 못하겠다. 임도를 따라서 왼쪽으로 올라가니 사기점고개이다.
7) 오른쪽 숲길로 들어서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 묘함산중계소로 가는 찻길을 만난다. 책자의 안내도에 따르면 여기서 찻길을 직각으로 건너 능선을 타는 길과 찻길을 따라 내려가는 길의 두 가지가 표시되어 있는데 직각 건너편에는 산길로 올라서는 길이 보이지 않고 리본은 모두 찻길을 따라 매어져 있다. 이번 폭우에 군데군데 무너진 찻길을 따라 20분 정도 내려오니 왼쪽 조금 아래로 납골당과 무덤 2개가 동시에 나타난다. 납골당은 길이 5미터에 높이도 2미터가 넘을 크기로 네모나게 돌을 쌓아올린 위에 잔디를 입힌 모양이다. 조금 가다 다시 왼쪽으로 산길에 접어들어 10여분을 더 가면 2차선 포장도로와 만나는데 작점고개이다. 미리 호출해 둔 택시가 바로 도착해서 추풍령으로 다시 돌아간다.

≪기록≫  
10월 11일(금) 영등포 역 출발(23:40)
10월 12일(토) 김천역 도착(02:36), 삼봉 씨 합류, 삼봉 씨 차 안에서 한숨 더 자다가 택시로 이동(06:30) → 궤방령 도착(07:00) 산행 시작  
궤방령(07:00) → 418봉(07:25) → 가성산(09:30) → 쌍분 무덤(10:54) → 헬기장 터(11:09)  → 눌의산(11:29) → 경부고속도로 토끼굴(12:55) → 이후 점심식사와 휴식, 야영
10월 13일(일) 산행시작(08:23) → 금산(08:41) → 임도(11:15) → 사기점고개(11:25) → 묘함산 찻길(11:59) → 납골당(12:20) → 작점고개(12:38)
산행거리 17.6km/백두대간 구간 17.6km(지리산에서 누적거리 193.9Km)

≪정보≫
ㅇ 영등포-김천(기차) \12,700       김천-궤방령(택시) \11,700/3     점심식사  \4,000
    준비물 보충  \14,900/3        작점고개-추풍령(택시)  \6,000/3   추풍령-김천(직행버스) \1,400
    맥주 기타 \1,000              김천-서울(우등고속) \15,200       계(1인당) \45,170
ㅇ 궤방령은 버스가 드물고(하루 5번) 아침 일찍에는 없으니까 김천에서 택시를 타는 것이 편하다.(미터요금)
ㅇ 식수 구할 수 있는 곳 - 궤방령 가스공사 정문 맞은편. 추풍령 마을
ㅇ 추풍령 노래비에서 길을 건너 산길로 올라서는 구간이 온통 공사장이라 길을 찾기가 어렵다. 마을 뒷편의 포도밭과 공사장의 경계 부근에 가서 리본을 잘 찾아보아야 한다.
ㅇ 추풍령 개인택시 011-9700-4066/016-522-4066/043-742-1810 강성구


  • ?
    최태원 2002.10.25 19:22
    안녕하세요?
    올리신 글 잘읽었습니다.
    저는 8월 19일 부터 10월 19일까지 대간종주를 마친 사람입니다.
    글 내용중에 시각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어 감히 글을 써봅니다.
    사람들이 도토리를 긁어가서 산 짐승의 먹거리가 부족하다고
    하셨는데 그 부분은 미미한 정도라 생각되고 예전에는 산 밑에서 자주 보았던 다람쥐들이 지금은 청솔모들의 구역으로 차지되고 또
    사람들이 산 밑이나 거의 중턱까지 살다보니 쫒겨서 올라가다보니
    산 위에는 그 만큼 먹을거리가 부족하여 개체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해서 .....
    들이 능선 꼭대기나 심지어는 1200고지 넘는 곳에나 가야 다람쥐들
    을 볼 수있는 현실이 같은 경우 산 중턱 밑에보다는
    능선 꼭대기까지 올라 온 환경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심이
    어떠실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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